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스위스 알프스에서 특별한 장례식이 열렸다. ‘피졸’이란 이름을 가진 어느 빙하를 추모하는 행사였다. 지구 온난화로 십여 년 전에 비해 오분의 일 정도가 남은 얼음덩어리. 누군가 그 형상을 감안해 붙인 명칭이다. 다들 진지한 맘으로 애도를 표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알린 퍼포먼스.삶과 대척을 이루는 죽음은 미지의 영역이다. 모든 생명은 일회성 용도이기에 경험이 불가능하다. 간혹 죽었다가 깨어난 기적을 얘기하나 아마도 환상이 아닌가 여겨진다. 누구나 죽음은 두렵다. 그 나약함이 신앙을 품고서 종교에 귀의하게 만든다.인간은 영생을 꿈
사무사(思無邪) 신기독(愼其獨) 무자기(毋自欺) 무불경(毋不敬)의 삼언십이자(三言十二字). 사특한 생각을 없애고, 홀로 있을 때일수록 삼가고, 자신을 속임이 없으며, 사람을 대함에 불경함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퇴계 선생은 이 삼언십이자를 유학의 경전 중에서 선별하여 좌우명처럼 벽에 붙여놓고 실천했다고 한다.첫 번째 사무사(思毋邪)는 공자가 시경 300편의 시를 산정한 후 한 마디로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詩三百一言以蔽之曰 思毋邪)고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시인 윤동주는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에 어느 특질이 다른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후광 효과’라 칭한다. 옷차림도 그중의 일례이다. 흔히 ‘옷이 날개’라고 말한다. 천사를 꾸미는 날개처럼 착용자 이미지를 돋보이게 만드는 메타포를 가졌다.이는 실험으로 입증된 사실. 동일한 남성을 대상으로 정장을 입혔을 때와 캐주얼을 걸쳤을 때의 판단이 달랐다. 지위가 높고 지적일 것이란 신사복 차림에 대한 평판은 평상복보다 한결 좋았다. 그런 면에서 옷은 캠페인 도구로도 쓰인다.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의류만 입음으로써 환경 보호를 외치는 의사 표시가 된다.
‘아끼다’라는 말이 있다. 아낀다는 것은 쓰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함부로 쓰지 않고 꼭 필요한 데만 쓴다는 말이다. 돈이나 물건을 지나치게 아끼는 구두쇠나 자린고비와는 다른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 보면 아끼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 너무 쩨쩨하게 보일 수도 있고, 남과 어울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함부로 흥청망청 낭비할 수는 없어도 적당히 쓰고 살아야 할 때가 많다. 자린고비라는 말을 들어가면서 알뜰하게 재물을 모아 사회에 환원해 좋은 일을 한 사람들도 드물게 있어 사회의 존경을 받고 인구에 회자되는 일도 있다. 쉽지 않은
2018년 여름은 유독 늦더위가 길었다. 보통 시월이라면 서리 내린 아침 기운에 소매 긴 셔츠를 입기 마련이지만 그 해는 중추(中秋)까지도 반팔 옷을 허락할 정도였다. 일 년 농사를 거두는 ‘결실의 계절’ 가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가배 절기만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과 끝이 마무리 지어지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문화 농사 역시 가을이 풍요롭다.인지상정(人之常情)일까? 옛사람들의 제천의식 또한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신라 길쌈놀이, 동예 무천, 고구려 동맹 등 이러한 의례들은 만추(晩秋)의 풍요를 하늘
한국인 소비 생활 지표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의식주’에서 ‘식주금융’으로 변화됐다. 한소원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금융이 3위권에 진입했다. 의생활은 순위가 밀렸음에도 필수적 행위다. 쇼핑의 대명사는 뭐라 해도 의류다.인류는 적도 부근에서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옷을 걸치게 되었다. 이런 행동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 먹는 음식과 잠잘 자리는 다른 동물도 비슷하나, 의복을 갖추는 양상은 오직 사람만 영위한다. 옷을 입는 이유는 보통 세 가지로 설명한다. 보호와 정숙과 장식의 동기가 그것이다.옷은 신체를 감싼다. 여름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60세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젊은 날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때는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뭔지 몰랐으니까요. 65세에서 75세까지가 삶의 황금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나이에야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100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말이다. 인생의 황금기가 65세에서 75세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황금기의 후반에 살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왜 이 시기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을까?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트로트는 우리나라 음악 장르로서 대중가요의 하나이다. 미국의 춤곡인 폭스트롯에서 유래된다. 일명 ‘뽕짝’으로 불리나 비하적 용어라고 기피한다. 1920년대 말엽 도입돼 정형화된 리듬과 일본 엔카 음계를 사용한 구성진 애상적 곡조다. 70년대 이르러 요즘 형식으로 구비됐다.최근 트로트는 안방극장 대세인 듯하다. 명절 연휴에도 그 열풍은 이어졌다. 나훈아가 방점을 찍듯이 일으킨 신드롬. 예능계 흥행을 견인하는 트로트 프로는 종편이든 지상파든 인기리 방영된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전산업 생산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고용시장에도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취업자 수가 뒷걸음친 지난 6개월 동안 60세 이상 공공근로 일자리는 ‘나홀로 증가세’를 보였고,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통계작성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특히 10월부터는 고용유지지원금 축소 등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북일보는 김용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을 초청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하기
편지에서부터 인사하는 말까지 아무리 작은 분량의 글이라도 글을 쓰고 난 뒤 반드시 다시 읽고 고치는 과정을 거친다.글쓰기의 과정이 계획하기, 내용 생성하기, 내용 조직하기, 표현하기, 고쳐 쓰기로 크게 대별할 수 있듯이 고쳐 쓰기 단계를 꼭 거쳐야 완성된다. 그만큼 고쳐 쓰기 단계가 중요하다.소설 춘향전에도 행인 임발우개봉(行人臨發又開封)이란 말이 나온다. 편지를 전하러 가는 출발 직전에 다시 봉투를 열어 잘못된 곳이 있는지 확인한다는 말이다. 이 글쓰기의 마지막 단계를 퇴고(推敲)라고 한다.당나라 때 가도(賈島)란 사람이 처음 과
유네스코는 1992년부터 세계기록유산을 선정했다. 인류 공동의 소유물로서 미래 세대에 전수되도록 보호한다는 취지다. 그간 ‘안네의 일기’를 비롯한 수많은 기록물이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정해졌다.한국은 총 1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 중이다. 아시아 1위이고,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등재 건수. 특히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일성록 같은 거질의 역사 문헌이 포함됐다. 국왕과 신하 사이의 국정에 관한 대화와 시대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우리들 선조는 기록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다.이번 칼럼 제목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패러디
올해는 10월 1일이 한가위 날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라는 말처럼 한가위는 넉넉한 명절이다. 코로나19가 삶의 틈새를 파고들어 괴롭혀도, 몇 차례의 태풍이 호되게 핥고 지나가도 한가위를 맞는 마음은 절로 부풀어진다. 하늘에 감사하고, 조상님께 감사하는 명절이다. 이웃과 지인끼리 정을 나누는 나눔의 명절이다. 햇곡식, 햇과일로 여름 뙤약볕에 흘린 땀이 흐뭇해지는 명절이다. 휘영청 밝은 달이 모든 이의 마음을 비쳐 더 아름다워지는 명절이다. 달 속에서도 누구를 주려는지 항아가 옥토끼를 시켜 절구질에 여념이 없다. 선약
그리스 신화에서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여 죽게 한 크라노스는 자신의 자식들 중 한 명이 그의 지배권을 빼앗을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바로 삼켜버린다.사악하고 영리한 크로노스로부터 자식을 구하고 싶은 아내 레아는 막내아들 제우스를 낳자 아기 대신에 돌을 강보에 싸서 크라노스가 그것을 삼키게 만든다. 어머니 레아의 계획이 성공하여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로부터 벗어나 장성하게 된다.장성한 제우스와 크로노스 사이에 10년 동안 지속된 싸움이 벌어지고 그 싸움에서 제우스가 승리한다. 크로노스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강타로 피해를 입은 울릉이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 영덕과 울진을 포함해서다. 특히 화산암으로 이뤄진 울릉도는 청정 동해안 유일한 섬이기도 하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불현듯 또 다른 태풍의 추억에 잠겼다.어언 28년 세월이 흐른 1992년 9월 중순쯤이니 정확히 이맘때다. 당시 울릉도는 해외여행에 비유할 정도로 관광이 흔하진 않았다. 교통과 숙박 시설이 열악한 탓이다. 일주도로도 없었다. 통통배와 승용차를 번갈아 타면서 이동하는 여정이다.입도 사흘째, 성인봉 산행을 마치고 울릉도 북서쪽 ‘태하’란 곳에 여장
초가을 불청객 태풍은 폭풍우 동반한 짓궂은 열대성 저기압이다. 그 가공할 위력은 대자연의 경이를 한순간 일깨운다. 근자에 강타한 마이삭과 하이선도 맹렬한 분노로 인간의 오만을 궁상맞게 만들었다.나흘 간격으로 몰아친 수라장은 당국의 신속한 복구가 돋보였다. 시민들 즐겨 걷는 철길숲 공원도 그랬다. 한데 지지리 운이 없는 조경수가 보인다. 강풍에 뿌리 뽑힌 녀석을 일으켜 튼튼한 지지대 설치한 소나무. 재차 엄습한 돌풍에 또다시 넘어졌다. 그대 이전삼기하길. 발랄한 까치는 실력파 건축가인 듯하다. 얼기설기 나뭇가지 엮은 둥지는 내진 설계
앙코라 임파로(Ancora imparo). 이 말은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라는 뜻의 이태리어다. 아직 배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한 사람인 미켈란젤로가 87세에 성 시스틴성당 천정화를 완성하고 나서 자신의 스케치북 한 편에 적었다는 ‘앙코라 임파로’. 최고의 예술가로 칭송을 받는 거장 중에 거장 (巨匠)이 더 이상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 배우고 정진하겠다는 장인정신을 밝힌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자각하는 겸손함을 적은 것이다.암으로 타계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마지
요즘 유튜브 방송, SNS 등을 통해 불확실한 정보가 쉽게 확산됨에 따라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가짜 뉴스가 범람하게 되고, 익명성을 바탕으로 타인에 대한 악의적 비방이나 욕설 등이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사성어에 삼인성호, 증삼살인, 중구삭금(衆口鑠金), 적훼소금(積毁銷金), 적참마골(積讒磨骨)이 이란 말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에도 경계해 왔던 것인데 스마트 기기가 발달한 지금 완전 극성을 부리고 있다.삼인성호(三人成虎)란 여러 사람이 입을 모으면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 혜
중국 정사는 흔히 ‘25사’라 부른다. 그 첫째가 ‘사기’이고, 한서·후한서·삼국지…로 이어진다. 사마천이 집필한 사기는 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사라진 고대사 연결 가교이다. 또한 새로운 역사서 편집 체계인 기전체의 효시이기도 하다.기원전 145년 시안 동북쪽 시골에서 태어난 사마천은 ‘중국 사학계 태조 대왕’이라 일컫는다. 한무제에 의해 궁형을 당한 비운의 인물이자, 죽음조차 이설만 구구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개인의 비극이 승화돼 후세들 축복이 됐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사기엔 전국 시대 정치가 상앙의 인구 증대를 위한 조치를 묘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60세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젊은 날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때는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뭔지 몰랐으니까요. 65세에서 75세까지가 삶의 황금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나이에야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96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말이다. 인생의 황금기가 65세에서 75세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황금기의 후반에 살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왜 이 시기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을까?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
폭염이 맹렬한 팔월은 고대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달이기도 하다. 일인 통치를 추구한 전임자와 달리 온건한 정치를 펼쳤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로마의 집정관 카이사르가 암살된다.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 옥타비아누스는 악티움 해전에서 정적인 안토니우스를 격파하고 제국의 권력을 장악한다.단독 집권이 아닌 공화정 복귀를 선언한 그에게 원로원은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내린다. ‘존엄한 자’라는 의미였다. 훗날 율리우스력 8월은 이를 따서 ‘아우구스투스의 달’로 명명됐고, 오늘날 그레고리력에는 ‘August’로 표기한다.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