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에서 필요한 산림자원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지정하는 산을 봉산(封山), 또는 금산(禁山)이라 하고, 설치한 지정 표석을 봉표라 했다. 왕실의 관재(棺材)나 건축재(금강송)를 위하여 지정한 것과 왕실의 제(祭)를 위해 향불을 피우는 숯을 위한 것, 다시 말해 제수 경비 마련을 위한 것이 있다. 민초들의 생활에는 많은 어려움을 준 제도다.경주 문무대왕면에 ‘불령봉표’, ‘시령봉표’, 양남면에 ‘수렴포봉표’가 있다.불영봉표는 왕의 길 중간 ‘부처 고개’에 있고, 시령봉표는 기림사에서 장기로 넘어가는 감골에 있다. 수렴
신하(臣下)의 술을 임금님께 드릴 수 없다. 고려 성종 때 외교적 담판으로 전쟁을 막고 국토를 지킨 불세출의 외교가 서희(徐熙) 선생이 남긴 일화다. 서희가 머무르는 진영의 막사에 성종 임금이 들어가려 하자, 서희는 신하의 막사는 임금께서 오실 곳이 아니라고 하면서 막았다고 한다. 또 성종이 서희에게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술을 내어오라 하니, 신하의 술을 임금께 드릴 수는 없다고 하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막사 밖에 앉아서 성종 임금의 어주로 술을 마셨다는 일화가 신지주 불감헌야(臣之酒 不堪獻也)다.임금과 신하가 공개되지 않은
화학적 분석에 의하면 바닷물은 32개 원소가 함유됐다. 금이나 구리 같은 극미량 성분도 나왔다. 브롬은 해수에서 채취한 최초의 산업용 원료로 사진 용액과 염료에 쓰였다. 그다음 추출한 요소는 마그네슘. 전시 수요에 따라 소이탄 물질로 사용됐다. 지금은 해저에 묻힌 석유와 가스가 중요한 물자다.한데 바다가 품은 최고의 생명체 자원은 고래가 아닐까. 범세계적 포경 금지 조치는 그 반증이기도 하다. 고래는 친근한 존재이면서 부정적 어감도 담겼다. 주정꾼을 빗대는 ‘술고래’나 구두쇠를 뜻하는 ‘고래 심줄’ 비유가 그러하다.돌고래는 대양을
거제 이수도를 찾았다. 근년에 많이 알려진 곳이다. 남해 풍광도 보고 거제 변두리 섬의 문화적 답사도 하고 싶었다. 거가대교, 장목면, 해안일주도로를 타다 옥포대첩로에서 우회전하면 복항마을. 언덕 하나 넘으면 시방마을이다. 시방리 해안 동쪽으로 바다 건너에 이수도가 있다. 원래 이름이 물섬, 학섬이었는데 대구 어종의 산란해역이 되고 멸치잡이 권형망이 들어와 생활이 넉넉해지자 이수도(利水島)로 바뀌었다고 한다. 풍어로 부유해진 것은 이해가 되지만 바닷물이 이로워 붙여진 이름은 아닌 것 같다. 섬에 먹을 물이 풍부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2022년 6월 30일∼7월 1일에 실시한 ‘2022 경북문화포럼’에 참석했다. 10년째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고, 역사문화자원의 발굴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이번은 ‘화랑의 혼이 깃든 단석산에서 신라의 정기를 품다’라는 주제였다. 나의 관심사는 단석산에 화랑의 혼이 얼마나 깃들었을까? 깃들었다면 그 흔적이 무엇이며, 어떻게 계승하고 현대화할 수 있을까에 있었다. 오랫동안 화랑정신의 계승에 관심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기조 강연에서 단석산을 역사성이 쌓인 명산의 하나로 들면서도 왜곡된 부분을 지적했다. 단석산이 관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방대한 독서량을 쌓은 지식인. 무려 5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했다. 그는 상호 텍스트 세계를 지향한 책벌레. 모든 책은 다른 책을 언급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창작은 인용·표절·패러디·모방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이전 작품과 관련됐다는 뜻이다.요컨대 에코의 신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독서를 하면서 그런 상황을 자주 경험했다. 근래 바다에 관한 역사서를 읽다가 고래만 다룬 전문 서적을 재차 탐독하게 됐다. 바로 에코가 강조한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다.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연구용
인생은 어느 나이에나 살만하다. 인생을 즐기기에 좀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지만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의 생각이다. 인생의 오후는 숙제 없는 방과후(放課後)와 같다. 느긋하게 쉴 수 있다. 부귀와 명예, 그리고 바라는 모든 것을 얻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이 삶의 의미요, 행복은 아니다. 그것이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자존심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물거품 같은 것일 수 있다. 교활과 낭패와 유예의 세상사를 다 겪은 뒤 내려놓거나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다.지금 목전에 선거 바람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지나갔다
고래는 경이로운 동물계. 지구상 최대 몸집을 지녔다. 사람과 같은 포유류이면서 바다에 산다는 사실은 신비감을 부른다. 육상을 주도하는 인간과 해상을 유영하는 고래는 지구촌 가족들 상징이 아닐까. 물론 인간은 그들의 최고 포식자가 됐다.스웨덴 환경 과학 연구소 ‘스톡홀름 회복센터’는 지구의 위험에 관한 한계를 밝히는 과제를 수행한다. 그 범위를 넘을 때는 파국적 재앙이 생긴다고 본다. 현재 아홉 가지 근거를 입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특히 생명체 멸종률은 극히 위험한 상황이라 여긴다.인간은 생물권 변화를
바다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한없이 평온하면서도 돌변하듯 거친 풍랑을 몰아친다. 연인들 사랑을 실은 요트와 산호초 유영하는 스노클링은 달콤한 환상을 자아낸다. 한데 바다는 핏빛 내뿜는 상어의 이빨처럼 무서운 기세로 배를 삼키기도 한다.최초로 세계 일주를 완성한 마젤란은 그런 난폭성을 몰랐기에 ‘태평양’이란 이름을 지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대양은 침몰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특히 아프리카 희망봉 일대는 난파가 흔했기에 유령선 무대가 됐다. 시인 하이네와 작곡가 바그너는 이를 소재로 작품을 남겼다.인류는 식량과 운송을 비롯한
17세기 무렵 과학계는 지구의 크기와 형태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측지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느 과학자는 지구를 완벽한 구체라 가정했고,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양극이 팽창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뉴턴의 운동 법칙은 적도 부근이 부풀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뉴턴의 승리로 귀결됐다.1972년 아폴로 17호는 최초로 지구 전체를 찍은 사진을 전송한다. 이는 바다가 육지보다도 훨씬 넓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소위 ‘푸른 구슬 같은 행성’이라 불린 이미지. 누군가 말했다. 이 땅을 지구라 부르다니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사실 지구는
세상사 모든 일은 시작과 끝이 있다. 가장 지혜로운 자는 화(禍)가 시작되기 전에 싹을 미리 없애는 자다. 다음으로 지혜로운 자는 ‘시작된 초기에 화를 방지하는 자’다. 삽이 아닌 호미로 막는다. 그다음은 ‘일이 진행되는 도중이나 완전히 벌어진 뒤에 허겁지겁 수습하는 자’다. 무슨 큰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어리석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일이 이미 진행된 뒤의 수습은 힘도 들지만 이미 크게 해(害)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앞일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은 지혜가 밝아야 가능한 것이고, 문제를 미리 감지한다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어렵다. 혜안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말한다. 러시아는 차르의 재산으로 풍자된다. 한데 역사는 그런 글을 남겼기에 패자가 아님을 웅변한다. 기원전 13세기 이집트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 무와탈리 2세가 벌인 카데시 전투가 그러하다.이는 역사상 최초의 전차전으로 격돌했다. 이집트는 영광된 승리를 신전에 새겼고 히타이트는 상대를 괴멸시켰다고 전한다. 아마도 무승부가 아닐까. 양국은 장기간 대립하다가 강화조약을 체결한다. 가장 오래된 협약으로 평가된다. 훗날 카데시 전투는 화평의 대명사로 거듭난다. 조약 사본은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 전시됐다.
영어 택시는 라틴어 ‘taxa’에서 유래했다. 사전적 정의는 요금을 받고 손님이 원하는 곳까지 태워 주는 영업용 승용차다. 가격이 약간 비싸긴 하나 편리한 교통수단. 특히 길을 모르는 초행자에게 유용하다. 택시는 대도시 상징이 되기도 한다. 뉴욕의 옐로캡과 런던의 블랙캡이 그러하다.미국 뉴욕은 명실공히 세계 최대 도시다. 위풍당당한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 광장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도심의 녹지대 센트럴파크 그리고 빌딩 숲 유영하는 노랑 택시는 뉴욕의 이미지 그 자체다. 맨해튼 거리에 흐르는 노란빛 물결을 보면 과거 범죄 도시란
대개 세상을 풍미한 인물은 세 가지 표상으로 나뉜다. 문헌 자료와 학자들 연구로 밝혀진 역사적 이미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창조된 문학적 이미지, 민중들 마음에 새겨진 대중적 이미지가 그러하다. 이런 심상과 실체의 간격이 크면 클수록 역사는 뒤틀린다. 그 진실이 중요한 이유다.사견을 전제로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적 공과가 선명하다고 여긴다.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평론을 접하면 그런 점이 두드러진다. 개발 독재를 미화했노라 비난하는가 하면 빈곤을 벗어난 의지를 격찬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명확한 사실이 있다. 오늘날 한국의 성취는
나는 독실한 신도가 아니지만 한 해에 몇 번은 절집에 간다. 크리스마스에는 교회와 성당에도 가지만,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은 꼭 절에서 밥을 먹는다. 등산길이나 문화재 탐방 길에도 사찰을 찾고, 법당에 들어가지 않을 때는 문지방 밖에서라도 부처님께 합장한다.절에서 가끔 듣는 인사말이 “성불(成佛) 하세요!”다. 이 말은 불교의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이다. 자신도 이롭게 만들고, 타인도 이롭게 만드는 말이다. 물론 인간에게서 가장 이롭게 된 상태는 ‘주인공’으로서 당당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인공으로 삶을 살아
미국 역대 대통령 평판을 보면 순위가 대충 정해져 있다. 일반적 선두는 노예 해방 선언의 링컨. 이어서 건국의 아버지로 칭하는 워싱턴과 뉴딜 정책을 펼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나온다. 서구와 달리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한국은 어떨까.대개 한강의 기적을 성취한 박정희 대통령이 1위로 언급된다. 경제 발전과 새마을운동과 중화학 공업 육성을 진두지휘한 공로가 꼽힌다. 우리 지역 구미는 그런 박정희라는 거인을 배출한 본향. 시내에 ‘박정희로’가 뻗었고 생가와 역사자료관과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이 자리한다.영화 ‘국제시장’은 개발 독재 시대를 다룬
나는 목욕을 할 때마다 내 몸의 때를 생각한다. 비누칠하고 샤워를 한 뒤 탕 속에서 피로를 푼다. 뜨거운 물이 전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그리고 난 뒤 이태리타월로 때를 밀어본다. 매일 목욕하는데도 흰 때가 조금씩 밀린다. 바쁜 일로 한 3일 미루었다 하면 제법 때가 나온다. 시원하다. 좀 많이 밀면 따갑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매일 씻어도 내 몸에 때가 나오는구나. 내 몸의 때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누구를 더럽다고 나무랄 수 있으랴. 목욕하면서 내 몸의 때를 씻고, 내 마음의 때를 씻고, 피곤한 심신을 달랜다.샤워할 때 비눗물
줬다가 도로 빼앗으면 이마에 소나무(솔) 난다고 하는 말이 있다. 형제간이나 친구들 사이에 먹을 것이든 학용품이든 일단 주었다 빼앗으면 ‘이마에 소나무(솔)가 난다’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분쟁을 해결한 것이다. 먹을거리나 학용품, 장난감 등이 부족한 시대,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에 생긴 말이지만 분쟁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방안이 된 것이다.이 말에는 또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 마음에 들 때 좋아서 준 것을 마음이 변하여 돌려달라는 변덕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줬다가 빼앗았다 하지 말아라. 받은 것은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는 중국 서북쪽 변방에 자리한 지역. 예부터 서역으로 불렸고 중국과 서양이 최초로 접촉한 장소다.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6분의 1을 차지하나 인구는 1퍼센트 남짓하다. 언젠가 시안에서 25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우루무치에 당도하니 두 인물이 떠올랐다.바로 청나라 건륭제와 서태후가 주인공. 건륭제는 신장 발전을 촉진한 군주다. 18세기 중엽 이곳을 정복하고 대청 제국에 편입했다. 외진 곳이라 실익이 적다는 관료들 주장을 반박한 고뇌. 이후 19세기 들어 러시아가 신장 일리 지역을 점령하면서 대처 방안을 두고 논쟁이
남북 아메리카를 통틀어 미합중국은 최적의 인간 거주지로 친다. 연평균 기온은 식량 생산에 알맞고 작물 재배에 적합한 토양을 가졌다. 유럽과 달리 기근을 겪지 않은 이유다. 특히 인디언 곡물인 옥수수는 하늘이 내린 축복. 게다가 정착민 필수품 모피 동물과 삼림이 풍부했다.미국 초기 문명은 목재로 대변된다. 당시 유럽은 땔감이 부족해 나무가 비쌌다. 가정에선 충분히 사용치 못했다. 신대륙 이주민은 빽빽한 산림을 보면서 외쳤다. 어디든 우리만큼 불을 때진 못한다고. 또한 북동부 바다의 수산 자원과 광물 자원도 엄청났다. 이는 20세기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