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下庭梧盡(월하정오진·달빛 아래 정원의 오동잎은 이미 졌는데) 霜中野菊黃(상중야국황·서리 속의 들국화는 아직도 누렇네) 樓高天一尺(누고천일척·누각은 높이 하늘에 닿고) 人醉酒千觴(인취주천상·오가는 술잔은 취하여도 끝이 없네) 流水和琴冷(유수화금랭·흐르는 물은 거문고 소리에 어울려도 차고) 梅花入笛香(매화입적향·매화는 피리소리에 들어 향기를 풍기네) 明朝相別後(명조상별후·내일 아침 서로 이별하고 나면) 情與碧波長(정여벽파장·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조선 황진이의 시 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이다. 소세양이 던진 '...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가을바람에 외로운 한숨소리)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세상에 알아주는 이 적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밤은 깊은데 창밖에 비는 내리고)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불 앞 고향 그리는 아득한 마음이여) 이 시는 그가 당나라 현위 시절에 지은 것으로 현실에서의 자기 소외감, 자기 고독감을 집약하여 표현한 절창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음에 품어 온 포부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불우한 생애와 탈속의 염원 속에서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세속에 대한 미련, 비 내리는 가을밤과 같은 쓸쓸한 현실과 늘 꿈꾸어 온 만리밖의 이상향을 그...
四海松雲老(사해송운노·이 넓은 세상에 이 늙은이는) 行裝與志違(행장여지위·차림새와 생각이 서로 어긋나네) 一年今夜盡(일년금야진·한 해도 오늘 밤으로 다하는데) 萬里幾時歸(만리기시귀·만 리 먼 땅 돌아갈 날 언제이리) 衣濕蠻河雨(의습만하우·옷은 오랑캐 나라의 비에 젖는데) 愁關古寺扉(수관고사비·옛 절의 사립문이 닫힌 걸 근심하네) 焚香坐不寐(분향좌불매·향을 피우고 앉아서 잠들지 못하니) 曉雪又霏霏(효설우비비·새벽 눈이 부슬부슬 내리네) 조선시대 사명 유정(四溟 惟政)스님의 시 '재본법사제야 (在本法寺 除夜)'이다. 스님은 맹자(...
金樽淸酒斗十千(금준청주두십천·금항아리 맑은 술은 한 말에 천냥이요) 玉盤珍羞直萬錢(옥반진수치만전·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한 접시에 만냥이라) 停盃投箸不能食(정배투저불능식·잔을 놓고 수저를 던지며 마시지 못하고) 拔劍四顧心茫然(발검사고심망연·칼 빼들고 사방을 둘러봐도 마음만 망연하다) 欲渡黃河氷塞川(욕도황하빙색천·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이 가로막고) 將登太行雪滿山(장등태항설만산·태항산을 오르려니 눈발이 가득하네) 閑來垂釣碧溪上(한래수조벽계상·한가로이 푸른 냇물에 낚시를 드리우니) 忽復乘舟夢日邊(홀부승주몽일변·홀연 꿈속에서 배를 타고 ...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 다시 개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천도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정이야) 譽我便應還毁我(예아편응환훼아·나를 칭찬하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나를 비방하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도리어 이름을 구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이 무슨 상관이며)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구름 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는다) 寄語世上須記憶(기어세상수기억·세상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라)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어...
心以已灰之木 (심이이회지목·마음은 이미 다 타버려 재가 된 나무 같고) 身如不繫之舟 (신여불계지주·이 몸은 매어놓지 않아 정처 잃은 배와 같구나) 問汝平生功業 (문여평생공업·묻노니 네 평생의 업적은 어디에 있는가?) 黃州惠州儋州 (황주혜주담주·귀양지 황주, 혜주, 담주) 이 시는 그가 해배(解配·유배에서 풀려남)되고 상주로 오던 도중 금산에 들렸을 때 이공린이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에 써 넣은 시다. 그 스스로 마지막을 예상하고 그의 일생을 정리한 것이다. 황주, 혜주, 담주가 어디인가, 바로 그의 귀양지다. 이 멋진 사내의 일...
花發巖崖春寂寂 (화발암애춘적적-꽃이 가파른 벼랑에 피어 봄은 고요하고) 鳥鳴澗樹水潺潺 (조명간수수잔잔-새가 시내 숲에 울어 시냇물은 졸졸 흘러가네) 偶從山後攜童冠 (우종산후휴동관-우연히 산 뒤에서 제자들을 이끌고) 閑到山前問考槃 (한도산전문고반-한가히 산 앞에 와 머물 곳을 묻는다) 이 시는 퇴계가 제자들을 데리고 계상에서부터 걸어서 산을 넘어 서당에 도착한 느낌을 읊은 것으로 성리학상 수양(修養)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는 시라고 한다. 꽃이 피고 새가 울며 물이 흘러가는 게 자연의 이치다. 이 속에서 제자들을 이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