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이 어제 마무리되었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서편의 좁은 골목에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사고를 지칭한다. 55일 동안 진행된 국정조사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어떻게든 책임을 외면하려고 하거나 누군가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질문과 답변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참사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는커녕 망자(亡者)와 유가족
문학이나 학문, 마음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씩 ‘놓여나는’ 체험을 합니다. ‘놓여난다’는 것은 잡혔던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놓여날 때 황홀한 엑스터시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만 압니다. 그리고 그 ‘놓여남’의 시종(始終)과 경지 또한 사람마다 구구각색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가(선가)의 깨달음입니다. 유명한 말로 돈오점수(頓悟漸修, 별안간 깨달아 꾸준히 수양함)라는 말이 있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의 “성령이 임한다”도 놓여남의 체험에 속합니다. 예수가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몰랐던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벚꽃엔딩’,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멜로 곡이다. 2012년 온갖 음악 차트를 올킬하며 전국을 들썩인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제목의 엔딩(ending)은 ‘끝부분’이라는 뜻과 함께 ‘염색 얼룩’을 뜻하기도 한다. 당연히 여기서는 후자의 벚꽃으로 물든 봄날일 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발전 격차 현상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국가와 지역 경쟁력을 좀먹는다. 정책 결정자들은 일찍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시작하는 과정에 늘 수도권 비대화를 경계했고, 5공화국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하며 규제 지역 범위를 경기도와 인천까지 확대함으로써 수도권 과밀혼잡 억제정책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서울과 그 주변만 잘 사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적극적 대응이었다.수도권정비계획법이 시행된 이후 수도권 규제는 기본적으로 그에 근거해서 이루어졌다. 적용
미국의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 신문은 새해 벽두에 2022년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the planet’s most powerful countries)의 순위를 발표했다. 이 신문은 BAV그룹 및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과 협력하여 강력한 국가 순위 평가 모형을 만들었다. 평가 모형은 군사동맹, 국제동맹, 정치적 영향력, 경제적 영향력, 리더십 등 5가지 요소의 조합에 근거하였다. 2022년도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6위에 자리잡아 8위의 일본을 앞질렀다. 이 모형은 국가를
1998년에 개봉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Mulan)이 있다. 뮬란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Reflection이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다. 가족의 기대에 따라 여성으로서의 전형적인 삶을 살고자 했지만, 우물에 비친 사뭇 낯선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자기 내면의 진실한 모습에 충실한 삶을 살 수는 없을지에 대한 내적 고민이 담겨 있는 곡이다. 이렇듯 스스로는 확인할 수 없는 나의 내적·외적 모습을 비추어봄으로써, 나를 확인하고 돌아보게 만들며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에 열려 있도록 하는 것에 ‘반사성’의 가치가 있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책과 ‘헤어질 결심’을 단단히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감동도 위로도 격려도 되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책들과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이기적 애인을 만났을 때처럼, 받는 만큼만 되돌려주면 될 것이라는 영악한 계산도 했습니다. 그런 심정으로 최근 지친 마음에 위로를 줄 만한 책 3권을 골랐습니다. 《여성의 아들 예수》,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 《새롭게 만나는 공자》가 그것입니다. “가이흥(可以興), 가이관(可以觀), 가이군(可以群), 가이원(可以怨)(시는 순수한 감정을 흥기시키며, 사물을 이해할
정부는 지난 연말 제5차 평생교육 진흥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학의 역할을 전 국민 재교육과 향상교육의 상시플랫폼으로 확대, 지자체 중심으로 대학, 기업 등과 지역 평생학습을 함께 진흥하여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소멸 방지와 국가 균형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더불어 30~50대를 생애도약기로 지정하고 학습상담부터 학습콘텐츠까지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직장인에게는 평생학습 휴가제·휴직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안은 ‘누구나 누리는 맞춤형 평생학습 진흥’이라는 슬로건 하에 디지털
2023년은 COVID-19로 인해 지난 3년간 계속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로부터 ‘일상회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해이다. 포스트 COVID-19는 기후변화 문제, 교육 문제, 식량 문제, 보건 문제 등과 같은 다양한 쟁점-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차원의 불확실성이 예견되고 있다. 더욱이 미중 간의 전략경쟁은 보호무역의 확대,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 국제질서 재편의 경쟁을 넘어 가치와 체제의 경쟁으로 격화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세력 간 진영의 대립으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2023년 벽두부터 북한의 무인기 5대가 한반도 영공을 침투하고 용산의 비행금지 구역 내 700M까지 무인기 항공 궤적이 드러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통령은 무인기의 한반도 영공침투를 두고 2019년 합의한 9·19 평양선언의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하였다.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에 대한 언급과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이후 4·27 판문점 선언,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9·19 평양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2019년 2·28일 하노이 노딜 까지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이다. 10간(干)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계(癸)와 12지(支) 중 4번째에 해당하는 묘(卯)가 조합된 형태이다. 간지(干支)의 조합은 총 60개가 있어서 60갑자(甲子) 또는 60간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요즘에는 특정 연도를 지칭할 때 10간보다 12지를 맡고 있는 동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묘(卯)의 해, 즉 ‘토끼의 해’라고 부른다.예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하늘의 신(神)이 12지를 맡을 동물을 선발하기 위해 일종의 경주 대회를 개최한다. 새해 아침 자신이 있는 곳에
작년 한 해 가장 인기 있었던 드라마는 아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일 것입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한 천재 신입 변호사의 인간주의적 활약상을 실감 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위로와 감동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여성영웅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로는 《미스터션샤인》(tvN, 2018) 이후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같은 서사장르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입장 중의 하나를 취합니다. 낭만주의 아니면 사실주의입니다. 우리가 위로를 많이 받는 쪽은 주로 낭만주의적 서사에서입니다.
인간은 사회적(social) 동물이다. 만남과 접촉을 통한 소통과 상호작용을 존재의 중요한 토대로 삼으며, 그 결과물로 관계와 공감대를 내놓는다. 사회적 동물은 그러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존재, 즉 호모커뮤니쿠스라고도 부를 수 있다.우리 민족은 말을 중시한다. 말 속에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이외에 말하는 사람의 인격까지도 들어있다고 믿는다. 상하직분에 따라 말의 쓰임과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믿는 유교적 가치관은 언행일치와 말의 신중함을 넘어 되도록 말 줄일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많이 바뀌긴 했지만, 적은 말 수에 대한 선호 경향성
저명한 미국 정치학자 로널드 잉글하트는 전후(戰後) 서구의 변화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한 적이 있다. 산업화시대의 서구사회는 자본과 노동의 계급 균열로 갈라지고 정치 균열과 정당 분화로 이어졌는데, 고도산업사회에 접어들어서는 중대한 가치 균열과 문화 균열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그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서는 양차 대전 이후 전례 없는 경제적 풍요의 시기가 도래하면서 물질적 가치보다 탈물질적 가치와 삶의 질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기술과 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복지 수준까지 높아진 호시절에 사회 구성원 가
현대사회의 재난은 점점 더 예측불가능하고 회피불가능하며 일상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현대적 재난이 갖는 속성으로 인해, 재난이라는 위기 상황으로부터 복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곧, 재난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총체적 역량으로서 ‘복원력(resilience)’이 강조되는 것이다. 재난 복원력은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한 이후, 재난이 발생하기 이전보다도 더 강한 안전성을 지닌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으로 정의될 수 있다. 유사한 재난 상황을 경험하였다고 하
대구 같은 단일 도심 분지형 도시에 없는 것이 산복도로(山腹道路)입니다. 도시 안에서 산을 횡단하거나 가파르게 기어오르는 도로가 없는 것이지요. 어릴 때 고모님댁이 있던 부산에 가면 그 신통한 도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름부터 신기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기들 공간임을 주장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서울이면 경복궁, 창경궁(원), 덕수궁, 종묘 같은 망한 나라(조선왕조)의 궁 이름들이 그런 것들이고 부산이면 산복도로, 자갈치, 40계단, 영도다리 같은 항구도시 특유의 지명들이 그런 것들입니다. 대구에는 달성공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중남미국가를 제외한 비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일을 하는 국민이다. 이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평균 4~500시간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간 근로시간이 1,349시간으로 한국이 566시간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많은 시간 일을 하고도 효율성은 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기준 42.7달러로 OECD평균 55.8달러와는 많은 차이를 보
교회는 예배 때마다 사도신경을 고백한다. 사도신경 중에 마음을 끄는 것은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라는 구절이다. 누가복음 사도행전 등 성서에서조차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에 대해 로마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300년이나 지나 작성된 사도신경에서는 로마와 로마법에 의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음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신경이 기독교가 로마에 의해 공식 인정된 후 만들어졌다는 점을 참조한다면 기독교인들이 300년이 지나서도 예수가 로마와 로마법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지난 12월 14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고독사에 대한 실태조사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작년 4월에 이 시행되었는데 이번 실태조사는 이 법률에 근거한 것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경찰청 형사사법정보 24만 건 중 고독사 요건과 부합하는 사례를 분석하였다. 고독사로 추정되는 수치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
2022년 임인년(壬寅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학도 모든 수업을 종강(終講)하고 차분해지는 분위기이다. 물론, 그런 차분함 속에서도 부산함은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기말고사 채점을 한 후 성적을 발표하고, 수강생에게 성적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고 답하는 과정이 남아있으며, 12월 말까지는 집필 중인 몇 편의 논문도 탈고해야 한다. 내년 초에 찍을 동영상 강의 교안도 올해 안에 작성해서 보내야 하고, 공동 집필하는 책 원고는 1월까지 작성해야 하는데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이렇게 마음 한 구석은 나의 게으름과 나태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