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the cinema!)”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50)이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쥔 왼손 검지를 치켜세우며 수상 소감을 말했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더욱 심각한 빈부 격차와 계급사회로 고착화 하고 있는 현실을 희비극으로 묘사한 봉 감독이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는 세상을 강조했다. 봉 감독의 골든글로브 수상은 한국영화 100년 역사의 쾌거다.5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7회
“삼국유사 속 연오랑세오녀 설화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다음 두 부분이다. 첫째, 일월(해와 달)의 정령인 연오와 세오가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건너 갔다(負歸日本)는 부분으로, ‘태양이 배에 실려 천계를 운행한다’는 ‘태양배 신앙’이 모티프가 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 햇빛을 얻었다는 부분이다. 이는 동해를 바라보는 바닷가에서 실제로 행해지던 제천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전승으로 추정된다. 즉, 일신(태양신)을 숭배하기 위하여 여성 사제가 신에게 옷을 짜서 바쳤다는 것이다.”삼국유사의 ‘연
“구룡포, 포항에 동네 주민들하고도 긴 시간을 보냈어요. 두 계절을 그렇게 특정 지역에서 계속 촬영을 하다 보니까 그곳이 꼭 정말 옹산(극중 배경 마을)인 것처럼, 도착하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고 또 지금 너무 그곳이 그립기도 합니다. 아마 저희 드라마를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이 그 동네가 그립고…”세상의 편견과 의연히 맞서 사랑을 이뤄내는 미혼모 ‘동백’ 역을 맡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공효진이 31일 ‘2019 K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쥔 뒤 수상 소감에서 ‘구룡포’를 그리워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
역사와 시대 상황에 따라 건강한 권력 아래서는 충신이 태어나고, 병든 권력에서는 간신이 득세한다. 정치의 역사는 간신의 연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역사가 시작된 이후 오늘날까지 간신은 끊이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간신의 대표적인 예는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 때 정권을 장악해 국정을 농간한 10여 명의 환관 무리 ‘십상시(十常侍)’다.박근혜 정권 당시 최서원(최순실)의 남편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안봉근·정호선 비서관 등이 강남의 한 중국집에서 자주 어울리며 국정을 논의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지난 22일 대구시 신청사 건립지가 달서구의 옛 두류정수장 부지로 결정됐다. 경상도의 중추 도시인 대구광역시의 시세가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대구 북구에 자리하고 있던 경북도청은 경북의 북부지역으로 치우쳐 옮겨졌고, 대구시청사는 대구의 서쪽으로 치우쳐 옮겨지게 됐다. 경북과 대구가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큰 눈으로 보고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과 함께 광역 교통망 체계 등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대구는 조선 시대 경상감영의 소재지였다. 대구는 경북의 중핵도시에서 직할시가 됐고, 경남권까지도 대구의 영향을 강하
바이올린 연주자 클라라 주미강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겨울엔 건조해서 연주 도중에 자주 줄이 끊어지고, 여름에는 다습해서 음색이 선명하게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명성이 있는 고(古)악기보다 기후 영향을 덜 받는 현대 악기로 바꿀까 생각할 때도 있다. 현대 악기가 기후에 영향을 덜 받아 습도가 높을 때도 보다 음이 선명하게 공기를 뚫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지구의 기후변화 심화는 이렇게 음악가들의 연주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지구의 종말을 재촉하는 심각한 기후변화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
지난 2015년 포항 양일만항과 일본 교토의 마이즈루항(舞鶴港) 간 직항로 개설을 준비 중이던 일본 교토부가 ‘마이즈루항’을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항구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대외적 공식명칭을 ‘교토항’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오카니시 야스히로 교토부 부지사는 “항만이 국제적 명성을 얻으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고도(古都)이며 세계적 역사문화도시인 ‘교토’라는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마이즈루항’이라 부르는 대신 ‘교토항’으로 불러달라고 한 것이다.어제 포항역에서 영일만항까지 연결하는 철도를 개통했다. 항만이 철도와
공명지조(共命之鳥).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공명조(共命鳥)’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모두 죽고 만다.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먹지만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는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린다. 결국 이 새는 죽고 만다.공명조와 대조적인 새 ‘비익조(比翼鳥)’가 있다.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만 있어서 서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하는 새다. 상주의 남장사 대웅전 수미단 조
자동차 2300만대 시대다. 인구 2.2명 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차량 보유가 늘면서 대형 교통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7명이 죽고, 32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앞서 지난 4일 오전에도 화성시 장안대교 평택 방향에서 트럭과 트레일러 등 10여 대가 잇따라 추돌해 2명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블랙아이스(Black Ice)’로 불리는 도로 노면 위에 얼어붙은 ‘노면 살얼음’에 미끄러진 자동차들이 연쇄 추돌하며 발생한 끔찍한 사고였다.‘도로
“국정자문기획위원회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있는데 지방 공약에 포함됐던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꼭 포함 시켜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1일 이렇게 발언한 이후 사학계에서는 ‘모든 길은 가야사로 통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가야사 복원 논란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해김씨 인 김 전 대통령이 2006년 대통령 취임 직후 가락국 시조 김수로 왕릉에 참배했다. 1000여 명의 종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이 된 것은 가락국 멸망 1500년 만의 경사가 아닌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여는 법을 준수하고, 안전하게 비용 효율성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는 동시에 교육과 기술 협력을 제공하면서 기업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 윤리, 노동, 인권 영역에 가치를 두고 국제 기준을 기업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 활동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강화 시키는 반면 사람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2002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기업 시민 CEO 대책위원회가 채택한 ‘글로벌 기업시민(Global C
지난 2004년 한 칼럼에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가정에서 버린 더러운 물이 흘러가는 칠성천을 시멘트로 덮는 공사가 1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냄새나고 더러운 이 천을 덮어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여겨질 뿐만 아니라 아까운 문화 자산을 덮어버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당시 일본의 섬마을인 쓰시마(對馬島)를 다녀 온 후였는데 이 마을에서 흘러내려 바다로 들어가는 하천은 생활 하수를 흘려 보낸다는데도 얼마나 깨끗한지 저녁이면 바다에서 복어가 떼를 지어 마을 안 실개천까지 올라왔다. 복어 뿐 아니라 숭어, 전갱이 새끼
투각인면문옹형토기. ‘옹기형태의 토기에 구멍을 뚫어 사람 얼굴 모양을 새긴 그릇’ 정도로 풀이되겠다. 화랑문화재연구원이 경산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 개설 구간 발굴 과정에서 출토된 토기 이름이다. 높이가 28㎝인 이 토기는 1600년 전 신라 시대에 만들어 진 것으로 모양이 특이해서 인기다.둥글고 길쭉한 토기의 윗부분에 돌아가며 이목구비의 구멍을 뚫어 3개의 얼굴 모양을 새겼다. 얼굴 모양 하나하나가 다 요즘 흔히 쓰는 이모티콘처럼 표정이 다르다. 웃는 모습과 화난 표정, 무심한 듯 무표정한 얼굴 모습이다. 귀와 코는 단순하게 둥근 구
금융시장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0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동향’을 보면 달러화 예금 잔액이 146억4000만 달러(약 17조3000억 원)였다. 거주자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이 은행에 맡긴 외화를 말한다.외화예금 중 달러화 예금 규모가 지난 9월 말 이후 한 달 만에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2012년 6월 외화예금 통계 공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자산가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달러화 사재기로 나타난 것이다. 기업의 달러화 예금도 9월 말보다 43억4000만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1명대가 깨졌다. 지난해 0.98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0명대 출산국이다. 이런 저출산은 1980년대에 잉태된 비극이다. 현재 20~30대 여성이 태어난 1980~90년대 출생아 통계를 보면 비극의 실마리가 풀린다.인구학에서 여아 100명 당 105~107명의 남아가 태어나는 것이 자연적인 상태에서의 성비(자연 성비)다. 1980년대 초까지는 이 자연 성비에 가까웠지만 1984년부터 급격한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났다. 1984년 108.3인 성비가 1990년에는 116.5까지 치솟는다. 남아가 많이 태어나는
태산 기슭에서 사람의 간을 회로 썰어 먹었다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도 도척(盜蹠)은 공자와도 비견됐을 정도였다. 도척은 현인(賢人) 유하혜의 아우로 무리 9000여 명을 거느리고 전국을 휩쓸었으며, 때로는 공자를 위선자라고 비판했다.도척은 큰 도둑의 도(道)를 실천했다고 한다. 그 도는 첫째, 큰 도둑은 털려는 집에 어떤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성(聖), 둘째, 털러 갔을 때 성공 가능성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지(智), 셋째, 침입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동료보다 먼저 진입하는 용(勇), 넷째, 범행 실행 후 제일 나중에
지중해(地中海)는 말 그대로 아프리카·아시아·유럽의 3개 대륙에 둘러싸여 있는 바다다. 서쪽은 지브롤터 해협으로 대서양, 동쪽으로는 수에즈 운하로 홍해·인도양과 연결되며, 북쪽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으로 흑해와 이어진다.흑해를 끼고 있는 터키의 에페수스박물관에는 로마 시대의 각종 유물들이 가득 차있다. 에페수스는 기원전 500년 대에는 페르시아, 300년대 들어서는 그리스의 지배를 받은 땅이다. 이후 기원전 133년부터는 로마 공화정의 지배가 시작됐다. 에페수스에는 신전과 원형극장, 공동묘지인 네크로폴리스 등의 로마 유적이 많
정치 철학자 한나 아랜트는 2차대전 유대인 학살의 주범 중 한사람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보고서를 바탕으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을 썼다. 이 책엔 아이히만의 전 생애와 2차 세계대전 속 독일과 유럽의 정치적 상황이 입체적으로 분석돼 있다. 아랜트는 아이히만이라는 인물 분석을 통해 평범한, 어쩌면 선량하기까지 한 사람도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설파했다.학살자 아이히만은 15개의 죄목으로 기소가 됐지만 한결같이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사람들은 재판을 보기 전까지 아이히만이 험
차량의 뒷유리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 ‘BABY IN CAR’, ‘BABY ON BOARD’라는 스티커를 붙여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안전 운전을 바란다는 뜻과 함께 사고가 났을 때 아이부터 먼저 구조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스티커를 보면서 내심 “그래, 네 아이가 타고 있는데 어쩌라고”하는 반감이 들 때도 있다. 최근에는 좀 더 명시적으로 ‘위급한 상황 시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여 RH+A형’ 같은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볼 수 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보다 훨씬 실제적인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이 스티커
지난 6월, 일본에서 2012년 공식 멸종 선언된 수달이 대마도(對馬島·쓰시마섬)에서 발견돼 화제가 됐다. 완전히 사라졌던 수달이 일본 땅에서 다시 발견됐으니 호들갑을 떨만했다. 일본 학자들이 대마도 수달의 유전자를 확인해 봤더니 우리나라 수달과 종이 같은 유라시아 종이었다고 했다.학자들 사이에선 포유류 수달은 장거리 수영을 못하는데 50㎞나 되는 바다를 어떻게 건넜을까 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일본 학계는 정박해 있던 선박에 몰래 올라타 밀항(?)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당시 조사에서 쓰시마에는 암컷 한 마리를 포함한 4마리의 수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