장외외교력 약화…日과 교류시스템 강화론‘대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치권의 ‘대일(對日) 파이프’ 부재의빛과 그림자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일제시대를 경험했거나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던 정치인들이 대부분 은퇴하면서 ‘끈끈한’ 인맥을 바탕으로 일본 정객들과 양국간 난제들을 적절한 선에서 봉합, 최악의 사태를 피해갔던 ‘장외 외교’가 사라지고 있는 것.

반면 이번 독도사태처럼 친목도모가 중요한 기능중에 하나인 한일의원연맹측 의원들이 일본을 항의방문하는 등 ‘인맥’에 연연하지 않고 할말은 하는 새로운 현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과거 대일 파이프를 담당했던 인물들의 공과를 차치하고 일본 정치인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으면서 외교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던 이른바 ‘지일파’ 정치인들은 상당수 은퇴한 상태이다.

김종필(JP) 박태준, 김윤환, 김수한, 김봉호, 손세일, 유흥수 전 의원 등이 바로 그들

JP의 경우에는 최근 공개된 한일협정 문서로 인해 궁지에 몰려있는 상태이지만, 정계은퇴 전까지 일한의원연맹측 정치인들과 자주 회동하며 세인의 평가와는 별개로 나름대로 정치력을 발휘해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던 JP는 일한의원연맹 회장이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廊) 총리의 후견인격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와 격의없는 대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정치인이었다.

실제로 한일의원연맹에 가입해 있는 국회의원 수는 전체 의원 3분의 2에 조금 못미치는 180여명에 달하지만, 일본 정치인과 개인적 교분을 갖고 일본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의원은 손으로 꼽기도 쉽지 않다는 형편이다.

권철현 의원은 “일본에서는 일본어를 많이 알고, 일본 정치인들의 성향까지 알면서 접근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꼽는다”며 “지금 일본을 알고 의원연맹 등의 교류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아시히가 돌아서면 일본내 여론이 돌아서는만큼 누군가 접촉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대일 파이프를 이용한 양국간 현안 해결노력이 사태의 근원을 치유하지 못하고 ‘미봉’에 그쳤다는 비난도 적지 않아 지일파 의원을 보강해 나가는 작업을 계속하되 일본측과의 교류와 소통이 시스템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정치권에 대일파이프가 없다는 지적에 동의하지만 의원외교는 기본적으로 보완적인 것”이라며 “한일 의원외교가 다소 불안정하게 됐을 수 있지만 옛날처럼 서로 웃어가며 이해하는 구조가 변화하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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