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더 이상 한국기업에 성공을 보장하는 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골고루 잘사는 사회 건설을 위해 근로자들의 수입 증대에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 무섭게 중국 전역에서 임금 인상 붐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개혁·개방 1호 도시인 광둥성 선전특구의 경우, 현재 690위안(약8만9700원)인 월 최저임금을 다음 달부터 850위안(약11만500원)으로 23%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작년 가을 근로자 최저임금 580위안과 비교하면 1년여만에 47%나...
어디까지 진실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혼란이 일어날 때가 있다. 명확한 답도 얻지 못하고, 조그만 일이라 남에게 물어 볼 수도 없는, 그래서 순간적으로 혼란스움에 빠지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요즘 경찰관 시험 합격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해서 필자가 소속된 경찰행정학부 학생들의 학업 열은 ‘끓는다’는 말이 적절할 정도다. 며칠 전 필기 시험에 합격한 한 학생이 연구실을 찾아와서 느닷없이 자신의 질문에 진솔하게 답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교수님은 혹 살아 오면서 자살 ...
꽃샘추위라고 하지만 겨울 못지않게 눈 발을 날리는 차가운 날씨가 3월 중 순까지도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매마른 가지에 꽃부터 피우는 산수유 나무을 보면서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겹겹이 입었던 옷가지를 벗어 던져버리고 옷 색깔도 엷고 밝은 색으로 바꾸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매일 마주치는 나무들에게서 이번 겨울을 지나면서 큰 병을 앓은 사람처럼 무척 수척해 보이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느낌은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금년 겨울의 추위가 너무 혹독해서 ...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봄소식이 한이 없지만 나에게 있어 봄은 미나리의 추억과 함께 다가온다. 봄의 색깔은 파란 미나리색이고, 미나리 무침에서 나는 내음이다. 어머니는 해마다 밭이나 논두렁에 돋은 달래와 냉이를 뽑아와 삶고 무쳐서 이른 봄의 식탁을 마련하셨다. 어머니의 냉이에 꽃이 피고 뿌리가 억세어지면 집 앞의 미나리꽝에는 미나리가 파랗게 자란다. 미나리는 무침으로, 부침개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냉이가 채워주었던 배고픔을 이어주었다. 먼 산에는 아지랑이가 너울거리고, 가까운 보리밭에서는 종달새가 노래를 불렀다. 소년은 미나리...
골프는 신사 운동이어서 매너를 매우 중시하고 규칙 또한 엄격하다. 이를테면, 매너 면에서 교류 목적으로 타인을 초대하게 되면 초청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초청된 사람은 언젠가 어김없이 되갚아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그가 서양사회에서라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내가 독일에서 일할 때 주로 일본지역에서만 근무했던 고위 외교관이 총영사로 부임한 적이 있었다. 우리 교민 골퍼중 예우 차원에서 총영사를 자기 골프 클럽에 초청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상당한 시일이 지나도록 그 총영사가 전혀 답례하지 않자 교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과학연구에 대한 신인도가 국제적으로 떨어지고 관련 연구가 위축되는 현상이 있었다. 반면에 이번 일은 우리 국민들에게 과학적 연구에 있어서 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으며, 또한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에 대한 열망과 학습의 기회를 준 일대의 사건이었다. 이미 본 란을 통하여 줄기세포의 본질에 대하여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줄기세포의 연구 방향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 것이 바람직할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제는 국민들 사이에...
육체적·정신적 삶의 유기적 조화를 통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함으로써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생활양식을 통틀어 웰빙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우리말은 ‘참살이’라고 한다. 원래 이 말은 ‘건강한(well) 삶(being)’을 뜻하는 영어단어 well-being에서 비롯되었다.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국내에는 2002년 말 여성잡지 기사를 통해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도심 공해와 현대인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몸의 평화를 추구하고, 패스트푸드보다는 유기농 야채와 곡식으로 만들어진 신선한 건강식을 ...
이해찬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리다 결국 낙마했다.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 것은 당연해 보이며 공직자의 처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조선조의 영의정과 국무총리는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최고 관료다. 특히 이총리는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영의정에 버금갈만한 실세 총리다. 부드럽지 못한 그의 이미지로 하여 더욱 그런 연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조선조의 명재상은 결코 그런 칼날 같은 서슬이 없었다. 먼저 생각나는 분이 황희 정승이다. 새 왕조 조선이 들어서자 고려 충신들은 관직을 버리고 두문동 골짜기로 숨는다. 훗날 ‘두문불출’이란 ...
참여 정부는 출범당시 핵심정책과제로 빈부격차 해소와 중산층 육성이라는 ‘공약(公約’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 공약은 당분간 ‘헛된 약속’즉, ‘공약(空約)’으로 끝날 공산이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지난 3년 동안 참여정부가 입안하여 시행해 온 여러 경제정책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는 경제적 양극화(economic polarization) 현상이 심화되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내수경기의 회복 기미가 일부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것이 ...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좋다’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된다. 좋은 사람, 좋은 기업, 좋은 학교, 좋은 병원, 좋은 교회, 좋은 동사무소 등등. 사전적 의미의 좋다(good)는 안정되고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선의 상태를 일컫는다. 하지만 경영학적 의미로는 한 순간 아니면 한 때, 한 시절 안정되고 번영하는 상태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한 때가 아닌 영원히 안정되면서 영속적으로 번창하게 될 기업은 존재하는가. 한 시절을 넘어서 영원한 세계로 도달했을 때 우리는 위대하다(great)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CE...
한 생명이 잉태되기 위해서는 정자 하나가 난자 하나와 만나 수정이 돼야 한다. 수정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수많은 정자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정자 하나가 난자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보다는 덜 알려진 가설을 좋아한다. 그것은 자궁이라는 험난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수정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정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난자에 이르는 길을 개척한다는 가설이다. 나는 수많은 정자가 오직 자신만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한다는...
반투명한 창을 열자 사각액자 속 풍경이 와락 달려든다. 통유리틀 저편에서 유유한 산의 몸짓. 사계의 흐름 따라 변화하는 그림이다. 연록에 넋이 빠져 하루가 기울고, 희붉은 제철 꽃에 가슴 저민 게 몇 해던가. 그런데 그 산이 지금 잘려나가고 있다. 자연 액자요, 자연병풍이던 앞산능선이 댕강 잘려 길이 날 모양이다. 야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중장비 몇 대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매우 침착한 동작이다. 포크레인이 앞장서서 연방 고갯짓을 하고, 궁둥이를 위쪽으로 바짝 들이민 덤프트럭은 45도 이상의 각도로 대기 중이다. 엉거주춤한 품...
바야흐로 봄이다. 흔히들 봄을 말할 때 산과 들에는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논밭에는 농부들이… 운운하며 봄의 풍경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요즘 농촌 풍경은 예전 같지 않다. 텅 빈 농촌 마을과 사람 냄새가 사라진 들녘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산의 노래처럼 그야말로 봄은 왔건만 찬 연기와 쇠락한 집들만이 빈 들을 지키고 있다. 이런 씁쓸함은 비단 농촌뿐만 아니다. 어촌도 마찬가지이다. 한창 출어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지만 기름 값을 감당하지 못하여 한숨만 배에다 가득히 실어두고 있다. 생명의 경이에 탄성을 발하고, 따뜻해지는 ...
요즈음 우리 사회가 총리를 위시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거짓말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해찬 총리의 경우 부적절한 인사들과의 ‘3.1절 골프회동’과 관련하여 총리실, 교육부 차관 및 부산지역 상공인들 모두 말바꾸기 릴레이를 하면서 거짓말과 은폐 행진을 벌였다. 당초 총리실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단과 상견례를 겸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논의하는 모임이었다고 해명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구릴 데가 없다면 주최자를 거짓으로 둘러대거나 참석자 명단을 숨길 필요가 없을 텐데 무엇 때문에 하나의 진상을 두고 이렇...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30% 정도로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선언으로 등으로 농촌이 어수선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 되었을 때 과연 우리 농업의 설자리는 있는지? 우리의 먹을거리는 앞으로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지난해(2005년) 농수산믈 수입액은 142억8천만달러, 수출액은 34억2천만달러로 농수산물 무역적자가 108억6천만달러로 2004년 대비 5.7% 증가되었고, 반면에 수출은 1.5% 증가하는데 그쳤다(농수산물유통공사 통계). 수입국은 ...
팥꽃나무가 있다. 이른 봄 나뭇가지에 온통 고운 팥죽색의 꽃을 다닥다닥 가득히 피워 올리며 고고한 향기를 품어데는 한국토종 꽃나무다. 이 나무는 유독하여 임산부가 먹으면 낙태를 한다 하여 임란 7년전쟁 당시 불륜이나 왜군이며 원군으로 온 명나라 군사들의 성폭행 등등으로 불의의 수태를 한 여인들이 즐겨 찾았던 나무라 전해지고 있다. 그 독성이 강한지라 오남용으로 인하여 숱한 여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불행한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이에 선조는 국명으로 이 나무를 멸종시킬 것을 명했다고 전해지는 불행했던 아름다...
“여러분 기뻐하여 주십시오. 우리에게 새로운 추기경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와 많은 이들이 원하던 추기경이 드디어 탄생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앞마당에서 있은 37년만의 정진석 새 추기경 탄생 순간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기쁨이고 축복이었다. 바람이 쌀쌀해진 저녁 시간이었지만 모두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고, 정진석 추기경과 김수환 추기경은 악수하고, 포옹하고,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이날 진실로 돋보였던 분은 새로 탄생한 정진석 추기경도 물론이지만 그 분 못...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사회적 담론처럼 소모적인 것은 없을 듯싶다. 성장론자들은 분배에 치중해온 유럽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성장 일변도인 미국경제가 장기 호황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사회 양극화든 뭐든 고성장만 달성하면 웬만한 사회적 문제는 풀릴 것처럼 주장한다. 분배론자들은 국민 대다수의 생계가 안정되지 못하면 사회 갈등의 증폭으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못해 성장도 되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기실은 양자의 주장이 상충되는 면이 없지 않으나, 다 맞는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자본주의 경제이념을 채택하여...
어김없이 돌아온 계절은 먼 산 춘설 지붕 아래 머물고 있는 봄을 살금살금 끌어당기고 있다. 눈 녹은 물은 아래로 흘러 우리 집 거실에서 자라고 있는 느티나무에 닿아 새움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이 아침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을 끝으로 올해의 꽃샘추위도 마감될 것이다. 씩씩하게 돋아나고 있는 새잎을 바라보니 봄은 이미 쾌속으로 내 곁을 지나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겨우내 입었던 외투를 벗어던지고 바깥으로 나가 봐야겠다. 언덕 아래 보리밭이 파릇파릇 기지개를 켜고 있다. 꽃집마다 한껏 핀 꽃이 봄이 왔음을 노래하...
한때 우리사회를 풍미했던 좌파세력의 지침서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대한 우파적 비판을 실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란 책이 출간되면서 학술논쟁이 일고 있다. 아직도 사상논쟁은 우리사회의 중추신경을 흔들만한 괴력을 지닌다. 지금 한국은 ‘역사 내전(內戰)중’인 셈이다. 칼 포퍼는 그의 명저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개념정립을 하고 있다. 좌파는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으로 이상향을 설정해놓고 급격한 변화를 강조한다. 우파는 ‘점진적’ 사회공학으로 구체적인 사회악을 제거해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따라서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