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가자 코로나 이전 정도는 아니지만 송년 모임이 잦아지면서 가는 곳마다 이런저런 건배사들도 다시 듣게 된다.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건배사 내용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 같으면 저마다 단합이나 연대를 과시하며 흥을 돋우는 내용들이 건배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코로나를 이기며 힘차게 살아낸 우리 자신들을 향하는 격려와 응원들이 주된 메시지다.어느 송년 모임의 참석자는 건배사로 “코뿔소”를 크게 외쳤다. ‘코로나 걱정 없이, 뿔뿔이 흩어지지 말고, 소통하는 그날을
사람들마다 다양한 말버릇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말버릇을 스스로 알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남보다 모르는 ‘나’의 모습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성격이나 표정, 목소리, 걸음걸이, 말버릇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말버릇은 남들은 다 알고 있지만 정작 자신만 잘 모른다.방송사에서 매주 TV토론을 진행할 때다. 잘 알고 지내던 한 교수님은 학계에서도 알아주는 실력파이지만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이 없어 토론 패널 섭외에서는 늘 제외했던 기억이 난다. 전직 장관까지 지낸 또 다른 한 분은 강의를 부탁하면
협상에서는 상대를 너무 궁지로 몰아가지 말라고 한다. 또, 체면을 세워주고 명분을 살려주라고도 한다. 이미 승부가 가려졌다면 상대방을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패배를 두 번 세 번 끝까지 확인시키면서 상대를 만신창이로 만들면 결국 돌아오는 것은 서운함과 앙갚음뿐이다.유능한 협상가들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 그때부터는 오히려 상대방을 위해 모양을 갖춰주고 퇴로를 만들어 준다. 상대방을 패자로 만들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협상 기술이기 때문이다. 약해진 상대를 밀어붙여 끝내 백기를 들게 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될
말의 품격은 금방 드러난다. 특히, 대화 중에서 자리에 없는 사람을 호칭하거나 지칭할 때 말하는 사람의 품격이 훨씬 더 적나라하게 보인다. 품격을 잃지 않는 사람은 자리에 없는 사람이라도 호칭을 결코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름은 물론 정확한 직함과 함께 ‘님’ 자까지도 꼭 붙여서 말한다.사람 앞에서는 말도 잘 못 붙이면서 자리에 없다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을 지칭할 때 존칭은 물론 직함도 떼고 이름 세자만 부르기도 한다. 지칭어 사용 하나만 봐도 말의 품격이나 교양이 보인다.지인이나 제삼자를 함부로 지칭하는 이들은 정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관련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이 유감을 표시했다. 사과가 아니라 ‘유감’이란 표현을 선택했다. 그것도 “당사자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한 진술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유감 표명의 조건도 붙였다.유감을 표하는 대상도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으로만 한정했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거명조차 하지 않았다. 사과라는 표현 대신에 유감을 택했고 그것도 조건을 달며 한 장관은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을 볼
주말에 지인 셋이서 함께 길을 가다가 출출해 어느 갈비탕 집에 들어섰다. 오후 1시를 훌쩍 넘긴 늦은 점심시간이어선지 식당에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두 젊은 여성이 TV 앞에 앉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를 쳐다봤다. 식당 중앙에 자리를 잡고 갈비탕을 주문했다.로봇이 움직이듯 종업원은 무표정하게 음식과 반찬을 가져왔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풋고추와 된장도 있으면 같이 좀 부탁합니다”라고 주문을 하자 “우리 식당엔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안 나가는데요”라고 했다. 종업원의 촉 바른 대답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강한 의지로 아픔을 이겨내며 포기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말은 짧은 한마디도 큰 울림이 된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들의 말은 의욕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산소를 불어 넣듯 생기를 주기도 하고 힘을 준다. 때론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용기와 끈끈한 연대, 사랑을 느끼게도 해준다.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 경기를 누비게 될 손흥민 선수의 며칠 전 말이 지금도 여전히 가슴을 친다. 이달 초 경기 중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국민적 안타까움을 주었던 그는 부상에도 결코 좌절
권한의 크기는 바로 책임의 크기다. 이른바 높은 사람은 그만큼 책임도 큰 사람이다. 평상시에는 주어진 힘과 권한을 십분 행사하며 맡은 업무들을 해나가지만 어쩌다 일이 잘못돼 책임져야 할 상황이 생기면 책임도 먼저 진다. 이렇듯 권한만큼 스스로 앞장서 책임도 지기 때문에 그들은 그만한 신뢰와 권위도 확보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높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사망자 156명을 포함해 350여 명의 사상자가 났지만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은 없다. 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는 무섭다. 그들의 한마디는 때로는 집채만 한 파도가 되고 강력한 태풍이 돼 닥치기도 한다. 김진태 강원지사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심화된 금융시장의 혼란이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정부가 50조 플러스알파 규모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확대·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김 지사는 레고랜드 쇼크가 전방위적으로 계속 확대되어 가자 “조금 미안하다.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강원도
대화를 나누면 편하고 설득이나 협상도 잘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질문을 잘한다.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하는 질문 능력이 있다.대화에서 오가는 많은 질문들은 크게 닫힌질문과 열린질문으로 나눌 수 있다. 닫힌질문은 답변을 “이다”, “아니다” 또는 “그렇다”, “그렇지 않다”로 나오게 하는 질문이다. 답이 여러 개가 될 수 없고 하나이거나 또는 어느 한쪽이다. 예를 들어 “휴가 때 제주도 가십니까?”, “저녁 식사는 맛있었습니까?”와 같은 질문이다
“신사는 우산과 유머(Humor)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영국은 비 오는 날이 많아 일상에서 우산은 당연히 필수품이다. 유머는 필수품 우산 이상으로 필요하고도 중요하다는 것이 속담이 품은 의미다.유머는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삶의 생기를 주며 활력소가 되어준다. 또, 유머는 삶의 여유와 여백이기도 해 대화나 소통을 활성화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유머가 더없이 중요하고 필요한 까닭이다.문제는 지금 주변에서 유머가 통째로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유머는 고사하고 한 줌 여유조차 찾아
사람의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목소리는 외모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에서도 목소리는 표정이나 태도, 의상 등 시각적 요소(55%) 다음으로 큰 비중(38%)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대화나 소통에서 목소리의 중요성은 간과할 때가 많다.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지도 모르고 지낼 정도로 무관심한 것이 우선 가장 큰 이유다.요즘은 휴대폰으로도 손쉽게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볼 수도 있지만 예전에는 제 목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
며칠 있으면 제576돌 한글날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늘부터 한글날 다음날인 10일까지를 ‘2022 한글주간’으로 정하고 한글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을 되새기고자 ‘고마워, 한글’이란 주제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 한글의 쉽고 편리함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자 하는 것이 그 취지다.세종대왕은 ‘백성을 어여삐 여겨’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글 한글을 만들었다. 당시 한자를 신봉하는 많은 학자들의 반대를 물리치며 기어코 한글을 창제할 수 있었던 것도 백성을 위하는 남다른 마음 때문이었다. 말은 있었지만 문자가 없었던 우리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에서의 ‘핫 마이크’(hot mic) 논란이 뜨겁다. 국내외적으로도 유명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의 핫 마이크 논란은 자주 있는 일기도 하지만 이번은 여야 진영 대결까지 가열돼 귀추가 주목된다.흔히 말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많고 넘쳐나 자주 문제가 된다. 이런 위험을 피해 가려면 말은 어떻게든 적게 하고 줄일 필요가 있다. 짧고 사소한 한마디 한마디도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가다듬으며 하는 수밖에 없다.지금은 누구라도 혼자 말조차 함부로 할 수가 없는 세상이다. 사담이나 독백이라고 예외가 되거나 면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표정으로 10가지 정도 감정을 표시할 수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드러내는 표정은 웃는 얼굴이다. 웃는 표정은 최대 90미터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창을 던지면 날아갈 수 있는 거리는 70미터 전후다. 이보다 훨씬 더 멀리서 웃는 표정은 상대가 감지할 수 있다.이것은 결국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창의 사정권 밖에서 서로 공격할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표정으로 미리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한쪽이 웃는 표정을 한다는 것은 공격할 의도가 없는 것은 물론 상대방과 친해지고 싶다는
추석을 맞아 많은 귀성객들이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지만 나흘간의 추석 연휴를 혼자 보낸 이들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가지 못한 이들 가운데는 홀로 사는 1인 가구 사람들도 많다. 혼자 사는데 이력이 났지만 참기 어려운 것은 역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말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말이 고프다”고 하소연한다.사람마다 평소 하는 말의 양이나 빈도는 각자의 인간관계 정도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대인관계가 활발하고 네트워크가 다양한 사람들은 일상에서도 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만나는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인사담당 임원을 지낸 지인의 사람 보는 기준이 남달라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면접을 볼 때 솔직하게 쉬운 말로 답변하느냐 여부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고 사람을 평가했다고 한다. 쉬운 말로 답하는 사람을 택했을 때 실패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어렵게 말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으니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닌 듯하다. 평소 쉬운 말보다는 어려운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경우는 역시 내용을 잘 모르고 말하는 때문이다.
며칠 전 수원에서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세상을 등져 가슴을 아프게 했다. 60대 여성과 40대 두 딸은 방 한 칸에 거실 겸 부엌이 딸린 집에서 월세 40만 원을 주고 함께 지내다가 결국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병마에 시달리며 월세도 제대로 못 내는 등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건물주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미안하다”였다.세상의 그늘에서 힘겹게 살다 간 이들이 세상을 향하여 원망하거나 탓하는 말 대신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소식에 가슴이 저미어 온다. 미안하다는 말은 이처럼 약
한때 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의 ‘90대 10의 원칙’이 회자된 적이 있다. 이 원칙의 골자는 각자의 인생에서 10%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들의 결과이지만 나머지 90%는 일어난 일에 대해 스스로의 반응에 따라 결정된 결과란 것이다. 커피숍에서 종업원이 실수로 손님의 정장에 커피를 쏟았을 때 그 일은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손님의 반응은 손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우리 인생에서 10%는 통제하지 못하는 일들로 채워지지만 나머지 90%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통제 가능하다는 얘기다.상대방이 하는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115년 만의 폭우로 중부지방에 엄청난 피해를 남긴 수해현장에 지난 11일 당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나갔던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한 말이다. 이 한마디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봉사활동은 흙탕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오점 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해대책 등 민심수습 행보마저 묻힌 느낌이다.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김 의원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상황이 계속 심상찮게 돌아가자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가까운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윤리위 제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