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열면햇살을 입고 싶은 깃들손 끝에 달려드는 외출들살갗 찢어진 불안한 하반신은공간의 틈을 멋으로 메우고젖고 구겨진 낡은 어깨도툭툭 털어 햇빛에 깃을 세우며저 만의 풍경을 갖는다동그란 하루를 내려놓는 저녁이면하나씩 버려지는 깃털들오늘을 벗어 넣은검정 비닐봉지를 툭, 던졌다터져버린 피로수거함에 들지 못한 깃털 하나가축 늘어진 하반신을 뚫고 나와날개를 잃고 허공을 부유한다수거함을 열면웅크린 깃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올 것 같은절룩거리는 밤,어두운 벽에 창을 낸다
닳아버린 굽과 구두 밑창을 뚫고 들어오는빗물, 흙먼지 그리고 가끔의 바람길을 걷다 돌아오면 발바닥이 시큰거렸다매일 돋아나는 상처를 외톨이처럼 키우며일 년에 한두 번씩 구두창을 갈았다 그때마다한 움큼의 세월이 고린내를 풍기며 혀를 날름거렸다타인의 사무실에서 인파속의 거리에서 후미진 골목길에서구두 속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던무언가 썩어가는 냄새나를 데리고 다닌 날들의 흔적너무 가까우면 잘 보이지 않는 법이지사랑도 우정도 그리고 미움마저도흐려질 대로 흐려져 버린 세월은이제 구별을 하지 못하네누구도 상관없이 가깝거나 혹은대수롭지 않은 사이
어머니는 멀리 가셨다고 말했다가먼 데 가셨다고 고쳐 말한다돌아가신 아버지를 찾는 전화다멀다, 라는 말은 참 유용하다멀면 갈 생각을 않거나체념하기 좋은 거리이니까알고 보면 사람들은 그 먼 곳에자신을 영영 숨기거나 체념을 맡기곤 한다아버지 친구분은 돌아오는 날짜가 있는 먼 곳을 묻고어머니는 돌아오는 길이 없는 먼 곳을 설명하느라통화가 길어진다그 사이, 멈칫거리던 곳은소실점 하나를 뚝 끊고 사라진다어머니는 먼 곳으로 가고 있고아버지 친구분은 자꾸만 이곳으로 오고 있고너무 멀어서 안 돼, 라는 말처럼너무 아득해서 언제까지 따라갈 수 없는
“운명하신 게 아닙니까?”적문의 목소리는 떨렸다. 명주수의를 입고 떡갈나무 관 속에 누워있는 노인의 눈이 가늘게 움직였다. 노인 아내가 손등으로 콧물을 닦으며 적문에게 다가왔다.“스님, 우리 집 양반이 어찌나 조르던지 스님을 모셨심더. 결례라는 것도 알지만 우야닌 교. 꼭 그만한 사례는 각오하고 있심더.”그러자 숯 검댕 묻은 아들도 다가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적문은 한걸음 물러서서 난감해하는데 노인이 번쩍 눈을 떴다.“스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살아있는 매일이 심심 함니더. 한번 죽어보자고 결심했고 죽고 나면 어떻게
청송군은 30일 국민체육센터에서 ‘2023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평가대회’를 개최했다. 청송시니어클럽(관장 황진호) 주관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3,5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오전과 오후 시간을 나누어 참석해 한 해 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애플걸스’의 실버댄스 공연을 시작으로 어르신들의 노고를 격려하고자 군수 표창 등을 수여하고 활발한 활동을 다짐하며 구호와 노래를 다함께 제창했다. 일부 사업단 어르신들이 활동비를 모아 청송군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선뜻 기탁해 뜻깊은 의미를 더하기
볼록한 젖 몽우리 부풀고 부풀더니불꽃처럼 활짝 터져 감당 못할 넉넉함맙소사팜므 파탈의 치명적인 신여성혜성처럼 나타나 온 마음 뺏은 여왕끊어내듯 후두둑 꽃잎을 떨구던 날아서라그리움 하나 던져놓고 간 여인온 마음 아리도록 기나긴 침묵 끝에약속처럼 다시 핀 검은 줄기 낙양화오로지한마음으로 별을 낳는 꽃 중의 꽃
인부들이 벗어 놓고 간손바닥이 빨간 장갑들 여러 켤레가고단한 손바닥들 같다하루의 일이 묻은 손을 저렇게벗어서 돌돌 말아 놓을 수 있다면손은 평생의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빈손을 씻고 또 씻은 손의 이율배반노동이 없는 손은 정말 행복한 손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지만매일매일 일 끝에 아무리손을 씻어도 직업은 씻겨지지 않는다숙련이란 이름의 직업들물집으로 또는 자잘한 상처와흉터들로 손을 떠나지 못하는앙숙과 필요불가결의 관계가 오래 될수록서로 닮은 흔적들을 만들어내는천직이라는 직업들지친 위로도 없이 아무런 채비도 없이일이 떠난
늦은 밤 이불을 비집고 나온 아버지의 자서전을 읽는다힘겨운 문맹의 생애는 또렷한 글씨로 남길 수 없어한 획의 선이나 기호들로 새기고바다를 많이 뱉어낸 아픔들을 읽게 되면자식의 가슴이 찢어질까눈길 닿는 자리마다 놓아둔 몽돌눈에 고이는 바다의 찡한 갯내 코끝을 찔러파도치듯 들썩거리는 어깨주먹을 처박아 막아도자꾸만 갈매기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입내 자식이 태어나등이 휘어져 보고서야 해독하게 된풍랑을 휘갈겨 놓은누렇게 탈색된 앞장을 뒤집어 보니해준 거 없다 던진 가시들 까뭇까뭇 박힌 뒷장잠 속에서도 풍랑을 만났을까 뒤집히는 이불침몰하는
머리맡에 오래된 이름이 드나드는낡은 필름을 두고 잤다꿈은 바늘 끝처럼 날카롭다지나간 말을 부려놓은 곳에잠그지 못한 울음들이 엉켜 있다오래된 붓을 담그면 물방울들이 길을 연다그 아득한 풍경에 닿아있는 숨혼자 숨어 핀 꽃들의 자리에 바다의 심장이 있다물속에 핀 꽃들이 노랗게 울렁거린다어떤 봄은 용기를 내서 울어야 사용할 수 있다가라앉은 손들이 울컥 게워 놓은슬픔마저 빠져나간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들껴안았던 날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미안하다는 말이 돌아오는 봄기일에 만난 우리들 말 속으로 끼어드는두고 와서 미안해
청송군은 최근 청송사진회(회장 심명환)의 재능기부를 통해 ‘6·25 전쟁 영웅 장수사진’ 촬영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청송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6·25전쟁 영웅들에게 지급된 제복을 입고 한 분 한 분 사진을 촬영해 액자로 전달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6·25전쟁 영웅의 자긍심을 높이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는 계기가 되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우리나라를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내고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6·25전쟁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맞저울은 무척 흥미로웠다. 양쪽에 무게를 다는 저울이었는데 한쪽에는 물건을, 반대쪽에는 물건 또는 원하는 무게의 추를 얹기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작고 앙증맞은 맞저울을 가지고 놀기 좋아했다. 아버지가 한약을 달 때 사용하던 저울이었는데 쓰시지 않을 때는 슬쩍 가져다가 문구용품이나 소지품들을 달았다. 양쪽에 무게가 같을 때 수평이 되지만 무게가 맞지 않을 때는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중심을 잡고 무게를 조절하여 같아질 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는 저울의 추처럼 무엇이든지 바른 생각으로 중심을 잡
닳은 뒷굽이 바닥을 친다. 딸그락딸그락 요란스럽다. 제때 밑창을 갈지 않아 길바닥이 구두 뒷굽을 갉아 먹는다. 닳고 닳은 신발은 고단하게 살아온 나의 분신이다.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이었다. 집안에 가난이 말똥처럼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육성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은 며칠까지 부모님을 데려오라고 하였다. 교실 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데 한 아이가 “너거 아부지 뭐 하셔?” 하고 물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얼굴만 붉혔다.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마부라고 말할 수 없었다. 고약한 말똥 냄새가 난다고 쑤군거릴 것 같
청송군은 지난 27일 군청 제1회의실에서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와 ‘탄소중립과 지역발전을 위한 상호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식은 윤경희 청송군수를 비롯한 군 관계자와 주왕산 국립공원 사무소장 및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협약서에는 청송군 탄소중립을 위한 상호협력사업, 주왕산 국립공원 홍보 및 산소카페 청송군 브랜드 활성화 사업, 청송군 탄소중립형 산소버스 기반 조성 등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군은 ‘청송군 탄소중립을 위한 산소버스 보급사업’으로 ‘2024년
청송군은 민선 8기가 약속한 공약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평가하기 위해 ‘2023년 군민배심원단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4일 청송군청 제1회의실에서 개최된 배심원단 1차 회의는 매니페스토 교육과 배심원단 기초 강의 및 분임 구성으로 진행됐다. 다음 달 1일 2차 회의에서는 공약 조정안건(4건)과 공약 평가안건(6건)에 대한 담당자의 설명과 배심원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다음 달 15일 3차 회의에서 배심원단 전체 투표로 공약조정 적정여부를 최종 승인하며, 배심원단의 공약이행평가에 따른 권고안을 청송군에
청송군은 국공립 청송어린이집 자연놀이터 설치 공사를 완료했다 청송어린이집은 청송군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청송군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어린이집이다. 청송군은 국토부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난 2021년 어린이집 리모델링을 추진한 바 있으나, 야외 놀이터의 경우 지난 2006년 설치 후 16년 간 사용해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청송군은 노후 된 놀이터를 철거하고, 어린이들이 청송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물·모래·돌·나뭇잎 등을 만지며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자연놀이터를 설계하여
형님은 나를 보고 꽃이라 했다. 찬 서리 서리한 내 모습이 어찌 꽃이 될 수 있으랴만, 꽃이라는데. 꽃같이 예쁘다는데, 황홀했다.병세가 한층 깊어 지면서부터이다. 설렁설렁 사람 다루는 일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형님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이제 와서 내가 꽃이 되었을까.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형님의 활짝 핀 꽃이 되기로 했다.육중한 대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바람이 달음질쳐 안긴다. 호들갑스럽게 반색하지도 반기는 기색 없이 수연에미가 무심히 문을 열어 주었다.“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작은어머니 제가 그 돈을 얼마나 많이 찾았는데요.”“
윤경희 청송군수는 23일 법무부 교정본부장과 만나 경북북부 여성교정시설 추가 건립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기존 경북북부 교정시설 내 여성교도소를 신축하고 교정공무원 숙소를 추가로 건립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발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10여 년 전부터 청송군은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여성교도소 등 교정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송군은 1981년 보호감호소를 시작으로 4개의 교도소가 위치하고 있는 전국 최대의 교정타운으로 40년이 넘게 사회정의와 수용자 교화를 수행했다.
생활개선청송군연합회(회장 윤훈경)는 지난 21일 청송군 현동면 소재의 재가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해 사랑의 김장봉사를 했다.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지역 사회 연대를 강화하고자 18년째 이어지고 있는 행사다.이날 30여 명 회원들이 직접 담근 1000여 포기 김치는 재가노인복지센터 ‘경북 작은자의 집’ 100여 분의 어르신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한편 생활개선청송군연합회는 평소 어르신 효나눔행사, 지역사회봉사, 농촌여성 역량강화 교육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일요일 아침, 작은 새 한 마리가 이슬을 머금은 수풀 위로 내려앉는다. 작은 새는 통통 모듬발을 뛰면서 주위를 살핀다. 콘크리트 담벼락 아래 의자에 앉은 나와 작은 새와의 거리는 5미터쯤이다. 작은 새는 나를 인지했음인지 무척 경계심을 드러내며 금방이라도 날아갈 태세다. 나는 숨을 죽이며 허수아비를 가장한다. 그러나 작은 새는 속지 않는다. 작은 새는 촉촉 새소리를 내더니 그만 포르르 날아오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금방 날아가버릴 것 같던 작은 새가 공중으로 떠올라 한 바퀴 회전을 한 후 활공을 하듯 내 쪽을 향해 날아오는 게
청송군은 자체 운영 중인 각종 위원회에 군민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군정 참여 기회를 높이기 위해 청송군 위원회 인재풀 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군에서는 99개 위원회에 922여 명이 활동 중이며, 신규위원의 유입이 부족해 기존의 위원들을 재위촉 사례가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군민을 대상으로 위원회 인재풀 DB를 구축해, 각종 위원회에 군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행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구축된 인력풀 DB는 군청 내 각 부서에서 신규위원 위촉 시 자료를 요청하면 DB자료를 추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