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행정도시의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전국의 각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는 조용한 날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지역에 도움이 되는 공공기관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느냐에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의 지방자치단체들간에도 예외 없이 공공기관 유치에 더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특히 경북에서는 포항, 경주, 영덕이 전북의 군산시와 함께 방사성 폐기장설치를 두고 수개월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때는 핵 오염을 우려하여 어느 지역에서도 설치하지 않겠다던 방폐장 설치를 두고 지나친 경쟁을 벌린 나머...
최근 로봇, 레이저, 초음파정밀 분야 등 6천여 개의 부품소재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일본 최대의 부품소재 클러스터인 동경(東京)의 오타(大田)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은 입주기업들의 50%이상이 종업원 5인 이하인 소기업들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중심의 하청구조에서 탈피하여 자립형 중소기업으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이 기업 간 자발적 참여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과 기업지원기관들 간의 연계 협력, 그리고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간 상생(相生)의 협력체제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즉 기업지원기관의 하나인...
대한민국 가을 묵밭에는 어김없이 개망초가 억수로 돋아 핀다. 작고 흰 꽃잎에 노란 꽃술로 다닥다닥 꽃을 피워서 야취가 제법이다. 이 식물의 형님벌인 망초는 꽃도 그렇고 결실모습이며 그 자태가 아주 추하다. 120여 년 전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외세로 인하여 망할 때 북아메리카 쪽에서 묻어 들어와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국토로 번져나가면서 농부들로 하여금 골머리를 썩이게 했던 국화과의 2년생 잡초인데, 그래서 이름을 亡國草(망국초)라 명명하였던 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어느 식물학자가 망초로 착각, 잘못 호칭하여버린 것이 이...
백두대간의 삭풍에 맞선 꿋꿋한 소나무를 보았는가. 척박한 토질에 던져졌어도 풍상을 이겨내고 늠름하게 자라는 게 어찌 보면 꼭 육칠십 년대 우리가 커온 모습 같지 않던가. 세월 때가 묻은 소나무는 주름 깊게 파인 고향 어른 같은 친근감이 들면서도 마치 구릿빛 갑옷 두른 장수처럼 듬직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시문학과 회화에는 소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역경을 헤쳐 나가는 굳은 의지와 비세속적인 삶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거나 ‘군자의 덕’을 상징할 때 주로 쓰였다. 애국가에도 ‘남산위에 저 소나무’가 등장하고, 십장생(十長...
중국속담에 책 만권을 읽으면 신과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책속에 모든 길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인터넷 열풍을 타고 북클럽이 많이 생겨 나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 클럽이 BBC (Biz Book Writers’ Ciub) 다. 이 클럽은 경제, 경영서적 저자들로서 대다수 지명도가 높은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최근 비즈니스 명저 10선을 선정 발표 하였는데 그 중에서 1위가 바로 블루오션전략이라는 책이다. 지난 한해 경영계를 휩쓴 화제작으로 비즈니스맨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강력...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 ‘60년대 자식은 재산이었다. 아이는 학교 다닐 나이만 되면 농사일을 거들었다. 먹을 것이 없을수록 사람들은 자식농사에 매달렸다. 대를 잇는 것이 가문의 목표였던 시절이다. 그래서 아들을 선호했다. 아들이 태어날 때까지 줄줄이 딸을 낳았다. 귀남이가 태어날 때까지 끝순이, 종말이, 후남이를 낳아도 자식으로 셈하지 않았다. 아들은 야구에서 ’스트라이크‘이고 딸은 아쉬운 ‘볼’이었다. 적당히 낳는다는 개념도 없었다.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라 하여 아이는 태어날 때 제가 먹을 양식을 갖고 세상에 ...
황혼 퇴근길, 저 쪽 모퉁이가 두런거린다. 석양을 등지고 밧줄에 묶여 내려오는 간판 ‘황포 전업사’. “또 업종을 바꾸시게요?” “치킨을 해볼 생각인데…많이 자셔주.” 불현듯 넉달 전 이웃 마을에 간판을 올린 친구가 생각난다. ‘털보 가전 수리’. 오늘 우리 마을 전업사 하나가 간판을 내렸으니 그 친구의 경쟁자가 하나 떨어져 나간건가? 간판 내리는 전업사를 보니 은근히 그 친구 가게가 걱정된다. 그 친구가 간판을 올리던 날 나는 꽃 대신 선인장을 선물했었다. 화원을 둘러보다가 선인장에 마음이 찔렸기 때문이다. “엉뚱하게 시...
해가 바뀌자마자 환율 태풍이 몰아쳐 온다. 지난 세밑 1천 10원선이던 달러 값이 980원대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보름도 안돼 원화 값이 불당 30원이나 치솟았다. 거센 폭풍의 파도에는 작은 배일수록 뒤집히거나 난파당하기 십상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수출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누증되는 현실에서 망연자실하는 중소업체의 사장과 직원들은, ‘환율 하락이 반드시 우리 경제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유가 현실에서 수입가격을 낮추어 국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으며, 대외 부채의 압박을 완화시킬 수도...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객관성이다. 즉 누가 하던지 간에 같거나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의 결과는 보편타당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과학의 발전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인간의 물질적인 풍요를 가능케 해 준 것은 전적으로 과학의 힘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만물의 이치를 과학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현재의 과학수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아직도 많이 있지만 결국...
갈등과 분열, 분노, 좌절로 점철된 닭의 해 乙酉년이 가고 개의 해 丙戌년이 밝았다. 새해의 해가 떠오르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을 기대하면서 각자의 소망을 간절히 기원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하는 말씀 가운데 개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개가 부지런하기 때문에 평생 먹고 사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따라서 지난해의 어지러웠던 모든 일을 잊고 금년 새해는 모든 것이 잘 풀려가는 희망의 새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새해 첫 주간에 벌어지고 있는 여러 징조는 우리를 매우 어둡게 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살아오면서 나는 나를 떠나가는 것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오랫동안 나를 불행하게 했던 대상이 나를 떠나갈 때는 해방감과 더불어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대부분 나를 떠나가는 것들은 내가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들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다른 세계에서도 필요한지 떠나가는 것들 모두가 내게는 소중하고 절실한 것들이다. 첫 사랑의 여인이 맨 처음 내곁을 떠나간 뒤 학창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져 갔다. 뒤이어 어린 시절 함께했던 누이들이 차례로 출가를 했고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아내조차 홀연히 내곁을 떠나갔다. 오랜 ...
대통령 재임 중에 언론매체로부터 분석과 비판의 대상이 된 빈도가 노무현 대통령만큼 높은 분도 대한민국 건국이후는 물론이고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없는 것 같다. 노대통령의 인사, 정책, 나아가서 개인적 역사인식 등 일 거수 일 투족이 끊임없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연구의 초점이 되고 있다는 것은 국민과 대통령과의 거리를 짧게 해준다는 점에서 장려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은 우연히도 노대통령이 언론에 회자되면 될수록 증폭되고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임기전반기를 회고하...
쭈욱 잘 빠진 몸매를 자랑하는 꽁치는 푸르스름한 청람색 피부로 싱싱하다 못해 꽉 깨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탱탱한 힘, 푸르게 빛나는 광채는 꽁치의 상징이다. 특히 요즘같이 칼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상종가를 치면서 뭇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지만 나의 애정표현은 고작 세치 혀로 음미하는 것이다. 꽁치를 향한 나의 사랑은 어린시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꽁치를 다루는 어머니의 솜씨는 가히 일품이었다. 굵은 소금을 뿌려 화형을 하거나, 갖은 양념에 저며 말린 후 찜으로 상 위에 올리면 부드러운 감촉과 삼삼하고 고소하면서도 약...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새해 벽두에 만나는 사람마다 주고받는 첫인사 중의 한 마디다. 해가 바뀌었으니 한 해도 복 많이 받아서 행복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참 좋은 의미다. 아름답고 정감이 가는,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모두가 마음 편하면서 모두가 즐겨 쓰는 가장 보편적 인사말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 좋은 인사말 이면에 보편적 인간을 초월한 어떤 절대자적 존재를 암시하는 듯한 의미가 있어 해마다 인사말이 오갈 때면 한 번씩 되씹어 보게 된다. 해서 새해 인사를 나눌 때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 복 많이 베푸세요.”...
사학법 개정과 복지부장관 임명관계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복잡하고 소란한 것이 사람이 사는 사회의 속성인지는 모르나 대립과 갈등이 극한에 이르게 되면 그 사회는 마침내 내부적으로 붕괴의 운명을 맞게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로마의 국가붕괴나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여러 국가들의 경제추락이 바로 그 예의 표본이 된다. 장관임명에 대한 소란은 일과성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으나 국가 백년대계의 근간이 되는 사학법개정이 코드가 맞는 편향적 이념의 정치인들이나 특정 교원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정치적 목적에서 의결된 것이라면 ...
대통령의 유시민 복지부장관 내정으로 여당내부가 술렁였다. 대통령의 코드정치가 또 한번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유시민을 택하고 당을 버렸다’는 여당당원들의 볼멘 목소리로 청와대만찬까지 연기되면서 대통령이 여당에게 거부당하는 보기 드문 상황까지 갔다. 향후 당정관계에 악재로 작용해 국정파트너로서 여당의 협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고유권한이지만 불가침의 성역은 아니다. 올해부터 장관임명의 인사 청문회를 둔 것도 그런 감시기능이 깔려있다. 대통령의 지금과 같은 무리한 개각은 국정불안을 자초...
상호주의는 제국주의 시대부터 국제외교의 기본 규칙이 됐다. 모든 외교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원용(援用)되는 것이지만, 특히 경제통상분야에서의 적용이 두드러졌다. 19세기 열강(列强)들은 저개발국에 접근하여 개방을 통해 이익을 서로 나눠 갖자고 군함 외교의 강압을 통해 양국간 통상항해조약을 체결하고, 상대국에게도 관세상 최혜국대우(最惠國待遇)를 부여했다. 상호주의 이면에는 강자들의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일방주의가 잠복해 있었다. 그들의 본심은 상대를 통째로 삼키자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것을 가진 자들이 자원배분을 효율화하고 새로...
2천년 전 중국고전인 여씨 춘추에는 ‘거대담론’이 나온다. 활을 잃어버린 형(刑)나라 사람이 활을 찾지 못하자 ‘주어도 형나라 사람일 것’이라 하자, 공자는 형나라 사람보다 그냥 사람이 주울 것이라는 말이 옳다고 했다. 듣고 있던 노자는 ‘사람이란 말도 빼야한다’는 것이다. 천지의 것이 천지에 있기 때문이란 담론이다. 형나라 사람의 공동체의식은 개인을 넘은 국가이고 공자의 것은 국가를 넘은 인간이다. 그러나 노자는 그 인간마저도 뛰어넘는 천지의 우주의식이다. 이런 거대담론의 시대에 사는 법을 우리는 익혀야 한다. 세계...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천지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상쾌한 기분이 온 몸에 스며든다. 어제 저녁에 본 잿빛 하늘은 우중충하여 봄비가 오겠구나 하고 잠을 잤는데 이렇게 눈이 엄청 내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마당에 세워둔 자동차는 솜이불을 두텁게 덮고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고 정원의 매화는 입술을 뾰족이 내밀다가 파르르 떨고 있다. 이렇게 눈 덮인 풍경을 구경하면서 향수에 젖는 시간도 잠시 뿐. 눈을 치워야 할 요량으로 마당에 나왔다. 그 때 내 눈을 잡아당기는 것이 있었다. 하얀 눈위에 총총히 박힌 발...
경북일보 독자 여러분! 새해 첫 인사 올립니다. 가내 두루 하나님의 복 주심을 기원합니다. 새해에는 모든 말에 이란 말이 붙습니다. 라는 말부터가 그렇습니다. , , , 등 라는 말이 붙으면 정말 우리가 새로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모든 것이 새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가기가 힘들고 어려우면 사람들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합니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희망이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내일에 대한 삶의 문제들이 암담하면 희망보다는 절망을 하게 되는가 봅니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