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의 미얀마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미얀마 불복종운동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은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세계 17개 에큐메니칼 운동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버마 플랫픔’은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위한 소통과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버마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소식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수치의 집권 이후 희망의 경로를 찾아가던 미얀마는 현재 길을 잃었지만 그래도 법과 국가의 이름으로 온갖 악행이 저질러지고 있는 현장에서 시민들과 청년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대한민국은 일본, 대만,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우리에겐 선택지가 하나 있습니다. 집단적 행동을 취하든지, 집단적 자살을 택하든지. 그 선택이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회담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이렇게 말했다.필자가 기후와 관련해 1990년대 초반 학창 시절 처음 들었던 용어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였다. 이후 지구온난화와 함께 사용될 때, 현대사회의 기후 양상이 잘 설명된다는 맥락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역시 친숙한 개념이 되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라는 개념이 객관적인 현상을 반
‘승리하는 소녀 영웅’에 관한 이야기는 전설이나 소설의 흔한 소재입니다. 가장 극적이고 유명한 ‘소녀 영웅의 승리’는 판소리 심청가에서 나옵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는 한 가난한 소녀의 지극한 염원이 죽음을 극복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위대한 승리로 귀결됩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주고받는 눈물이 거의 인당수 바닷물을 통째로 옮겨놓은 양만큼 됩니다. 오죽하면 “심청가로 못 울리는 놈은 소리꾼도 아니다”라는 말이 나돌았겠습니까? 심청이가 심황후가 되고 세상의 모든 눈먼 이들에게 잔치를 베푼다는 결말이 중한 것이 아니라(거기서 “어
202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3개국 중 27위를 기록하여 전년 대비 4단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경쟁력은 29위를 차지했다. 특히 대학교육 경쟁력은 46위로 38위인 초·중등교육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재정투자의 빈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낮은 재정투자는 정부의 빈곤한 교육지원예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학생 수 감소 그리고 2009년부터 시작된 등록금 인하·동결
지난해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4.2% 늘어난 약 6000억달러(약 787조원)를 기록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9년 연속 수출 1위 산업(2021년 반도체 수출은 우리 총수출의 19.9% 차지)으로서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해왔으며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우리의 핵심산업이다.최근 디지털·그린 전환 가속화로 AI와 빅데이터의 출현과 함께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처리할 수 있는 고지능·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품목으로 인식해 관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석 달도 못 되어 취임 허니문이 사라졌다.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일어나더니 곧이어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 가운데에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임기 말에 나타나는 레임덕에 직면한 게 아닌가 하는 언론비평이 나오고 있다. ‘취임덕’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추락의 가장 큰 책임은 그 자신에게 있다. 정치경력이 짧아서인지 민심을 읽는 정치적 감각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제한되었던 집합 모임이 활발해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결혼식이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불리는 결혼식에서 배우자와 함께 새로운 삶을 맞이할 가족이나 친척, 지인을 직접 축하할 수 있는 기회를 되찾은 것만으로도 결혼식은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축제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그런데 결혼식이 마냥 기분 좋은 축제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축의금을 둘러싼 갈등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의금 때문에 오랫동안 우정을 유지해왔던 친구와의 관계가 나빠지기도 하고
저는 바닷가 작은 어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다 옆에 서면 늘 따듯한 어머니의 품을 감지(感知)합니다. 태어날 때 저를 받아주었다던 주인집 할머니(얼마 전까지 성함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몇 년 전에 그곳에 들러 그 할머니 소식을 물었더니 동네 어른 한 분이 따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따님이 오래도록 그 집을 지키며 살았더랍니다. 그 얼마 전 자식들이 와서 모셔갔고요. 제가 태어난 집은 그 이후로 빈터로 남아(집을 헐고 공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새 주
제46차 한국YMCA전국연맹 전국대회가 지난 1일 열렸다.이날 참가자 일동은 ‘이제 생명을 택하여라(신명기 30:19)’ 는 말씀을 붙잡고 생명과 평화의 밭을 일구라는 주님의 명령을 따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사도로서 느리고 더디 가더라도 동역자와 함께 가야 할 이 고난의 길을 힘차게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코로나 팬데믹의 파고와 세계적인 경제 위기, 현실적 고통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우쿠라이나와 러시아의 비극적 전쟁을 포함하는 신냉전적 세계질서의 도래로 전 세계는 위협받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민주적 질서의 위기 등 우리는 중층적으로
전 지구적 세계시장으로 인해 국제적인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 국가들 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로즈크랜스(Rosecrance)는 국제정치학의 관점에서 세계시장에서의 국가 실체를 가상국가(virtual state)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하였다.로즈크랜스는 가상기업과 유사한 가상국가가 세계사회의 정치와 경제에서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세계화 시대에서 기업은 생산설비를 수익성이 높은 장소에 위치시키며, 이는 기업의 본부와 동일한 장소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다. 전 지구적 경쟁에서 경쟁력
“추억에 젖어 살면 그는 이미 늙은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에 매인 삶이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회고(回顧)는?”, 그렇게 그 말에 반문해 본 적이 있습니다. 회고는 추억인가, 반성인가, 아니면 안타까움인가, 그도 아니면 기억의 재생산을 통한 삶의 교정(矯正)인가? 그런 생각도 같이 떠올랐습니다. 그 모든 것의 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복수의 마음도 한몫 할 겁니다. 옛날에 받은 상처에 대한 앙갚음의 마음도 중요한 회고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든 억울했던 일이 다 있기 마련이니까요. 사실 어떻게
며칠 전 신문의 국제면에 이탈리아 빙하 붕괴로 사망자가 최소 7명 이상이고 실종자도 13명이나 된다는 소식이 실렸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의 지맥인 돌로미티산맥의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는 빙하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지난 6월 말부터 유럽을 덮친 폭염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되었다. 마르몰라다산 정상의 주변 온도는 평소 섭씨 0도였는데 빙하 붕괴 당시 온도는 10도를 오갔고 이 때문에 빙하가 녹으면서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마르몰라다산의 빙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빠
7월 1일 자로 민선 8기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4년 임기가 새로 시작되었다. 4년 동안 이들이 거둘 성과가 지역 주민의 삶을 크게 좌우할 것이다. 그 성과가 특별하다면 지역의 위상이 올라가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 또한 높아질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전례 없이 많이 나오고 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 후보가 싹쓸이하는 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선거 과정의 우여곡절을 떠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헌신해야 한다. 특히 비수도권 지
2022년 7월 10일 제26회 일본 참의원 선거가 개최될 예정이다. 참의원 의석수는 248석이며, 임기는 중의원보다 2년이 더 긴 6년으로 3년마다 정족수의 과반수가 선거를 시행하게 되어 있다. 이번 선거는 선거구 74의석, 비례대표 50의석 그리고 가나가와(神奈川) 보궐선거(결원 1)를 합쳐 총 125개 의석이 결정된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중의원 해산이 없는 한, 향후 3년간 대형 국정 선거가 없기 때문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다. 유권자들은 국민의 생활을 직격하고 있는 고물가에 대한 대
대학입시(대입) 정책은 마치 생물과 같아서 정권이 교체되거나 특정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금세 그 흐름을 타고 바뀌기도 한다. 물론, 대입 정책이 그렇게 유동적인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는 3년 3개월 전에 대입 정책을 발표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2년 6개월 전에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결정한다. 대학에서는 1년 10개월 전에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세우고 9개월 전에 모집요강을 만들어서 공개한다.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이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 이미 정부의 대입정책 기본안이 만들어지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대학입시 요강이 만들
제가 콤플렉스 덩어리라는 것을 안 것은 막 20대 후반으로 접어들 때였습니다. 문학연구에 유용한 심리학책을 하나 번역하게 되었는데 그 책 속에서 열거되고 있는 여러 증세들이 모두 제 안에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누구나 자기의 약점이나 흠집을 지적당하면 강한 심리적 저항에 부딪치게 됩니다. 저도 큰 반발심이 들었습니다. 하나도 인정하기가 싫었습니다. 한 페이지 번역하는데 일주일씩이나 걸렸습니다. 그렇게 1년을 책과 씨름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콤플렉스 덩어리다”라고 자인하고 말았습니다.제겐 수박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어릴 때 아버
아시아·태평양 YMCA연맹 유치활동을 하면서 언론자유나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대만 정도가 그나마 민주적 정치 체제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한국 시민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팬데믹 중에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을 창립하고 역사정의 한반도평화운동과 평화헌법지키기운동을 상호 지지하기로 결의하였다.자국의 문제를 한·일 시민사회 간의 상호협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로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우리는 곧 이 플랫폼이 아시아 시민사회(Civil Asia)
때로 우리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져보게 된다. 먼저 보수와 진보의 대체어로 사용되곤 하는 우파와 좌파는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유효한 개념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다원성, 복잡성, 중층성을 그 속성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마치 일차부등식의 수직선상에 놓인 좌변과 우변과 같은 기준은 점점 더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어 간다. 기준점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좌·우 구분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좌파 및 우파 개념이 유래한 유럽에서의 전통적인 좌·우파 정책을 참조할 때도 어느 한 관점을 양자택
질투가 운명의 훼방꾼이라는 것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권력자가 질투심만 잘 제어했으면 나라의 운명이 크게 바뀌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역사소설의 단골 소재입니다. 문학은 항상 인간의 ‘작은 결점’을 파고듭니다. 질투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역사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질투로 빚어지는 극적인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잘 아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도 왕의 제1부인이 호동왕자를 연모한 나머지 호동과 낙랑공주와의 사랑을 질투해서 두 사람을 죽음으로 밀어 넣었다는 희곡작품도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2월 24일)한 지도 벌써 4달이 넘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내·외로 피란을 떠나는 난민 수가 1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로 피난한 수는 7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말까지 이 숫자는 8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 폴란드는 37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유럽의 최빈국에 속하는 몰도바도 10만 명의 난민을 수용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진 않지만 72만5천 명을 수용했다고 한다. 독일 정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