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사는 농사꾼인 이을락 선생, 그러나 서예, 사군자, 서각들의 현란한 솜씨가 펼쳐진 그의 작품을 대하면 단순히 농사꾼으로만 부를 수는 없겠다. 이런 예술적인 재능 뿐 아니라 그가 부인과 둘이 사는 황토집도 손수 지었다. 예쁜 기와집 마당에 들어서자 머리는 하얗게 세었지만, 정정해 보이는 이을락 선생이 서각할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다. 현관 앞에 서 있는 두 그루 매화나무가 막 꽃망울을 터뜨렸고, 은은한 매화향이 황토집의 격조를 더욱 높여 준다. 우리는 별 생각없이 고진감래(苦盡甘來)라던가, 주경야독(晝耕夜讀)이란 말...
사람이 현역에서 일 할 수 있는 나이는 몇 살까지일까? 90이 넘어도 정정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팔십이 넘으면 정기적으로 매일 출근하는 일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포항 효곡동 재래시장의 구석진 곳, 한 평 남짓한 부스 속에서 온갖 수선도구를 벌여놓고 하루 내내 그 속에 앉아 35년 째 구두나 우산 등을 수선하는 85세의 할아버지가 있다. 가끔 시장에 들릴 때,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서 신발을 고치는 할아버지를 보며 아무래도 70세는 넘었겠는데 '부지런히 나오시는구나' 생각했는데, 취재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