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50년 전에 받은 크리스마스카드 얘기를 들었다. 그는 우연히 집안 정리를 하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오빠가 보내왔던 크리스마스카드를 발견했다. 카드의 표지는 강물 위에 떠 있는 배에서 노를 젓고 있는 뱃사공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내지에는 “저물어 가는 연말, 다가올 새해 보람찬 나날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1971년 12월 25일 월남에서 오빠가”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50년 전 20대 초반의 오빠는 머나먼 타국에서 성탄절과 새해를 맞는 마음을 카드에 적어 보낸 것이다. 어느덧 70대 초반이 된 여동생은 빛바
물건을 싸거나 씌우는 데 쓰는 ‘보자기’는 한 때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기성세대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생필품이었다.보자기는 가방이 귀한 시절 책을 싸는 보따리로도 사용됐다. 커다란 보자기에 책을 둘둘 말아 양쪽 끝을 끈으로 삼아 등 뒤에 매면 훌륭한 책보가 됐다. 여학생은 허리춤에 동여매고, 남학생은 등 뒤에 대각선으로 둘러매고 학교에 다녔다. 지금은 사라진 문화지만, 가끔 보는 보자기가 어린 시절 책보의 기억을 새롭게 한다.보자기는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턴가 ‘데이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매년 특정한 날의 이벤트를 챙기는 문화가 일반화된 지 오래된 것이다. 이러한 ‘데이마케팅’은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 하지만 엄연히 챙겨야 할 하나의 문화로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우리에게 친숙한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도 ‘데이마케팅’의 하나다. 매년 2월 14일은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발렌타인데이다. 3월 14일엔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화이트데이다. 해당 날짜에 선물을 챙기면 괜히 으쓱해진다. 반대로 받지 못하면 왠지 초라해 보
할로윈데이는 서구의 대표적인 축제이자 명절이다. 유령이 찾아온다는 10월의 마지막 날, 사람들은 기괴한 분장을 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죽은 영혼들의 안녕을 빌고, 악귀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할로윈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주요 도심 거리는 시끌벅적하다. 기괴한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할로윈은 이제 가족끼리 즐기는 문화로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양 명절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경주엑스포대공원도 최근 할로윈을 콘셉트
천년고도 경주는 글로벌 관광도시다. 해마다 10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다. 발길 닿는 곳 어디서든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많은 시민이 관광산업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적어도 코로나 발생 이전까지는 그랬다.코로나 여파가 계속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일부 명소를 제외하곤 썰렁하기까지 했다. 당연히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쌓여만 갔다. 무엇보다 경주의 얼굴인 도심 상가의 경기가 곤두박질쳤다. 경주 중심상가는 한때 시민들에게 친숙한 번화가였다. 다양한 종류의 상가들
경주 양동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역사 마을이다. 500여 년을 잇는 전통문화와 볼거리가 잘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마을이 넘칠 정도로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도 불거졌다. 관광객들이 집 안을 기웃거리거나 불쑥 들어오는 일은 다반사가 됐다. 주말마다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려는 주민들이 나타날 정도였다.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황리단길도 사정은 비슷하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사생활 보호는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골목 곳곳에 쌓여 있는 각종 쓰레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한 관광시장 침체가 여전히 진행형이다. 머지않아 끝날 것이란 믿음으로 버텨온 시간이 어느새 2년 가까이 흘렀다. 관광산업 종사자들이 연일 아우성을 쳐보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코로나 방역이 이제 일상이 돼 버린 것이다.글로벌 관광도시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여름, 천년고도 경주 동해안을 찾은 피서객은 10만여 명에 그쳤다. 코로나 이전 4~50만 명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한 철 장사를 기대했던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높다. 일부 상인들은 “매출이 예년보다 반토막 이상 줄었다”며 애를 태웠다.
벚꽃마라톤은 축제 도시 경주의 최대 스포츠 행사다. 1992년부터 매년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국제대회로 치러진다. 수많은 외국인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라톤 코스가, 늘 수많은 동호인을 몰리게 한다. 코로나 발생 이전 마지막으로 열린 28회 대회에는 40개국 1400여 명의 외국인을 비롯해 1만 30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벚꽃마라톤 출발 장소인 보문호 일원은 해마다 축제 분위기가 연출된다. 도심에는 자원봉사자와 공무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안전하고 성공적인 대회를 이끈다. 한마디로 벚꽃마라
2000년 역사의 품격이 깃든 경주는 문화예술의 중심지다. 발길 닿는 곳마다 수많은 역사유적과 문화재가 넘쳐난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다양한 미술관이 곳곳에 들어섰다. 시민들에게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경주시청에 마련된 ‘시청갤러리’가 대표적이다. 시청 복도에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공공청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경기 침체로 오랫동안 비어있던 도심 상가 점포에 조성한 ‘거리 갤러리’도 눈에 띈다. 미관개선과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반응이다. 대릉원 돌담길과
태권도는 스포츠 한류를 이끄는 K문화의 첨병이다. 전 세계 1억 5000만 명의 수련 인구를 보유한 한류 전도사다. 한마디로 태권도는 K팝 이전부터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린 문화 콘텐츠인 것이다.우리의 국기인 태권도의 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부족국가의 종교의식이나 신체 단련 활동이 민족 고유의 무예로 발달했다. 이러한 무예가 시대를 거치며 태권도로 변모한 것이다. 태권도는 단순히 신체를 단련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건강한 몸과 올바른 정신을 함께 수양한다. 전 세계인이 태권도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세계인의 스
관광 1번지 경주도 코로나19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한때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꼬리를 물고 밀려들어, 유명 유적지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말이면 온 시가지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신라 천년 유물을 바탕으로 글로벌 관광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경주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 대부분의 유적지는 조용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당연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아우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최근 경주를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
경주 월성은 보물창고다. 800년 넘게 왕들이 거주하는 왕성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 고대사 최대의 유적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왕궁 실체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존해야 할 왕궁터가 시민과 관광객 차지가 된 것은 당연했다.다양한 종류의 나무숲과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뛰어난 자연경관을 그대로 둘 리 만무했다. 한마디로 월성은 누구나 그냥 거리낌 없이 찾아가 마음껏 뛰어놀던 곳에 불과했다. 적어도 2014년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그랬다.월성에 대한 정
경주 금장대는 신라 시대부터 핫 플레이스였다. 금장대는 형산강 지류인 서천과 북천이 합류하는 곳에 있는 작은 산봉우리다. 이곳은 경주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빼어난 경관이 일품이다. 조선 시대에는 시인 묵객들의 만남의 공간 역할도 했다.금장대가 빼어난 경치만으로 이름을 떨친 것은 아니다. 이곳에는 선사시대 인류의 예술작품인 암각화도 있다. 금장대 절벽에 있는 암각화는 이곳의 가치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바위에 30여 점의 소중한 그림이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금장대도 한때는 고도 경주의 그저
모든 국민은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가 있다. 보행 환경은 한 도시의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다.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여전히 보행권을 빼앗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보행권 침해는 교통약자를 불편과 위험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는 관광도시 경주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지역의 한 단체가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에 걸쳐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했다. 공공시설과 관광지
흔히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을 위한 날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정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그러하다. 이들 기념일은 가장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가정의 참뜻을 되새기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5월에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과 관련된 어떤 주제를 선택해 기념하는 ‘그날’이 한 달 내내 가득하다. 어쩌면 다소 소란스럽고 부담스러운 한 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이 포함하고 있는 참 의미를 되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다.이
천년고도 경주는 해양도시다.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40km가 넘기 때문이다. 눈부시게 맑은 바다와 해변의 솔숲은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문화유적 도시로만 생각한 관광객들이 또 다른 멋을 느끼기에 충분하다.최근 명칭을 변경한 문무대왕면도 청정바다 동해와 접해 있다.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신라 문무왕과 관련된 유적이 유독 많다. 문무왕이 왜병을 진압하기 위해 창건한 감은사지가 있고, 그의 아들 신문왕이 해안에 지은 이견대도 있다. 한 개도 간직하기 어려운 국보급 문화
2012년 개봉한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은 따뜻한 영화다. 상위 1% 장애인 귀족과 하위 1% 백수가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간병인과 고용인으로 만났지만, 편견 없이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 주고, 인정해 주면서 성장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관객 172만 명에게 진한 감동을 선물했다.4월 20일은 국가가 지정한 ‘장애인의 날’. 매년 이때가 되면 사회적 관심 이슈가 쏟아진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41회째를 맞는 ‘장애인의 날’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길거리로 나섰다.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이날 정부
중국의 문화공정에 한복도 소환됐다. 김치와 삼계탕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왜곡과 함께 한복마저 ‘중국문화’로 소개된 것이다. 논란은 중국의 한 전자제품 기업이 스마트폰 배경화면에 한복을 ‘중국문화’로 소개하면서 촉발됐다. 이 기업은 논란이 확산하자 문구에 ‘중국’만 삭제한 채 ‘문화’로만 수정했다. 한마디로 한복을 ‘한국문화’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심보다.중국의 포털사이트와 기업이 앞장선 억지주장이 갈수록 집요한 모양새다. 하지만 한복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전통의상이다. 한복에는 한국인들의 사상과 의식이 그대로 배어있기
1300년 전 신라에 쌍둥이 다리가 있었다. 사랑의 전설을 안고 있는 남천에 만들어진 일정교와 월정교가 그것이다. 남천은 신령스러운 토함산에서 발원해 불국정토 남산과 월성을 돌아 흐른다. 한때는 고운 모래에 사금까지 나오는 아름다운 하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볼품없는 소하천에 불과하다. 신라 최고의 걸작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던 강이라고 여기기엔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효불효교’라 불리기도 한 일정교에는 일곱 자식과 과부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정교 인근 월정교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그리고 충담사와 경덕왕의 전설을 간
경주에는 지난 1996년 설립된 문화엑스포 재단이 있다. 1998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모두 10차례 글로벌 행사를 열었다. 첫 행사는 세계 최초로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국제 박람회로 개최됐다. 그 후 경주와 해외에서 2년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열었다. 행사 때마다 ‘최고의 테마로 알차게 준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문화행사라는 특성을 감안 하더라도 성적표가 늘 초라했기 때문이다.2019년 행사까지 투입된 예산은 1886억 원인데 비해 수익금은 751억 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