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복통을 일으킨 남편을 차에 태우고 응급실로 향했다. 여분의 침대가 없어 의자에 앉은 채 링거액을 꽂은 그의 낯빛은 지옥을 문전에 두고 들어가라면 가야지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응급실에 입원시킨 후 집에 돌아와 급한 원고를 보낼 게 있어 컴퓨터를 열었는데 갑자기 요지부동이다. 며칠 전 제사 때 아이들이 와서 건드릴 때 우려하던 일이 생긴 것이다. 컴퓨터 종합병원으로 전화를 해 사람이 방문하였다. 파일이 전부 날아갔다고 한다. 그 아득함보다 당장 원고에 매달려야 하는 약속 앞에 가슴이 타들어 갔다. 사흘 동안 고비를 ...
‘심박수, 혈압, 체온 등의 자가진단 시스템을 갖춘 침대, 진단센서를 내장한 인텔리전트 화장실은 생체정보를 측정해 건강관리센터로 자료를 전송한다. 스마트 폰에 입력한 스케줄 정보에 따라 출장지의 기상과 교통정보를 알 수 있다. 음성으로 인식되는 차량 네비게이션 시스템 작동으로 목적지까지 최단거리와 소요시간을 계산하여 이동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거나 적어도 수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 제품,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일상생활에 스며든 지능화된 컴퓨터들은 유비티즌을 위해 존재한다. 인...
며칠 전 TV에서 노무현대통령이 스위스 국제경제개발원(IMD)의 한국경쟁력평가를 기초로 우리경제가 낙관적이라고 말하여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또 한국은행은 1990년대 연평균 6.1%이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에 들어 4.8%로 크게 떨어졌다는 부정적인 연구서를 발표했다. 또 유가는 계속 오르고 장사는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가 최악이라고 하는데 유독 노대통령만이 괜찮다고 하니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는게 틀림이 없다. 이렇게 모든 국민들은 현 정부에 대하여 불안해하고 있다. 너무 ...
회식 자리에서 대구에 사는 한 대학 교수가 20여년 전 수도권 대학에 채용되어 서울 강남권에 운 좋게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 친구와 비교할 때 심한 박탈감을 안 느낄 수 없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대구에서도 최상지라는 수성구에 평수가 40평을 넘는 자기 아파트의 가격이 서울 친구의 27평짜리의 반값도 안된다는 것이다. 수성구는 또한 대구와 경북의 타지역에 비하면 아파트 시세가 폭등하는 지역이므로 타지역 사람들 눈에는 이 교수가 부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국가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
최근 국내의 정치권은 연정(聯政)과 관련된 논의로 뜨겁다. 수일 전 특정 TV프로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대통령의 권력을 통째로 이양할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더욱 가열되고 있는 것 같다. 여야 정치권 모두 권력의 향배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살기 힘들어 아우성치는 백성들의 소리가 들리기는 하는지... 한국은행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6%대에서 이미 4%대 후반으로 추락한 데 이어, 향후 10년 이내에 최악의 경우 4% 안팎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경제...
재계가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더치페이(Dutch Pay) 문화’를 확산시키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기업윤리임원협의회에서 더치페이 문화 정립을 통해 기업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나가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그 동안 국내기업들은 외부인과의 식사를 부패성 접대나 낭비로 간주하면서도 대기업은 하청기업 위에 군림하며 ‘대접’받는데 익숙해 왔다. 실제 공무원과 업자, 대기업과 하청업자 등의 관계에서는 으레 업자나 하청업자가 밥값을 내게 되어있었으니 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그러한 관행은 투명경...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문제는 농촌에서는 심각한 현실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4년 기준 경북도내 전체 농가 경영주 21만 2천명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63.7%인 13만 5천명에 달한다. 반면 미래의 농업과 농촌사회를 책임질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는 4천500명으로 전체의 2%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대로 가다간 15~20년쯤 후 ‘농촌’은 있지만 ‘농사꾼’없는 황당한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농촌인구 고령화...
외모지상주의를 일컫는 루키즘(lookism), 대중매체가 주도하는 스타 미화작업, 웰빙 트렌드, 몸짱 열풍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몸(身)의 전성시대 속에서 샹그릴라 신드롬은 자유롭지 못한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1930년대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소설에 처음 등장한 평생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다는 꿈의 낙원, 샹그릴라(Sangri-La). 영원한 젊음을 통해 생로병사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노화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
산허리에 터질 듯 익어버린 저녁 해가 홍시로 걸려있다. 건드리면 툭하니 산 밑으로 떨어져 다시는 솟아오르지 않을 것처럼. 그래도 아침이면 천연덕스럽게 다시 살아 날 것이다. 기울었다 싶으면 다시 차는 달덩이. 수천년 전부터 반짝였을 북두칠성. 충전기도 없는 것들이 예나 지금이나 녹슬지 않는 것이 기이할 뿐이다. 여름 내 소나기가 시계태엽처럼 몇 차례 풀어져 내렸다. 빗방울 떨어진 자리마다 어느 새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한다. 그 빗물을 마신 감나무에는 노랗게 익어가는 감이 방울모양 매달리고. 석류나무에는 석류가 발갛게 숙성 ...
순백 대리석의 샤크레퀘르 사원 (Basilique de Sacre-Coeur)은 파리 시내 북쪽 몽마르트 언덕에 있다. 아래 무명화가촌이 있는 테르트르 광장에서 올려다 보면 하얗게 솟은 비잔틴 양식의 돔 3개를 떠받친 교회의 위풍당당함이 시야를 점령한다. 높이 83m, 폭 50m인 중앙의 돔은 장엄미(莊嚴美)의 절정을 이룬다. 이 돔에 오르면 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가, 인류사상 재건될 수 없는 문명의 걸작품이라는 걸 느끼며 감탄케 된다. 테르트르 광장에서 무명시절 그림을 그렸던 세기의 화가들이 많다. 19세기 말 인상...
거제도에는 일본 해군의 전승 기념비가 있었다. 1905년 5월 27일 거제시 장목면 앞바다에 잠복 대기 중이던 일본 함대는 이순신장군의 영정 앞에 승전 기원제를 지낸 후 대한해협을 통과하던 38척의 쏘련 발틱함대를 기습 추격한다. 일본 연합함대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끄는 12척[13척?]의 함대에 의해 33척이 침몰되거나 나포되었다. 러일전쟁을 종료시킨, 역사를 바꾼, 세계를 경악시킨 사건이었다. 루즈벨트 대통령도 트라팔카해전에 견줄 위업이라며 격찬을 했다. 도고는 기자회견장에서 넬슨과 이순신같은 영웅이라고 추겨주자 그...
석유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연일 치솟아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니 기름 값이 아니라 금값이다. 기업들은 경영실적에 초비상이고 소비자의 지갑도 얇아지면서 속을 끓이고 있다. 공공요금이 들먹일 것이고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오를 것이다. 기름 값이 싼 주유소에 차가 몰리고 가짜 휘발유가 활개를 치고 있다. 바야흐로 ‘석유’가 문제다. 석유는 자연적으로 퇴적된 탄소와 탄화수소 물질로서 고대 동식물에서 추출된 유한자원이다. 최초로 사용했던 기록은 5천년 전 유프라테스 강가에 살았던 슈메르 인이라 한다. 고대사회에서는 ...
최근들어 도시민들이 농촌체험마을에서 체험투어에 참여하는 등 농촌의 따뜻한 정을 느끼고 잠시나마 여유로운 농촌에서 희망을 설계하는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빼어난 산과 바다를 끼고 있는 경남지역 자치단체들은 주5일 근무제 확대와 ‘웰빙시대’를 겨냥해 농어촌 폐교를 활용한 농촌체험사업과 역사문화마을 조성 등 새로운 개념의 고품격 관광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고유의 의식주 체험 등 다양한 문화체험프로그램 사업을 펼치는 한편 ‘여가문화콜센터’를 설치, 누구나 쉽게 여가활용 프로그램을 안내 받을 수 있도...
모임에서 식사를 하러 갔다. 주차장입구에 단정하게 서서 인사를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있었다. 화장기 없는 앳된 얼굴이 맑아 보여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만 하고 있는 동안 일행 중에 K는 그 학생 곁으로 다가갔다. “학생, 참 예쁘네요” “고맙습니다” 학생은 얼굴을 붉히면서 공손히 대답한다. 자리를 잡고 나오는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손님이 많은 탓인지 예약을 했는데도 준비가 덜 되어서 불쾌해지려고 했다. 다른 때보다 음식이 부실하다고 한 쪽에서는 투덜대기도 한다. 음식을 나르던 여자의 독특한 화장이 ...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할 때 사교육비의 개념이 다르다. 우리의 경우에는 공립이든 사립이든 학교교육외 학원·개인지도·학습지 등에 투자되는 비용을 사교육비라 하고 미국의 경우에는 주로 사립학교에 드는 비용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공립과 사립학교의 운영이 우리와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사립 중·고등학교의 재원확보는 학부모나 재단으로부터 나오는 완전자립형이다. 그래서 학비가 비싸서 주로 여유있는 상류층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 공부도 많이 시키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규율도 엄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립 중·고등학교는 민족사관고...
유아교육을 가르치는 친구를 만났다. 상식에서 벗어난 주변 사람들을 씹는 것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동류의식을 느낄 즈음에 ‘인지조망능력’이라는 생소한 말이 나를 끌어 당긴다. 피아제의 이론에 따르면 2세에서 7세까지가 자아 중심적 사고의 발달단계라고 한다. 이때 에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평생 습득할 수 없다고 한다. 자아 중심적이란 이기적인 것과 다른,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종의 장애다. 에릭슨의 또 다른 이론에 의하면 1세까지 신뢰감이나 불신감을 형성하고, 3세까지 자율성이나 수치심을, 5세까지...
어느 왕국에 달님을 몹시 갖고 싶어하는 어린 공주가 있었다. 공주를 끔찍이 아끼던 임금은 온 나라 안에 명령을 내렸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수학자 등 나라안 최고의 두뇌들까지 다 모였으나, 달까지는 엄청난 거리여서 갈 수 없다거나 너무 커서 딸 수 없다는 이야기만 할 뿐 달리 해결책이 없었던 것이다. 이 때 광대가 나타나, 공주는 달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공주가 생각하는 손톱 만한 달을 금으로 만들어주고 해결했다. 하지만 다시 밤이 되고 뜨는 달에, 공주에게 검은 안경을 씌우자느니 온 궁전을 검은 천으로 가리자...
유가의 경전이나 유대인의 율법서 탈무드에 나타난 경구를 보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양육에 관한 것보다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孝)와 공경에 관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고, 독일 격언중에도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기를 수 있으나, 열 아들이 한 아버지를 봉양키 어렵다”는 말이 전해진다. 과학과 경제의 눈부신 발달로 현대문명은 번성해졌으나, 사람들은 왜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는 걸까. 자식을 버리는 부모의 얘기는 이제 흔한 세상이 됐다. 어느 날 조간...
우리나라의 고질(痼疾)인 정치부재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차기 정권을 노리고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고, 여당은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럴 때 대통령이라도 중심을 잡고 미래의 희망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장점도 적지 않은 사람이다. 어깨 힘주기 식의 유치한 권위주의를 멀리하고, 재벌이나 여러 국가권력과의 유착을 통한 갈라먹기 식 권력유지도 지양하고, 자기만이 할 수 있다는 독선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황우석 교수의 연구팀이 이번에는 복제 개(犬) ‘스너피’를 탄생시켰다. 지난 5월에는 맞춤형으로 환자의 줄기세포를 복제했다고 발표했었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 복제 개를 탄생시키면서 또 하나의 개가를 이루었다. 세계 최초로 고양이 복제를 성공했던 미 텍사스 A&M대학교 마크 웨서신 박사조차도 수년간 시도했다가 포기했을 정도로 개의 복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한다. 개는 사람과 생리학적으로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심장병 등의 연구를 위한 실험동물로 많이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노화 및 기타 질병의 연구용 맞춤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