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에서 가이드가 특별히 소지품 관리를 당부할 때가 있다. 집을 나서면 마음이 느슨해지는지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 팀의 일원이었던 어느 분이 피사의 사탑에서 젊고 예쁜 백인 여성의 손이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와 있는 걸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 여성은 쌕, 웃더니 손을 뺀 뒤 인파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다행히 그분은 일찍 발견해서 도난당한 게 없었지만, 그보다 젊은 남자가 주머니를 털렸다. 사람이 몹시 붐볐던 터라 도난당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출발할 때쯤에야 지갑의 행
선사시대 유적이자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에서 청동기에 걸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원시미술이다. 10여 개의 큰 바위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포경 생활을 형상화한 대표적인 사례이자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라스코, 스페인의 알타미라 원시 동굴벽화처럼 울산 반구대의 암각화 역시 당시 서식한 동물생태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내포하고 있다. 태화강 상류의 대곡천 중류에 위치하는 대략 너비 8m, 높이 5m의 바위 표면에 단단한 석기로 새
얼마 전 도시 보행환경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 한 분을 초청해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보행환경? 중요하지, 사람들이 걷기 편하고 안전하게’. 이런 정도 생각들이야 다 할 수 있겠지만, 강의에서 다루는 보행공간은 그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또 섬세한 문제였다. 우리가 새로 눈을 떠야 할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강의 요점을 부득이 두 가지로만 정리해본다. 첫째, 보행자들의 편리와 안전을 위해서 보다 공들인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자동차 공간의 설계에 많은 공을 들인다. 최근 들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보행은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고 올해 경제 성장률은 1%를 조금 넘어서며 힘에 부치고 있다.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섰고 저성장 터널로 접어들면서 국세 감소 등으로 올해 세수가 20조 원 넘게 모자랄 판이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 국가에다 반도체 강국에 K컬처로 세계 최고 선진국으로 어깨를 치켜세운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쪼그라든 신세가 되었는가. 원인은 어디에 있나. 허구한 날 철천지 원수지간처럼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 때문일까.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엔 영달에 눈이 어두운 정치가만 우글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이 인류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한다. 인류는 불을 사용하여 음식도 익혀 먹었으며, 겨울의 추위도 피하고, 쇠로 된 농기구와 무기를 생산하여 인류 문화사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무 땔감 시대에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발견으로 탄소시대를 맞이하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바와 같이 인류는 전례 없는 눈부신 문명을 꽃피우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이산화탄소(CO²)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오히려 인류의 앞날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대
어린이를 진료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가끔 만나곤 한다. 나라도 다양해서 베트남, 태국, 필리핀, 중국(연변), 일본 등이다. 대부분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데리고 오지만, 가끔은 외국인 엄마가 자녀를 데리고 와서 의사소통을 해 나간다. 그러나 아직까지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느껴 본 적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어린이는 자신이 먼저 이해하고 엄마에게 설명하는 때도 있다. 그만치 우리나라도 이미 다문화가족이 많이 늘고 있다고 생각되며 따라서 많은 어린이가 해외에 있는 외가에 갈 기회가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국제적
의료 분야는 인류의 건강과 직결된 분야로서 효율적이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이루어지는 곳이다.인류가 존재하는 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료 분야는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거듭해왔다.과학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내거나 병을 예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는 등 의학 분야에서의 연구와 혁신은 늘 치열하게 이뤄져 왔다.이러한 흐름은 최근 들어 큰 “변혁”에 직면하게 됐으며, 그 중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이미 현재에도 인공지능은
이민을 떠나려면 무엇보다 자신만의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 돈이 많던 가, 아니면 반드시 기술이라도 있어야 한다. 미용이나 요리 따위의 기술은 비단 이민을 떠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호주에서 그걸 뼈저리게 느낀 남편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케이크 만드는 기술을 배우겠다며 빵집을 기웃거렸다. 기술을 알려준다는 조건으로 겨우 고속터미널 근처에 있는 빵가게 조수 자리를 구하게 되었는데 어이없게도 한 달도 못 돼 그 가게가 문을 닫고 말았다. 감자 샐러드 만들 때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물에 넣고 삶는 요령을 끝으로 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고비설’에 직면했다. 검찰이 본인을 향한 막바지 수사를 벌이고 있는 백현동 특혜·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 청구설’이 파다하다. 이 대표가 당 혁신을 하겠다고 임명한 김은경 당혁신위원장의 ‘설화 리스크’가 확대되고 윤관석 의원 구속 이후 민주당 의원 19명의 돈봉투 수수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당내에선 ‘삼각 리스크’ 모두 이 대표의 거취론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들 문제 가운데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가 가장 절박한 문제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일본뇌염(Japanese encephalitis)은 일본뇌염바이러스가 매개체인 작은빨간집모기에 의해서 전파되는 질환이며, 사람과 가축 등 다른 동물에게도 질병을 일으킨다. 모기가 극성을 부릴 시기인 7월부터 환자 발생이 시작되어, 이 시기가 되면 지역마다 첫 환자가 발생하였다고 경쟁적으로 신문에 대서특필해서 경각심을 높여 왔다. 1971년 이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이 시작되기 전에는 여름~초가을에 어린이들에게 최대로 공포스러운 질병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1949년에 5,616명 발병하여 2,729면 사망, 1958년에 6,897명 발
미·중 관계를 이야기할 때 과거에는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 배제)이라는 말을 많이 썼으나, 바이든 정부 출범이후 디리스킹(derisking : 탈위험, 위험관리)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었다. 디커플링은 쉽게 말하면 미국과 중국이 갈라서겠다는 ‘헤어질 결심’의 미국식 표현이었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선거 캠페인으로 내세운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중 간의 갈라서기가 본격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중국 및 이란을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하면서 맹공을
지역 주택시장은 2021년 이후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매물은 늘어나면서 가격의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아파트 거래량은 소폭 증가하고 있고 미분양 물량은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의 예측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지역의 주택소비 심리위축은 지표상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도 2년 가까이 100 이하를 기록하며 심리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심리적으로 수요자들이 위축되면서 시장의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부
오전 9시에 헬스장에 간다. 스트레칭 후 러닝머신에 올라가 힘차게 걷는다. 땀을 쭉 빼고 나면 기분이 맑아지면서 개운하다. 그때부터 근력 운동을 1시간쯤 한다. 환절기에는 야외에서 유산소 운동을 한 뒤 실내로 와서 기구를 들지만,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아예 실내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탁구나 배드민턴, 등산이나 골프처럼 여럿이 할 수 있는 운동과 달리 헬스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정말 하기 싫은 날도 있지만, 일단 도착만 하면 분위기에 휩쓸리기 마련이라 헬스장에 몸을 데려다 놓는 게 중요하다.운동이 끝나면 양쪽 어깨를 꼭 껴안아 주며
새만금 잼버리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청소년을 맞이하는 행사라면 우선은 잘 챙겨주고, 가능하면 통 크게 ‘쏘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장삿속이 먼저인 것 같은 운영에 국민은 낯뜨겁기 그지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 과정에서 새만금 간척지의 곤란한 상태가 고스란히, 그것도 국제적으로 드러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반 상태나 온갖 환경 여건이 캠핑조차 어려울 정도로 조악하기만 했다. 국제적 홍보와 투자유치를 노리고 개최한 행사에서 오히려 단점만 드러낸 격이라니, 더 난감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지역
코로나 엔데믹 전환 후 맞이하는 첫 여름 휴가시즌인 요즘,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공항마다 인산인해이다. 특히 서유럽 패키지여행의 필수 코스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인이 방문하는 인기 장소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루브르 궁전을 개조한 것으로, 1669년 첫 번째 살롱전을 시작으로 1793년 비로소 회화작품을 전시하며 박물관의 첫 문을 열었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은 야외의 유리 피라미드 조형물과 61만 점이 넘는 소장작품 중 회화 소장품만 총 7500여 점에 이른다. 전시실에 있는 작품이 3500여 점에 이르러 1분씩 감상한다고
요즘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1955년 창당한 민주당을 모태(母胎)로 삼고 있는 적손당(嫡孫黨)이 맞는지 의문스럽다. ‘민주당’이 창당된 초창기 때 이 당에는 대통령 후보(1956년)로 출마해 유세 중 급사한 해공 신익희 선생, 1960년 내각제 총리를 지낸 장면 박사, 8선 의원 정치인 정일형 박사 등 애국지사와 같은 정치행보로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존경받는 인물들이 즐비하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자랑스런 ‘조상’들의 후대들이라고 스스로 자부를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이들 ‘조상’들과는 피
1950년에 발발한 6·25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수석대표와 중국, 북한 수석대표가 휴전 협정에 서명함에 따라 중단되었다. 끝까지 북진통일을 외쳤던 이승만 정부는 휴전에 반대하였기 때문에 휴전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이 유엔군에 있었으므로 우리 측이 빠져있다고 하더라고 이상할 것은 없으나, 북한은 서명 당사자에 이름을 올림으로서 일견 당당한 독립된 전쟁 당사자의 지위를 가진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6·25 전쟁은 큰 틀에서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 사이에
홍역(Measles 또는 Rubeola)과 볼거리(Mumps) 그리고 풍진(Rubella, 또는 독일 홍역, 3일 홍역)에 대한 예방백신은 세 가지가 합해서 제조되어 MMR로 12~15개월에 1차, 4~6세에 2차 접종하면 된다. 약독화 생백신으로 다른 생백신과 동시에 다른 부위에 접종 가능하나, 따로 맞출 경우 서로의 항체 생성율을 저하를 막기 위해서 최소 4주는 띄워야 된다. 수두백신(VAR)도 12~15개월에 맞는 생백신이어서 MMR 1차와 동시에 다른 부위에 접종하면 항체 생성률 저하의 걱정을 피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4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혈액투석 시작 시기의 결정은 요독증의 증상 및 징후, 사구체여과율을 비롯한 검사소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이뤄진다. 최근에는 상기 요소를 고려함과 동시에, 혈액투석을 시작함으로써 발생하는 치료의 이득과 위해에 대해서 환자와 의료진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환자 중심으로 함께 결정하는 추세이다. 다만,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혈액투석이 필요할 수 있다.중증의 요독성 뇌병증 및 말초신경병증, 요독에 의한 심낭염 또는 늑막염, 요독에 의한 출혈,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조절되지 않는 폐
세월만 축낸 자식을 꾸짖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손녀딸을 반기는 시부모님의 모습은 차라리 배려였다. 호주생활의 불성실에 대해 때 늦는 후회가 밀려왔다. 쌀을 씻다가도, 지하철을 타다가도 ‘8년 동안 호주에서 뭐 하다 왔니?’ 하는 소리가 가슴에서 후려친다. 8년간의 호주 유학생활은 귀퉁이가 살짝 시든 깻잎처럼 버리기는 아깝고 간직하기엔 고통스러운 흔적들이었다. 그러던 중에 현지 지인들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일전에 이미 밝혔지만 이민생활에서의 종교는 지역공동체 역할을 했기에 우리도 한인교회에 몸담고 있었다. 그 교인 중의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