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독일에 유학, 그곳 대학에서 한 노르웨이 여성을 만나 결혼한 후 노르웨이에 정착해 살다가 최근 일시 귀국하는 한 동향 친구를 영접하기 위해 공항에 나간 적이 있었다. 수년 전 북해산 대구의 가공품을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최북단 노르드캅(Nordcapp)을 방문했었을 때, 그는 그곳의 한 해양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름철 북극에 닿은 노르드캅의 백야는 장관이었다. 슬하의 두 아들은 수도 오슬로에 내려가 있어서 60대 초로의 부부는 외롭게 살고 있었다. 내 눈에 비친 옛 친구의 모습은 쓸쓸한 이방...
‘6·25는 북한지도부에 의한 통일전쟁’ ‘미국과 맥아더는 은인이 아니라 원수’ ‘해방 후 공산주의사회가 됐어야’ 등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강모 교수의 언행으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은 형국이다. 강교수의 이런 발언들을 생각하면 과연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y)이 아직 유효한지 의문스럽다. 분명히 이와 같은 발언은 현행법인 국가보안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구속 수사하겠다는 검찰총장의 행위는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법무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이를 막았고 ...
우리나라의 방송이나 신문을 듣고 볼 때마다 느끼는 점 중의 하나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들만 너무 부각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래도 이렇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명예도 실리도 특별히 바라지 않고 자신이 맡은 임무를 묵묵히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산소를 공급하는 숲과 같은 사람들이라 할 것이다. 먼저 자신의 일생을 온전히 다른 사람들에 바치는 사람들이 있다. 빈민들, 장애우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다 바쳐 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신기술은 트렌드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신기술이 어떻게 사회에 도입되는지 관찰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호르크스에 의하면 혁명적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초기 10년간의 열정적인 붐업(Boom Up)기간이 있고, 그 이후 몇 년간의 침체기가 존재하며, 신기술이 성공적일수록 긴 적응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19세기말에 등장한 자동차는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으나 도로가 정비되고, 주유소가 생기고, 자동차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는 우리 삶의 중심으로 자리하기까지 5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미국 국방성의 ...
추석이 지난 후의 산행에서는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날 수 있다. 들국화가 찬바람에 더욱 함초롬해져 있고 황금빛 들판 위를 나는 잠자리들도 한가롭다. 이렇게 가을 산길 굽이굽이에는 결실이 있고 기다림이 있다. 부지런함이 있고 평온이 있음을 느끼며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계속한다. 바위에 걸터앉아 땀을 씻노라니 낙엽 쌓인 도랑 옆에 허물어진 무덤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축대는 여름장마의 흔적이 그대로 인데, 서늘한 바람에 제멋대로 자란 잡초가 흔들리고 있다. 무덤을 돌볼 자식이 없어졌거나, 자식이 있더라도 조상의 산소에 벌초...
최근 연일 보도되는 조류독감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2005년 10월 10일 현재 세계보건기구 (WHO)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2년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지에서 117명이 조류독감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그 중 60명이 사망했다 한다. 수년 전 세계를 공포로 떨게 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사망률이 10%인 것을 감안하면, 조류독감의 치사율은 이보다 5배나 더 강력한 셈이다. 그러나 감염자들이 동남아 지역에 국한되어 있고 숫자 또한 미미한 것 같은데, 너무 과장하여 호...
우리나라 초중고교에서 사용되는 경제 관련 교과서 내용 중 시장경제와 기업활동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사례와 통계를 인용한 부분이 많아 청소년들의 경제관 형성을 오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재정경제부가 한국은행·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의·경제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대학교수 8명에게 맡겨 교과서 114종을 분석한 결과 446곳에서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분석결과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10종에서 64건, 중학교 사회 교과서 54종에서 87건, 고등학교 공통 교과서 1...
한국인의 자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0개 회원국중 최고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망 관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25명 가량으로서 헝가리 23명과 일본 19명을 각각 앞질렀다. 자살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암과 뇌혈관 질환 및 심장병에 이어 4번째 사망 원인이 되고있다. 몇 년전 프랑스의 저명한 언론인 마르탱 모네스티에가 쓴 자살에 관한 책을 보면, 이 지구상에서 매년 45만여명이 자살로 죽고 있는데, 이 숫자는 베트남 전쟁 7년간의 총 미 전사자의 10배에 달하고, 프랑스의 독일 ...
며칠 전 모 대학에서 개최한 ‘안락사 심포지움’의 연자로 참여하였다. 안락사란 국가나 문화 또는 인식의 차이에 따라서 다른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으나, 통상적으로는 조용하고 편안한 죽음을 야기하는 행위로 규정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구체적이지 않아 ‘현재 치유 희망이 없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육신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요청하여 생명을 종료시키는 인위적인 행위’ 로 정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안락사는 유형에 따라 능동적(적극적) 안락사와 수동적(소극적) 안락사로 나누기도 하며, 당사...
몇 년 전 치과의사이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이재윤 원장의 ‘일등국으로 가는 길’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어야 하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 교육전문가보다도 깊은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지난달에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이 지난 50여년간 유지된 현행학제를 초등 취학 연령을 1년 낮추고 초등 5년 고교 4년으로 변경하는 유ㆍ5(초)ㆍ3(중)ㆍ4(고)ㆍ4(대)제 개정 법률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외양간을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소를 잃고 난 후에 외양간을 고쳐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일을 당하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소를 잃어 버렸을 경우라도 외양간을 철저히 고치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평소에 외양간을 제대로 손질하고 관리하여 소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렇지 못하여 도둑이 들어 소를 잃어 버렸다면 늦었지만 두 번 다시 소를 잃지 않도록 튼튼하게 외양간을 고쳐야 할 것이다...
디지털 정보기술의 발전은 20세기 산업시대가 초래한 변화 이상으로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재편성하고 있다. 컴퓨터의 폭발적인 보급과 글로벌 인터넷 통신망의 확산은 기존의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심리적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더불어 미래 디자인의 방향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의 정보·지식사회는 양적 사회에서 질적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지역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정보 획득의 속도에 의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고, 소유하고, 전파하면서 이전의 기계와 기술력에 바탕...
이 세상살이에서는 무엇인가를 항상 결정해야 한다. 만물의 영장인 호모 샤피언스(homo sapiens)는 원래 현명한 인간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현명하면서도 영리한, 때로는 꽤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혼자나 또는 가족이나 친척 등의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공공의 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이와 같은 일들을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결정하는 것을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고 해서 경제적 동물로서 인간 세상사를 결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숙명적으로 사회라고 하는 일정한 규범과 가치와 ...
“지방을 위해 공공기관도 옮기는데 경북도청을 옮기는 것이 마땅하다.” 공공기관의 지방분산이 가시화되면서 해묵은 ‘경북도청 이전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발단은 최근 대구·경북에 이전하는 25개 공공기관을 하나로 묶는 공동혁신도시 건설안이 나오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안동 등 11개 시·군으로 구성된 경북 북부지역 혁신협의회는 “하나의 혁신도시는 광역시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대구의 위성도시에 그칠 것이다.”며 반발했다. 협의회는 이 같은 논의의 근본 원인은 경북 도청이 대구에 있기 때문이라며 도청 이전을 촉구했다...
영국의 인류학자 프레이즈의 대표작 ‘황금가지(The Golden Bough)’는 고대인들의 신화를 비교종교학적 시각에서 분석하여 문명의 근원과 종교의 진화과정을 밝힌 명작이다. 12권의 방대한 이 저서는 신화가 함의한 종교적, 주술적 가치와 고대인들의 우주관을 탐색할 수 있는 보물지도와 같다. 이처럼 ‘황금가지’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섬광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민족은 대부분 자신들의 민족신화를 가진다. 따라서 신화는 그 민족의 근원적인 집단무의식과 역사적 체험이 농축되어 있고 시공을 초월한 상징성으로 표현되며 대를 이어...
잔디가 깔리고 연못이 있는 별스러운 집(별장)에서 생활하는 것을 ‘전원생활’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버릴 시기가 되었다. 최근 도시인들의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생활형태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인간 생활에 비친화적인 도시환경에서 각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기 좋고 물 맑은 전원지역인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농촌의 모든 지역이 전원생활 적지는 아니며 무한정 도시인들을 위해 터를 내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전원생활 붐이 먼저 일어 난 경기권은 일반 도시인들이 전...
세계은행(IBRD)이 발표한 ‘사업환경 2006’을 보면, 한국은 평가 대상국 155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10위권에 든 아시아 국가로는 싱가포르와 홍콩 및 일본 등 3개국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서 1위를 차지한 뉴질랜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나머지 7개국은 미국 및 캐나다와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이다. 사업환경 관련 10개 부문의 규제를 지수화한 이 조사에서 한국은 고용 및 해고 105위, 창업 97위, 투자자 보호 87위 등 경제 활성화와 투자 촉진에 직결된 분야에서 평가가 매우 나빴다. 1997...
10여년전 대학에 창업보육센터 설치를 장려한 이후, 중소기업과 대학간의 산학협력이 우리나라 경제와 대학교육이 선진화할 수 있는 주요한 방법으로 대두되었다. 최근에는 단순히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경영합리화만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산학협력은 중요한 제도로 부각되고 있다. 그 동안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으로 대학과 중소기업의 산학협력은 눈에 띄게 활성화되고 있다.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NURI)으로 123개 사업단에 총 2천400억원을 지원하였다. 지난 9월초 중소기업청은 전국 44개 대학에 ...
최근 국세청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말까지 국세청이 세금을 잘못 부과하거나 납세자가 세법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 낸 세금에 대한 환급액이 1조2천8백8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천1백76억 원에 비해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올해 세금을 잘못 부과해 납세자에게 되돌려 주는 금액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또 국세청이 걷어야 할 세금 중 적게 걷은 과소부과 건수는 지난해 2,359건으로 ...
오 시인의 프로필을 보며 웃은 적이 있다. 그가 어머니께 들은 태몽은 비행기가 뒷산에 떨어져 동네 사람들이 모두 구경을 갔다고 한다. 누가 내릴까 궁금해 하며 쳐다보고 있는데 목이 아주 긴, 학 한 마리가 내렸다고 한다. 거기서부터 시인의 서러운 팔자가 시작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시인은 늦둥이 아들을 두었다. 건강하고 똘똘한 아들을 위해 기억에도 없는 태몽을 새로 만들었다. 백호(白虎)가 이 산에서 저 산으로 펄쩍펄쩍 건너다니는 꿈을 꾸었다고 아이에게 자주 들려주었다. 백호의 용맹스러움과 너그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