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은 친구의 죽음을 두고 이별가에서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불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머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아래 생략)”라고 읊었다.가장 친한 친구가 세상을 하직했다. 이승과 저승이 강으로 갈라진다. 곡진하게 하직 인사를 주고받고 싶은데 강이 가로막고 바람까지 훼방을 놓는다.이승과 저승의 가깝고도 먼
삶이란 참으로 복잡하고 아슬아슬하다. 걱정이 없는 날이 없고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날이 없다. 어느 것 하나 결정하거나 결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내일을 알 수 없고 늘 흔들리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세상사 모두가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에는 흔들림이 더 많다.며칠 전 생전 처음으로 주식을 사 보았다. 벗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면 늘 주식이야기가 나오기에 칠십 중반에 처음으로 주식에 마음이 끌려 증권회사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소액이지만 건설주를 샀다. 그 순간부터 시간 시간이 아니, 틈만 나면 주식 동향을 살피게 되었다. 오십 원 올라
점입가경이란 갈수록 아름다운 경치로 들어가다.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상황으로 변해 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갈수록 아름답고 더 좋은 상황이 전개되고, 볼 만한 경지가 펼쳐진다는 말이다.이 말은 진서(晉書) ‘고개지전(顧愷之傳)’에 나오는 말이다.고개지(顧愷之)는 동진(東晉) 시대의 화가로, 서예의 왕희지(王羲之)와 더불어 당시 예림(예술하는 사람들의 사회)의 쌍벽을 이룬 사람이다.고개지는 사탕수수를 즐겨 먹었는데, 항상 위에서부터 먹어 (뿌리쪽으로)내려 갔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물으니 고개지가 말했다. “갈수록 점점 좋
인간이 누리는 세 가지 호사는 식욕·성욕·죽음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변이다. 정사는 외부로 드러내기엔 꺼림칙한 욕망이고, 사멸은 중간에 사용이 불가능한 일회용 속성이다. 자연히 공개적 표출 장면은 음식 섭취 행위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은 한국인 특유의 문화이다. 외국의 방송사가 취재할 정도로 열광한 현상이기도 하다. 차승원이 진행하는 예능 프로인 ‘삼시 세끼’가 인기를 끄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저마다 사정상 마음껏 먹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대리 만족인 탓이다. 마치 포르노 필름처럼 원초
노당익장(老當益壯)이란 말은 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말이다.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명장 마원(馬援)은 어려서부터 큰 뜻을 품고 글을 배우고 예절을 익혔으며 무예에도 정통하여, 그의 맏형 마황(馬況)은 그를 대기만성(大器晩成)할 것이라고 말하였다.그의 형이 젊은 나이로 죽자 마원은 상례(喪禮)를 정중히 모셔 치른 후 예를 다하여 형수를 받들었다.그 뒤 마원이 부풍군(扶風郡) 독우관(督郵官:감찰관)이란 벼슬에 있을 때 나라의 명을 받들어 많은 죄수들을 압송하게 되었다.도중에 죄수들이 고통에 못 이겨 애통하게 부르짖는 것을 보
사람은 별명 짓기를 즐기는 동물이다. 주로 외모나 성격 같은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른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왕들도 그 대상이 된다. 때론 조롱기 섞인 애칭으로 권위를 풍자해 공감을 자아낸다.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1세는 ‘붉은 수염왕’으로 불렸고, 프랑스 절대 왕정의 루이 14세는 ‘태양왕’이라 존칭됐다.인도 영화 ‘세 얼간이’는 최고의 공과 대학 신입생 셋이 총장과 벌이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곳 역시 교육의 문제점이 많은 듯하다. 마치 우리의 현실처럼 말이다. 흥미로운 별호가 여럿 등장한다. 밀리미터·소음기
㈜동양EMS 전대길 사장의 글에서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확금자불견인(攫金者不見人)이란 말을 읽고 다시금 의미를 새겨 보았다. 남송 허당 지우 선승의 허당록에 나오는 말이다.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 명예나 욕심에 사로잡힌 사람은 도리를 저버리거나 눈앞의 위험을 보지 않게 되고, 물욕에 눈이 어두워지면 의리나 염치를 모른다는 뜻으로 쓴 말이다.또 축록자불견토(逐鹿者不見兎)라는 말도 있다. 사슴을 쫓다 보면 토끼 같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큰일을 하다 보면 작은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다.축록자
모란이 남심을 구애하는 꽃이라면 여심을 유혹하는 꽃은 단연코 장미이다. 요염한 자태와 강렬한 향기가 눈길을 끌면서 욕망을 자아낸다. 실제로 톡 쏘는 듯한 향내는 남성의 체취와 흡사하다고 말한다. 애정을 갈구하는 미인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연유이다.자고로 어여쁜 여성은 삶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이는 과학적 실험으로 입증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남자는 그런 상대에게 친절한 행동을 보인다. 때로는 미끈한 짐승을 선택해 대리 만족을 구한다. 언젠가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은 ‘아름다운 낙타 선발 대회’를 가졌다. 상금이 무려 60억 원이나 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 어울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그런데 어울림을 의미하는 합(合)이 옳지 않은,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는 예가 더러 있다. 야합과 담합이다.야합(野合)이란 들판에서 합쳐지다, 비정상적으로 결합하다, 예에 맞지 않게 결합하다의 의미다.원래는 남녀 간의 합당치 못한 결합을 의미했는데, 오늘날에는 눈앞의 이익이나 좋지 못한 목적을 위해 서로 어울리거나 결합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야합(野合)이란 원래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이다.중국 공자(孔子)의 아버지 숙량흘이 같은 동네에 사는 안징재라는 처녀를 사모
뇌리에 박힌 아호(阿湖) 지명의 첫 기억은 ‘북부해수욕장 명칭 변경’을 위한 토론장에서였다. 지금은 포항 축제 장소로 명소가 된 영일대해수욕장의 본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 말 그대로 포항 북쪽에 있는 해수욕장을 지칭할 따름이다. 지역 고유의 특성은 보이지 않고 방위만을 나타내기에 오래전부터 명칭에 대한 논란이 있어 오던 터였다. 토론장은 다양한 의견을 지닌 원로들과 관심 있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드디어 양론( 兩論 )으로 나누어졌다.‘영일대해수욕장’과 ‘ 아호해수욕장’. 각기 명분은 분명했다. 전자는
철마는 ‘쇠로 만든 말’이란 의미로 기차를 비유한 단어다. 하고많은 동물 가운데 왜 마필을 선택해 빗댔을까. 빠르기로는 치타가 있고 힘으로는 코끼리도 있는데 말이다. 그것은 육상의 도구였던 말을 대체해 등장한 교통수단이 바로 기차인 탓이다. 인류사에 미친 ‘에쿠우스’의 위력은 그만큼 대단했다.동력을 나타내는 실용 단위로 ‘마력’이 사용될 정도다. 말 한 마리의 힘에 해당하는 일의 양을 표시한다. 옛날 전투에 나가는 말에다가 갑옷을 입혔다. 적군의 창이나 화살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를 ‘마갑’이라 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
맥스터(Maxtor)는 원래 미국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회사였다.맥스터(Maxtor)라는 말은 최고(maximum)와 저장장치(storage)를 합성한 말로 최고의 저장장치이다.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에는 국내 유일의 중수로 1, 2, 3, 4호기가 있다.중수로는 냉각재로 중수를 사용하는 원자로를 말하는데, 그중 1호기는 이미 영구 정지시킨 상태다.중수로에 사용하는 핵연료봉은 49.53cm로 4m에 달하는 경수로 핵연료봉의 8분의 1에 불과하고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압축우라늄에 비해 수명이 짧
가축의 활용은 세계사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류의 식량원일 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과 전쟁 무기가 되었고, 신천지 개척의 첨병이기도 했다. 신속한 정보 전달로 역사의 무대를 견인한 으뜸 주역이자 사람과 동고동락한 동반자다.속명이 라틴어 ‘에쿠우스’인 말의 등장으로 인류사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 속도의 개념을 인식하면서 동서양 판도는 격렬히 요동쳤다. 다양한 집단을 형성한 기마 유목민은 유라시아 대륙의 지형을 흔들었다. 특히 발군의 기동성을 갖춘 흉노와 몽골은 대제국을 건설하면서, 중국은 물론 유럽사 대혼란을 야기했다.인간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신호등 불빛에 쉼을 느끼는 도로, 주말이면 도심을 탈출하기 위해 남북구를 긴 동아줄로 연결 지우듯 정체되는 곳, 이곳이 우현사거리다. 포항 사람들은 이 도심을 ‘나루끝’이라 말한다. 심지어 영덕에서 포항을 오가는 시외버스는 반드시 이곳을 경유하며 “나루끝 이시더, 내리소” 라는 운전기사님의 말에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처음 포항 땅을 밟으면 가장 의아하고 궁금한 지명, 나루끝이 아닐까?강도 배도 없는데 웬 나루 그것도 끝 !포항은 1970년 산업도시가 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물길 많은 벽지 어촌이었다.
공자(孔子)가 태산에서 노닐다가 영계기가 들판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남루한 갖옷에 새끼로 허리를 두르고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공자가 “선생께서는 즐거워하는 까닭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니 영계기의 대답 왈 “나는 즐거움이 매우 많습니다. 첫째, 하늘이 만물을 낼 때 그중에서 사람을 제일 귀하게 하였는데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즐겁습니까. 둘째, 남자와 여자 중에 남자가 더 높다고 하는데 나는 남자로 태어났으니 즐겁지 않습니까. 셋째, 태어나서 강보에 싸인 채 해와 달도 못 보고 죽는 사람도 있는데 나
올해 한국의 인구 흐름에서 주목할 사항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958년 태어난 개띠들 국민연금 수령 개시와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 감소의 시작,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 15% 돌파가 그것이다. 하나같이 국민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이다.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그늘은 인구 절벽이라는 이끼를 키운다. 지난해 11월은 처음으로 인구수가 줄어든 달이다. 12월이 아닌 11월 감소는 초유의 현상. 전체 인구 규모가 쪼그라드는 추세가 현실화된 것으로 전문가는 분석한다.영화 ‘조 블랙의 사랑’은 65세 생일
우리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1950년대, 1960년대는 아이들 얼굴만 보아도 그 집의 가세를 알 수 있었다.가난한 집 아이는 몰골이 볼품이 없다. 시골아이들이 더 심했다. 영양이 부족하고 목욕을 자주 하지 못해 머리에는 부스럼이나 기계충이 번졌다. 간혹 TV에 나오는 아프리카 빈민촌 아이들만큼은 아니라도 얼굴에는 마른버짐이 피었으며, 몸에 종기가 나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머리나 몸에는 이가 기생했고, 몸속에는 기생충이 누구에게나 있을 정도였다.보릿고개 그 어려운 시절에 인체에 붙어 뜯어먹는 기생충이 그리도 많았던지.
수많은 공국으로 분열된 독일은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일 국가를 이룩한다. 19세기 중엽의 일이다. 철혈 재상으로 불린 비스마르크는 독일 제국을 선포하고 다양한 조치를 펼친다. 그중의 하나가 사회 보험 제도. 히틀러가 최초로 마련한 동물 보호법과 더불어 세계사 아이러니로 꼽힌다.현대 사회 4대 보험 중에서 세 개는 비스마르크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의료 보험·산재 보험·연금 보험이 그것이다. 물론 노동자들 좌경화를 막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 그의 복지 정책으로 지지 기반을 잃을까 우려한 사회주의 세력은 그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
아미타불의 현신으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게 알려진 보살. 세상의 모든 중생이 해탈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보살의 서원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보살이 관세음보살이다.고통과 번뇌에 휩싸여 있는 중생이 일념으로 부르면 그 중생들의 소리를 듣고 해탈하도록 도와주는 보살.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중생들은 항상 부족과 욕망과 고통의 소리를 내뱉는다. 모든 것은 변하고 언젠가는 소멸되는 것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고통과 번뇌로 괴로워하는 것이 중생이다.그 중생이 일심으로 불러 모시면 그 소리를 듣고 해탈의 대도로 인도해 주는 보살이 관세음보살
얼마 전에 강화도 1박 2일 탐방 길에 정수사(淨水寺)를 찾았다.안내판에 신라 선덕여왕 8년에 회정선사가 마니산의 참성단을 참배한 후 이곳 지형이 불자가 삼매(三昧) 정수(精修)할 곳이라 하여 절을 짓고 정수사(精修寺)라 했으며, 조선 세종 때 함허대사가 절을 중수한 후 법당 서쪽에서 맑은 물을 발견하고 淨水寺로 절명을 바꾸었다고 밝히고 있다.절명을 바꾼 까닭이 별로 이해되지 않았다. 법당 앞에 서자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대웅보전의 꽃살문이다.출입문짝 전체가 통판 투조(透彫) 형식으로 화병과 꽃을 통째로 투각하여 그 병에서 나온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