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안전’이라는 정책을 소홀하게 취급하여 왔다. ‘설마’, ‘빨리빨리’라고 하는 두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안전’이라는 이슈를 국가정책 과정에서 뒷순위로 밀어냈다. 이런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이중위험사회’ 또는 ‘안전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서해 훼리호 침몰(1993년, 292명 사망), 성수대교 붕괴사고(1994년, 32명 사망),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502명 사망), 인천호프집 화재사고(1999년, 57명 사망), 상주 MBC 가요콘서트...
10월에 SSCI급 저널(World Politics)에 출간될 논문에 따르면, 고소득 OECD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 비율이 2013년 평균 58%인데, 고소득 동아시아는 이 비율이 평균 13%다.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은 12.4%다. 2013년 한국의 1인당 GDP를 2만3천 불로 잡고, 우리가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12.4%)을 고소득 OECD 수준(58%)으로 끌어올리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배 이상 증가해서 10만 불을 훌쩍 넘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15년 말에 ...
바다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하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이야말로 지정학적으로 ‘복 받은 땅’이라는 것은 변치 않는 진리다. 그 바다가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희망의 메시지를 쉴 새 없이 실어 나르고 있다. 과거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포항은 해병대의 주둔지-철강산업의 메카-환동해 물류중심기지-천혜의 해양관광도시로 진화해 왔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바다’가 믿음직스럽게 버텨주고 있다. 바다를 낀 연안도시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지금은 다소 어려운 장애물도 있지만 포항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구...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거닐다가 놀라웠던 광경 중 하나는 차량의 범퍼이다.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들은 한결같이 범퍼에 흠집이 많았다. 미관을 해칠 정도는 아니나 피딱지처럼 수많은 부딪침이 확연했다. 당연히 다툼도 부지기수라 여겼다. 한데 그게 아니다. 땅값이 워낙 비싼 탓에 바짝 붙여 주차하다 보니 가벼운 충돌은 당연시한다는 전언. 한국의 사고 문화를 반추하며 그 관용(?)에 의외였던 기억이 선연하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분쟁이 발생하는 우리의 경우, 범퍼 교체율이 70%나 돼 사회적 낭비가 심하다는 여론. 지난달부터 범퍼 긁힘 등...
더운 주말 오후, 시집 ‘청록집’을 들고 경주 건천 목월 생가에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식물 이름을 매칸없이 적어보았다. ‘백일홍, 박, 메밀, 여주, 풍선덩쿨, 천인국(루드베키아), 석죽, 코스모스, 금송화, 분꽃, 개망초, 채송화, 비비추, 옥잠화, 천사의 나팔, 해바라기, 나팔꽃, 금잔화, 가죽나무, 참죽나무 ….’ 더위에 풀죽은 식물들의 이름을 적어보면서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세 시인이 엮은 ‘청록집’을 넘겼다. 목월 시인의 ‘박꽃’이란 시가 눈에 띄었다. ‘흰 옷자락 아슴아슴/사라지는 저녁답/썩은 초가지붕에/하얗게 ...
드디어 축제의 날이 밝았다. 오늘부터 나흘간 포항, 영일만을 무대로 열세 번째 ‘포항국제불빛축제’가 펼쳐진다. 해마다 축제 기간 중 연인원 100만 명 이상 찾아오는 대표적 대한민국 여름축제이지만 올해의 경우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 개통 등 교통 접근성이 좋아져 더 많은 관광객이 축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포항국제불빛축제는 국내 불꽃행사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로 발전했다. 관광객 체류를 통한 지역경제 부양 효과도 있지만 실상 축제의 주인공은 포항시민이다. 물론 해마다 비슷한 형태의 불꽃에 식상하고, 불...
며칠 전, 고향 성주를 떠나 포항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내 고향 성주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라는 글로 시작된 장문의 메시지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특히 경북 성주가 그 대상지로 확정되면서 그곳 지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영남권 신공항이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주더니 ‘사드’가 또 한 번의 절망감을 만들어 내고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 한동안 포항도 ’사드’배치 후보지로 거론돼 지역을 긴장케 하기도...
남이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럼데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욕먹을 각오까지 해가며 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오는 6월 말 준공되는 구미시립화장장이 좋은 예이다. 화장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다. 내 집 뒷마당에는 안된다고 결사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의 주범이기도 하다. 지금도 화장장 건립을 놓고 수년째 주민들과 대치하는 지자체들의 기사가 언론에 왕왕 보도된다. 그런 힘든 일에 필자가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바로...
3선의 마지막 도정(道政)에 초선(初選) 같은 열정으로 일하는 김관용 도지사께 도민의 한사람으로 늘 존경과 감사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신문지상에서 포항의 최대 현안사항인 포스코 청정화력 발전설비 설립을 위한 긍정적인 검토를 주형환 산자부장관에게 직접 건의했다는 기사를 보고 포항시민들은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것처럼 기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포항에서 33만 명 서명을 받아 청정화력 발전설비 설립의 걸림돌인 환경규제 완화를 촉구한바 있지만 아직껏 이렇다 할 진척이 없습니다. 지역민 모두가 노심초사하고 있던 차에 지...
저의 최고 효도법은 공부였습니다. 아들의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활짝 웃으시던 어머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도 저는 어떻게 그리 공부를 잘 했느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부모님 칭찬이 듣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입니다. 그만큼 부모님은 제게 특별하셨습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님과 전통적인 한국 어머니의 표상이셨던 어머님께서는 장남인 제게 늘 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가르치셨고, 행정가로서 지금의 제가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특히, 아버님께서는 38년 간 공무원으로 일하셨기에 '항상 나 자신보다 이웃의...
총선이 끝났다. 문득 각 당에서 내걸었던 10대 공약들을 당선자들이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잊지 않고 잘 완수하리라고 믿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승리에 취하여 뒷전으로 밀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잖아 있다. 법리적으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같지만 선거법에 4년 뒤에 각 당에게 공약 이행 결과물을 의무적으로 내게 하고 이를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약의 무게를 느끼게 될 것이며, 엄정한 국민의 눈을 의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이 가장 힘주었던 공약은 아무래...
이 봄날 눈부신 꽃소식 외에는 딱히 반가운 소식이 없던 차에 포항시청 외벽에 큼지막하게 나붙은 현수막 문구는 봄 처녀가 사뿐히 다가오는 듯 한 희소식이다. 지난 3월 10일자 '아침광장'칼럼을 통해 포항공항의 항공기 재취항을 염원했는데 정말 빨리도 두툼한 '답장'이 왔다. 자치단체와 정치권, 지역 사회단체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단합된 재취항염원이 컸던 것 같다. 아무리 포항-서울간 KTX가 초고속으로 다니고 있다고 하지만 공항과 철도의 기능은 다르다. 글로벌도시로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외국 바이어와 투자자, 관광객이 편리하...
페이스북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 서른을 갓 넘긴 그가 딸의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선언했을 때, 세계의 청춘들은 열광했다. 언감생심 쉽지 않은 고뇌의 결단이자 대리만족이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한 미국조차도 근로자의 12% 정도만 육아휴직을 누린다. 하물며 한국 같은 나라는 오죽하랴. 올 초 업무로 돌아온 그는 페북에 띄운 사진으로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육아 휴가 마치고 복귀 첫날, 무엇을 입어야 할까'라는 제하로 옷장을 소개한 모습. 디자인이 똑같은 회색 반팔 티셔츠 아홉 장과 모자가 달린 진회색 후...
부처님이 제자들과 함께 설법을 위하여 여러 곳을 다니던 중 한 작은 마을에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나무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던 부처님은 갈증을 느껴 제자에게 물 한 그릇만 떠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부처님 일행을 사기꾼의 무리라 생각한 마을사람들이 모든 샘과 우물에 잡초와 겨 따위를 집어 넣어 마시지 못하게 했다. 제자들이 이 사실을 고하자 부처님은 다시 떠올 것을 명령했다. 제자들이 마지못해 다시 샘터로 가보니 잡초와 겨는 펑펑 솟는 물에 떠내려가 맑은 물을 얻을 수 있었다. 물을 떠온 제자들에게 부처님은 미소를 띠며 ...
4·13 총선이 13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민심에 귀 기울이고 국가 발전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임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내부의 파열음만 난무할 뿐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저 출산·고령화, 일자리 부족, 과도한 가계부채, 온실가스 감축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에너지 분야는 특히나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반면 투자비 회수는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포괄적 안목의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 더욱이 에너지정책은 환경, 안전성, 경제...
따스한 볕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하얀 목련을 다시금 보는 봄이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에도 봄볕을 기대하지만 좀처럼 스며들지 않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의미를 더욱 느끼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포항은 자타가 인정하는 철강도시다. 포스코가 이 땅에 뿌리 내린지 48년이나 됐으니 어언 반세기 세월을 철(鐵)과 함께 하고 있음이다. 공생공존, 숱한 사연과 애증(愛憎)이 교차되면서 포항이 성장하고 발전해 온 것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조국근대화의 전초기지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이름으로 각인 된 포항...
올해로 2·28 대구민주화 운동 56주년을 맞았다. 기념단체 에서는 이 날을 국가기념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3·15 와 4·19 그리고 광주학생운동이 국가 기념일로 정해졌다면 대구 2·28 은 당연히 국가기념일로 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대구 2·28 민주화운동이 마산 3·15 부정선거 규탄의 촉매가 되었고 그 불길이 서울의 4·19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고귀한 초석(礎石)을 놓은 대구 2·28 은 국가기념일로 정할 뿐만 아니라 한국근대사에 4·19를 서술하기 전 반드시 기록 되어 후학들에게 알려야 할...
사표(師表)의 사전적 의미는 '학식과 덕행이 높아 남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라고 돼 있다. 현 사회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생활에서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각박한 사회로 치닫고, 인정은 점점 메마르고 배려와 베풂의 미덕이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게는 본보기가 될 좋은 일들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2월말로 39년 8개월간의 교직생활을 마친 포항 문덕초 이규호 교장선생님은 퇴임식 경비를 아껴 포항시장학회에 500만원의 장학기금...
남의 나라를 다니다 보면, 참 특별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거리의 예술가들이다. 공연장이나 소박한 무대조차도 없이, 그들은 그냥 길거리에서 자기들의 예술을 즐긴다. 때로는 아무도 없고, 많아야 열 명 미만의 관중을 앞에 두고도, 그들의 창작은 진지하고 청중은 행복하다. 그냥 조용조용히, 하고 싶은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즉흥적 무언극을 하기도 한다. 참 부럽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문화가 좀 도입되었다. 주로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청년들이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을 자주 보기도 했...
여행을 준비하며 찾는 자료 중 하나가 여행지의 예술가를 알아보는 일이다. 그것은 오래된 습관으로 여행의 의미를 중후한 커피 맛처럼 향기롭게 한다. 남도의 강진을 찾을 땐 김영랑을, 제주도 서귀포 여행에선 화가 이중섭을…. 그러면서 그들이 왜 그곳에 머물게 되었는지, 어떤 작품을 그곳에서 창작했는지 알아보곤 그 흔적을 발견하려 노력한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먼 나라 여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 발칸에 속한 몇 개 나라를 여행했다. 여행하기 전 관광지에 얽힌 역사와 예술가를 알아보았다. 텔레비전에서 소개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