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일간지 한 켠에 있는 에서 자신이 태어난 연도를 찾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이들은 역술원이나 철학관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 방문해 본 적도 있을 듯하다. 필자도 역학에 흥미를 느끼고 사주팔자(四柱八字)에 대한 간명과 통변을 들어 본 경험이 있다. 누군가는 역학을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미신으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과 관련된) 우주론적 지평, (역술인이 여덟 글자를 풀이해 주는) 해석학적 지평, 그리고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 목표를 실현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장자(莊子)가 살던 시기에 혜자(惠子)라는 현인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장자에게 말했습니다. “위왕(魏王)이 큰 박씨를 주길래 그것을 심었더니 크게 자라 5석(石)이나 들어갈 정도로 큰 열매가 열렸소. 거기에 물을 담자니 무거워 들 수가 없고, 둘로 쪼개서 바가지로 쓰자니 납작하고 얕아서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었소. 확실히 크기는 컸지만 아무 쓸모가 없어 부숴버리고 말았지요.” 이는 장자의 주장이 크기만 하고 쓸모가 없다는 것을 풍자한 말이었습니다. 그러자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선생은 큰 것을 쓰는 방법이 매우 서툴군요. 송(
지난달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6일간의 열전으로 진행된 제19회 항저우(Hangzhou) 아시안게임이 10월 8일에 폐막했다. 원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2022년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월드컵과 개최연도가 겹치는 것을 피하려고 2023년으로 미뤄졌다. 더욱이 2019년으로 예정되었던 하노이(Hanoi) 아시안게임이 반납되어 18회 대회가 1년 빠른 2018년으로 앞당겨지면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기존대로 2022년에 대회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내부의 코로나19 확산 및 군중통제
위기는 드러난 현상을 통해서 비로소 경험된다. 인구 위기나 기후 위기처럼, 오래전부터 축적되어 발현되는 탓이다. 즉각적인 대응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사실 위기가 아닌 경우도 다반사다. 대부분의 위기는 중장기적인 분석과 진단 그리고 처방과 대응이라는 성실한 접근을 통해서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교육 위기가 그렇다. 교실 붕괴! 2000년대 초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하나의 사건이었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무질서와 혼돈은 전국을 강타했고, 전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사회경제정치 담론에 몰
구미의 ‘올곧’이라는 업체가 미국에 냉동 김밥 250톤을 수출하고 현지 시장에서 품절사태를 빚으면서 세간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미국 전역에 많은 매장을 소유한 식료품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냉동 김밥 제품을 출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전 매장에서 품절되었다는 소식이다. 일상의 평범한 식품인 김밥을 냉동시켜 미국 시장에 수출하겠다는 기발한 발상을 어떻게 했을까 매우 궁금하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 혹은 K-콘텐츠 열풍이 냉동 김밥 미국 수출의 대성공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 사고
안동대학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예비선정되었다. 글로컬대학30은 전국 300개가 넘는 지방대 가운데 30곳을 선정해서 5년간 3조 원, 대학당 천억 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정부지원사업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을 계기로 안동대학교는 경북도립대학교와의 통합을 통해 경북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는 K-인문 세계중심 공공형 대학으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때 ‘공공(公共)’은 사회의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공익(公益)을 추구하는 가운데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기본적으로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책임지는 국립대학의 공
송골매는 오랜 동안 내 곁을 지켰다. 따라 부르기도 숱하게 따라 불렀지만, 최근까지도 내 차 연주곡 목록에 무리 지어 올라 있었다. 언젠가 딸아이와 사위가 내 차를 타고 함께 어디 간 적이 있었는데 딸아이가 자기 신랑에게 “나는 삼십 년을 똑같은 노래만 듣네”라고 말했다. 그때 그 ‘똑같은 노래’ 중에 송골매 노래가 몇 곡 있었다. 듣고 보니 좀 게을렀다는 생각도 들어 연주곡 목록을 대거 정비했다. 흘러간(?) 새 노래들을 대거 취입하고 구태의연한 곡들은 일제 정리했다. 그 와중에도 송골매의 ‘하늘나라 우리님’과 송창식의 ‘상아의
10년 전 이야기입니다. 저와 잘 알고 지내는 분 중에 종교와 관련해서 좀 특별한 분 두 분 있었습니다. 한 분은 지금도 자주 왕래하고 한 분은 잘 만나지 못합니다. 한 분은 수십 년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장로님이 되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이제 성당에 나가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성경에 통달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좋은 설교를 하고 다닙니다. 저는 우연찮게 교회와 성당 두 군데 다 나가본 이력이 있어서 이 두 분을 볼 때마다 속으로 “대단하다!”라는 탄성을 지릅니다. 교회에
학교는 능력, 경쟁, 통제 그리고 성공에 기초한 하나의 목적기관이다. 학교 내에서는 단지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이 행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 진행되며 또 계획되어지는 곳이다. 학교의 주 기능은 교육을 통한 학생의 품질(Qualification), 능력평가를 통한 선별(Selection), 그리고 현실에 맞는 가치관(Values)을 심어줌으로써 현존하는 사회적 현실과 상황의 실체를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 기능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본래의 목적과는 상반된 사회화의 효과가
대개 ‘좌파’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성장보다 분배에 관심이 많다.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옹호하고 복지를 우선시한다. 명분은 경제적 약자들의 과도한 시장 의존과 빈곤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조화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 개입과 공생 협력 논리와 분배 진보 담론을 앞세우는 좌측 시각이나 시장 기능과 경쟁 원리와 성장 질서 담론을 강조하는 우측 관점이 모두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나라에서든 좌파와 우파는 공존하기 마련이다.우리도 그렇다. 양쪽이 다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서 좌파
필자가 법학자로서 성장해 온 과정에서 다원주의, 관용, 그리고 민주주의는 늘 대표적인 주제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복잡성, 탈중심성, 중층성으로 그 속성이 설명되는 오늘날의 현대사회에서 다원적인 가치판단과 상충적인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타협하여 정치적 합의를 이끌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때 해당 쟁점과 관련해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는 대화 절차에서 도출된 합의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이론적 바탕으로 삼
황석영 단편소설 은 전형적인 전쟁소설입니다.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압축된 서사(敍事)가 시종일관 긴장을 유지합니다. 독자의 안일한 스토리 중심 읽기를 질타하는 결말의 반전도 선명합니다. 전쟁소설들이 대개 그러하듯 이 소설도 이른바 ‘환멸의 플롯’을 가진 소설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이면(중의 하나)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논 가운데 서 있는 작은 탑 하나를 둘러싼 서로 다른 기대의 충돌을 전경화시켜 전쟁의 비윤리성을 고발합니다. 소설에서는 한 개의 탑을 두고 전개되는 두 개의 ‘문화와 이념’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월남에 파병된
융합(convergence),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해지는 일을 일컫는다. 종종 융복합이나 통섭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데, 융복합은 둘 정도의 결합으로 그리고 통섭은 셋 이상의 결합으로 이해된다. 결합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합의 방식과 결과가 더없이 중요하다. 1+1이 ‘둘’이 아니라 ‘하나’인 방식이어야 한다. 기계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반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정치와 문화, 기술, 금융, 생태 그리고 국가안보의 전통적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정치를 논하면서 국가 안보를 논하지
최근에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덴마크의 제약기업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시장에 내놓았는데 뛰어난 효능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성공으로 덴마크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6%에서 1.2%로 상향되었다고 한다. 기술개발이 국가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인도는 자체 개발한 우주기술로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에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것에 성공하였다. 이번 성공이 보여주듯이 인도는 인구대국을 넘어 첨단기술 강국으로 자리잡
오늘날 여전히 문학소녀나 문학소년의 감성을 지닌 소수의 독자층과 문학 비평을 업으로 삼고 있는 평론가나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렵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문학은 그렇게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미 2000년에 ‘문학의 종언’을 선언하기도 했다.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00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문학의 종언’을 주제로 한국의 언론과 인터뷰를 한 고진은 2004년 ‘문학동네’ 겨울호에 “근대문학의 종말”이라는 글을 게재한다. 이 글에서 고진은 문학이 그동안 시대
영화 (최호, 2006)을 봤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영화 시청 중간쯤에 가서야 예전에 본 영화라는 걸 알았습니다. 원로배우 김희라가 등장할 때 기시감이 든다 싶었는데 추자현이 등장하고 김희라와 추자현이 한집에서 거주하게 되는 부분에 가서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류승범의 삼촌 김희라가 마약제조 기술자 ‘교수’라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류승범과 황정민이 출연한 (류승완, 2010)도 생각이 났습니다. 류승범, 황정민 콤비 영화 과 는 전혀 다른 내용을 가진 영화이지만 스토리와는
입시정책의 변화 하나로 대한민국 사회가 온통 뒤숭숭한 모습이다. 올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초고난도 문항을 일컫는 ‘킬러문항’을 두고 대통령까지 나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교육계 전체에 대한 바로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정부는 킬러문항을 풀 수 있어야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그러려면 학원부터 다녀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비정상적인 것임을 밝히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킬러문항 하나가 1조 원’이라는 말이 돌만큼 이런 문제풀이 노하우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학원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
며칠 전 대구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대구와 서울, 광주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 갈등 극복과 국민 통합을 고민하는 동서미래포럼의 정책세미나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는 예상 밖으로 500명이 넘는 회원·비회원이 모여서 포럼 주제인 ‘정치·사회 혁신과 지방시대’에 관한 강연을 듣고 의견을 냈다. 강승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박주선 전 대통령취임준비위회 위원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같은 내빈들도 함께했다. 포럼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국가 건설과 개혁을 응원하기 위한 방안도 활발하게 논
기존의 체계를 새로이 전복적으로 재편성하는 이른바 ‘와해적 기술’로서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탈근대시대의 철학 및 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신뢰 가능한 매개자 없이 P2P 네트워크 방식에 기초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은 바로 탈중앙화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신뢰의 새로운 아키텍처’로서 기능함으로써 기존의 중앙화된 체계에 대한 혁신적 균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에서 더 심화되는 데이터의 중앙화에 대한 시민사회에서의 우려는 탈중심적이고 분배적인 네트워크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볼 수 있다. 의사
요즘 문해력이라는 말이 많이 떠돕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문식력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부쩍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 와중에 학습력의 하위분야로 문해력을 끼워 넣으려는 지식장사꾼들의 활약이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조식, 중식, 석식의 중식(점심)을 중국요리로 읽고, 사흘(3일)을 4일로 이해하고, 직접 경기장이나 공연장에 가서 관람하는 것을 직관한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 등이 눈에 띄는 악성 문식력 하향의 예로(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자주 거론됩니다.그런 문식력 부족(시대가 바뀌었으므로 자연스런 현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