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생으로 십 수 년 있으면서 학생들의 세대가 달라지고 있음을 눈으로 보곤 한다. 비견한 예로 담배문화를 들 수 있는데, 처음 학교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담배 피는 학생(필자에게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 곳을 지나노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른 담뱃불을 발로 비벼 끗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같은 경우, 담뱃불을 끄진 않고 손아귀에 감추고 교수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요새는 어떤가? 결코 비벼 끄지도 손아귀에 감추지도 않는다. 그냥 그대로 자연스럽게 들고 있다, 피진 않지만. 이제 머잖아 교수 앞에서 자연스럽게 피...
옛말에 허상은 실제의 상태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고 실상도 근본적 본질에서 보면 실상이 아니지만 그러나 허상과 실상이 현실에서는 조금의 오차도 없이 조화되어 있다는 상당히 선문답 같으면서도 얼핏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의 대북정책의 실태를 비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남한의 대북정책, 특히 북한핵문제나 통일정책은 상당히 허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에 북한의 대남정책은 철저한 실리추구로 실상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한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대남정책...
대구중구청은 지난 2005년 6월 계성초등학교 정문부터 학교부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길이 225m 너비 10m도로를 개설하기로 확정하고 이를 위해 계성초등학교 부지 522평을 수용한다고 공고했다. 학교 인근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6m인 도로를 확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성초등학교는 이 경우에 운동장의 3분의 1이 잘려나가게 되어 교육환경 및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받게 된다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도로개설을 내세워 학교부지일부를 강제수용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치에 대하여 지역교육계가 학생들의 교육권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람을 죽이는 형벌인 사형제도가 과연 정당한 형벌일까?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사람의 목숨, 범죄, 형벌, 법의 기능 등에 대한 가치관이 사람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학계와 실무계에서도 사형제도 존치론과 폐지론이 팽팽하기 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사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사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폐지되어야 한다. 첫째, 인간이 만든 법이라는 제도가 거꾸로 사람의 목숨을 뺏는 것은 모순이다. 법은 인간이 보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인간들이...
“해숙아 놀라지 마.” 아침 8시, 때 이르게 전화를 한 친구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S의 부고를 전하였다. “심장마비래.” 그 말을 듣는 순간 S의 활짝 웃는 모습이 뇌리를 스쳐갔다. 부잣집 고명딸에다 공부를 잘 하고 키도 크고 날씬하고 명랑하고… 장례식장에서 그와 유난히 가까운 친구의 말을 들으니 S는 최근에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하였다. 힘들고 지쳐서 다 귀찮다고 하였단다. 마음에 멍이 들어 시퍼렇게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S은 동창모임을 한달에 두 번씩 하자고 말했다. 자리를 파하면 왜 이리들 일찍 일어서느...
얼마 전 모 방송국과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 대하여 대담을 한 적이 있다. 대담의 마지막 질문은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무리한 식이조절에 의한 다이어트는 운동에 비하여 단기간에 좀 더 많은 체중감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으며 곧이어 요요현상으로 다이어트 전보다 살이 더 많이 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몸매를 좋게 하고 보기 좋게 하는 것만이 아닌 궁극적으로는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출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은 어느날 아침 커다란 벌레로 변신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갑옷처럼 딱딱한 껍질에다 작고 수많은 다리가 눈앞에서 힘없이 흔들거리는 괴물이 되었으니 기가 막혔다. 어머니조차도 ‘사람 살려’를 외치며 도망쳤다. 결국 그는 죽음을 택했고 파출부는 ‘이 말똥벌레가 자빠져서 영영 뒈졌어요’를 외쳤다. 처절한 ‘인간소외’를 다룬 작품으로 비정한 자본주의의 냉혈논리를 고발한다. 주인공 ‘그리고르 잠자’는 사랑이란 없고 오직 돈을 버는 기계였다. 가족도 돈에 지배되는 가변적인 관계임을 깨닫게 한다. 인간소외는...
벨지움과 네덜란드는 1814년 나폴레옹 몰락직후 비엔나 회의에서 북해에 인접한 요충지인 이 저지의 땅에 대한 프랑스의 끊임없는 야욕을 분쇄키 위하여 당시 오스트리아, 영국 및 스페인등 열강이 합작하여 이듬해 각각 왕국으로 독립시킨 나라들이다. 벨지움의 서북부 플란더스(Flanders)지방은 네덜란드계 게르만인들이 9세기 이전부터 이주하여 중세시대 북유럽의 경제와 문화를 일구었다. 플란더스 지방은 북해에 인접해 있는 데다가 수로가 발달해 중세시대 북유럽의 물류의 중심이 됐다. 13세기 중세말기부터는 영국보다도 산업이 발달하여 프...
오늘날은 기존의 자본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가 두뇌 중심의 지식사회로 탈바꿈돼 간다는 명제가 일반화돼 있다. 이젠 웬만한 대학생들까지도 21세기에는 세계가 지식사회로 변혁돼 갈 것으로 믿고, 준비하는 세상이 됐다. 지식의 내용은 정보와 기술로 요약될 수 있다. 지식사회의 개념은 지금까지 자본으로 충당했던 상당한 부분을 지식으로 대체하여 자본의 투입비중을 줄이면서 지식의 창의적 힘을 자산으로 활용함으로써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시스템이다. 따지고 보면, 기술개발이라는 것은 유용한 정보의 수집과 활용에서부터 시작된다. 과...
우리나라 최동단의 섬 독도. 외로운 섬 독도를 생각하면서 먼저 사이버상에 떠있는 내용들을 일별해보니, 신라의 이사부 장군이 독도를 정벌했고, 고려시대에 백성을 옮겨 살게 했으며, 조선시대 안용복, 장한상, 정상익, 김자주에 의하여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하고도 남음이 있다. 과거부터 이랬으니 딴소리하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이고 미래이다. 독도를 사랑하는 현재의 마음과 행동이 중요하다. 독도의 혼을 살려나갈 사람이 생각난다. 그 한 분이 수필가 L교장이다. 울릉도에 발령을 받...
지난 주 1학기 마지막 〈문예사조론〉강의 시간에 학생들의 절실한 부탁이 있었다. 학생들은 이번 시간이 1학기 마지막 시간이니까 전공강의보다는 취업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으로 자신들의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졸업반 학생들의 요망사항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교수의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교수들은 취업에 관한 한 아무런 힘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임기응변으로 박수를 받으면서 시간을 때우기는 했지만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문제는 심각하고 처절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
지난 주말 영일만의 하늘은 오색 불빛으로 물들어 현란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5만여 발의 폭죽으로 한 시간 동안 펼쳐진 불빛 향연은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연인원이 40만 명이나 된다니, 규모 면에서 작년에 비해 10만 명이나 늘어난 성공적 행사였다 할 수 있다.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세계의 유수한 축제 중 하나로 발전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몇 가지 점들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세계적인 축제들은 그 지역의 특성과 잘 조화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해안 지역에 위치하여...
풀잎이 매장 된 아스팔트 위에는 그늘이라곤 없다. 태평만가가 유언비어로 펄럭이는 거리. 허리 잘린 국토를 가맣게 잊고 사는 소년들. 그들의 다리가 유행이랍시고 구멍 뚫린 청바지 속에서 천진하기만 하다. 그 아이들이 내게 물어온다. ‘호국보훈’이 뭐냐고. 나는 고사성어 해명하듯 더듬거리다 그만둔다. 생각하는 아이들이란 이름을 내걸고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이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말문이 막힌다. 하긴 죽은 시인이 남긴 시 속에서나 간식처럼 맛본 것이 나라 잃은 슬픔이 아니던가. 망부석이 되더라도 내가 부르다 죽을 이름. ...
최근 며칠 새 80대 노부모의 신병을 비관한 60대의 동반자살 뉴스가 연이어 일어나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2003년 한 해 동안 65세 이상 노인 27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인 10만 명당 71명 꼴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로, 10만 명당 10명 대인 미국이나 호주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자살률이 비교적 높은 일본(10만 명당 32명)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다. 이처럼 노인들이 벼랑끝 길을 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건강으로 인한 문제다. 노...
1970년대 3년 체류를 목적으로 네덜란드의 암스텔담에 도착한지 몇 달 안돼 교통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된 적이 있었다. 왕립 박물관 정문으로 가는 붉은 포석이 깔린 넓은 길 신호등에서 U턴을 하여 돌아서다가 경찰에게 제지된 것이다. 밤 10시가 넘어 왕래하는 차량이 거의 없었고, 밤중에 U턴 금지 표지판을 식별할 수 없었다. 경찰이 고의성 여부를 물을 때, 나는 이곳에 온지 얼마 안돼 모든 것이 낯설어 실수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들은 서로 상의하다가 “당신의 말을 인정하고 이번엔 용서하겠으니 앞으로는 각별히 주의해 실수하는 ...
의학전문대학원 신청이 지난 토요일 마감되었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에 부정적인 많은 의과대학을 향해서 교육부가 공개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을 따르지 않는 대학에는 법학대학원 선정 및 BK21과 연계하여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과대학에서 반공개적으로 이의 부당함을 언론을 통하여 밝힌 바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의대 학장회의, 평교수회 등에서도 이에 반대 및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결국 제주대 등 4개 지방국립대학만이 전환을 신청하고 4개 사립대학이 내부조율을 이유로...
삼년만에 정든 땅 포항으로 돌아왔다. 돌아 온지 며칠만에 실내 수영장을 찾게 되었으니 지난 삼년동안 내게 아쉬움과 그리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영을 잘 해서가 아니다. 거기는 내가 처음으로 수영을 배운 곳이요, 수영 교실을 통하여 건강을 찾고 행복을 가꾼 인연이 깃 든 곳이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과를 물 속에서 열고 그로 인하여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으니 그 곳은 나의 안식처이자 모교인 셈이다. 건강 관리에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 등산, 수영, 조깅이라고 보면 웰빙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있어 수영은 이미 선택 과목이 아...
“간고등어면 됐지 왜 안동간고등어지요?” “안동에 간고등어 문화가 남다르니 그렇지요?” “안동에는 고등어 한 마리 나지 않는데 무슨 간고등어 문화가 있다고 그럽니까?” “안동은 내륙지방이어서 생선이 아주 귀했답니다. 옛날에는 냉동 보관할 수 없었던 까닭에 소금으로 간을 한 고등어가 귀한 반찬 구실을 했지요.” “옛날에 간고등어가 다 귀한 반찬이었지, 안동만 그랬나요?” “그렇지만, 안동에서는 특히 손님접대를 중요시했던 까닭에 늘 간고등어를 준비해 두었다가 집안 어른이나 손님 밥상에만 올렸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간고등어를 마음...
통계청에 의하면 2005년 현재 혼자 사는 1인 독신가구의 규모는 268만 명으로 추산되며, 그 중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의 독신자 가정이 37%로 약 9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1995년 164만2천 가구, 2000년 222만4천 가구로 매년 높은 증가 추세이다. 상공회의소에 의하면 싱글들을 위한 각종 상품, 서비스, 전용 주거 공간 등 싱글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5년 기준 연간 6조원대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사회에도 이제 ‘나 홀로의 삶’이 새로운 삶의 유형으로 보편화 되어가고 있음을...
공상과학영화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조차하기 어려운 시대적 사회적 공간적 배경과 사건들로 구성되고,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발달한 과학과 기술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것은 때로는 컴퓨터와 기계들이 인간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오염되고 파괴된 환경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어두운 그림이 된다. 반대로 인간의 창의력과 기술의 힘으로 위기와 한계가 극복되는 새로운 세계를 그리기도 한다. 극단적인 비관이나 낙관을 피해, 외양은 다르지만 우주의 구성원으로서 인간과 대등하게 만나는 외계인의 존재를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