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에 꽃들로 수놓은 4월의 봄이 만연해지고 있다. 자연 속에 펼쳐지고 있는 이 장엄한 광경을 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한 없이 설렌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저 많은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이 각양각색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러한 봄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우리 곁에 영영 잡아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4월의 불청객 황사나 세찬 바람이 우리 안에서 용솟음치는 봄에 대한 열정을 반감시켰고, 예기치 않게 내리는 봄비가 가뭄해소에 꼭 필요하지만 꽃잎의 떨어짐을 재촉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다른 종류의 꽃의 행렬...
일본 바이어들은 편지를 교환하거나 상담을 위해 찾아가 만나게 될 때, 먼저 ‘신세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처음엔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이 말엔 진심이 배어있는 걸 느꼈다.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거만을 부리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신세진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한번은 다소 친해진 일본 상인에게 “신세는 제가 지는 것인데, 그리 말씀하시니 오히려 거북하기만합니다”라고 말했더니, 그는 정색을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자기가 사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내가 좋은 물건을 보내...
1995년 지방분권특별법에 의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비록 선언적 수준이긴 하지만 일단은 법적인 장치가 마련되었다. 곳곳에 지방자치제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안고 출발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위한 문제점 해결은 고사하고 중앙정치에 의한 지방정치의 옭아맴과 딴지의 도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주민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배제를 외면한 채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는 벌써 공천 헌금으로 오물 냄새에 뒤덮여 있다. 중앙...
과거에는 외국인을 보기가 어려웠다. 19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어쩌다 외국인이 눈에 뜨이면 그 외국인은 구경거리가 되곤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어딜 가나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무엇이 변해서 일까? 세계화의 이유 때문일까?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은 주로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 수십 년 전의 외국인들은 주로 미국인들로서 대부분은 군인이나 군속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참으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방문 또는 장단기간 살고 있다. 지금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소위 3D ...
영국 시인 엘리엇은 그의 서사시 ‘황우지’의 첫 구절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 이유는 4월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뒤흔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다”. 왜냐하면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작은 생명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얼어붙은 춥고 배고픈 계절보다 만물의 소생하는 생명의 시간이 더 괴롭다 못해 일 년 중 가장 잔인한 시간이라는 하는 것은 확실히 역설이다. 죽은 땅에서 새 생명이 자라고 ...
지난 3월 10일, 세계 최대의 전자, 정보통신, 컴퓨터산업 전시회인 ‘세빗(CeBIT) 2006’에 참석하기 위하여 독일의 하노버에 들르게 되었다. 16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전세계 72개국에서 6,100여개의 업체가 참가하여 통신, 네트워크, 디지털가전, 소프트웨어, 사무기기분야 등의 제품을 출품하고 첨단기술을 뽐내었다. 단연코 군계일학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이들의 우수성과 전시규모는 세계 유수 기업들을 압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력의 신장을 실감케 해 주었다. 오늘 본란에서는 CeBI...
프랑스에서는 68 운동이후 근 40여년 만에 학생과 노동자들이 홍수처럼 거리에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렸다. 수백만 명이 연일 26세 미만의 젊은 노동자들을 손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최초 고용 계약제(CPE)’라는 법률의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 법의 일부 조항을 완화, 파국을 벗어나려는 시라크 대통령의 계산은 빗나간 것 같다. 필자가 지난 3월 7일자 이 시론란에 게재한 ‘미국과 유럽의 차이’라는 칼럼에서 이같은 사태 발생 가능성을 예단한지 채 한 달도 안된 4월 초에 프랑스에서 일이 터졌다. 설령 노동력 이동의 유연성...
최근 재계에 각종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계는 당초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 바짝 숨을 죽이고 있다. 혹시라도 오해 살까봐 비전선포식이나 창립기념일 등 각종행사를 예년과 달리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자는게 기업들의 전반적인 정서다. 최근 재계의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으라’는 식의 몸조심은 1등기업으로 가는 자세와는 멀어 보인다. 초일류 기업의 바탕에는 자신들에게 매우 엄격한 잣대가 있다. 바로 윤리경영이자 투명경영이다. GE라는 불멸의 기업이 있다. 원래는 가전제품으로 ...
비가 내리고 있다. 겨울을 털고 피어난 개나리며 백목련이 비에 젖는다. 구름같이 피어난 벚꽃도 비에 젖는다. 나무도 젖고 길도 젖는다. 비는 점점 가까이 다가와 눈앞의 유리창을 적시고 내 마음도 적셔준다. 촉촉한 습기가 전신에 전해져 온다. 비의 색깔은 연분홍이고 온도는 온화함이다. 봄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비도 계절에 따라 색깔이 있고, 기분에 어울리는 체감온도가 있다. 양철지붕을 난타하는 여름 소낙비는 녹색이고 온도는 화끈함이다. 낙엽을 적시는 가을비는 갈색이고 온도는 쓸쓸함이다. 겨울 북풍과 함께 내리는 진눈개비는 ...
수용소의 참상을 다룬 영화들은 많다. 영국의 샘 멘데스 감독의 뮤지컬 ‘캬바레’는 1930년대 베를린의 싸구려 나이트클럽을 무대로 나치 치하의 공포를 그렸다. 나치 깃발이 펄럭이고 유대인 가게에 벽돌이 날아들며 개처럼 끌려가다 죽는 유대인들의 참담한 화면이 관객을 압도한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노래하던 가수도 유대인 표식의 노란별을 달고 수용소로 매몰된다. 극한상황에 맞닥뜨린 인간의 모습과 그 시련을 넘는 인간애를 담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피아니스트’도 생각난다. 처절한 생명에의 욕구가 인간성을 마비시키고 한...
최근 우리들에게 있어서 외국 혹은 외국인과의 접촉은 급속히 그리고 주변적인 것으로 되었다. TV의 뉴스나 오락프로를 통하여 해외에서 있었던 사건이나 각종 스포츠, 그리고 일반 사람들의 생활모습까지 국내의 것과 다름없이 매일 시시각각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내 거리에서는 외국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길가다 외국인과 스치게 되면 반드시 한번 되돌아보고 했든 우리들도, 지금에 와서는 그것을 예사로 지나치게 되었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또, 그것과는 반대로 우리들 자신이...
지방문화가 활성화되고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형태의 지방축제가 열리는 현상은 1995년 지방자치제의 전면적 실시와 더불어 나타난 바람직한 현상 중의 하나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나, 그 동안 중앙집권체제 하에서 국가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의 변방에 놓여있던 지방문화가 지방축제의 활성화를 통하여 그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최근 문화관광부의 발표에 의하면, 보령 머드축제, 함평 나비축제 등 문화부가 선정한 전국 45개 문화관광축제의 지난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171억7천500만 원에...
우리 성인은 하루에 2.5ℓ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개 음식을 통한 물을 제외한 음료로 마셔야 할 물의 양은 1~1.5ℓ이다. 이 물을 냉수나 커피, 차 및 청량음료 등과 같은 음료로 마신다. 커피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 사람을 만나거나 집에 손님이 오게 되면 손님 접대용으로 차 한 잔 나누자고 하면 주로 값싸고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이용되고 있다. 염소를 치는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소년이 숫염소 한 마리가 어떤 열매(커피 콩)를 뜯어먹고 춤을 추며 울어대는 것을 보고...
유엔이 리우 환경개발회의의 건의를 받아들여 ‘물의 날’을 선포한지도 15년째 접어들었다. 1992년 유엔 총회는 수자원 보호와 수질 오염 방지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물의 날을 3월 22일로 정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물 관리가 개선되고 있다기보다는 ‘물 전쟁이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다’든지, 혹은 ‘전 세계의 우물이 마르고 있다’는 참담한 소식만 전해진다. 지구 온난화로 곳곳에서 사막화가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 20-30년 안에 국가간 물을 둘러싼 폭력적인 충돌이 발생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 실제로 수단 남부 다르푸...
지난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지표에 따르면, 연초부터 불안조짐을 보여온 경기지표들이 일제히 하향세로 돌아서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8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파업은 우리 노사관계의 고질병인 4월 춘투의 악몽을 떠오르게 만든다. 우리나라 노사는 해마다 ‘봄’(春)만 되면 ‘싸움’(鬪), 즉 ‘춘투(春鬪)’를 벌여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한다. 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 마저 갉아먹는 주범인 ‘춘투’는 원조인 일본에서조차 모습을 감춘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봄마다 어김없이 재발하는 것일까? 그 주...
청와대 비서실이‘청와대브리핑’2월 15일자 특집, ‘비정한 사회, 따듯한 사회: 양극화 시한폭탄, 이대로 둘 것인가’에서 ‘기적과 전망, 두개의 대한민국’이란 글과 21일에는 ‘압축성장과 양극화는 불균형성장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앞으로 10여편의 글들이 더 연재될 것이라지만 이미 양극화 주장은 첨예한 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서실의 글들이 주장하는 바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문제는 빈부 양극화 심화이며, 그 핵심 원인은 과거 “서강학파 모델” 즉 압축성장과 불균형성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대...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이의 생애’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다.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의 이론을 부정한다. 갈릴레이의 제자 안드레아는 “영웅이 없는 나라는 불행하다”고 외치며 스승의 변절을 안타까워한다. 그러자 갈릴레이는 “영웅을 필요로 하는 나라가 불행하다”며 자신을 변명한다. 영웅이 없는 나라가 불행할까, 아니면 영웅을 필요로 하는 나라가 불행할까? 안드레아는 뛰어난 지식과 용기를 갖고 세상의 무지에 맞서 싸우며 세상을 바꾸는 스승의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
지난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유엔은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하여 제정하였다. 이렇듯 물은 인류의 생명에 절대적으로 소중하고 필요한 유형자산이지만 그 이상의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 화제작 ‘물은 답을 알고 있다 2’라는 후속편에서 에모토마사루는 눈(雪) 결정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물(水)의 결정도 저마다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현미경을 이용 다양한 물 결정 사진을 찍어 본 결과 ‘사랑과 감사’라...
선거법을 잘 몰라서 저촉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요즘 휴대전화에는 심심찮게 ‘동문 누구누구가 입후보하였으니 적극 밀어줍시다’라는 문자가 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남없이 겪는 풍경이리라. 여기 덧얹혀 아직 수면 위에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교육감 선거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고양이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야말로 인물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럴 때일수록 서민들은 그들이 무엇이었느냐 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살펴보아야 한다. 삶의 흔적을 통해서 그들이 벌여나갈 행태들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 뿐 만의 일...
1763년 7년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영국해군에게 뺏긴 가드푸르 섬을 반환 받는 대신 무려 5500배나 덩치가 큰 캐나다를 영국에 넘겨주었다. 이때 프랑스 국민들은 V자를 그리며 환호했다. 1867년 미국 16대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러시아로부터 사들였다. 이때 미국시민들은 ‘역사상 가장 비싼 냉장고를 사들인 멍청한 얼간이’로 대통령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두 가지 사안에서 우리들은 누가 오류였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잎사귀와 나무, 숲과 그 열매를 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