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실험 기지 ‘노바야 제믈랴’ 섬. 북극 바렌츠 해에 애벌레 모양으로 길쭉하게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는 이곳에서 220여 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인간이 만든 최강 무기, ‘차르 붐바’ 수소폭탄 실험도 있었다.핵폐기물 컨테이너도 대량 쌓여 있다. 일부는 부식돼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 섬 북쪽은 방사능 오염으로 사람이 살지 못할 정도다. 해류와 대기를 타고 방사능 물질이 퍼지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바로 영향권이다.또 이 반도에 붙은 콜라반도에도 러시아 핵폐기물 저장소가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강물이 인근 노르웨이로 흘
사람의 나이 100살은 ‘기이지수(期頤之壽)’라 한다. 사람 수명의 100년이 1기(期)이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지난 27일 기이지수, 100살을 넘겼다. 최근 키신저는 그가 만난 ‘외교전설’ 6명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 ‘핸리 키신저 리더십’이란 두꺼운 책을 내는 등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이다.키신저는 닉슨과 포드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하면서 ‘키신저 외교’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었다. 포드 재임 기간엔 대통령의 외교권을 거의 대신 수행, 미국 외교정책의 전권을 행사했다.키신저에 대한 평가는 극과
“전쟁은 경제의 부모다.”‘전쟁론’의 저자이며 군사 전략가였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경제 성장의 동력원으로 보았다.전쟁을 경제에 잘 이용한 대표적 국가가 일본이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쟁 특수를 누렸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켜 대공황을 뚫었고 6·25를 통해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게 된다. 1950년 84였던 일본 산업생산지수가 6·25 후인 1955년에는 무려 181까지 치솟았다. 미국 병참기지 역할을 통해 일본이 벌어들인 외화가 40억 달러나 됐다. “일본은 이제 살았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천의 물이 갑자기 범람해 국가기간산업인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기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로 7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 같은 피해를 인재(人災)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인재로 보기 어려운 불가항력적 자연 재난이었다.지난해 하천 범람은 2021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위험 보고서’의 지적처럼 극단적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앙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기후 위기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체감하고 직면해 있는 문제다.
1945년 8월 9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 버섯구름이 폭음과 함께 피어나면서 도시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20만 인구 중 7만 명이 숨졌다.“집은 재의 벌판일 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곧바로 찾아냈다. 부엌 뒤쪽에 있는 검은 덩어리를. 그것은 타다 만 골반과 요추였다. 양동이에 아내를 주워 담았다.”나가사키 참상을 그린 의사 ‘나가이 다카시’의 자전 소설 ‘묵주알’.백혈병에도 힘겹게 출근하는 남편이 안쓰러워 눈물로 배웅했던 착한 아내. 타다 만 몇 점 뼈로 만난다. ‘미안해요.’ 양동이에서 덜거덩거리던 그녀의 뼈가 말하는 듯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뒷말이 무성하다. G7 정상회의의 성과를 담은 공동성명의 핵심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G7은 국제사회의 기본 규범을 위반한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묘한 어조를 보였다.“우리의 정책 접근은 중국을 해하거나 중국의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거나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용의가 있다”는 등 유화적 언어를 구사했다. 이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새로운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요한복음 18장 37절)그리스도가 빌라도에게 사형선고 받을 때 했던, 사실상 최후 진술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1986년 5월 시국선언을 하면서 내세운 현실참여 명분이었다. ‘진리 증언’을 위한 ‘시대적 요청’이란 당위성이 따라 붙었다.“NLL(북방한계선),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을 계속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지.”2013년 11월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신부가 연평도를 불바다로 만든 북한의 포격을 정당화했다. 귀책 사유를 남측의 군
‘추산악 현참정’(推山惡 玄斬正)‘산처럼 쌓인 악을 하늘을 대신해 바르게 벤다.’ 장성으로 진급하거나 장군 보직을 받을 때 대통령이 하사하는 ‘삼정검’(三精劍)에 새겨진 글이다. 삼정검은 조선시대 ‘四寅劍’(사인검)에서 유래했다. 용맹한 호랑이 인(寅)이 4개 겹친 인(寅)년, 인(寅)월, 인(寅 )일, 인(寅)시에 맞춰 만든 검이다. 60년에 한 번 제작 기회가 온다. 귀할 수밖에 없다. 왕조의 무궁창성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뜻을 담아 왕이 신하에게 하사했었다.이 삼정검이 재현된 것은 전두환 대통령 때인 1983년. 육·해·공
미래학에서 비생물학적 지능의 총합이 생물학적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시점을 ‘특이점’이라 부른다. 영국 옥스퍼드 대사전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들이 매우 발전해 인류가 극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되는 가설상의 순간”이라 정의한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미래학에서 가상의 시점으로 설정한 ‘특이점’에 근접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소속 과학자들이 AI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논문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AI에 제시한 질문은 계란 9개와 노트북 컴퓨터, 책, 유리
1968년 1월 21일 밤 10시.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 청와대 인근에서 총성이 이어졌다.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1·21 사태’다.그런데 붙잡힌 공비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내부 상세 도면이 발견됐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것이다. 중앙정보부가 조사에 들어갔다. 권력의 핵심 청와대 경호실장 비서 김모 씨가 간첩이었다. 남편이 독일 유학 중 북한에 포섭됐고 그녀도 포섭돼 도면을 그려준 것이었다. 정권에 치명상이 될 수 있었던 탓에 ‘청와대 간첩 사건’은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덮였다.북한 대남 공작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입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한글로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야?”란 물음에 대한 구글 챗봇 바드의 답변 시작 부분이다. 바드는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인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 근거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나열하고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독도를 영원히 지켜낼 것입니다”라고 끝맺는다.똑같은 질문을 일본어로 바드에 해 보았더니 “독도(다케비마)는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입니다. 한국은 독도가 고대부터 한국의 영토라고 주장하
“암호화폐가 그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지만, 인간의 욕심과 이기주의로 인해 위험해질 것이다”구글 이사회 의장을 지낸 ‘에릭 슈미트’는 암호화폐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경고했다.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 발 ‘코인 게이트’가 열릴 것인가.김 의원의 가상화폐, 코인 투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상징한다. 민주당 진상조사에서도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조사단은 그가 60억 원 이상의 코인을 보유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드롭’이라는 무상제공 방식을 통해 코인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또 미공개 정보이용 가능성도 높다.
“이곳에는 공황상태를 찾을 수 없다. 폭동도 없고 수많은 감염환자를 치료하는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미국 ABC 방송은 2020년 3월 대구에 특파원을 보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던 대구가 세계의 뉴스 중심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만난 것은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아니라 침착함이었다.2020년 2월 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에서 처음 나왔다. 31번 환자. 이후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대구 의료체계가 붕괴직전까지 몰렸다. “일과를 마치신
돈은 권력의 아버지라고 했던가. 온통 정치권이 배금주의(拜金主義) 노름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배임과 성남FC 뇌물 혐의 등 돈과 얽힌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고, 이정근게이트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도 돈이 문제다. 권력투쟁에서 이긴 자와 패한 자의 차이가 돈줄에 달렸다는 등식이 살아있는 승부 방정식이었다는 음험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정치권의 돈 문제는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사건이 온통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가난한 의원 행세
#1. ‘세기의 불륜녀에서 왕비로’지난 6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 찰스 3세 대관식이 성대하게 거행됐다. 커밀라도 ‘왕비의 관’을 썼다. 75세. 그녀는 40여 년을 기다렸다.커밀라는 자신의 약혼자 소개로 한 살 연하 찰스 황태자를 만난다. 유부녀가 됐지만 황태자와 금지된 사랑에 빠졌다. 황태자가 다이애나와 결혼한 1981년 이후에도 관계는 이어졌다, 불륜이 드러나 황태자는 1996년 파경을 맞는다.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커밀라는 ‘마녀화’ 됐지만 2005년 황태자와 재혼해 끝내 왕비에 등극했다.#2. “이 늦은 시간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고 담그면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아요. 술 담그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술을 담그면 자주 실패하는 것을 경험했어요. 정신이 흐트러지기 때문이겠지요.”2014년 4월 세상을 떠난 경주최씨 집안의 전통주 중요무형문화재 ‘경주교동법주(경주법주)’ 명예기능보유자 배영신 할머니가 생전에 한 말이다. 경주법주는 17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약 300년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며 부를 이어온 경주 최부자 가문의 가양주(家釀酒)다.
1979년 3월 21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 출입기자 만찬 간담회가 마련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막걸리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렸다. 그도 서너 사발을 들이켰다. 자리가 파하고 박 대통령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때 대변인이 대통령 곁에 서 있던 기자를 소개했다. “○○일보 강 기자입니다.” “뭐 강 기자라고?”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자신의 머리로 강 기자 이마를 세게 들이받았다. 대통령이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를 직접 물리력으로 응징한 이른바 ‘박치기 사건’이다.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때는 보수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세
경주에는 ‘황남동 고분군’ ‘노서동 고분군’ 등 무더기별로 무덤의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동시에 1에서 155호까지 고유의 무덤 번호를 붙여 부르기도 한다. 일제시대 때 확인된 경주 시내의 평지에 있는 무덤 번호는 155호분이 마지막이었다. 155호분, ‘천마총’으로 불리고 있는 무덤이다. 천마총은 왕릉급 무덤으로 5세기 후반 혹은 6세기 초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1973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의 천마총 발굴 조사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천마를 그린 장니(말다래)와 금관 등 1만1500여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무덤
아이는 어미젖을 빤다.빨아도 빨아도 빈 젖. 어미가 먹은 게 없으니 젖이 나올 리 없다. 보채던 울음이 희미해진다. 젖먹이 얼굴에 한 방울 떨어지는 어미 눈물. 지친 아이는 더 이상 울지 못한다. 끝내 고개가 슬며시 뒤로 꺾인다. 눈도 감지 못한다. 감을 힘도 없다.보릿고개 넘는 해는 그래도 길다.아비는 긴 한숨으로 지게를 진다. 무명적삼에 돌돌 말린 아이. 가볍다. 진 듯 만 듯. 빈 젖만 빨다 저세상 간 아이. 꺼이꺼이 눈물을 앞세워 사립을 나선다. 그림자가 불쌍하다며 앞산까지 따라온다. 차마 뒤따르지 못한 어미는 댓돌에 맥없이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1903~1926), 문경 출신 독립운동가 박열(1902~1974)의 연인이자 동지. 가네코는 시대를 앞서 국가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올곧은 삶의 의지대로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 독립운동가다.가네코는 부모의 이혼으로 9세였던 1912년 조선에 있는 고모 집으로 온다. 이후 충북 청원군의 부강공립소학교를 졸업하고 3·1운동을 목격한다. 가네코는 권력에 대한 저항정신, 약자에 대한 연대의지를 직관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가네코는 자연스레 아나키스트가 되고 운명처럼 독립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