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문득 필자가 지금까지 경험한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 기간을 현재 시점에서 기억하고 반추하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다. ‘지금’의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인 필자의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민주적 법치국가로 성숙해온 역사적 과정을 통해 축적된 역대 대통령들의 유산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새겨보는 그저 추상적인 단상(斷想)일 수 있겠다.필자는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 중이던 1980년대 초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인지라 구체적인 기억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말을 배우기 시작할
그동안의 글쓰기 작업을 정리한 새 산문집 제목을 『그대 다시 돌아가지 못하리』로 정했습니다. 언젠가 이 지면에 실었던 글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책(원고)에는 총 60편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들에 대한 짧은 독후감을 비롯해서 평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이런저런 소감들, 그리고 몇몇 일상에서 떠오른 상념과 소박한 발견의 경험들이 그 내용입니다. 신문이나 잡지에 정기적으로 발표했던 글도 있고, 자유롭게 브런치나 페이스북에 실었던 글도 있습니다. 2~3년 동안 적은 글들이지만 어느 것도 그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들어온
최근 들어 성인학습자들의 대학 학위과정에 대한 진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배경 중의 하나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원하고 있는 ‘대학의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일명 라이프(LiFE)사업으로 불리며 선취업 후학습 정책의 일환으로 특성화고교를 졸업하고 3년 이상 취업한 자들은 정원외로 선발이 될 수 있다. 또한 30세 이상의 성인이면 정원내로 입학이 가능하다. 이들은 대학이 설치한 성인학습자 및 취업자로만 이루어진 특화된 정규 학과에 수능점수 없이 고교졸업성적과 면접성적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간 인류가 겪을 가장 큰 위기를 기후 행동의 실패로 꼽았다. 인류가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했을 때 겪어야 할 고통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작금 윤석열 정부는 다가올 기후위기와 기후 무역장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을까?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즉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을 꾀하면서 정책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법적 차원에서도 전 정권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윤 정부의 탈원전 원전확대의 방침은 확고해 보인다.
이제 닷새 후면 6·1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대구경북의 지방선거 상황을 보면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노잼’(재미없음)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은 실종된 상태이다. 특정 정당이 이 지역을 너무 오랫동안 지배해온 까닭에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부정할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상황이 이렇다 하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지역민들은 유권자로서 자기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일상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에 자리를 잡기까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논문에 대한 것이었다. 요즘 뭐 하고 사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자동 반사처럼 ‘논문 쓰고 있다’고 대답하다 보니, 이어지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논문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 분야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논문의 효용성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지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논문은 어떻게 쓰는 글이냐는 것이었다. 이제는 대부분 대학에서 학사학위 논문이 졸업 필수 요건이 아니어서 그런지 논문은 상당히 미지의 영역에 있는 글로 여겨
매년 집 근처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대구 시내 중심가에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을 기리는 공원이 있는데 그곳이 늘 출발점(결승점)이 됩니다. 덕분에 일 년에 한 번씩은 큰 교통 불편을 겪습니다. 사방팔방으로 교통 통제가 되기 때문에 그 행동반경 안에서는 속수무책으로 걷거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합니다. 대회가 일요일에 열리기 때문에 종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성장(盛裝)을 하고 걸어서 꽤 오랜 시간을 이동해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마라톤 대회에 대한 불만과 함께, ‘왜 달리는가?’라는 어떤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죽자
1980~1990년대는 미스코리아 대회의 전성기였다.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각자 나름의 순위와 입상자를 정하고 실제 결과와 비교해보곤 했다. 여성의 대상화 및 상품화와 더불어 정형화된 외모만을 중시하는 여성미의 기준이 비판받으면서 TV 편성표에서는 사라지게 되었지만 적지 않은 이들에게 이따금 떠올려지는 추억일 것이다. 해외 여러 국가의 미인 대회가 통상 1등, 2등, 3등을 선발하는 것에 비해, 그에 대응하는 자리를 진(眞), 선(善), 미(美)라 지칭하는 것이 갖는 의미를
소설의 어원을 소가진설(小家珍說)에서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작은(사람들이 사는) 집의 진기한 이야기’에서 소설이 출발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서양은 좀 다릅니다. 서양에서는 로만스와 노벨이 소설을 가리키는 말인데 라틴어가 아니라 각 지방 언어로 기록된 이야기(로만스), 로만스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노벨)라는 뜻입니다. 우리식으로는 고소설과 근대소설 쯤 되겠습니다. 동서양을 비교해 볼 때 소가진설이 우리가 아는 소설의 성격과 내용을 더 잘 담아내고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小說)은 예나 제나 작은 이야기, 작은 사람들이
최근 들어 대학 학위과정에 성인학습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평생학습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교육에 대한 필요를 느낀 성인학습자들이 대학을 찾으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학령기 학생의 급감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대학에 대한 수요를 갖는 성인학습자들을 대학이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지 대학 내에 성인학습자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이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학생에 대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생겨나게 되
지난 5월 10일 제 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여의도 국회광장에서 열리면서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알렸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은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 각지에서 온 약 4만 명의 국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되었다. 늘 그래 왔지만 대통령 취임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대통령 취임사였다.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이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지
기억은 언제나 새롭게 구성된다. 그래서 기억은 불가피하게 선택적일 수밖에 없다. 기억은 보이지 않는 여과장치를 통해 어떤 것은 존속하고, 어떤 것은 억압되며, 그 외의 것들은 폐기된다. 이런 이유로 기억은 망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망각 또한 기억의 일종인 셈이다.그렇다면 어떤 기억들이 주로 폐기되는가? 기억은 사회적 권력관계에 종속되고 집단의 이익과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인의 기억은 사회적 틀 내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떤 개인적인 기억도 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 개인의 기억은 기억행위를 통해 사회적 틀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는 말이 나오면 보통은 두 개의 생각을 동시에 떠올립니다. ①고리타분한 말이군. ②남자들 이야기고. 그렇게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윤리관 전체는 시대착오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자유친은 시대를 뛰어넘는 원초적인 삶의 기율(紀律)입니다. 인간이 부모 없이 인공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부자유친은 만고불변의 인생 계명(誡命)입니다. 그래서 고리타분한 말이 아닙니다.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라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아들 자(子) 자(字)가 남자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닙
지난 5월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정 비전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하고,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전망할 수 있는 외교의 핵심어가 ‘가치’로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일본, 유럽 국가와의 협력외교를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일관계의 개선 의지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는 시장 경제, 자유무역 체제에 대한
2018년은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따뜻한 봄기운으로 가득 찼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내비쳤고 문재인 정부의 발 빠른 화답으로 남북 공동 선수단, 남북 공동 응원단 등이 결성되면서 2017년 남북, 북미 간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거친 대결은 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대화 분위기는 2018년 4월 27일 DMZ에 위치한 판문점에서의 회담을 통해 평화, 공동번영, 통일을 위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평화 과정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
군 생활을 마친지도 40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훈련소에 입소해서 계급장을 보고(사람을 보지 말고) 경례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황당했습니다. 모자에 이상한 표식을 그려놓고 그것에 대해서 ‘반사적으로’ 존경의 표시를 하라니, 평소 인사성 없이 살아온 입장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었습니다(스스로 반골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 감정은 외국에서 오래 살다 들어온 유학파들에게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사관학교 교관 후보생들이어서 그런 만학도 친구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이 밤에 숙소 밖에 나가 몰래 우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애릭슨(Erik H. Erikson)은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발달과제는 정체성 형성이라고 말한다. 정체성은 오랜 기간 개인에게 유지되는 고유한 실체로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 청소년 정체성은 청소년 개인이 타인과는 구별되는 자신의 고유한 심리적 본질을 형성시켜 상당 기간 일관되게 유지하는 안정기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은 자신만의 독특한 심리적 안정기제를 형성함으로서 자신이 누구고, 어떤 존재인지
지난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IBM과 인텔에서 슈퍼컴퓨팅 기술 개발을 담당한 로버트 비스니예프스키를 최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하였다. 비스니예프스키 부사장은 IBM에서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약 15년간 근무했으며, 2012년에 인텔로 이직해 엑사플롭스(exaflops)급 슈퍼컴퓨터 개발과 소프트웨어 설계를 담당하다가, 이번에 삼성종합기술원 산하 미국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소를 이끌 예정이라고 한다.얼마 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NVIDIA)는 초당 1840경번에 달하는 연산이 가능한 18.4 엑사플롭스에 달하는
‘검수완박’을 둘러싼 정치판의 모습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박탈하고 공소권만 갖게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관련법 개정 작업은 일방통행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문자 그대로 입법독재를 시도하고 있다. 개정 법률안 내용과 관련하여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울화가 치밀고 한숨이 나온다. 우리의 정치수준이 어떻게 이것 밖에 안되는가?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정의와 민주를 앞세운다. 정의와 민주를 앞세우는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health)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건강은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웰빙의 상태이며, 이는 단순히 질병 또는 질환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의료 개념은 질병이 없는 상태와 같은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서, 아름다움, 행복, 삶의 질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의미로 그 외연이 확장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화(medicalization)라는 개념으로 잘 설명된다. 의료화는 이전에 의료 영역 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의료 영역 밖에 놓여있던 특정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