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疲虎困割川原 (용피호곤할천원·용과 범이 지쳐 산하를 서로 나누니) 億萬蒼生性命存 (억만창생성명존·억만 백성들이 목숨을 부지했네) 誰勸君王回馬首 (수권군왕회마수·누가 말머리를 돌리자고 권했나) 眞成一擲賭乾坤 (진성일척도건곤·하늘과 땅을 건 한판 승부를 겨루자고) 이 시는 항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유방의 고사를 읊은 것으로 ‘건곤일척(乾坤一擲)’이란 말의 유래이기도 하다. 진(秦)나라 말기 항우와 유방이 천하 제패를 위해 싸우다가 지쳐 하남성의 홍구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고 휴전에 들어갔다. 항우는 포로로 잡고 있던 유방의 아버...
生當作人傑 (생당작인걸·살아서는 세상의 호걸이 되고) 死亦爲鬼雄 (사역위귀웅·죽어서는 귀신의 영웅이 되었네) 至今思項羽 (지금사항우·이제 와 항우를 그리워함은) 不肯過江東 (불긍과강동·강동을 건너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네) 이청조는 중국 북송의 시인으로 호는 이안거사(易安居士)이다. 문학적 재능이 중국 최고라고 평가받는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의 뒤를 이어 송사(宋詞)의 최고 수준을 보여 줌으로써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발산 기개세(力拔山 氣蓋世·힘은 산을 뽑고, 기상은 세상을 덮을 만하...
千山木落後 (천산목락후·산마다 나뭇잎 모두 떨어지고) 四海月明時 (사해월명시·온 세상 달 밝은 때) 蒼蒼天一色 (창창천일색·푸르고 푸른 하늘은 한색이니) 安得辨華夷 (안득변화이·어찌 중화니 오랑캐니 구분할 수 있으리) 이 시는 중국의 하늘이나 조선의 하늘이나 푸르기는 매한가지인데 어찌 화이(華夷)의 차별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화이의 차별만이 아니라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뉘어 그것이 곧 귀천과 온갖 차별을 낳고 있는 현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자학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불교를 차별하고 승려를 천시하...
堯階三尺卑 (요계삼척비·요임금의 섬돌은 석 자밖에 안 되었지만)) 千載餘其德 (천재여기덕·오랜 세월 그 덕이 남아 있네) 秦城萬里長 (진성만리장·진나라의 성은 만 리나 되었지만) 二世失其國 (이세실기국·겨우 아들 때에 그 나라를 잃었네) 古今靑史中 (고금청사중·고금의 역사 속에서) 可以爲觀式 (가이위관식·거울로 삼을 수 있으니) 隋皇何不思 (수황하부사·수나라 양제는 어찌 생각도 없이) 土石竭人力 (토목갈인력·토목 공사로 백성의 힘을 말렸는가) 이 시는 김부식의 역사관과 사상을 잘 보여 준다. 진나라와 수나라 황제의 행적을 통하...
春雨細不滴 (춘우세부적·봄비 가늘어 방울 짓지 않더니) 夜中微有聲 (야중미유성·밤이 되니 소록소록 소리 내네) 雪盡南溪漲 (설진남계창·눈 녹아 남쪽 시내 불어날 것이고) 多少草芽生 (다소초아생·어느 정도 풀싹은 돋아나겠지) 정몽주는 고려 말기의 충신이자 유학자로 자는 달가(達可), 호는 포은(圃隱)이다. 과거에 연이어 장원을 하였으며 이색의 문하에서 수학했다. 오부학당과 향교를 세워 후진을 가르치고, 유학을 진흥하여 성리학의 기초를 닦았다. 원·명 교체기에 명나라와의 외교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으며 왜국과의 관계에도 큰 공을 ...
秋陰漠漠四山空 (추운막막사산공·가을 그늘 침침하고 사방 산은 비었는데) 落葉無聲滿地紅 (낙엽무성만지홍·지는 잎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구나) 立馬溪橋問歸路 (입마계교문귀로·시내 위 다리에 말 세우고 갈 길을 묻노라니) 不知身在畵圖中 (부지신재화도중·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모르네) 이 시는 시골에 은거하고 있는 김 거사를 찾아가는 도중의 가을 경치를 읊은 것이다. 단풍 든 나뭇잎들이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구는 가운데 짧은 해마저 이미 기울어 금시 사방이 어둑어둑하다. 문득 자신이 어디 있는지 살피니 그림 속에 있구나. 생...
半生落魄已成翁 (반생낙타이성옹·불우한 반평생 끝에 이미 늙은이되어) 獨立書齋嘯晩風 (독립서재소만풍·서재에 홀로 서서 저녁 풍경을 읊조려 본다) 筆底明珠無處賣 (필저명주무처매·그린 명주는 팔 곳이 없어) 閑抛閑擲野藤中 (한포한척야등중·내키는 대로 덤불 속에 던져진다) 이 시는 서위가 감옥을 나온 후 금릉을 유랑하며 시·서·화로 생계를 삼아 곤궁하게 지낼 때의 처지를 읊은 것이다. 명주 같은 사람이지만 알아 주는 이가 없어 덤불 속으로 함부로 버려지는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있다. 특히 이 시를 제사(題詞)로 쓴 그림을 보면 이런...
春花秋月何時了 (춘화추월하시료·봄꽃과 가을달도 언젠가 지겠지) 往事知多少 (왕사지다소·지난 일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小樓昨夜又東風 (소루작야우동풍 ·작은 다락엔 어젯밤 동풍이 또 불었는데) 故國不堪回首月明中 (고국부감회수월명중·밝은 달 아래 차마 고국을 돌아볼 수 없네) 雕欄玉?應猶在 (조란옥체응유재·붉은 난간 옥섬돌이야 여전하겠지만) 只是朱顔改 (지시주안개·다만 미인의 얼굴은 변했겠지) 問君都有幾多愁 (문군능유기다수·그대에게 묻노니 아직도 얼마나 더 슬픈 일이 있으려나) 恰似一江春水向東流 (흡사일강춘수향동류·마치 한 줄...
一飯王孫感慨多 (일반왕손감개다·왕손에게 한 끼 밥을 주어 감개 많긴 하였으나) 不須菹醢竟如何 (부수저해경여하·처형될 줄 모른 것 7까지야 어찌하리) 孤墳千載精靈在 (고분천재정령재·외로운 무덤 천 년 뒤에도 정령은 있을 테니) 笑煞高皇猛士歌 (소살고황맹사가·한 고조의 ‘맹사가’ 를 비웃으리) 이 시는 한 고조에 의해 토사구팽을 당한 한신의 처지를 슬퍼하면서 한 고조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표모(漂母·빨래하는 노파)가 한신의 인물됨을 알고 한 끼 밥을 주었으나 처형당할 것까지야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러나 맹사(猛士)를 얻어 나라를 ...
請看千石鐘 (청간천석종·청컨대 천 석 종을 보라) 非大扣無聲 (비대구무성·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爭似頭流山 (쟁사두류산·어찌하면 두류산처럼) 天鳴猶不鳴 (천명유불명·하늘이 울려도 오히려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는 덕산 계정의 기둥에 쓴 것으로 남명의 높은 기상을 스스로 보여 준다. 일 석이 120근이니 천 석이면 12만 근이다. 12만 근이나 되는 대종은 웬만하게 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저 지리산처럼 하늘이 때려도 울지 않고 버틸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천 길(만 길) 절벽...
君耳唯聞堂上言 (군이유문당상언·임금의 귀는 오직 당상관의 말만 들을 뿐이고) 君眼不見門前事 (군안부견문전사·임금의 눈은 대궐 문 앞의 일도 보지 못한다) 貪吏害民無所忌 (탐리해민무소기·탐관오리들은 백성을 해침에 꺼리는 바가 없고) 奸臣蔽君無所畏 (간신폐군무소외·간악한 신하들은 임금을 가리고도 두려움이 없다) 君兮君兮願聽此 (군혜군혜원청차·임금이시여, 임금이시여, 이 말씀을 들어 보세요) 欲開壅蔽達人情 (욕개옹폐달인정·막히고 가린 것을 열고 백성의 마음에 이르려면) 先向歌詩求諷刺 (선향가시구풍자·먼저 백성의 노래와 시에서 풍자를...
王氏作東蕃 (왕씨작동번·왕씨가 동쪽에 나라를 세워) 維持五百年 (유지오백년·오백 년 세월을 유지했네) 衰微終失道 (쇠미종실도·쇠약해져 마침내 도를 잃었으니) 興廢實關天 (흥폐실관천·흥망이 실로 하늘에 달려 있구나) 慘澹城猶是 (참담성유시·성은 참담한 채 여전히 있는데) 繁華國已遷 (번화국이천·번화한 나라는 이미 바뀌었네) 我來增歎息 (아래증탄식·내 와서 보니 탄식만 더해지고) 喬木帶寒烟 (교목대한연·교목엔 쓸쓸한 연기만이 감돈다) 이 시는 명 태조의 명을 받아 지은 응제시 24수 중 첫수로 외교시(外交詩)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草舍離宮轉夕暉(초합이궁전석휘·잡초가 우거진 이궁에 저녁 햇살이 기울고) 孤雲飄泊復何依(고운표박부하의·구름만 외로이 떠도는데 오늘은 어디에서 잠잘까) 山河風景元無異 (산하풍경원무이·산하의 풍경은 원이라고 하여 다를 리 없건만) 城郭人民半已非(성곽인민반이비·성곽과 백성들은 반은 이미 아니로구나) 滿地蘆花和我老(만지로화화아로·땅에 가득한 갈대꽃은 나와 함께 시드는데) 舊家燕子傍誰飛 (구가연자방수비·옛집의 제비는 누구와 더불어 날아갈까) 從今別却江南路 (종금별각강남로·지금 이별하고 강남을 떠나지만) 化作啼鵑帶血歸 (화작제견대혈귀·두견...
一馬遲遲渡漢津 (일마지지도한진·필마로 느릿느릿 한강 나루를 건너는데) 落花隨水柳含嚬 (낙화수수류함빈·꽃잎은 물결 따라 흐르고 버들은 찡그린 듯하네) 微臣此去歸何日 (미신차거귀하일·미미한 신하 이제 가면 언제 돌아오게 될까) 回首終南已暮春 (회수종남이모춘·종남산 돌아보니 봄이 이미 저무네) 이 시는 김일손이 32세 되던 해, 낙향하면서 지은 것이다. 벼슬을 그만두고 필마로 한강을 건너는데 아직도 벼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인지 걸음이 느리기만 하다. 다시 돌아오고 싶지만 봄이 이미 저물어 가고 있으니 그게 가능할까. 조선 전...
秋蘭兮靑靑 (추란혜청청·가을 난초 짙푸르니) 綠葉兮紫莖 (녹엽혜자경·초록 잎과 자줏빛 줄기 돋보이고) 滿當兮美人 (만당혜미인·아름다운 사람들 가득한데) 忽獨與余兮目成 (홀독여여혜목성·문득 홀로 나와 눈이 마주쳤네) 入不言兮出不辭 (입불언혜출불사·들어올 때 말이 없고 나갈 때 인사 없으니) 乘回風兮載雲旗 (승회풍혜재운기·바람 타고 구름 깃발 실었더라) 悲莫悲兮生別離 (비막비혜생별리·슬프고도 슬픈 것은 살아 이별하는 것이고) 樂莫樂兮新相知 (악막악혜신상지·기쁘고도 기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네) 이 시는 일종의 무가(巫歌)이다....
昔聞洞庭水(석문동정호·예부터 들어온 동정호) 今上岳陽樓 (금상악양루·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네) 吳楚東南坼 (오초동남탁·오나라와 초나라 동남으로 나뉘어 있고) 乾坤日夜浮 (건곤일야부·하늘과 땅에 낮과 밤이 뜨네) 親朋無一字 (친붕무일자·친한 친구는 소식 한 자 없고) 老病有孤舟 (노병유고주·늙고 병든 나는 외로운 배 한 척뿐이네) 戎馬關山北 (융마관산북-관산 북쪽은 아직도 전쟁이라) 憑軒涕泗流 (빙헌체사류·난간에 기대어 눈물 흘리네) 이 시는 두보가 말년에 악양루에 올라 동정호를 바라보고 그 감회를 읊은 것이다. 동정호의 굳센 ...
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석마도진·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하고) 豆滿江水飮馬無(두만강수음마무·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말랐네) 男兒二十未平國(남아이십미평국·사나이 이십에 나라를 평안하게 하지 못하면) 後世誰稱大丈夫(후세수칭대장부·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불러 주겠는가) 조선 최고의 비극적 인물 중 한 사람인 남이는 조국 개국공신 남재(南在)의 5대손으로 할머니는 태종의 딸인 정선공주(貞善公主)이고, 장인은 대학자인 권근의 손자로 정난 및 좌익공신 1등에 책봉된 권남(權擥)이다. 남이는 약관 16세에 무과에 급제했다. 당대의 명문가 자제...
人固有一死 (인고유일사·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지만) 死有重於泰山 (사유중우태산·죽음이 태산보다 무겁기도 하고) 或輕於鴻毛 (혹경우홍모·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기도 하니) 用之所趨異也 (용지소추이야·그 쓰이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전한(前漢)의 역사가 사마천이 친구인 임안에게 보낸 서신인 ‘보임안서’에 나오는 말이다. 사마천은 젊어서 여러 지역을 여행한 후 관리가 되었고, 아버지가 죽자 뒤를 이어 태사령이 되었다. 47세 때 억울하다고 생각한 이릉(李陵)을 변호하다가 한 무제 유철(劉徹)의 뜻을 거스르게 되어 궁형을...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잠깐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성은 빈 채 달 한 조각 떠 있고)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돌은 오래되고 구름은 천 년을 흐르네)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기린마는 가서 돌아오지 않는데)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천손은 어느 곳에서 노니는고) 長嘯倚風磴 (장소의풍등·길게 휘파람 불고 돌계단에 기대니) 山靑江水流 (산청강수류·산은 푸르고 강물은 흘러가네) 이 시는 목은이 23세에 원나라에서 돌아오던 도중 평양 부벽루에 올라 역사와 인간의 무상함을 ...
庭前小草挾風薰 (정전소초협풍훈·뜰 앞의 잔풀들은 바람길에 향기롭고) 殘夢初醒午酒醺 (잔몽초성오주훈·어렴풋 꿈이 깨어 낮술에 취하노라) 深院落花春晝永 (심원락화춘주영·고요한 집에 꽃은 지고 봄낮은 길어) 隔簾蜂蝶晩紛紛 (격렴봉접만분분·발 밖에는 벌과 나비 어지러이 날으네) 고봉(高峯) 기대승은 식년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부정자, 이조정랑, 대사성 등을 지낸 조선 선조 때의 성리학자이다. 호남인이지만 퇴계의 문인이되었고, 퇴계와 그 유명한 사단칠정논쟁을 벌여 그 체계를 이루었으며, 정몽주에서 김종직을 거쳐 조광조로 이어지는 학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