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콘크리트의 발명은 인간에게 마천루의 욕망을 실현해줬다. 프랑스 정원사가 깨지지 않은 화분을 만들기 위해 고안한 철근 콘크리트 기술은 1855년 특허를 냈으니 150년도 훨씬 전이다. 5층 정도 높이의 건축이 가능하던 것이 철근콘크리트 기술의 발달로 지상 1000m에 육박하는 건축이 가능해졌다.사막의 꽃을 본떠 만들었다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는 지상 163층에 높이가 828m에 이른다. 이 지구상 최고 높이의 건축물을 우리나라 삼성물산이 지었다. 세계 고층 건물 2위는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118’. 국영연금
“초복을 고비로 장마가 개더니 밤으로는 달빛이 하도 좋아 쉬이 잠들 수 없다. 앞산 마루 소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달은 더없이 정다운 얼굴이다.”법정 스님 수필집 ‘오두막 편지’에 나오는 ‘달빛에서도 향기가 나더라’다. 홀로 산중 토굴생활을 한 스님은 이즈음의 달을 무척 좋아한 듯하다. ‘달빛을 베고 누워 중천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본다. 달도 나를 내려다본다. 아 달빛에서도 향기가 난다. 요즘 같은 달빛은 일 년 열두 달을 두고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밝기로 말한다면 여름 달보다 가을 달이 한층 더하지만 가을 달은 여름 달 만큼 푸근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박목월 시인의 동요 ‘얼룩 송아지’ 1절이다.한때 가사에 나오는 ‘얼룩 송아지’가 우리나라 전통 한우인 ‘칡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목월 시의 얼룩 송아지는 미국에서 들여와 우유를 생산하던 저지종(영국 저지섬에서 기원한 품종) 얼룩소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목월이 시를 쓴 1930년대에 이미 젖 짜는 얼룩소가 전국에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일부 국뽕의 얼룩소가 칡소라는 주장은 꼬리를 내리게 됐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백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 중순. 초겨울 날씨가 유난히 매서웠다. 정주영 현대건설 사장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푸른 잔디를 심어 줄 수 있습니까?”“이 엄동설한에 푸른 잔디를 어떻게 구한다는 말이오?”‘공사비를 3배 주겠다’는 제안이 따라 붙었다. 미 8군 관계자였다. 귀가 솔깃했다. 정주영이 되물었다.“푸르기만 하면 됩니까?”“물론입니다.”그는 낙동강변 논에서 청보리 30 트럭을 실어다 부산 유엔군 묘역을 푸르게 단장했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간다’는 정 회장의 철학이 나온다.제 3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1273년 5월 제주도 향파두리. 몽골의 침입에 항거해 삼별초가 마지막으로 진을 친 곳. 고려와 몽골 연합군 1만 2000명이 성을 에워쌌다. 연합군은 듣도 보도 못한 신무기로 성을 공격했다. 쇳조각이 든 질그릇이 터지면서 병사들이 쓰러져 갔다. 머리 위로 화약이 매달린 불화살이 쏟아졌다. 삼별초는 제대로 저항도 못 한 채 4일 만에 성을 내주고 말았다. 신무기에 놀란 고려가 원나라에 화약제조 기술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그렇게 100년이 흘렀다. 1374년 국제무역항인 황해도 예성강변 벽란도.
자발적으로 모인 구성원은 강제적 모임보다 훨씬 다양하고 흡족한 만족감을 느낀다. 조직에 참여하면서 자율적인 쾌감을 느끼고, 그 자율에 의해 일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또한, 그 일의 의미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행복을 얻는다. 이렇게 행복해진 구성원은 다시 조직 과업에 참여하고, 자유로움을 느끼며 일의 의미를 강화해 행복감을 높이는 순환적인 영향을 끼친다. 참여(Participation), 자율(Autonomous), 의미(Meaning), 행복(Happiness)의 성과 사이클이다.이런 성과 사이클의 모범 사례가 가수 임영웅과 팬클럽
1905년 어느 여름날 경남 합천 해인사. 40대 남자가 개 한 마리와 함께 법당 앞에 섰다.“어머니 여기가 대웅전입니다.”그는 개를 어머니라 부르며 절을 구경시켜 주었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판각전에도 갔다. ‘개는 들어가지 못 한다’는 스님의 제지를 뚫고 쏜살같이 뛰어들어가 신나게 뒹굴었다. 개를 데리고 온 사람은 경북 금릉군 김갑룡.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았다. 그는 개가 자라자 그 중 잘생긴 한 마리를 시장에 내다 팔려 했다.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꾸짖었다. “내가 니 애미다. 네 재물을 몰래 빼
조선의 수도 한성에서 명성황후 척족의 수장인 민승호가 폭탄테러에 의해 암살됐다. 1875년에 발생한 사건으로 기록상 한반도 역사상 최초의 폭탄 테러로 인한 암살 사건이자 미제사건이었다. 민승호가 인편에 의해 전달된 우편물을 개봉하는 순간 폭탄이 터져 사망했다. 지금의 우편 폭탄과 유사하지만 우정총국이 생기기도 전이라서 전근대적인 방식인 인편으로 배달됐던 것이다.2018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 익명의 열광적인 트럼프 지지자가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과 다수의 트럼프 비판자, 방송국 등에 무작위로 폭탄이 든 우편물
“상대에게 유리해지면 진실을 객관적으로 탐구해서는 안 된다. 진리는 거짓과 같이 국가에 치명적인 적이다.”나치의 선전장관을 지낸 괴벨스의 이 선동원칙이 이 시대에도 작동하고 있다.감사원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감사에서 일단이 드러난다. 환경부는 2018년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블랙리스트로 4대강 찬성 학자들을 배제하고 반대편 인사들로 채웠다.또 보 해체가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오자 자료를 조작한다. ‘보 건설 전 수질’이 ‘보 해체 후 예상 수질’로 둔갑했다. 한 위원은 “아무 생각
“부하의 충성심에 의지하지 말라.” 중국 전국시대 철학자 한비자(韓非子)가 충성스런 신하를 찾는 군주에게 무거운 조언을 했다. “군주와 신하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신하에게 충성심이란 없다. 신하의 이익이 달성되면 군주의 이익은 사라지게 된다.”물론 극단적인 조언이지만 신하가 소기의 목적을 위해 군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쉽게 해석하면 신하 자신의 이익이 걸리면 충성이 배신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가 분수령을 넘고 있다. 철옹성 같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구속
중국의 요(堯)·순(舜)시대를 신화시대라 부른다. 사실이라 믿기 어려운 황당한 설화들이 많아서다. ‘요순시대’라 해서 태평성대라지만 당시 홍수 피해는 막심했다. 홍수가 무려 22년이나 반복됐다. 이 때문에 치수(治水)가 최대 국책사업이었다.‘산해경(山海經)’에는 이런 사실이 기록돼 있다. 요 임금이 국무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신하들의 추천을 받아 ‘곤’을 치수 책임자로 세웠다. 곤은 곧바로 홍수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9년간 대역사를 벌였다. 둑을 쌓고 또 쌓고, 계속 막았지만 허무하게 수마에 쓸려 내려갔다. 결국 그는 실패의 책임을
“일제 기간 동안에 ‘민족’이란 단어를 많이 썼지만 ‘단일민족’이란 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고려대 박대재 교수(한국사학)는 1948년 국민국가 수립이란 시대적 과제에 맞춰 ‘단일민족’이 본격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족의 순혈성과 국가의 단일성을 강조하는 정치적, 사회적 담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미국 정치학자 ‘워크 코너’는 세계 12개 ‘단일종족’(homogeneous) 국가에 우리나라를 포함 시켰다.(2000년)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적극적인 이민 수용 정책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단
지구과학자들이 지질시대의 현재를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로 하자고 뜻을 모으고 있다. 인류를 뜻하는 ‘anthropo-’에 지질시대의 한 단위인 세(世)를 뜻하는 ‘-cene’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인류세가 논의된 계기는 2000년 멕시코 지구환경 국제회의에서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은 “우리는 이제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다.”며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류세’를 제안했다. 자연환경의 지배를 받던 인간이 산업혁명과 핵무기 개발을 통해 지구환경의 지배자로 등장하면서 지층의 역사를
정권을 쟁취하려는 욕망과 정권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충돌하는 현장이 바로 정치다.독일의 헌법학자였던 ‘칼 슈미트’(Carl Schmitt)는 저서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정치적인 것’의 본질을 ‘적과 동지 구별’이라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충돌 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적과 동지 구별 작업이 정치의 원초적 본능이 됐다는 것이다.내년 총선을 앞둔 우리 정치권이 적과 동지 구별이란 통과의례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야당의 감별작업은 거의 내전양상이다.민주당이 최근 오픈한 당원 커뮤니티 ‘블루 웨이브’에 선혈이 낭자하다. 미
다보스(Davos)는 스위스 동부 알프스 자락에 자리한 자그마한 휴양도시다. 인구가 1만 명이 겨우 넘는다.다보스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71년 시작된 ‘다보스 포럼’ 덕이다. 매년 1~2월에 세계의 ‘슈퍼클래스’ 2000여 명이 이곳에 몰려온다. 각국 정상과 대기업 최고 경영자, 유명 학자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정치와 경제를 재단한다. 운이 좋으면 이 기간 길거리나 카페에서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와 만날 수 있다. 또 선글라스를 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칠 수도
미국 작가 피터 벤츨리(Peter Benchley·1940-2006)의 소설 ‘죠스’는 식인 상어 보다 인간의 갈등 관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시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44주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켰다. 미국에서 950만 부, 전 세계에서 2000만 부가 팔렸을 정도다.반면 영화 ‘죠스’는 상어 대 인간의 혈투로 긴장감과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음산한 음악을 배경으로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순식간에 사람들을 삼키는 냉혈한으로 묘사됐다. 죠스의 영혼이 없는 듯 무표정한 검은 눈이 공포감을 극대화 시
‘지방 소멸 과연 막을 수 있나?’지금까지 정부들이 내놓은 답은 ‘불가’였다. 단지 시간의 문제였다. 지방 소멸은 끝내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만의 국가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들은 ‘지방의 투정’으로 폄훼했다. 따라서 ‘지방 구하기’는 땜질식 흉내에 그쳤다.“지방분권이 국가의 통합성과 정부의 효율성을 해친다는 발상이 아직도 있다.”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일 출범한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 우동기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사람 미래’에서 중앙정부 관료들의 수도권 중심 사고를 질타했다. 그리고 지방시대를 열기
프로축구에서 첨예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는 팀들의 경기를 ‘더비 (derby)’라 한다. 19세기 중반 잉글랜드 중부에 있는 소도시 더비에서 기독교 성베드로팀과 올센트팀이 축구 경기를 벌인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세계적으로 유명한 더비가 여럿 있다. 스페인 프로리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엘 클라시코’라 부른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팀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영어로 ‘더 클래스(The Class)’라는 뜻의 더비 명칭이 붙었다.영국 프로리그(EPL)에도 여러 더비가 있다. 그중에서 맨
놀랍게도 1770년에 AI (인공지능) 체스 선수가 등장했다. 콧수염에 터번을 두른 AI 인형 ‘튀르키예인’.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에서 인간과 체스 대결을 펼쳤다. 파죽지세로 강호들을 격파했다. 체스판 사각 통 안에는 복잡한 기계뿐 사람은 없었다.1783년 유럽 순회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튀르키예인’은 나폴레옹 황제와 마주 앉았다. 황제가 규칙에 어긋난 수를 두었다. AI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유럽을 경악시킨 ‘튀르키예인’은 미국으로 건너가 흥행몰이를 이어 갔다. ‘에드가 앨런 포’는 이 인형에 영감을 얻
17세기 일본 에도(江戶)시대는 중앙집권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전쟁이 사라지고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세금이 가혹했다. ‘농민과 깨는 짜도 짜도 나온다.’ 수확물의 절반을 세금으로 뜯겼다. 극심한 영양실조로 남자 평균 신장이 150cm, 당시 우리보다 6cm나 작았다. 그야말로 체구가 왜소한 왜인(倭人)이었다.인두세가 특히 무서웠다. 결국 부모가 살기 위해 갓 태어난 영아를 죽였다. 이른바 ‘마비키(間引)’, 나무 벌채와 같은 인간 솎아내기다. ‘신께 되돌려 준다’는 뜻의 ‘코카에시(子返し)’로 불리기도 했다. 넷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