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최치원 선생이 가야산에서 쓴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이란 시(詩)가 있다. “바위 골짝 내닫는 물 겹겹산을 뒤흔드니(狂奔疊石吼重巒), 사람 말은 지척에서도 분간하기 어려워라(人語難分咫尺間). 옳으니 그르니 그 소리 듣기 싫어(常恐是非聲到耳), 내닫는 계곡 물로 산을 온통 에워쌌지(故敎流水盡籠山).” 소설이 지난 지가 열흘이 넘었다. ‘霜葉紅於二月花’라고 읊었던 단풍도 이제 탈색되어 뒹군다. 그래도 가야산 계곡의 물은 모든 소리를 덮은 채 차갑게 흐르고 있었다. 늦은 산행이었지만 정신이 맑아졌다.고운(孤雲) 선생은 사람이
영국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로 이뤄진 섬나라. 공식 국명은 ‘그레이트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이다. 유럽 대륙 북서쪽에 있으며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다. 도시 런던은 연합국가인 영국의 수도이자 잉글랜드 수도.영국은 찬란한 역사를 일군 국가다. 유럽 대륙과 동떨어진 섬에 침입한 앵글로색슨과 데인족이 기존에 있던 켈트인 그리고 로마인과 뒤섞여 살다가, 프랑스 노르망디 모험가의 통치 이후에 지구촌 4분의 1을 석권하는 과정. 언필칭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섬이란 지리적 환경으로 국토방위가 쉬웠기에 자
인생에서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세상살이에는 공짜가 없고, 영원한 비밀이 없고, 정답이란 것도 없다. 공짜와 비밀, 그리고 정답은 인생에서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동시에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공짜에 눈길이 끌리고, 비밀을 만들어 지키려고 애쓰며, 인생의 정답을 찾아 헤매는 것이 우리 인생사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다룰 건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고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첫째,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는 것이 공짜다. 태어
세계사는 다양한 주제로 변주된다. 대개 왕조 중심 편년체 서술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과거를 이해하는 가장 효율적 방식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향신료 같은 식재료나 금은보화로 상징되는 사치품 그리고 거짓말이 만드는 역사도 있다.그 가운데 이동 수단의 진화는 세계사 중요한 원동력. 인류는 직립보행으로 생활의 장을 구축했다. 대략 1만 년쯤 전의 농업혁명과 5천 년쯤 전에 4대 문명으로 도시혁명을 이룩했다. 7세기에 낙타와 범선을 활용한 이슬람 제국이 형성됐고, 13세기에 말의 기동성으로 몽골제국이 탄생했다.칭기즈칸이 동서양에 걸친 대
지구는 45억 년의 역사를 가졌다. 그 가운데 19세기와 20세기는 압도적 변혁기로 평한다. 사람은 다른 생물종을 통제하면서 환경을 바꾸는 주체가 되었다. 학자들은 홀로세가 끝나고 인류세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를 뜻한다. 기후학자 크뤼천이 처음 고안한 용어.그는 화석연료 급증에 따른 오존층 파괴 과정을 설명해 노벨상을 받았다. 기후가 변화할 조짐을 보일 만큼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한 사실을 입증했다. 인류세는 에너지 혁신으로 시작됐다. 18세기까지 세계는 에너지 부족이 심했다. 대부분 동물과 인간이 제공
지난 11월 10일 호텔 포항 라한에서 경북일보 주관으로 ‘포항 신라고비와 신라사’라는 주제로 개최된 ‘2022 포항 문화포럼’과 11일의 현장답사에 참석하였다. 기조 강연과 4명의 발제자, 패널 토론자, 일반 참가자의 높은 관심을 느꼈다. 한국선 사장님을 비롯한 경북일보에 고마움을 느꼈다. ‘가을을 아쉬워하는 11월’로 개회사의 운을 떼었는데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기조 강연이나 발제자의 발표 내용을 간추려 보면, 국보 318호 중성리 비(碑)에는, 지방민이 관계된 재산의 분쟁이 있었는데, 지배층에서 합동으로 판결을 내려
가축의 활용은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식량 공급원이자 이동 수단과 전쟁 무기로 쓰였다. 게다가 정착지 개척의 공로자. 미국 과학자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짐승을 길들일 행운은 유럽과 아시아가 차지했다. 아메리카 야마는 말에 비하면 능력이 모자란 동물이라 평했다.기원전 1500년경 말은 가축화됐다. 다른 짐승에 비해 늦었다. 말은 포유류 유제류 기제목에 속한다. 유제류는 발굽을 가진 초식동물이고 기제목은 발가락이 홀수이다. 속명은 에쿠우스로 말·당나귀·얼룩말이 포함된다. 말은 선 채로 잠을 잔다. 다리에 관절이 구부러짐을 막
‘명사목 달사총 원형이정’(明四目 達四聰 元亨利貞). 말이 좀 어렵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총명해야 한다. 총(聰)은 귀가 밝은 것이고, 명(明)은 눈이 밝은 것이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지도자의 역할이 국가경영이라면 국가경영의 리더십을 발굴하고 양성하고 선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서경(書經) 우서(虞書) 순전(舜典)에 따르면 순임금이 즉위한 뒤 첫 번째로 한 일이 “벽사문 명사목 달사총(闢四門 明四目 達四聰)”한 일이라고 했다. 사방으로 문을 열고, 사방으로 눈을 밝히고, 사방으로 귀를 밝혀 잘 들리
종종 논픽션은 픽션보다도 묵직한 반향을 일으킨다. 구체적 사실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가 데이비스는 ‘미국을 들썩인 여섯 권의 책’을 꼽았다. 흑인 노예들 참상을 고발한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제외한 5권이 실화. 그중 두 권은 핵과 관련된 르포다.퓰리처상 수상자 허시가 기록한 ‘히로시마’는 원폭 투하 8개월 후에 현장을 누비며, 생존자 여섯 명이 겪은 절체절명 순간을 정리했다. 이 책은 반핵운동의 지평을 열었다. 벨라루스 노벨문학상 작가인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의 목소리’로 원전 사태의 참극을 알렸다.
신앙은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다. 그 전제는 자연계와 현실 사회에 실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초자연이 있기에 사람은 신앙을 필요로 한다. 이는 일상 경험과 과학 실험으로 증명이 불가하다. 그냥 믿는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신앙이다.인간은 왜 신앙이 필요할까. 그것은 영혼의 평화를 얻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 많다. 결국 신앙으로 궁극적 배려를 받는다. 세계 3대 종교는 기독교·불교·이슬람교. 그중 불교는 신이 없는 종교다. 부처와 보살과 나한은 신이 아닌 사람이다. 믿음 대신에 깨달음을 준다.기독교와
아메리카니즘은 미국인이 자국을 사랑하고 이익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가리킨다. 20세기 세상에 제일 크게 영향을 미친 사상이기도 하다. 그 미국적 정신은 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대량소비 그리고 팝·재즈·청바지·코카콜라 같은 문화로 대변된다.이런 거대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은 지역은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와 북한 정도가 아닐까. 세계 각지에 파견된 미군은 아메리카니즘을 전파한 견인차. 특히 성조기를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는 정의를 수호하고 공동체를 구하는 영웅을 탄생시켰다. 레이건 시대의 ‘람보’ 시리즈는 그 표상이다.사실 레이건 대통령은 ‘
개들이 짖는 소리가 개들의 의사 표현의 개 소리다. 개끼리의 대화이기도 하고, 그들의 감정이나 의사(意思)를 표현하는 소리이다. 무인지경의 밤길을 가다가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안도감 같은 것을 느낀다. 인가가 멀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무인지경의 불안보다는 속이고 속는 세상이라도 사람이 미더운 모양이어서 다행이다.개는 지루할 때 짓는다. 관심받고 싶어서다. 망월폐견(望月吠犬). 달을 보고 컹컹 짖어대기도 한다. 겁먹은 개도 짖는다. 사람이나 동물의 빠른 움직임이나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짖는다. 무기력한 개도 짖는다.
사람의 한평생이 나이나 세월로 치면 얼마 간(間)인지 모르겠다. 희수(喜壽)의 나이로 사랑하면서 사랑받으면서, 때로는 미워하면서 미움받으면서 살아왔다. 사랑한 적이 많은지 사랑받은 적이 많은지, 미워한 적이 많은지 미움받은 적이 많은지 제대로 계산해 본 적은 없다. 그냥 반반이겠거니 얼버무린다. 어릴 적 당당하게 나선 적보다 무안당한 것처럼 얼굴 벌겋게 되어 땀 흘린 적이 많았던 기억으로 봐서는 늘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며 주눅 들어 살아온 것 같다. 부족한 대로 사랑하며 살려고 노력했었다.사람을 가끔 그릇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람을
경주를 사랑하는 ‘계림역사기행’ 모임에서 문무대왕릉 지구를 답사했다. 답사 중 대종천(大鐘川)과 감은사지와 이견대에서 생각의 나래를 많이 펼쳤다.대종천은 토함산 장항리에서 발원하여 감은사지를 지나 이견대가 있는 언덕 아래로 흐르는 하천이다. 몽골이 황룡사의 대종(49만근)을 가져가려 배에 싣고 이 하천을 지나 바다에 띄우다 폭풍우에 가라앉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동여지도에는 동해천으로 되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전해 오는 이야기를 따라 대종천이라 한 것 같다. 식민사관의 결과라고 동해천(東海川)으로 바꾸어 부르자는 사람도 있다.감은
지중해는 지구상 제일 아름다운 바다로 꼽힌다. 파란 하늘과 쪽빛 물결이 환상을 이루는 로맨틱 휴양지. 그 풍광에 반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리스 미코노스섬에서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를 썼다. 파도가 잔잔해 항해가 수월했고 온화한 기후는 동식물 성장에 적합했다.또한 유럽·아프리카·아시아 대륙에 둘러싸인 해양 요충지. 서쪽은 지브롤터 해협으로 대서양과 연결되고 동쪽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양으로 통한다. 북쪽은 흑해와 만난다. 오랜 옛적엔 지중해와 대서양 길목이 없었다. 육지로 막혔다는 의미. 500만 년쯤 전에 스페인과
1492년 세계사는 수많은 사건이 벌어졌다. 한데 우리가 기억하는 사실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콜럼버스가 중요한 이유는 그의 탐험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최초로 세계 일주를 성공한 마젤란이나 인도 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 가마도 마찬가지다.인류 탐험의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취는 ‘폴리네시아 삼각지대’ 정주다. 이는 하와이와 이스터섬과 뉴질랜드를 연결하는 단일한 문화권. 폴리네시아는 섬이 수천 개에 이른다. 또한 수백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도 있다. 그 해역엔 통가·사모아·팔미라·쿡제도·마르케사스 같은
성당에 다니는 초딩 외손자가 느닷없이 추기경이 무엇이며, 왜 추기경이라 하는지를 물었다. 교황은 아느냐 했더니 천주교에서 제일 높은 분, 교회의 황제라고 말했다. 맞는 말 같다. 교황은 사도들의 우두머리였던 성 베드로의 계승자다. 교황은 로마의 주교로서 신앙과 도덕 문제와 교회 통치에서 모든 교회에 최고의 사법권을 갖는다. 바티칸의 국가 원수이다. 교황이나 법황(法皇)이란 말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인 것 같다. 아주 권위적인 말임에 틀림이 없다.‘추기(樞機)’라는 말은 ‘중추가 되는 기관(機關)’을 뜻하며, 경(卿)은 높은 직위에 대
섬은 다양한 이미지를 품었다. 처연한 외로움이 어렸는가 하면 비밀을 간직한 듯한 신비로움이 감돈다. 또한 누군가 자유를 향한 갈망이 움트는가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꿈꾸는 사랑의 도피처로 여겨진다. 어느 시인은 읊었다. 세상에 바다 위의 섬처럼 완전히 시적인 것은 없다고.실제로 외딴 섬에는 인간이 상상하는 그런 사건이 벌어진다. 고대 로마제국 황제 티베리우스가 은둔한 카프리섬, 핵실험 장소로 이용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비키니섬, 유형지로 활용해 영국의 죄수가 강제 이송된 호주, 그리고 외국인 노동 착취가 자행된 사이판섬이 그러하다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에서 필요한 산림자원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지정하는 산을 봉산(封山), 또는 금산(禁山)이라 하고, 설치한 지정 표석을 봉표라 했다. 왕실의 관재(棺材)나 건축재(금강송)를 위하여 지정한 것과 왕실의 제(祭)를 위해 향불을 피우는 숯을 위한 것, 다시 말해 제수 경비 마련을 위한 것이 있다. 민초들의 생활에는 많은 어려움을 준 제도다.경주 문무대왕면에 ‘불령봉표’, ‘시령봉표’, 양남면에 ‘수렴포봉표’가 있다.불영봉표는 왕의 길 중간 ‘부처 고개’에 있고, 시령봉표는 기림사에서 장기로 넘어가는 감골에 있다. 수렴
신하(臣下)의 술을 임금님께 드릴 수 없다. 고려 성종 때 외교적 담판으로 전쟁을 막고 국토를 지킨 불세출의 외교가 서희(徐熙) 선생이 남긴 일화다. 서희가 머무르는 진영의 막사에 성종 임금이 들어가려 하자, 서희는 신하의 막사는 임금께서 오실 곳이 아니라고 하면서 막았다고 한다. 또 성종이 서희에게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술을 내어오라 하니, 신하의 술을 임금께 드릴 수는 없다고 하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막사 밖에 앉아서 성종 임금의 어주로 술을 마셨다는 일화가 신지주 불감헌야(臣之酒 不堪獻也)다.임금과 신하가 공개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