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대표 등 신도 다수…민주화운동 등 정치권과 인연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명동성당에 4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방문, 참배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을 계기로 정치권에 가톨릭 인사들이 ‘예상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회 가톨릭의원신도회에 따르면 17대 국회에서 자신의 종교를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현역의원은 70명으로 전체 의원 가운데 4분의 1에 달한다.

국내 구교 인구가 전 국민의 10분의 1로 추산된다는 사실에 견주어보면 정치인 가운데 가톨릭 신자의 비율이 배 이상 높은 것이어서, 정치권내 가톨릭이 큰 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당장 여야 대표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가톨릭이다.

특히 이들이 가톨릭에 귀의하게된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동교동계로 정계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불교 쪽이었던 문 의장은 지난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과 관련,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돼 40일간 고문을 받는 과정에서 가톨릭으로 사실상 ‘개종’했다.

똑같이 내란음모사건 관련자로 합수부에 끌려와 조사를 받던 한 가톨릭 신부로부터 종교적인 감화를 받은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

문 의장은 이날 연합뉴스 기자에게 “부모님이 모두 독실한 불교신자였지만, 가톨릭 신자가 될 것을 결심하고 감방안에서 화장실 물을 이용해 영세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의 경우에는 부모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지만 가톨릭 재단이 설립한 중·고교, 대학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가톨릭을 신앙으로 받아들였다.

여당의 대선주자군에서는 정동영 통일장관이 가톨릭이며, 김근태 보건복지장관의 경우에는 본인은 무교이지만 부인 인재근 여사가 가톨릭 신자여서 간접적인 연을 갖고 있다.

현역 정치인은 아니지만 김대중전 대통령은 3일 주한 바티칸 교황 청대사관을 방문해 조의를 표한 뒤 로마 교황청에 애도 전문을 발송할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이다.

대선에서 거푸 패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가톨릭이다.

정당별로는 야당인 한나라당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가톨릭 신자가 많다는 사실도 흥밋거리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중 가톨릭 신자는 고흥길, 김문수, 전여옥, 주성영 의원 등 20여명인데 비해 열린우리당 소속으로는 김덕규, 김영춘, 이강래, 이종걸, 이호웅, 민병두 의원등 40여명에 달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여러가지 설이 있다. 먼저 가톨릭과 구(舊) 민주당과의 독특한 관계를 들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국회 가톨릭의원신도회 고문을 맡고 있는 김덕규 의원은 “민주당 신파를 이끌었던 장 면 전 총리가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민주세력 사이에서는 가톨릭의 영향력이 우세했다”며 “이같은 전통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 신파 출신으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가톨릭 교회가 차지했던 독특한 위치 때문에 가톨릭 신자 정치인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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