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국민 타자' 이승엽(32.요미우리)과 '맏형' 진갑용(34.삼성)은 입심도 금메달감이었다.

이승엽과 진갑용은 24일 중국 베이징 시내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몰고갔다.

이승엽이 22일 일본과 준결승전 선발로 내정된 막내 투수 김광현(20.SK)에게 전날 밤 편지를 써준 데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이승엽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부끄럽다"며 뜸을 들이더니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수 몇몇과 어울려 시내에서 모자를 샀는데 자신이 쓰기에는 너무 젊은 취향이었다. 그것을 누굴 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다음날 선발이 김광현이라는 것이 떠올랐고 방을 찾았더니 아무도 없어 침대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작은 종이에 '내일 파이팅하자'라고 썼는데 그냥 놓고 가면 누가 줬는지 모를 것 같아서 내 사인을 해놓았다. 그걸 (김)광현이가 과장되게 인터뷰한 것 같다"고 했고 회견장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타격 부진에 시달리다 결정적인 홈런 2방으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된 이승엽에게는 '합법적인 병역 면제 브로커'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승엽은 후배들이 특별히 들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함께 방을 쓰는 이대호(26.롯데)의 얘기를 꺼내며 "나를 보더니 '잘 생겼다'라고 하더라. '오늘 따라 참 잘생겨 보인다'라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해 좌중을 다시 한번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1루수 이승엽은 9회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볼을 뒷주머니에 챙겼다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직원에게 돌려줬다는 해명을 한 뒤 '기념이 될 것을 챙긴 것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목에 걸려 있던 금메달을 살짝 보여주며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재치있게 답하기도 했다.

진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승 직전 퇴장 당한 강민호(23.롯데) 대신 마스크를 쓴 진갑용은 "결승전에 뒷전으로 물러나 있어서 마음이 아팠는데 민호가 퇴장을 당하면서 나에게 영광의 자리를 내줬다"며 "하지만 막상 나가려니 사형수가 끌려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진갑용은 김경문 감독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김 감독을 바라보며 "상대가 왼손 투수인데 어떻게 1번부터 4번까지 왼손 타자를 넣을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정말 대단한 감독님이다. 질렸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