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영에서 무역적자, 재정적자 보다 신뢰적자가 더 위태롭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쿠마 교수가 제시한 ‘신뢰적자’가 회자 되고 있다. 불신이 신뢰를 초과할 때 쓰는 개념이다.미국 중간선거는 통상 ‘현직 대통령에게 무덤’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이 공식이 깨졌다. 트럼프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는 분석이다.퓰리처상 수상 단체인 ‘폴리티 팩트’(Politifact)가 ‘트루스 오미터(Truth-O-Meter)’라는 척도를 이용해 대통령들의 말 가운데 거짓과 진실을 측정해 보았다.
영국과 프랑스 간 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346년. 영국이 프랑스 항구 도시 ‘칼레’를 포위했다. 시민들은 1년 가까이 결사 항전했다. 하지만 식량이 바닥나자 결국 항복을 선택했다. 장기전으로 재정 지출이 컸던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전 시민을 몰살시킬 계획을 짰다. 측근들이 관용을 건의하자 왕이 조건을 내걸었다. “항전 책임자 6명을 뽑아 그들의 목에 줄을 걸고 처형대 앞으로 나오게 하라.”시민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때 칼레 최고 부자가 앞으로 나섰다. 시장과 법률가 등 유지 5명이 뒤를 이었다. 결국 왕은 그들의 솔선수범에
바둑의 역사는 43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바둑의 원리가 주역(周易)의 원리와 같다고 해서 그쯤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의 기록은 삼국시대로 올라간다. 중국 ‘구당서’에 “고구려는 바둑과 투호를 좋아한다” 했고, ‘후한서’는 “신라는 특히 바둑을 숭상한다”고 기록했다. 백제 개로왕은 바둑에 미쳐 나라를 망친 임금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5세기 고분으로 추정하는 신라 황남대총과 천마총에서 바둑돌이 나왔다. 2년 전에는 신라 여성들까지 바둑을 즐겨 둔 물증으로 경주 쪽샘지구 왕실 여성의 무덤에서 바둑돌 200여 개가 나오기도 했다.바둑은
우리 대입 수능과 같은 프랑스 ‘바칼로레아’ 논술에 나온 문제다. ‘정치권력과 여론 사이의 이상적인 관계 설정에 대해 서술하라’ 여론이 정치를 이끌 수 있느냐는 물음이 내포돼 있다.대입 문제지만 지금 우리 정치가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과제다. 여론은 사전적으로 ‘대중의 공통된 의견’으로 풀이된다. 플라톤에서 근대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이 여론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여론이 ‘사유의 부재’ 정도로 치부됐다. 각 집단에 따라 여론이 상충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정치학자들은 여론을 따라가는 정치에 ‘중우정치(衆愚政治)’
“누군가가 나 좀 도와줘요(Somebody help me, yeah)/난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나 좀 도와줘요(I‘m goin’ nowhere. Somebody help me, yeah)/난 살아 남을 거에요(I‘m stayin’ alive)”1970년대 디스코 음악의 신화를 쓴 비 지스(Bee Gees)의 ‘스테인 얼라이브(Stayin‘ Alive)’의 반복되는 후렴 부분이다.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끈 팝송으로 영국심장재단이 심폐소생술(CPR) 가이드 영상 음악으로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심장
1944년 6월 6일 새벽 6시 프랑스 노르망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8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지상 최대의 작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들어간다.“노르망디가 위험하다. 연합군이 상륙을 시도한다. 총통께 기갑부대 출동허가를 받아 달라”기갑사단장이 다급하게 베를린 본부에 전화를 한다.“안된다. 총통님은 지금 주무신다”‘요델’ 원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급박하다. 기갑부대 지원이 필요하다”“지금은 안된다. 주무실 때 깨우면 총통 각하께서 화를 많이 내신다”기갑사단장의 다급한 목소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기갑 부대는 상병 출
1871년 4월 14일. 미국 아시아함대가 한강으로 들어가기 위해 강화도와 김포 사이의 좁은 수로에 접어들었다. 6척으로 구성된 함대가 손들목에 이르자 양쪽 해안포대에서 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포탄이 하늘을 뒤덮었다’고 미군은 기록하고 있다. 그들은 아연 긴장했다.그러나 잠시 뿐. 발사된 포탄은 함대 근처에도 못 왔다. 긴장했던 미군은 ‘불꽃놀이’를 즐겼다. 앞쪽에서는 조선군이 함대를 향해 소총을 정조준했다. 조수가 숯으로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그 당시에도 이미 300년 전에나 쓰던 화승총이었다. 미군들은 뱃머리에 몰려 신기
칠레 이스터섬에는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인 ‘모아이(Moai)’ 석상이 있다. 석상은 섬 일원에 약 1000기가 분포돼 있다. 석상의 크기는 다양하다. 대부분 키가 4.5~6m이고 가장 큰 석상은 21.3m나 된다. 무게 또한 10~270t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석상은 길게 늘어진 귀와 다리가 없는 남성상으로 제주도 돌하르방을 닮았다. 석상 건립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1250~1500년대로 추정한다.석상의 크기가 워낙 커서 어떻게 옮기고 세웠는지가 지금도 미스터리다. 한 가지 방법은 평행한 나무 레일 위에 통나무를 깔고 그 위에
프로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세계 최고의 사령관(감독)들이 최고의 무기(선수)를 동원해 치열한 전쟁을 치른다. 세계 77억 인구 중 35억 명이 직접 또는 하이라이트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전략은 ‘워룸’(War Room)에서 짜여진다. 데이터화 된 전사들의 최근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면밀하게 검토되고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전략이 선택된다.그런데 ‘리버풀FC’는 좀 색다르다. 독특한 ‘워룸’이 있다. ‘부트 룸’이다. 감독과 일부 스텝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신비의 방’이라고
2010년 8월 5일, 칠레 산호세 구리광산이 붕괴 됐다. 지하 700m 갱도에 33명의 광부들이 암흑 속에 갇혔다. 사건 발생 이후 보름도 더 지난 17일 만에야 생존 확인을 위해 뚫고 내려간 드릴 끝에 ‘지하 피신처에 33명이 있다’란 쪽지가 달려 올라왔다. 매몰 광부들이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이들은 매몰된 즉시 역할 분담을 했다. 현장 책임자였던 우르수아와 최연장자 고메스가 리더를 맡았다. 이들은 48시간 마다 2스푼의 참치와 쿠키 반 조각, 우유 반 컵으로 버티기로 했다. 그러다
“운명은 늘 내 편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내가 이길 것 같습니다. ‘올인!’” 드라마 ‘올인’이 인기를 끌었다. 이병헌과 송혜교가 주연을 맡아 카지노 주변의 사랑과 암투를 다뤘다.통상 도박에서 ‘올인’은 패에 자신이 있을 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거는 도박의 절정판이다. 우리말로 모두 걸기다. 상대보다 패가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좋지 않은 패를 들고 상대를 기권시키기 위해 시도하는 ‘블러핑’도 있다.‘모두 걸기’ 논란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땅을 갈고 파헤치면 땅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러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땅의 고통’을 짚었다. 씨가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땅에 상처를 내는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광화문이 다시 들썩인다. 벌써 30만, 50만 인파가 몰렸다고 발표한다. 이번 주말에는 ‘촛불 중·고생 시민 연대’라는 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15만 명이 참가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에게 깔고 앉을 공책을 준비해 교복차림으로 참석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야당
장자의 거협(胠篋·상자를 열다)편에 도둑의 도가 나온다. 노나라의 수천 명 도둑의 수괴 도척에게 한 부하가 물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은 “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탁월함, 먼저 들어가는 용기, 마지막에 나오는 의리, 성공할지 실패할지 미리 아는 지혜, 골고루 나눠 갖는 어짐. 이 다섯 가지 도를 갖춰야 큰 도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명한 ‘도척의 도’다. 도둑에게도 끝까지 동료를 위해 헌신하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의리로 맺은 형제를 ‘의형제’라 한다. 의형제라고 하면 단연 나
복수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형법으로 처벌해도 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고려시대에는 아예 사적 제재인 복수를 법으로 허용해주기도 했다. 국가가 살상을 조장한 해괴한 법이었다.경종은 975년에 재상 왕선의 건의를 받아 백성이 원한을 가진 상대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복수의 범위와 정도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 원래 취지는 자식이 부모의 원수를 갚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잣거리에서 사람을 때려죽여도 복수라면 용서됐다. 전국에서 피바람이 불었다.결국 사달이 벌어졌다. 왕선이 태조 왕건의 아들이자 경종의 삼촌인
청송 객주문학관에는 소설가 김주영(83)의 이력을 읽을 수 있는 책이며 노트 등이 전시돼 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작가가 장편소설 ‘객주’를 쓰기 위해 쓴 취재 노트다. 큰 노트에 온갖 사실들을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빡빡하게 써놓았다. 객주문학관에는 작가 지망생들이 상주하며 집필할 수 있게 방을 내주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74)도 경기도 이천에 현대판 서원 ‘부악문원’을 지어 작가 지망생들에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두 원로 작가는 이웃 군 출신이다. 김주영은 청송, 이문열은 영양
드라마 작가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듯하다. 드라마 보다 더 재미있는 정치본색 드라마가 시작됐기 때문이다.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본부장 유동규 씨는 ‘숨길 수 없는 시작’이라고 해 구경꾼들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게임의 시작으로 읽힌다. 게다가 “내 죗값은 내가 받겠지만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여기다 법원에 신변 보호 요청까지 해 흥미를 더한다.서울중앙지검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최근 구속한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용 씨는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김 씨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나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마음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 줄…’ BTS의 ‘매직숍(Magic Shop)’이다.전 세계 청소년들이 왜 BTS에 열광하는지 조금이나마 들여 다 볼 수 있는 음악이다. 그들은 좌절하고 있다. 희망을 갖고 싶은데 기댈 곳이 없었다. BTS는 마약, 폭력이 아닌 사랑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에게 BTS는 ‘영감(Inspiration)’이다. 그들의 영혼을 울리며 자살 충동에서 구해내고 있다. BTS가 도피처가
주식시장의 바닥이 가까워진 듯하다. 올해 증시 폭락에 ‘반대매매’ 규모가 4000억 원을 넘었다. 국감 자료를 보면 국내 증권사 상위 5곳의 올 1월부터 8월까지 신용융자거래 반대매매 금액이 4446억 원이나 됐다.‘반대매매’는 고객이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난 후, 빌린 돈을 약정 만기 내에 갚지 못할 경우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매도 처분하는 매매를 말한다. 통상 담보 주식의 평가 금액이 대출금의 14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추가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다음 주 국회 검증대에 오른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수석과 과기부(교육부) 장·차관을 지내며 MB 정부의 교육을 설계하고 실행했다.대구 출신인 그는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교육을 무한 경쟁으로 내몬 시장 만능주의자라는 비난을 벗지 못했다. 일제고사가 기초학력 미달자를 줄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넣고 학교를 서열화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자사고도 학교의 자율성과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일반
“김정기는 최근 몇 년 동안 스케치나 준비 작업 없이 라이브 드로잉으로 프레스코(fresco)를 제작하는 드로잉 쇼로 유명해졌다. 수많은 페스티벌과 아트 페어에 초대된 이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린이 머리카락, 개의 꼬리 등 아주 작은 디테일로 작업을 시작, 수십 개의 캐릭터로 구성을 확장 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의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지난 3일 프랑스 대표 언론 르몽드지에 실린 포항 출신 드로잉 작가 고 김정기(1975~2022)씨의 부고 기사다. 향년 47세. 김정기의 부고 기사가 르몽드지에 먼저 실린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