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전’에서 놀부 심보를 묘사한 대목에 이런 구절이 있다.“사람마다 오장육부로되 놀보는 오장칠부인 것이 심사부(心思腑) 하나가 왼편 갈비 밑에 병부주머니를 찬듯하여 밖에서 보아도 알기 쉽게 달리어서 심사가 무론(毋論) 사절하고, 일망무제(一望無際)로 나오는데 똑 이렇게 나오것다.” (신재효 판소리 여섯 바탕 중, 흥보전)여기서 말하는 ‘심사부’가 흔히 말하는 ‘심뽀’, 한의학에서의 ‘심포(心包)’다. 심장의 기능을 돕는 작용을 하는 심포는 놀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장부 중 하나로 누구나 몸속에 갖고 있다.흥보전의 놀부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용병(傭兵)의 역사는 깊다.2200년 전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은 눈 덮인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정복한다. 코끼리부대 용병이 투입됐다. 눈보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상도 못 한 침공에 로마는 맥없이 무너졌다.15 세기 이탈리아 반도에서 용맹을 떨친 용병 카르마뇰라. 그는 밀라노공국 용병대장으로 베네치아를 침공했다. 하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적국 베네치아의 용병대장으로 변신한다. 말을 돌려 밀라노공국을 짓밟았다. 베네치아 작전회의에 호출된 그는 기대했던 포상 대신 참수형에 처해지고 말았다.“뛰어난
“6·25 때 지게부대처럼 묵묵히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름 없는 영웅이 있었기에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 지게부대원들 보다 내걸 먼저 세우지는 말라”6·25 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평가 받는 ‘다부동 전투’에서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쏘라” 지시를 하고 선봉에 섰던 영웅 백선엽 장군(1920~2020)이 장녀 백남희(75) 여사에게 남긴 유언이다. 공식적으로 ‘지게부대’는 ‘한국노무단’으로 전쟁 이후 동원한 민간인 인력이다. 이들은 철모는커녕 동원됐을 때 입은 학생복이나 흰색 무명바지 차림 그대로 지게에 M1 실탄이
“북한 탱크를 막을 방법이 없다. 지뢰도 부족하고 탄약도 3주 일치 뿐이다. 예비군을 무장시키려 해도 소총은 고사하고 대검조차 없다.”1971년 3월 말.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북한이 휴전선에 탱크를 집결시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밀고 내려올 태세였다.3월 27일 미 7사단 병력 2만 명이 전격 철수하자 북한군이 즉각 움직인 것이다. 아시아 지역 철군을 표방한 닉슨독트린에 따라 미군 철수가 강행됐다. 당시 남한 전력은 북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박정희 대통령은 미군 철수가 가져온 심각한 국방공백 사태를 직시했
“정의는 그 안에 분노를 품고 있다.”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에서 정의 속에 잠재된 분노를 확대했다.대중들의 정의감을 자극하면 분노에 불을 지피기 쉽다. 선동선전술에 정의가 언제나 앞장서는 이유다. 대중들은 정의로 포장된 선동적 캠페인을 통해 분열되고 대립하면서 특정 정치적 이익집단에 봉사하게 되는 것이다.독일 나치는 1934년 뉘른베르그에서 ‘나치당 정치대회(Nurenberg Rally)’를 열었다. 100만 명이 참가해 나치 이념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영광을 외쳤다. 나치는 기록영화 ‘Triumph des Willens(
안동 시내에서 도산서원 가는 국도를 타고 20㎞쯤 가다 보면 오른쪽에 ‘군자마을’이란 표석이 보인다. 이곳에서 300m쯤 들어가면 20여 채의 한옥이 산세와 잘 어우러지게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초기부터 광산김씨 가문이 20여 대에 걸쳐 600여 년 동안 터 잡아 산 외내(오천)에 있었던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과 1974년 안동댐 조성으로 수몰을 피해 옮겨 온 집들이다.이 광산김씨 집안에 김유(1481~1552)는 고향 안동에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했다. 그는 중종 때 생원시에 합격했다. 무예를 닦아 무과에도 응시했지만 뜻을 이루지
1986년 10월 16일 밤 국회. 유성환 신한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됐다. 민정당 의원 146명과 무소속 이용택 의원이 찬성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경호권 발동으로 야당 의원들의 회의장 출입이 차단된 가운데 표결이 이뤄졌다.“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 이른바 ‘국시논쟁’을 부른 유 의원의 이틀 전 대정부 질문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날 새벽 구속됐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필요성을 웅변으로 말해 준 사건이었다. 국가형벌권이 남용될 경우 빚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
‘불수능’으로 논란이 됐던 2019학년도 수능에서의 국어 31번이 화제였다.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피 요소들이 빈틈없이 한 겹으로 배열되어 구 껍질을 이루고, 그런 구 껍질들이 구의 중심 O 주위에 반지름을 달리하며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 구를 이룬다. 이때 부피 요소는 그것의 부피와 일도를 곱한 값을 질량으로 갖는 질점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으로, 그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장황한 지문을 받아든 수험생들은 “국어
“정치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고, 전쟁은 피 흘리는 정치다.”마오쩌둥 (毛澤東)은 정치를 혁명과 같은 전쟁 개념으로 보았다.‘피 흘리지 않는 전쟁’의 결정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10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정치적 통합이 일어나는 대선과 달리 총선은 정치인들의 꿈과 욕망이 분출되는 분화(分化)의 무대다.야당 계열의 움직임이 빠르다.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오는 26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오는 9월 창당 목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주 피력한 ‘길 아닌 길’이 신당인지도
시냇물이 가로막았다. 섶다리는 큰물에 쓸려 가버렸다. 여인은 막막했다. 배도 사공도 있을 리 없다.“업히시오.”난감해하던 여인을 노스님이 들쳐 업었다. 물을 건넜다. 여인을 내려놓고 스님은 휘적휘적 길을 간다.“출가자가 어찌 젊은 여자를 등에 업을 수 있습니까?” 뒤따르던 만공(滿空) 스님이 볼멘소리를 한다.“나는 여자를 냇가에 내려놓았는데 너는 아직도 업고 있느냐?”한국 불교를 중흥시킨 대선사 경허(鏡虛) 스님이다. ‘북송담 남진제’로 상징되는 우리 근현대 불교 선종(禪宗) 법맥의 출발점이다. 수많은 기행과 법문으로 유명한 경허
삽살개가 순 한반도 토종견이냐, 아니냐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게놈(유전체) 정보를 통한 한반도 토종개 기원 연구’ 결과를 내놨다.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연구팀과 경북 경산의 한국삽살개재단이 공동으로 연구해 지난달 28일 국제저널 ‘아이 사이언스(i SCIENCE)’에 논문을 게재했다.연구팀이 고대 개와 늑대, 아시아, 유럽의 211마리 갯과 동물 전체 게놈 염기서열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 토종개들은 약 2000~1만 년 전 사이 북방 유목민족을 따라 한반도에 들어왔다. 삽살개는 유라시아 혈통으로
낙뢰와 함께 여름이 시작됐다. 지구 온난화로 부쩍 늘고 있는 낙뢰. 지난 2021년에만 우리나라에 벼락이 12만여 회 떨어졌다. 전년보다 무려 50% 증가했다. 구름과 땅 사이에 순간적으로 전기가 흐르면서 발생하는 이 낙뢰에 맞을 확률은 최고 2만5000 분의 1.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누구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지난 10일에는 강원도 양양해수욕장에서 낙뢰 사고로 한 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지난 2007년 7월에는 서울 북한산 등반객 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낙뢰 사고가 이렇게 불행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공격적인 외교 전술을 펴왔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우리나라 의전 8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러다 놓고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등 15분 동안이나 무례한 설교(?)를 한 것은 첫 사례가 아니다. 중국 외교관의 협박성 발언은 하나의 외교 전술이다.이른바 중국의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외교 전략인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는 1970년대부터도 있었다. 당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겸 외교부장은 ‘외교관 16자 지침’에 “외교관은 군복을 입지 않은 해방군 전사가 돼야 한다”고 했
“올 때는 사냥개처럼 갈 때는 바람처럼/ 모조리 쓸어가니 조선 천지 텅 비었네/ 오직 청산만은 옮길 수 없으니/ 다음에 와서 그림 그려 가져가리.”선조 35년 (1602년) 명나라 사신 고천준(顧天埈)이 한양에 들어 왔다. 자기 나라 황태자 책봉을 통보하러 온 그는 은과 인삼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았다. 약탈이나 다름없었다. 수행원 동충(董忠)이 그때 치욕을 시로 남겼다. 고천준은 또 선조를 협박했다. 당시 명나라는 신생국 후금(청)에 쫓기고 있었다. 조선은 중간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는 명나라 편에 확실하게 서는 ‘베팅’을
“인생이란 고되고 이익 없는 일만으로 이루어지고, 최후의 휴식을 주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오래, 오래 발을 끌며 걸어야 하는 잿빛의 암담한 풍경처럼 보였다” 전혜린은 수필집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에서 죽음에 다가서고 있는 자신의 염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독일 유학생활 동안 치열한 고뇌와 고독 속에 자기파멸적 의식을 키웠다. 그는 결국 31살 젊은 나이에 ‘휴식’을 찾아 스스로 먼 길 떠나고 말았다.고독은 내면의 풍요로움을 선물하고 창조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폭력성을 키운다. 폭력성이 내면을 향하면 자신을 파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2일 현재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가 6539만 6004개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 자산 10만 원 이상,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위탁매매 계좌 혹은 증권저축 계좌를 말한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2007년 7월 1000만 개를 처음 넘었고, 2012년 5월 2000만 개를 넘었다. 2020년 3월 8년 만에 3000만 개를 넘었고, 그해 8월 5000만 개를 넘었다. 6000만 개를 넘은 것은 6달 뒤인 2021년 2월이었다.이제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6000만 개를 훌쩍 넘어 국
창형흡충이라는 낯선 기생충이 있다. 중간 숙주인 개미를 통해 최종 종착지인 소, 양의 몸에 들어가 번식한다. 이 과정이 기가 막힌다.창형흡충은 유충 상태로 개미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때가 되면 유충 한 마리가 개미 뇌에 들어가고 다른 유충들은 창자로 이동한다. 뇌를 장악한 유충이 개미를 조종한다. 잠시도 쉬지 않던 개미를 풀잎 끝에 가만히 엎드리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소, 양이 풀을 뜯어 먹을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게 한다. 그러다 최종 숙주인 이들 동물들에게 먹히면 뇌로 간 유충은 장렬히 죽는다. 하지만 창자 속에 대기하던 유충은
“저 놈이 내 원수인데 10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고 정치를 논했으니 어찌 내게 화병이 생기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조선 22대 임금 정조.대왕으로 불리는 몇 되지 않는 개혁군주였다. 지극한 효자였던 그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처참하게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뒤주 곁에서 술을 마시며 사도세자를 능멸하던 훈련대장 구선복을 뼛속 깊이 새겼다. 하지만 그가 조정을 장악한 노론 소속인 데다 군권을 쥐고 있어서 정조는 태연히 그와 정치를 논했다.10년을 기다렸다. 구선복의 역모가 드러났다. 그는 능지처참형
“권력을 남용하여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고 임금의 눈과 귀를 가리는 등 전횡이 심각합니다.”퇴계 이황이 선조에게 올린 환관 폐해 상소다. 임금을 보좌하는 점을 악용한 횡포가 극심했던 것이다.환관제도는 동서양에 모두 있었다. 명나라 때는 환관이 무려 10만 명이나 됐다. 3000명 모집에 2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권력과 부가 보장되는 환관이 되려고 거세 수술을 받다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가장 유명한 환관이 십상시. 후한 황제 영제가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10명의 환관들이 조정을 장악하고 매관매직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 박근혜 대
6·25전쟁의 유엔군 참전자와 피해자 수를 보면 ‘혈맹(血盟)’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세계 16개 국가에서 전투지원을 했고, 6개 국가에서 의료지원 인력을 보내왔다. 미국과 영국은 물론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부터 동서양 교차점에 있는 튀르키예, 남아메리카 콜롬비아까지 전투 병력을 보내왔다.미국은 육해공군 연인원 178만9000명의 지원군을 보내 왔다. 이들 가운데 3만3686명이 전선에서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가 9만2134명, 실종자도 3737명이나 됐다. 이 같은 피해 현황을 보면 ‘피로 맺은 동맹’이라는 말이 흘려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