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고정 관념이 존재한다. 과거에 그랬으니까 응당히 그럴 것이란 선입견을 갖는다. 청나라 자금성과 조선국 경복궁도 일례이다. 근대사 권력의 심장부였던 두 장소는 면적 차이가 얼마나 될까. 자금성이 겨우 1.7배 정도 크다. 엄청난 인구와 광활한 제국의 소박함에 놀라울 규모다.중국은 통상 창장(양쯔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을 나눈다. 강북의 상징 도시는 베이징이고 강남의 대표 도시는 상하이다. 이들 북방인과 남방인은 기질 차이가 뚜렷하다. 흔히 500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으로 가고,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로 가라고 말
등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태운다는 것은 자신을 무아로 돌린다는 것이다.자신을 죽여 거기서 나오는 빛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어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태워 불을 밝힌다는 연등(燃燈)이다.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연등 축제를 성대하게 거행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 다는 등은 연꽃 등이다.태워서 불을 밝힌다는 의미의 연등(燃燈)에다 연꽃 모양을 한 연등(蓮燈)이다. 연꽃 등(燈)이 더 불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다.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 이곳에는 난타라는
코로나19의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다.세계 제일의 대국이 감당하지 못하여 자존심을 완전히 구기고 있다. 백수의 왕 사자가 모기를 두려워하고, 힘세고 덩치 큰 물소가 거머리를 당하지 못하는 형국이다.온 세계가 갈팡질팡. 나름 잘 대처하여 왔다는 우리나라도 아직은 긴장의 연속이다. 사회적 거리 지키기가 계속 강조되고 있다.각종 학교의 개학일이 미루어지고 있다. 사설 학원에서도 감염 소동이 있었다. 초중등학교에서도 온라인 대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이런저런 걱정 속에 느닷없이 ‘창가의 토토’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똑똑하지만 엉뚱한 데가 많
중국은 거대한 나라다. 뭣보다 세계 지도를 보면 실감이 난다. 수많은 국가로 구획된 유럽 대륙과 달리 단일의 땅덩어리로 형성됐다. 물경 14억 인구에 네 번째로 큰 영토를 자랑한다. 남한 면적의 96배나 되는 엄청난 대국이다.그런 중화 제국을 여행하면서 수시로 만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혁명가 마오쩌둥이다. 국공 내전을 승리로 이끌며 통치 기반을 마련한 지도자이자 유일무이한 종신 주석. 인민 광장엔 어김없이 그의 동상이 관광객을 맞는다. ‘마오 슈트’라고도 일컫는 중산복 차림에 오른손을 치켜든 자세의 입상이다. 중화 인민 공화국 건
언제부터 술을 마셨을까?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삼한의 농경의례 등의 제천의식에서 음주와 가무를 한 기록이 있다. 고대에는 일종의 종교행사로 추수 후에 부족이 함께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놀았던 것 같다.김유신과 기생 천관녀의 이야기로 보아 삼국 시대에는 귀족 중심으로 술을 판매하는 업소가 있었음이 짐작된다. 파격적이긴 하지만 중생 구제를 위해 저잣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서민들과 어울렸다는 원효의 이야기에서 서민 대상의 술집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한국인은 모이면 마시고, 취하면 싸우고, 다음날 다시 만나 웃고 함
미국인은 다섯 개의 도시로 정체성을 드러낸다. 신의 성지라 일컫는 예루살렘과 민주주의를 꽃피운 아테네, 공화제로 번영을 이룩한 로마와 타협의 문화를 다진 국민 청원의 무대인 런던, 그리고 독립 선언서 낭독과 헌법을 비준한 필라델피아다.특히 대서양 건너 신대륙으로 이주한 청교도는 로마 공화제를 모델로 나라를 세웠다. 언필칭 미합중국이란 제국은 프랑크 왕국에 이은 포스트-포스트-로마인 셈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광대한 영토를 보유한 공화국이자, 선거에 의한 민주주의를 도입한 선구적인 정치 체제다.인간이 창안한 시스템 가운데 선거제는
4월. 생명이 기지개를 켜며 동면에서 잠을 깬다. 봄비 내려 시샘하듯 서로 다투어 피어나는 봄날이다. 땅속 깊이 감추었던 색깔과 향기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땅은 어디에 하양, 노랑, 빨강, 분홍, 보라 이 많은 색소를 머금었다 아낌없이 토해내는가.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복사꽃들이 정신없이 터지더니 라일락 향기로 4월이 만발한다. 아름다운 생명의 계절, 4월이다.박목월 시인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
대부분 역사상 사건과 인물의 평가는 제각각 이미지 영향을 받는다. 사서의 기록과 학자들 연구로 형성된 역사적 심상, 소설과 연극이 창조한 문학적 심상, 그리고 일반 민중의 뇌리에 새겨진 대중적 심상이 그것이다. 특히 예술 작품은 이런 선입견 각인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대표적이다. 그가 창작한 조어와 표현은 ‘셰익스피어리즘’이란 용어가 생겼을 정도로 유명하다.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 같은 격언은 지금도 널리 인용된다.거대한 제국인 미합중국 지도자 가운데 이미지가 조작 혹은 왜곡된 위인도 있다니 의외다
스웨덴의 국왕인 ‘아돌프 구스타프’가 “조물주가 천지창조를 하면서 마지막 하루는 금강산의 비경을 빚는데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는 금강산.장엄 웅대한 남성적 암석미와 빼어난 경관의 준봉들. 영롱한 다이아몬드 빛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들. 나는 아직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의 일만이천 봉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금강산을 보지 못했습니다. 말만 듣고, 사진만 보고, 글만 읽고 그 비경을 상상할 뿐입니다. 살아생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금강산의 최고봉은 높이 1638m의 비로봉입니다. 금강 만이천 봉의 최고봉인 비로봉의 머리는 설백
“진리란 결국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여기는 권력관계를 의미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의 말이다. 이것은 상호 간 쟁점이 되는 역사의 진실 여부에도 마땅히 해당된다. 토인비가 갈파했듯이 역사는 승자의 몫인 경우가 다반사인 탓이다.언젠가 워싱턴에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K스트리트 일대는 소위 로비스트가 몰리는 구역이다. 무기와 스캔들로 부정적 어감이 강하나 미국에선 엄연한 합법적 청원 활동. 임기가 끝나는 상하원 의원 절반가량이 로비업에 종사하고, 공식 등록된 로비스트가 만 명이 훌쩍 넘는다. 민중의 울음보
용지약사 언사안정(容止若思 言辭安定)이란 말은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한 번씩 읽어 보았을 천자문의 서른다섯 번째 구절입니다.행동거지는 생각하는 듯이 하고, 말투는 조용하고 안정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얼굴은 그쳐서(행동거지) 생각하는 듯하고, 언사는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예기(禮記)’의 곡례에 “무불경 엄약사 안정사 안민재(毋不敬 儼若思 安定辭 安民哉)”의 자신과 모든 사물을 공경하고, 행동은 엄숙하여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하며, 말은 안정되고 일정하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편안해 한다는 말과 통하는 유가(儒家)들의 첫 번째
세계사는 매력적인 학문이다. 허구의 상상력인 소설과 달리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다룬다. 엄연한 현실로 존재한 일들은 꾸며낸 이야기 이상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가공된 음식보다는 자연산 식재료가 입맛을 돋우는 법이다. 물론 막후에 가려진 진실을 밝힐 책무는 후세의 사가들 몫이다.과거는 그 자체로 역사의 일부가 된다. 개인의 삶은 인생사, 국가의 내력은 국사로 표현된다. 그것은 심오한 의미가 내포된 단어다. 예전에 종결된 것으로 여기느냐, 혹은 지금도 진행되는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견해가 갈린다. 소위 ‘역사관’이라 일컫는다. 똑같은
순두부 요리를 좋아해서 음식점 수가성에 자주 간다. 수가성이란 음식점이 많은 도시에 산재해 있고, 한 도시 안에도 여러 개의 체인점이 있다.무식한 소치로 수가성이 무슨 성(城)이름인 줄 알았다. 안시성, 평양성, 남한산성, 진주성, 당최 어디에 있는 성인지 몰랐다.어느 날 경주 성내동에 있는 ‘수가성’ 순두부집에서 서빙을 하는 종업원에게 “수가성이 무슨 뜻입니까?”하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나름 궁금하여 사전을 찾고, 성경을 찾고 ‘요한복음 4장’까지 더듬게 되었다.사마리아 수가성 우물과 사마리아 여인. 예수 당시 유대인들에게
미드를 즐겨 시청하는 편이다. 케이블 채널에는 다양한 수사극 드라마가 방영된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악당에 맞서 수사관들 활약이 흥미진진 펼쳐진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치열한 두뇌 게임은 대개 사필귀정 결말로 끝맺는다.미국판 수사물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장면이 바뀌는 사이에 슬쩍 비치는 명소가 아닌가 싶다. 마치 짧은 시간에 잠깐 보내는 홍보 광고물 같다. 공중 촬영 입체 영상으로 맛보기처럼 관객을 매혹한다.‘CSI: CYBER’에는 백악관·워싱턴 기념탑·링컨 기념관이 찍힌 야경 화면이 단골로 등장한다. 예전에 여행한 곳이라 감
흔히 6070세대의 모임에서 백수(白手)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도 몇 번 쓴 적이 있다.말해놓고 보니 내가 정말 백수인가? 백수라는 말이 좋은 말인가? 딱히 정해놓고 하는 일 없이 지낸다는 말을 구차하게 설명하기 싫어 얼버무린 말이었다.백수. 어학사전에는 ‘한 푼도 없는 처지에 일은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 풀이하고 있다.그런데 나는 한 푼도 없는 사람이 아니다. 40년간 공직생활을 한 뒤 퇴직하여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꼬박꼬박 기여금을 부어 당당하게 받는 연금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전문 비공개를 결정하였으나 지난 7일 동아일보에서 공소장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상태이며, 추 장관의 결정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우리 국회에서는 피의자들이 검찰에서 기소되면 법무부에 공소장 제출을 요청해왔고, 법무부는 국회 요청이 오면 검찰에서 비실명 처리된 공소장을 건네받아 국회에 제출해 왔다고 한다.국회의원실에서는 이를 언론에 전달해 보도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왔다고 한다.나는 공소장 공개가 옳은지 옳지 않은지의 문제를 말하고 싶
인류 역사는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나 점과 선으로 구성된 삼차원 형태로 전개된다. 여기서 점은 도시를 뜻하고 선은 교통로를 가리킨다. 이로써 사람이 왕래하고 문물이 교류되면서 문명이 발달했다. 영국 시인 쿠퍼는 말했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노라고.후일 빅토르 위고는 이를 패러디했을까. 신은 물을 빚었으나 인간은 와인을 빚었다고 찬양했다. 어쨌든 도회의 흥망성쇠는 문화의 부침 그 자체였다. 지금껏 명멸한 수많은 도시들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로마를 선택하고 싶다. 오늘날 서양 문명의 원형인 고대 로마 제국 수
설(구정) 연휴에 자식들이 다녀가고, 벗을 만나고 이웃과의 인사 나눔으로 좀 분답은 시간을 보낸 뒤 일상으로 돌아와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내 나이가 일흔다섯. 어느새 ‘노인’ 소리를 들을 나이가 돼 버렸다.아흔세 살의 송해 오빠가 있긴 하지만. 노인이 어디 나쁜 말인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익어갈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렸다.‘노인과 바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로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다.고
결혼 하면 선남선녀를 연상하듯 은행 하면 돈을 떠올린다. 낚시를 드리운 강태공처럼 돈의 흐름을 주시하며 돈을 다잡는 곳이기에 의당 그러하다. 간혹 생명만큼 소중한 돈. 더러는 무섭다고들 한다. 일부는 더럽다고들 한다. 누구는 힘이라고들 한다. 모두들 가지려고 한다. 유일한 신앙처럼 한가득 품으려고 한다.녀석은 혈액처럼 흘러 다닌다. 똥개처럼 시궁창을 뒤지다가 들개 마냥 사회를 비웃는다. 도둑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장롱 속에 잠들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전염병처럼 떠돌다가 손때 절은 몰골로 금고에 되돌아온다. 포승줄에 묶인
부리망 ‘網’은 가는 새끼로 그물같이 얽어서 소(牛)의 주둥이에 씌우는 물건으로 논밭을 갈 때 소가 곡식이나 풀을 뜯어 먹지 못하게 하려는 그물망이다.경주지방에서는 허거리라 했는데 소머거리, 허거리 등의 사투리가 더 많이 쓰였다.3월이나 4월이 되면 보리밭에 보리가 많이 자라게 된다. 7월이 되면 콩밭에 콩 줄기가 무성해진다.이때 보리 이랑이나 콩 이랑에 나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소가 끄는 쟁기로 골을 타는데 일하는 도중 보리 싹이나 콩잎을 뜯어먹지 못하게 막아주며, 풀을 뜯어 먹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