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다음 주 국회 검증대에 오른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수석과 과기부(교육부) 장·차관을 지내며 MB 정부의 교육을 설계하고 실행했다.대구 출신인 그는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교육을 무한 경쟁으로 내몬 시장 만능주의자라는 비난을 벗지 못했다. 일제고사가 기초학력 미달자를 줄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넣고 학교를 서열화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자사고도 학교의 자율성과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일반
“김정기는 최근 몇 년 동안 스케치나 준비 작업 없이 라이브 드로잉으로 프레스코(fresco)를 제작하는 드로잉 쇼로 유명해졌다. 수많은 페스티벌과 아트 페어에 초대된 이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린이 머리카락, 개의 꼬리 등 아주 작은 디테일로 작업을 시작, 수십 개의 캐릭터로 구성을 확장 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의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지난 3일 프랑스 대표 언론 르몽드지에 실린 포항 출신 드로잉 작가 고 김정기(1975~2022)씨의 부고 기사다. 향년 47세. 김정기의 부고 기사가 르몽드지에 먼저 실린 것은
‘D’자가 선명했다.이승엽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는 결국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가 아닌 두산 베어스 점퍼를 입었다.지난 2017년 라이온즈에서만 467개 홈런을 날리고 은퇴한 레전드. 몸에 푸른 피가 흐른다는 그는 라이온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팬들도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라이온즈파크에 대형 벽화로 남은 그의 미소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큰 바위 얼굴처럼 ‘이승엽 감독’을 기다렸다.하지만 삼성은 그를 외면했다. 현재 3명의 후보로 압축했지만 그는 없다. 그는 ‘감독직 제안이 무한
‘기생 따개비’라는 바다 생물이 있다. 이놈이 번식하는 방법이 기가 막힌다.유충이 ‘스파이더 크랩’의 아가미를 통해 몸속으로 침투한다. 그리고 가느다란 관을 크랩 몸에 박아 자신의 세포 물질을 주입하고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크랩이 수컷이면 호르몬을 변화시켜 아예 암컷으로 바꿔 버린다. 이렇게 성전환 시키는 이유는 암컷이 수컷보다 유충을 잘 돌보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크랩 알주머니에다 알을 낳는다. 알이 부화할 때가 되면 따개비는 크랩을 조종한다. 유충을 바다에 풀어 놓게 한다. 크랩은 긴 발로 자맥질을 하며 유충을 멀리 흩어놓는다.
푸틴은 자국 러시아의 유명한 전략가 알렉산드르 수보로프(1729~1800)의 말을 들었어야 한다. 수보로프는 “군대의 신속한 행동과 전광석화 같은 공격은 ‘전쟁의 진정한 영혼’”이라고 속도전을 최상책으로 여겼다. 수보로프는 심지어 “1분이면 전투가 결정 나고, 한 시간이면 전쟁 전체의 승부가 결정 나며, 하루면 제국의 운명이 결정 난다”고 했다.손자(孫子)도 ‘병귀신속(兵貴神速)’이라 해서 전쟁은 속전속결이 으뜸이라 했다. “천둥 번개는 귀를 막을 틈도 눈 깜짝할 틈도 주지 않는다. 속전속결을 해야 파죽지세를 살릴 수 있다. 느린
“말, 그것은 죽은 사람을 무덤에서 불러내고 산 사람을 묻을 수 있다.” 독일 서정시인 ‘하이네’는 말의 무서움을 지적했다.국회가 말로 시끄럽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국감장 ‘막말 파동’까지 덮쳤다. 권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국감장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뻐꾸기론을 꺼내며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 하느냐”며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이 사과를 요구했고, 야당도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권 의원은 “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수습
옛날 어린이들은 ‘천자문’으로 처음 글을 익혔다. ‘천지현황 우주홍황’(天地玄黃 宇宙洪荒·하늘은 검고 땅은 누런데, 그 사이는 무한히 넓고 거칠다)으로 시작한다. 천자문은 어린이 학습서에 어울리지 않게 처음부터 끝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공간의 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질서로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의 이치를 담고 있다.신화나 종교에서 하늘은 인간이 범접해서는 안 되는 신의 세계다. 그러나 과학문명에서는 도전의 대상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하면서 하늘은 점차 인류의 공간에 편입됐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늘에 수많은 인공
‘산헤드린’(Sanhedrin)은 고대 유대의 최고 정책의결기관이었다.입법과 사법을 총괄했다. 종교의 각 계파를 대표하는 원로들이 참여해 심리를 하고 판결했다. 특이한 점은 사건 심리 때 발언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젊은 판관(법관)부터 순서대로 발언해야 했다. 원로일수록 발언 순서가 뒤로 밀렸다.왜 이런 규칙이 생긴 것일까?젊은 판관들은 새롭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파고든다. 하지만 원로 판관이 먼저 의견을 피력하면 창의적 의견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를 잃을 수 있다. 활발한 토의를 통해 억
지방2급 하천인 ‘냉천’은 포항시의 남서쪽 두 계곡에서 발원한 물이 합쳐져 영일만으로 흘러든다. 하나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 갈평리에서 발원한 물길이고, 다른 하나는 오어사(吾魚寺)가 있는 남구 문덕리 오어지에서 발원한 신광천이다. 냉천의 길이는 19㎞로 다른 하천에 비해 길지 않다.이 작은 하천이 태풍 힌남노로 유명해졌다. 지난달 6일 힌남노 태풍과 함께 쏟아진 폭우로 냉천이 범람해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8명이 숨지고,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됐기 때문이다. 1973년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쇳물을 뽑아내던 포항제
“정치는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 하는 것이다.”미국 정치학자였던 ‘해롤드 라스웰’은 정치를 분배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쟁취한 자원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눠 갖느냐 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로 보았다. 또 가치분배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정치라고 규정했다.역시 미국 정치학자 ‘데이빗 이스튼’도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 정의했다. 이 분배 과정에서 불만과 투쟁은 불가피 하다. 정치력은 이익배분 갈등을 조정해 상호 만족하는 결과로 이끌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반발을 이 분배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
비통에 잠긴 여성이 무덤 위에 꽃을 뿌린다. 젊은 여성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무덤 위에 놓으며 울부짖는다. 지난달 26일부터 소셜미디어에 확산하고 있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이란 여성이 반희잡·반정부 시위 도중 강경 진압으로 죽은 오빠의 장례식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다.이란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 스카프)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이란 여성의 복장 단속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뒤 촉발된 시위가 이란 80개 도시로 번져 반정부 시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시위
세기의 M&A가 성사될지 관심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소유의 영국 팹리스 기업 ARM이 매물이다. 스마트폰 두뇌, AP칩 설계 핵심기술을 가진 반도체 업계의 ‘황태자’다.손 회장이 지난 2016년 인수한 금액이 36조4000억 원. 현재 가치는 최고 100조 원. 남는 장사를 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경기 침체로 2분기에만 사상 최악인 30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해 자금 조달이 급해졌다.AR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ARM을 품을 경우 목표 달성에 탄력을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의 기독교 성지 순례길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캐나다 밴쿠버섬 서부 해안을 따라 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미국 시에라 네바다 산의 트레킹 길인 ‘존 뮤어 트레일’을 세계 3대 트레일(trail)이라 부른다. ‘트레일’의 원뜻은 흔적, 지나간 자국, 산길 또는 오솔길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걷는 길’이라는 의미다.이들 3대 트레일 외에도 유명 트레일이 많다. 미국의 백두대간이라 불리는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에 이르는 장장 3360㎞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페루의 잉카 트레일도 잘 알려져 있다. 뉴질
“샤브샤브용 쇠고기와 돼지고기 삼겹살, 커다란 우족 두 짝, 위생 팩에 담긴 오징어들, 잘 손질된 장어... 아내는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그것들을 하나씩 주워담는 중이었다.…2016년 영국 ‘맨부커’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다. 고기를 좋아했던 여주인공 영혜가 어느 날 새벽 채식주의자로 돌변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냉장고에 든 고기들을 모두 쓰레기로 버린다.“꿈을 꿨어” 놀라 이유를 다그치는 남편에게 내뱉은 뜬금없는 말이다.그는 고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가족이 모두 나서서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가정이 해체되고
“나는 아침에 깨면 어제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났는지 안 났는지 가슴 떨리는 기분으로 텔레비전을 켜요”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조건 사항’ 심의를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회의에서 한 위원이 했다는 황당 발언이다. “하늘이 갑자기 무너지면 어떡하나? 땅이 뒤집히면 어쩌나?” 하며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 채 끙끙 앓았다는 중국 기 나라의 고사 ‘기우(杞憂)’를 떠올리게 한다.위원회에 참석한 다른 의원도 “3차례 실험만 가지고 이 PAR(수소제거 장치)를 쓸 수 있다고 어떻게 감히 얘기할 수 있어요” 라 말했다. PAR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후임 대통령에게 꼭 보기를 권하는 영화 한 편이 있다. ‘하이눈’이다‘하이눈’은 어떻게 미국 대통령의 영화가 됐을까? 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은 결혼식을 마치고 아내(그레이스 켈리)와 마을을 떠나려 한다. 새 출발을 위해 보안관직도 내려놓았다. 이때 자신이 5년 전 체포한 살인범이 풀려나 복수하러 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아내를 생각해 피하듯 마을을 떠난다. 하지만 곧 깊은 갈등에 빠진다. 악당이 돌아오면 마을이 어떻게 될지 뻔했다.결정해야 했다. 그는 결국 돌아온다. 마을이란 공동체를 위해 목숨
다릿발 흔적만 남아 있었다. 대구와 고령을 잇는 낙동강 고령교. 6·25 때 폭격으로 상판과 다릿발이 맥없이 주저앉았다. 1954년 현대건설이 복구공사를 수주한다. 공사비가 5457만 환. 당시 정부 공사로는 최대 규모였다.하지만 장비는 빈약했다. 교각 기초에 어렵게 철근을 박으며 교각을 세워나갔다. 태풍이 몰아쳤다. 애써 세운 교각이 나무토막처럼 쓸려갔다. 살인적 인플레이션까지 덮쳤다. 불과 몇 달 새 물가가 120%나 뛰었다. 정주영 회장은 망연자실했다. 결국 동생 정순영 씨 등 친척들의 집과 애써 마련한 자동차 공장 부지까지
“아! 어떻게 이런 작품이…미켈란젤로 같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을 찾는다는 방탄소년단(BTS)의 랩몬스터(본명 김남준·RM)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전시된 이쾌대의 ‘군상’을 보고 감탄했다. RM이 단박에 알아챘듯 1940년대 이쾌대의 별명은 ‘한국의 미켈란젤로’였다.경북 칠곡 출신의 월북화가 이쾌대는 ‘군상’이란 제목의 그림 4점을 남겼다. 이 연작들은 역동적인 인물과 극적인 상황 설정으로 프랑스 화가 데오도르 제리코(1791~1824)나 외젠 들라크루아(1798~ 1863)와 같은 낭만주의 화가의 영향을
보수를 ‘생물학적 본능’이라 규정하는 정치학자들이 있다. 환경을 변화시키기보다 익숙한 것을 지키고 적응하려는 생물의 본능과 닮았다는 것이다.이에 비해 진보는 제도의 변화를 주도하고 또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진화 지향적 집단’으로 분류한다.그런데 최근 우리 정치집단의 행태를 보면 이 분류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국민의힘은 분명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집요한 저항은 ‘선당후사(先黨後私)’로 대변되는 보수의 상황 적응적 본능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윤리위의 추가징계 입장에 ‘사법 방해이자 재판 보복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그 위대한 사명, 즉 고귀한 순국선열들이 마지막 신명을 다 바쳐 헌신한 그 대의를 위해 더욱 크게 헌신해야 하고, 이분들의 죽음을 무위로 돌리지 않으리라 이 자리에서 굳게 결단해야 합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통치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그 위대한 사명에 우리 스스로를 바쳐야 합니다”미국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3년 격전지였던 펜실베니아주 게티스버그에서 한 3분짜리 짧은 연설의 부분이다. 이 연설은 대략 10문장 정도로 짧았지만, 역사상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