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해외에서 배운다 (끝)

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경북 유치가 결정된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전경. 이기동기자 leekd@kyongb uk.co.kr

■ 국내외 첨복에서 배울 것들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중국과 싱가포르는 적극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 인재들에게 교육·문화 시설 등이 갖춰진 최적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며, 입주 기업들에게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면서 창업과 기술 지원에도 인색하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들이 가진 기술들이 국내기업으로 이전되면서 국내의 연관산업도 함께 발전하는 효과는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과제다.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대구시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연구 용역을 맡은 글로벌 용역회사인 '모니터 그룹'은 미국의 산디에고를 주목하고 있다. 산디에고 클러스터 내 기업 종사자들의 2007년 평균임금은 미국 전체 평균임금(7만7천달러)보다 32%가 높은 10만3천달러에 이르고 70년대에 46건에 불과하던 특허등록 건수는 80년대에는 210건, 90년대에는 1천632건, 지난해에는 무려 2천141건으로 80년대보다 10배나 늘었다.

이같은 발전의 배경에는 'UCSD 커넥트'가 자리잡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과 산디에고지역개발공사, 기업 등 3개 주체가 이른바 결성한 'UCSD 커넥트'는 경영·재무 등의 전문가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들이 자신의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지원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내면 여러 차례의 심의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선정, 전문가그룹을 통해 자금조달 계획, 기업경영 및 특허 전략, 정부 규제 및 혜택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기업들에게 최신 기초연구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업체들간의 협업을 유도하고, 대학·연구소와 기업 연구원들간, 또 클러스터 내 리더간의 정례적인 모임도 주선하고, 클러스터 내 혁신 기술을 클러스터 내외의 기업과 투자가들에게 홍보하면서 연관업체 및 투자가와의 결합이 이뤄지도록 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중시함으로써 지역의 연관산업 발전이라는 열매를 거둔 것이다.

국내에서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참고해야 할 곳으로는 충북 오송은 물론 강원도 원주의 의료기기테크노밸리, 경기 바이오센터 등이 꼽힌다.

오송은 수도권과의 1시간대 거리에 있고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바이오전문단지가 있는데다 50여개의 입주기관에 이어 앞으로도 6개 국책기관을 비롯, LG 등 대기업은 물론 관련 중소기업, 미국 과학영재 학교 등의 입주가 결정돼 있어 대구를 한참 앞서나가고 있다.

오송은 대구와 함께 정부 주도의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지정됨으로써 대구와 가장 유사한 단지가 될 전망이다. 두 곳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 분야의 특성화에 매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아무런 방향 설정 없이 기업체 의료 및 바이오 관련 유치에 이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세종시 문제에 대해 양 지역이 공동 대처할 경우 앞으로도 상생을 위한 협력을 하게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니터그룹에 따르면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의 경우 다양한 세제혜택(법인세의 경우 정부가 5년간 100% 면제 등), 보조금(부지매입 최대 70% 지원 등) 및 운영자금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졌음에도 석박사급 우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사례로 분석됐다.

반대로 경기 바이오센터는 입지적 조건에서 우수인력 확보는 쉽지만 임대료·관리비 등의 비용이 높아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대구시는 첨단신약과 의료기기 분야에 집중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의료관광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보건대 남성희 총장은 "의료관광에는 반드시 휴식을 위한 인프라와 함께 뷰티분야가 포함돼 관광객들이 대구에서 마음껏 쉬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대구의 첨복이 기업과 연구기관 등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도 함께 현장에 가서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대구의 강점인 치과분야의 특성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구만이 가진 장점은

대구는 상하이 푸동, 싱가포르, 일본 고베, 미국 샌디에고 등 선진지는 물론 국내의 경쟁 클러스터보다 출발이 늦지만 다른 지역에 없는 강점이 있다. 바로 민간의 역량이다.

물론 대구 첨복은 의료기기 경우 지멘스 등 40여개의 관련 기업이 상주하고, 5개 의과대학, 수십 곳에 이르는 임상시험 관련 연구소가 있다는 점은 대구의 큰 강점이지만 이보다 큰 것은 지역민들의 열의다. 첨복을 최초로 기획한 것도 민간이었으며 유치를 위한 역량도 대구시의회를 중심으로 한 민간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첨복의 성공적 정착에도 시민들의 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모니터 그룹의 이한메 이사는 "첨복이 성공하기까지는 장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 기업 유치를 위해 기업에 감동을 주는 적극성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특히 기존의 대학이나 기업들이 자신들의 파이가 줄어든다는 생각으로 첨복으로 오는 외부 기업들을 배타적으로 여겨서는 반드시 실패한다. 이들의 높은 기술과 서비스 등을 배워 경쟁력이 함께 동반 상승하도록 민간분야에서 상생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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