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왔고, 소설 쓰기를 시작하면서도 늘 쫓기듯 글을 썼다. 그러면서도 소설에 대한 갈증은 더 깊어가기만 한다. 이제부터 나의 글쓰기는 나름의 한계를 인정하고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컴퓨터 앞에 앉아 자간을 채울 때 너무나 행복하다. 앞으로 얼마를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망설이지 않고 앞만 보고 나갈 생각이다. 이 가을 나는 소설 곳간을 넉넉히 채울 생각만으로도 황홀해하고 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경북일보 그리고 청송 객주 문학관에 감사를 드린다.
옻칠을 하는 것은 미美를 살리는 손길이다. 단순히 여성의 겉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분칠과는 달리 숨어 있는 색을 우러나게 하는 것이다. 배우가 맡은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단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낯선 인물이 된 배우도 자신을 안에 품었기에 뿜어내는 품격의 결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시대의 흐름에 밀려난 가구에게 먹이는 칠은 보존이며 물건이 담은 가치를 지켜주기 위함이다. 요즘은 옛 목공품이 장인의 정성이 가득한 터치로 예술품이 되는 매력에 빠져 어디를 가든 공방을 기웃거린다. 우연히 옻칠로 멋과 아름다움을 담아낸 작품을 만날 기회가
정부가 이번 주 발표하기로 했던 의대 증원 수요조사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9일 의대 정원 규모와 방식 등을 포함한 필수의료 확충 방안 발표를 하기로 했다가 한차례 미뤘는데 또 연기한 것이다. 이러다 자칫 지난 문재인 정부처럼 의사협회, 전공의 등의 눈치를 보다가 또 후퇴하거나 주저앉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의료 격차가 심한 데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된 경북과 전남 지역민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허다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한 의료격차 실태를 보면 경북은 인구 1000명당 종
은행잎의 색이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마른풀 냄새가 납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을 조금 늦게 오라 다시 보내고 싶은 날입니다. 가을볕을 뒤에 달고 산책을 나온 참입니다. 몽글몽글 말랑한 것이 가슴을 훅, 치고 들어왔습니다. 만나는 꽃들이 더욱 예뻐서 좀 오래 눈을 맞추어 봅니다. 저들은 절정을 지나 조용한 마무리를 위한 준비 기간이겠지요. 깜냥껏 자태를 뽐냈으니 후회도 없겠지요.사는 것은 소소한 것을 쌓아서 삶을 만드는 일입니다. 차근차근 돌아보는 날들에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바쁜 척하느라 놓쳐버린 시간에는
정부가 지난 10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 입법권을 강화하는 122개 법령의 일괄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지방정부가 자기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결정, 처리할 수 있게 법령 사항을 조례에 대폭 위임하는 것이 골자다. 국가 관여를 최소화할 수 있게 관련 법 83개, 하위 법령 65개를 일괄 정비하겠다고 숫자까지 밝혔다.관련 법 정비를 위해 지방 4대 협의체와 법제처, 행안부 공무원으로 구성된 ‘자치입법권 강화 TF’도 운영할 방침이라 한다. 구체적으로는 법령상 기준을 삭제, 조례로 대폭 위임하고, 법령상의 일률적인 기준도 조례로 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 예산을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이후 관련 예산이 크게 줄어 필요한 기초연구 분야 예산이 깎이는 결과가 초래됐다. 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가 내년 R&D 예산을 올해 31조1000억 원보다 16.7% 준 25조9000억 원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이 때문에 과학계의 반발이 크다. 국내 과학계의 불만이 저명한 국제 학술지 ‘
여자를 처음 본 곳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첫눈이 늦다고 언론이 꽤나 호들갑을 떨었던 작년 12월 말이었다. 지금 내 기억에는 장소와 시간, 여자가 마땅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사라지거나 그도 아니면 최소한 희미해야만 했다. 그 마땅함과 의도는 내가 아니라 여자가 만든 것이니까. 그러나 나는 너무도 많은 걸, 심지어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이제 기억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이 그러고 있다는 게 내가 대상이 없는 상실감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하찮은 존재일 뿐이라는 근거이기도 했다.알람이 울리지
정부가 지난 7월 전국 7곳에 국가첨단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했다. 경북에는 포항 2차전지와 구미 반도체특화단지를 두기로 했다. 지역민들은 특화단지 조성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거창한 목표보다 일자리가 없어서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을 잡을 수 있는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율배반적 정책으로 인해 특화단지 조성 자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정부가 최근 경기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에 비수도권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가 규제
수상소감을 처음 써보는 거라 어색하고 두서가 없습니다.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작년에 운이 좋아 단편소설로 두 번 상을 받았지만 공공기관에서 주최한 공모전이라 그런지 다행히 수상소감을 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민간 기업에 입사해 37년을 넘게 엔지니어로서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고 좋은 기억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입찰에 성공했을 때도, 힘든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해 칭찬을 받았을 때도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은 아니었습니다.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을 선물해 주신 경북일보문학대전 운영위원회
아름드리나무는 하늘 속에 우뚝 솟아있다. 올려보면 나무 이파리 사이로 눈부신 가을 햇살이 천사의 미소 마냥 쏟아져 내려왔다. 시선을 따라가면 주먹만 한 가시 송이 반쯤 갈라진 틈으로 진 붉은 알밤이 눈에 들어왔다.진갈색 알밤을 보니 가을이 깊어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보다 먼저 겨울 채비를 하는 다람쥐가 밤송이를 건드렸는지 밤이 툭 하고 떨어졌다. 꼭 맑은 하늘이 내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그것 같아 즐겁다.누군가에게 무엇인가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떨어진 밤송이를 양발로 눌러 가시에 찔려가면서 실한 밤알을 꺼내 입술로
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 둔덕진 곳에 아담하게 자리한 고향집이 있다. 찬바람 불고 산그늘이 서둘러 마을로 내려오는 겨울 해거름이면 소죽 끓는 냄새가 마당을 메운다. 사립문 위로 붉은 하늘을 내다보시며 혼잣소리 내뱉으시던 아버지. 그 깊은 주름 속으로 스민 노을빛 얼굴이 어른거린다. 고향집 문간에 들어서면 아직도 아버지 삶의 모습들이 마당에 그득하다. 벽에 걸린 사진틀에 비뚤비뚤 꽂혀 있는 오래 된 사진들은 잊었던 추억의 문을 열며 반겨 주는 것 같다.문중 묘사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 고향집 문 밖에 담쟁이 단풍잎이 손을 흔들며 잘 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나란히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총선에 대비한 본격적인 선거전 체제에 들어갔다. 양당의 이 같은 행태는 선후가 바뀌었다. 선거전에 들어가기 전에 선거의 룰(규칙)인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부터 먼저 해야 한다. 이를 방치한 채 여당은 이슈 선점을 위해 설익은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고, 민주당은 대화보다 트집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당장 내달 12일이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일이다.총선은 지역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지역의 의사와 전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하여 세일즈 외교 측면에서 과거 어떤 정상외교에서 얻은 경제적 성과보다도 많은 액수의 투자협약이 체결되었다. 130여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이번 사우디, 카타르 국빈방문에서 사우디 156억달러, 카타르 46억달러 등 63개의 MOU와 계약 체결을 통해 총 202억달러의 투자유치와 무역거래를 성사시켰다. 작년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290억달러의 투자협약,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을 통해 이룩한 300억달러 투자
넝쿨을 이끌고 벽을 오른 덩굴손은 아버지의 표상이자 그리움입니다. 그와 동시 나의 꿈을 향한 발돋움인 것입니다. 직장인으로 쫓기듯 살면서도 문학은 늘 그리움이었습니다. 늦게나마 수필 공부를 하게 된 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주는 인생의 큰 선물로 여겨지는 시간입니다. 수상 소식은 제게 큰 기쁨입니다.몇 해 전 처음 수필을 배우러 가는 길은 그리움에 다가서는 오랜 바람이자 마음에서 일어나는 신바람이었습니다. 주왕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생각하며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에 참여하게 된 것은 제 문학의 길에 큰 무늬로 새겨질 것입니다. 훗날 문
문자에게 감사해 봅니다. 문자가 없었다면 살아가면서 느꼈던 진솔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글과의 짝사랑은 참으로 고되어 꽃길이 아니었지만 지금도 그 사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음만은 아직도 문학 소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문자가 없었던 손짓, 발짓, 그리고 소리로 없어졌을 그 생각들을 문자의 힘을 빌려 부족하지만, 글을 써서 이번 제10회 경북일보 문학 대전에 응모하게 되었습니다.수상을 하든 못하든 누군가가 제 글을 읽어준다는 것에 감사하자며 응모하게 되었는데 귀중한 상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과 그리고 심사위원님들께 만만
안녕하셔요 오랜만입니다 곰팡이 번진 칠월의 장마를 돌려세우고 나니 반가운 당신의 안부에 슬며시 무릎이 당겨집니다 여전히 빽빽한 대나무 숲이고 여전히 무성한 감나무 이파리입니까 당신은 빛을 가리고 살았군요 살구나무 아래 가시 많던 제피나무는 누가 패 갔는지 그 자리가 움푹한 시름으로 보입니다 곁가지가 많던 무궁화나무는 결국 꽃을 지워버렸네요 다리 걸만 건너면 양지편이고 음달이었으니 다리 하나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자주 바라보았습니다 중동댁 땅콩밭을 그 집 큰 손자가 팔아버렸다고 둘째 아들이 술만 취하면 패악을 부리더만 그 자리 우사
비 오는 날, 비에 물을 주는 중이다자기 전에 사막을 걷지 말라는 말잠 덧은 모래알이라서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서참, 잠이라고만 볼 수 없지꿈은 못 올라갈 나무라는 말불가능한 계획이라서,무른 무릎으로 엄두가 안 나서,참, 꿈이라고만 볼 수 없지떨지 마, 추위도 부풀었다가털썩 꺼지기도 해,꿈을 고향이랑 바꾸지 않을래?머리맡이 환해지게어떤 마을은 액자로 걸어 놨어벽을 두드려도 모른 척해서,오래된 골목이 잊혀가고참, 그때 누가 꿈을 쏟았더라떫은 기억이 계단 꼭대기에서데구루루,설익은 조각들깨져버린 맛은 조심해야 해!팔을 꿰매고, 발을 잇대어
임종을 앞둔 아버지명치 부근이 우묵하게 패여 있었다.오래 쓴 벼루의 중앙처럼온갖 궁리를 갈고곰곰이 붓의 뜸을 들였을 순간들처럼아마도 마지막 먹을 갈고 있는 듯숨을 따라 들썩였다유언의 구절을 고르고밭은 호흡마다 검은 먹물가득 묻히고 있는 듯했다.명치는 숨의 그릇이지만마지막 그곳에 담긴 숨은한 끼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그악스레 매달렸던 온갖 회한들이고이고 있었다.참 많이도 갈았던 흔적,닳은 만큼 비워낸 흔적이다닳아서 얇아진 곳,얇아져서 깊어진 곳일생의 일기가 그곳에서 기록되었으며할 말 못할 말 다 그곳에서궁리 되었을 것이다벼루의 가운
국민의힘이 6일 지역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테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을 논의했다. TF에는 자당 국회의원은 물론 전국 의료 현장의 병원장과 교수 등이 포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물론 교육위, 예결위 여당 간사와 위원 등 7명의 의원과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과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등 민간 위원 7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이다.이 같은 여당의 의료혁신 의지에 의료 불균형이 심한 경북과 전남 등 지역에서는 기대가 크다. 특히 경북은 전국에서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상 소식을 마침내 듣고 말았네요. 몽골여행을 다녀오는 끝 무렵이었습니다. 메일이 도착한 지 이미 삼일이나 지났는데, 그것도 모르고 공연히 실망하던 중이었습니다.쿵! 하는 순간, 떨어지는 건 심장이 아니라 더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 나를 잡아주는 중력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함께 시 공부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회오리 같은 중력 속으로 함께 기뻐하며 빨려 들어간 듯도 했습니다. 편집에 가볍게 참여했던 시드니 종합문예지 도 인쇄를 마치고 막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여행의 피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