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최강욱 전 의원은 무소속 민형배 의원 북 콘서트에 나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인용하여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판했다. 대통령 부인을 ‘암컷’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전날인 18일에도 조국 전 장관의 북 콘서트에서 “적어도 침팬지 사회에선 암컷이 1등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최 전 의원은 참 이상한 사람이다. 본인이야 대통령 부인을 비판하기 위해서 ‘암컷’에 비유했다고 하겠지만 그의
어느덧 초등학생이 된 딸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어떤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 모르는 어른이 말을 걸면 그 사람을 경계하고 되도록 대답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때로는 다른 친구보다 낮은 성적을 받아오면 또래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서 친구와의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타인을 환대하라고 하면서 동시에 적대하라고 말하는 나의 모습을 설명하기에 모순이라는
“인생은 낯선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과 같다”, 마더 테레사의 임종 때 말씀입니다. 저도 나이가 드니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중국의 시선(詩仙) 이백은 일찍이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라는 시에서 대저 천지라는 것은 만물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요(夫天地者萬物之逆旅) 시간이라는 것은 백대의 손님일 뿐이다(光陰者百代之過客)라고 읊었습니다. 태어나 산다는 일이 하늘에 뜬 구름 한 조각의 행로와 같다는 것은 동서나 고금을 막론하고 하나같은 소감인 것 같습니다.그래서 그런지 나이 들어 만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
한국사회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지자체 228개 중 118개의 지역이 ‘인구소멸위험지역’에 속한다. 이 문제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심각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경상북도는 타 지역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경상북도는 전체 23개 지자체 중 20개 지자체가 소멸위험지역에 속한다. 경북 지자체의 87%에 해당한다. 이러한 위기에 대하여 경상북도는 2020년 ‘지방소멸대책특별위원회’를 결성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시군 단위에서도 여러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다방면으로 상용화됨에 따라 사법절차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 역시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법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분쟁해결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법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지능정보화의 정당성 및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로 ① 판결의 정당성 및 사법의 투명성 제고; ②법관의 업무 부담 경감; ③ 사법행정의 효율성 달성; 그리고 ④사법참여의 실질화를 통한 국민의 권익 실현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그 중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사법접근권(access to justi
'논어'에 보면, “아는 자가 좋아하는 자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자가 즐기는 자보다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論語』, 「雍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교양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교양인으로, 유식자(有識者)로 살아가려다 보면 어디서나 꼭 한 번은 듣는 이야기입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교양서적을 읽다가도 만날 수 있고(이 책에서는 “알아야 보인다”를 특히 강조합니다), 테니스나 검도나 골프와 같은 ‘요구 많은’ 도구운동을 배우다가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사
술의 한자어 주(酒)는 물(水)과 익음(酉)이 합쳐진 것이다. 물이 익은 것이니 술술 잘 넘어간다는 의미다. 술은 본디 ‘수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물의 속성인 술을 마시면 취기가 오르는 것이 불을 쬐었을 때와 엇비슷해서라 한다. 그런 ‘수불’이 세월을 지나면서 ‘수울’로, 다시 ‘수을’로 그리고 오늘날의 ‘술’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단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을 둘러싼 이야기는 차고도 넘친다. 역사성과 문화성이 깃든 술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인문학적 소피아를 담고 있다. ‘일상의 희노애락과 동고동락을 다스리는 친구이자
부동산 관련 뉴스는 늘 솔깃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가장 경제적인 재산 증식 방법 중에 하나가 부동산 투자라는 신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마침 사람들이 귀 기울일만한 부동산 뉴스가 쏟아진다. 다분히 표를 의식한 걸 테지만 그냥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예를 들자면 ‘1기 신도시 특별법’ 같은 거다. 이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용이하게 하려는 정비지원특별법을 말한다. 적용 대상은 택지 조성한 후 20년이 지나고 면적 100만㎡ 이상인 전국의 모든 지역이다.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해당 지역은 ‘노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저서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건방진 놈’, ‘어린놈’ 등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욕설은 그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렸다. 뒷방에서 하는 뒷담화도 아니고 수백 명의 사람이 모인 공개된 장소에서 욕설을 해댔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가 지껄인 욕설은 그의 학력이나 민주화운동 경력, 변호사와 국회의원,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이력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송 대표의 발언에 뒤이어진 몇몇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한 장관에 대한 험담이나 “고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대
안동대학교가 2023년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다. 예비 선정된 15개의 학교 중 10개 대학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안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준비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지난달 23일 이미 경북도립대학교와의 대학통합신청서를 제출했고, 대학구조 혁파를 위한 규정 신설 및 변경, 지역상생을 위해 문화·바이오·백신 분야를 특화하는 작업 등이 계속 이루어졌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엄청난 위기를 경험했던 안동대학교는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을 계기로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로맨스(romance)’라고 하면 보통은 연애나 연애담을 가리키는 말로 받아들입니다. 그런 뜻 말고도 로맨스란 말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아주 과장된 모험담’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는 근대소설이 나오기 이전의 고대소설들이 거기에 포함됩니다. 로맨스에는 당연히 선남선녀의 연애 이야기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쪽으로 그 말뜻이 흘러간 것이기도 하고요. 서양에서는 근대소설은 노벨(novel)이라는 이름으로 다르게 부릅니다.현대소설에서는 로맨스와 노벨이 공존합니다. 현실을 왜곡 없이 반듯하게 반영하고 인간사의 디테일을
교육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 2일 지역 공교육 발전을 통해 저출산 문제에 기여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교육발전특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교육혁신과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즉, 지역의 학생들에게 수도권만큼 양질의 교육환경을 조성하여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이 자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과 대학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대학에서
탄소중립을 향한 움직임은 더는 피할 수 없는 뉴노멀 시대의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과 저개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37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동시에 이행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중간목표인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하는 등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탄소중립이 비영리 환경단체 구호를 넘어 국가 간 혹은 기업 간 경쟁 구도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도 무역통상 측면에서도 탄소중립 여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른 아침 수업을 준비하면서 라디오 뉴스를 듣는데 눈살을 찌푸려진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이준석 전(前) 당대표의 불편한 만남에 대한 소식이었다. 마침 준비하던 수업 내용이 계약법의 상호성(reciprocity)이라는 관념이었는데, 순간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전의 칼럼에서도 인권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은 인간을 객체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 승인하는 상호주관성이라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독백이 아닌 대화가 가능하기 위한 전제 조건 역시 대화의 상대방을 타자로 대상화하
저는 ‘팥쥐’를 인생 상징, 혹은 제 삶을 감싸는 상징으로 여깁니다. 여기저기서 그런 의미로 사용합니다. 이를테면 저는 ‘팥쥐’ 정체성 소유자입니다. 그 내막은 이렇습니다. 저는 팥을 좋아합니다. 단팥죽, 팥빙수, 단팥빵, 팥밥 마니아입니다. 그중에서도 팥밥을 제일 좋아합니다. 어릴 때 자주 먹던 자줏빛 팥밥의 풍미를 여태 잊지 못합니다(팥을 싫어하는 콩쥐 아내와 살면서 평생 제대로 먹어보질 못합니다). 그다음 내막은 변덕스럽고 불안하고 천방지축이고 의존적이고 이기적이고 쾌락추구적인 제 성격입니다. 변덕이 팥죽 끓듯 합니다. 아무리
지난 10월 29일이 이태원 참사 1주기였다. 159명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식이 있었다. 신문마다 관련 기사를 다루었으나, 논조는 크게 달랐다. 경향신문은 ‘국가는 없었다’고 직격 했고, 한겨레는 ‘진상규명 외침 1년째, 바뀐 게 없다’고 성토했다. 세계일보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특별법의 현실을 꼬집었고, 한국일보는 국민 45% 트라우마 경험으로 우회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없이 추모 현장 사진만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추모 집회 소식만 짧게 다뤘다.생존자와 유가족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패스트트랙’에 태웠지만,
지금은 감성시대다. 전통 가치와 이성적 기준만 따라 움직이는 세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정해진 틀에 얽매이거나 외부 간섭에 시달리는 걸 극도로 꺼린다. 덜 부담스럽고 가벼운 관계를 선호한다. 청년세대는 그런 트렌드의 선도집단이다. 사회적 기대를 뒤좇기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정서적인 것에 에너지를 쏟는다.다수 기성세대는 새로운 세태와 청년세대를 썩 못 미더워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본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불안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청년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와 지역 발전에
수확의 계절이 찾아오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MBC 주차장에서도 얼마 전에 ‘욱수마켓’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경상북도와 대구 MBC가 공동으로 주최한 욱수마켓은 농민과 지역 소비자들이 경북 지역의 각종 농산물을 직거래함으로써 도농상생을 모색하였다. 이런 이벤트성 행사는 안 하는 것보다는 분명 낫지만 도농상생에 크게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이날 나와 동행한 지인 한 분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에 들어가면 직거래 장터보다 더 싸게 농
지난주 화요일 안동대학교는 글로컬대학30 사업 대면평가를 마쳤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글로컬대학30 사업과 무관하게 안동대학교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삶의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제기되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파격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필자가 속한 국어국문학과도 마찬가지다. 가라타니 고진이 이미 2000년에 ‘문학의 종언’을 선언했듯이 문학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문화적 위상은 무
필록테테스(Philoktētēs)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이다. 본래 헤라클레스의 제자였는데, 헤라클레스가 네소스(Nessus)의 꾀에 빠져(헤라클레스의 아내를 겁탈하려다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죽는 순간의 간교한 거짓말로 훗날 헤라클레스가 독으로 오염된 자신의 피에 죽임을 당하게 한다) 결국 스스로 불에 타 죽게 될 때 울면서 장작더미에 불을 붙여준 사람이 필록테테스다. 그 덕에 헤라클레스로부터 독사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과 활을 물려받아 불패의 무기를 가진 용사가 된다. 파리스(Paris)의 황금사과로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