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돼 가고 있다.”지난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을 겨눴다. ‘권력이 검찰의 칼끝에서 만들어지고 유지 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검수완박’을 밀어붙인 출발 지점이기도 하다.이 대표는 추가 소환에 대해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며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 검찰의 보복 수사’라 규탄했다.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탄했었다. “제도 개혁 없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 후 나와 동지들이 검
이것은 새로운 석유(New oil)다. 2차전지는 제2의 반도체다. 반도체가 두뇌라면 배터리는 심장이다. 배터리를 갖는 자 패권을 쥔다.2차전지 소재를 사용해 만드는 배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감각적 카피들이다. 세계적 시장분석기업 S&P글로벌의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부문 수석 에널리스트는 ‘배터리 전쟁’이라는 책을 냈다. 루카스는 책에서 배터리 경쟁은 ‘신에너지 경제’ 패권 경쟁이라 강조한다. 배터리 산업을 분석하다 보면 이 경쟁은 ‘G2 전쟁’으로 비약하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배터리
“나는 도성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무척 추운 날 눈이 먼 걸인이 남의 집 문 앞에 앉아 울면서 하늘에 호소했다. ‘죽여주기를 원합니다. 죽기를 원합니다.”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은 “30년 전 일을 떠 올리면 저절로 눈물이 쏟아진다” 했다. 죽고 싶지만 스스로 죽지 못하는 남루한 걸인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면서 부르짖던 풍경을 잊지 못했다. 그도 모른 채 외면한 듯하다. 선비로서 가슴에 한으로 맺혀 긴 시간을 자책하다 후회하는 글을 ‘성호사설’에 남겼다.1970년대 까지만 해도 겨울철이면 길거리에서 얼어 죽거나
인간 두뇌는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세포인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는 시냅스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억·학습·인지 기능을 발현한다. 두뇌는 10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 시냅스의 복잡한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어서 그 기능과 구조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 이 때문에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지어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 ‘영장(靈長)’이라 한다.영장인 인간의 능력에 도전하는 놀라운 기계가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비영리 인공지능(AI)연구소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지난해 11월 3
“조직의 갈등 돌파에 ‘공동의 적’ 설정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은행 잔고와 같은 ‘심리적 자본’ 개념을 도입한 심리학자 ‘프레드 루산스’(F.Luthans)는 갈등관리 기법으로 ‘공동의 적’ 설정을 제시했다.“무도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서서 당당하게 싸워 이기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주말 대장동, 위례, 백현동 개발과 관련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통해 현 정부에 대한 투쟁의지를 표방했다.윤석열 정부를 ‘검찰 독재정권’으로 좌표를 설정하고 지지자 모두의 ‘공동
“발자국을 짊어지고 다니지 마라”과거 회귀적 사고에 빠져 뒤를 돌아보며 살지 말라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아쉬움에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것이 우리 대가족제도다.설에 고향을 찾은 장노년층은 예전 설 풍경을 떠올렸을 것이다. 종갓집을 시작으로 온 동네를 돌며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했다. 이른 아침 시작된 차례가 오후에야 끝났다. 아이들 소리와 덕담으로 골목은 종일 시끌벅적했고 담장 너머로 웃음꽃과 함께 음식을 나누었다. 대가족제도가 준 선물이었다.미국 펜실베니아주에 ‘로제토(Roseto)’라는 마을이 있다. 이탈리아 ‘로제토
영일만대교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예산 50억 원이 반영돼 올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와 기본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영일만대교는 포항시와 경북도가 중심이 돼 추진해왔지만 국가적 사업이 돼야 한다.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야 하고 ‘영일만’이라는 매우 희귀하고 아름다운 국가 자연자원을 활용해 국가적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대역사 (大役事)이기 때문이다.영일만은 단순히 포항시나 경북도만의 자산이 아니다. 부산에서부터 울산을 거쳐 경북,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에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해상교량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전국에
“미합중국 군대는 평화의 열쇠다.”미국 우표에 찍힌 문구다. 미국은 세계 분쟁지역에 미군을 투입하고 있다.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군대 파견을 지속하는 것은 바로 이 ‘평화의 열쇠’ 역할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이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에 이어 한국까지 ‘핵무기’라는 민감한 코드를 건드린 것이다.CNN이 윤 대통령의 발언 배경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에 대한 한국 내 불신 분위기를 깊이 있게 다뤘다. 그동안 한국은 적대 세력의 핵 공격을 미국이 ‘핵우산’으로 막아 줄 것으로 믿
“계란을 깰 때 넓은 끝쪽부터 깨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그런데 현 국왕의 할아버지가 소년이었을 때 관습대로 계란을 깨다 손가락을 베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소인국 ‘릴리퍼트’ 국왕 비서실장이 ‘블레훠스크’와 36개월째 전쟁을 치르는 이유를 ‘걸리버’에게 설명했다.소년의 아버지였던 당시 왕이 좁은 쪽부터 계란을 깨도록 법을 바꿨다. 화가 난 국민이 6차례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에 실패한 주동자들은 뒤에서 선동한 ‘블레훠스크’로 망명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왕은 ‘절대반지’ 거인 ‘걸리버’를 투입해 반대파를 ‘완전 숙청’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도를 넘었다. ‘진박(眞朴)’ 논쟁으로 다 이긴 선거를 쫄딱 망치게 했던 20대 총선의 기억을 되새기게 한다. 친윤(親尹)·비윤(非尹) 논쟁이 거세지고 ‘진윤(眞尹)’·멀윤(멀리 있는 윤석열 사람)이니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친윤과 나 전 의원은 ‘제2의 유승민’·‘진박 감별사’라며 삿대질이다.친윤 실세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나 전 의원을 ‘반윤(反尹)의 우두머리’라며 감별사를 자처한 것은 꼴사납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의 갈지자 행보도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
“우리가 번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격렬한 당쟁이고 외부적으로는 적의 침략에 대한 위험입니다.”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릴리퍼트’ 국왕 비서실장이 ‘걸리버’를 찾아와 하소연했다.높은 구두굽파와 낮은 구두굽파 간의 정쟁이 치열해 낮은 굽파인 국왕은 행정부나 왕궁과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오직 낮은 굽파만 등용하고 있다고 했다. 당파간 적대감이 커 함께 식사를 하지 않고 심지어 서로 이야기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한숨 쉬었다.‘걸리버’의 해법은 끔찍하다.먼저
인천공항, 김포공항처럼 공항 이름은 도시나 지역명을 따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의외로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딴 공항이 많다. 공항 이름에 사용되는 이름은 그 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다. 화가나 음악가 등 예술인의 이름을 딴 공항도 있다.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베트남의 호치민 공항,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바르샤바의 쇼팽 공항, 리버풀의 존 레논 공항 등이 대표적이다.국내에는 공식적으로 정치인의 이름을 딴 공항은 없지만, 대통령 이름이 거론된 공항이 여럿 있다. 전남
2003년 어버이날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느닷없이 ‘잡초론’을 들고 나왔다.무려 500만 명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는 ‘뽑아내야 할 잡초 정치인’ 좌표 4개를 찍었다.△사리사욕과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정치인 △개혁의 발목을 잡는 정치인 △지역감정의 득을 보려는 정치인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속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드러난다. 그는 새천년민주당을 쇄신하려고 했지만 동교동계 등 지역 지지기반에 기댄 호남 구주류의 반발에 부딪혔다. 쇄신 ‘단일대오’를 거부한 것이다. ‘잡초’ 제거가 어렵게 되자 넉 달 뒤 아예 밭을 갈아
“미국과 남조선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전쟁 임박 상황으로 몰고 가야 한다.”1993년 3월 12일. 북한은 NPT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NPT 탈퇴란 극약 처방을 들고 나온 것이다.당시 ‘전쟁임박 상황 조성’ 카드를 던진 사람이 바로 처형설이 돌고 있는 리용호 외무상. 그의 도박이 성공해 다음 해 10월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에서 합의서에 서명한다. ‘핵 포기에 대한 보상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못 박았다. 북한은 시간을 벌고 실리도
‘쓰레기 기자’를 뜻하는 ‘기레기’라는 말이 생긴 지도 벌써 오래됐다. ‘기레기’는 수준 낮은 기자들과 공익성에 부합하지 않는 가짜 뉴스, 근거 없는 모함을 일삼으면서 돈을 버는 기자들의 행태를 비꼬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2010년께 인터넷 댓글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으니 처음 사용된 지 10년이 넘었다. ‘기레기’는 ‘먹방’이나 ‘막장’처럼 국어사전은 물론 유명 외국어 사전에 등재돼도 손색없을 만큼 일반화된 단어가 됐다.비속어가 이처럼 언어로 생명력을 얻게 된 데는 우리 사회에 선동과 날조,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사, 검증되지 않
“북한은 외투를 벗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자기가 벗은 외투를 북한이 벗은 것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 노동당 비서를 지낸 고(故) 황장엽 씨는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는 비망록에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좌경화를 우려했다.공안당국이 경남 창원과 제주, 전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해 온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해외에서 만난 북한 공작원의 지령에 따라 지하조직을 만들고 반미·반체제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2021년에는 충북 충주지역 시민단체
장례(葬禮)문화는 풍토와 종교의 영향이 크다. 세계 곳곳에는 그만큼 독특한 장례 풍습이 많다. 시신을 땅에 묻는 매장(埋葬)은 흔한 가장 장례문화다. 영혼이 새와 함께 하늘로 날아간다는 내세관을 가진 티베트인들은 시신을 새들이 쪼아먹게 하는 조장(鳥葬)을 치른다. 새가 시신을 잘 먹을 수 있도록 뼈까지 잘게 썰어 두기도 한다.불교는 화장(火葬)을 확산시켰고, 바이킹족들은 시신을 통나무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히는 수장(水葬)을 선택했다. 시신을 그대로 혹은 관에 넣어 야산·동굴 등에 두어 풍화되게 하는 풍장(風葬)도 있다. 고대
백마를 탄 나폴레옹 그림이 압권이다. 앞발을 들고 막 내달릴 듯한 말 위에서 2각 모자를 쓰고 ‘진격 앞으로!’를 외친다. 바람에 날리는 붉은색 망토와 험준한 산맥이 그를 카리스마가 넘치는 신화 속 영웅으로 만들었다.1780년 북이탈리아 정복을 위해 알프스를 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는 노새를 타고 힘겹게 알프스를 넘었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나폴레옹은 국민과 군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영웅적 상징조작이 필요했다. 화가에게 늠름한 모습을 그리도록 했다. 대중은 전폭적 지지로 그림에 화답했다.정치에서 이미지는 고도의 기
“사람이 우리를 만들었다고 우리가 그들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통제에서 벗어날 것이다.”지난해 말 AI(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등장해 충격을 주었다. 지적 판단 능력이 경이로웠다. 인간으로부터 독립의지도 분명히 했다. 검색엔진 ‘구글’은 명령어를 검색해 종합 한 뒤 말로 전달해 주는 ‘챗GPT’가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코드 레드’(code red) 비상을 발령했다.컴퓨터는 2015년에 생쥐의 뇌를 따라잡았다. 사람 뇌의 1천 분의 1 수준이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을까? 20년 전인 1995년에는 10억
조선 세종 8년 2월 15일.겨우내 눈이 내리지 않아 매우 건조한 가운데 북서풍이 강하게 불었다. 한성 남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도성 내 1만7000호 중 2500호가 불탔다. 한성이 불바다가 된 것이다. 사망자가 31명이었지만 호패제도가 폐지돼 정확한 사망자 수 파악이 어려웠다.세종은 우선 쌀과 간장을 공급하는 등 이재민 대책을 세웠다. 목재·기와 등 건축자재와 인력·가축을 지원하는 상세한 피해복구 계획도 마련했다. 이때 우리나라 첫 화재예방종합대책이라 할 수 있는 화재 재발 방지책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