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는 인재였다. 그 이듬해 7월, 극한호우 속 충청북도 오송의 지하차도에서 납득하기 힘든 참사가 재발했다. 역시 인재였다. 핼러윈 축제에 모인 수많은 젊음이, 우중 출근길 시민이 처참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말도 안 나온다. 그저 넋 놓고 안타까움을 누를 뿐이다. 누군가의 딸과 아들, 부모와 형제 그리고 친구와 이웃이 허망하게 세상을 등져야 했던 이유를 우리는 사실 잘 안다. 국가 시스템 부재 탓이 아니다.책임감의 실종이다: 이건 내 일이 아니야! 누군가는 하겠지! 큰 문제가 없을 거야! 시스템은 분명히
요즘 경상북도에 경사가 났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역 정책 개발과 프로젝트 발굴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으로 보자면 획기적인 발전의 호기를 잡은 것 같다. 국책사업 선정이나 기업 유치 등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한때 경상북도는 사람과 각종 자원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국가 발전축 기능을 상실한 후로는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고장으로 전락했다. 주민과 기업이 하나둘씩 떠났고, 급기야는 전국에서 소멸위험 시·군이 가장 많은 광역단체로 쪼그라들었다. 어느새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라 불리던 땅에는 희미한 박동 소리만 남았다.
때로 예·적금을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찾으면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금융파생상품을 추천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원리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은 가입할 의향이 없다고 양해를 구하곤 했다. 최근에도 2023년 7월 시행되는 디폴트옵션, 곧 사전지정운용제도에 대해 은행에서 안내차 연락이 왔다. 이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 운영 수익률을 높여 노후의 자산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런데도 투자 손실의 위험이 없는 원리금 보장형인 초저위험 옵션을 지정한 필자이니 제도의 본래 취지에 다소 어긋나는 자인 듯도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얼굴이 많이 달라졌다”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거진 40년 동안 듣는 말입니다. 20대 후반에 작가가 처음 되었을 때 “많이 부드러워졌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중년기에는 “젊을 때보다 훨 낫다”라는 말을(주로 집사람 친구들에게서), 좀 더 나이 들고부터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무슨 귀신이 하는 일 같습니다. 방심하고 있으면 꼭 그렇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너, 얼굴 간수 잘해라!”, 그렇게 주의를 줍니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참석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5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2023년~2027년)은 ‘누구나 누리는 맞춤형 평생학습 진흥’이라는 슬로건 아래 4차 산업혁명시대와 초고령사회 등 시대적 변화에 대비한 ‘평생학습대전환’을 정책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시혜적 복지로 인식되던 평생학습을 국민의 실질적인 권리로 보장해야 하는 정책임을 밝히고 있다. 동시에 대학의 기능을 확대하여 지자체와 대학중심의 평생학습 정책을 확대·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학은 전통적인 기능을 학령기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하고 사회에 배치하는
올 장마철 집중호우 양상은 우리의 경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역대급 폭우’라는 표현도 모자라 ‘극한 호우’라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였다. 폭우에 따른 피해도 엄청나다. 충북 오송의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태 희생자, 그리고 경북 지역 산사태 희생자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만 50명을 넘어서고 있다. 선량한 시민들이 자연재해로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도대체 국가는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울화통
경북일보에 칼럼을 연재한 지 어느새 1년 반 정도가 되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논문’이라는 학술적 글쓰기에 익숙해져 있던 필자에게 있어 칼럼 글쓰기는 새로운 도전이자 즐거움이었다. 2주마다 돌아오는 마감의 압박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이것저것 여러 가지 소재를 다루며 A4 1장 정도의 분량을 채우는 시간은 그동안 추상적인 생각으로만 떠돌아다니던 여러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킬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더욱이, 논문과는 달리 칼럼은 글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이 바로 왔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어떤 글에 대
요즘 들어 꿈속을 헤매다 깨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운동 부족인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탓인지 예전처럼 땀 흘려 운동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습니다. 자기 전에 샤워를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든 지도 꽤 되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깨는 일도 많아졌고요. 어젯밤도 이상한 줄거리의 꿈에서 꽤 고전했습니다. 갑자기 한 사건에 휘말려 갖가지 음모와 모략 속에서 고군분투했습니다. 적들은 완고한데 아군들을 뿔뿔이 흩어지고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개꿈이었습니다. 꿈에는 용꿈(계시적 내용)과 개꿈(현실의 불만)이 있는데 용꿈은 오래 잔상이 남아있고
흔히들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매우 중요하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 폴 발레리(Paul Valery)의 메시지다. ‘철의 여인’, 금녀의 세상에 도전한 영국 최초 여성 총리 마그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의 명대사도 생각의 중요성에 무릎을 치게 한다: ‘생각을 조심해, 생각은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해, 말은 행동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해, 행동은 습관이 되니까’, ‘습관을 조심해, 습관은 인격이 되니까’, ‘인격을
한 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쉴 틈 없이 일하느라 지친 직장인들에게 훌훌 털고 여행 가서 마음껏 카드를 긁도록 부추기는 속삭임이었다. 신용카드사가 만든 단문 카피는 히트를 쳤다. 그리고 요즘 들어 이 추억의 속삭임은 중장년 세대를 위한 응원가의 일부가 되었다. 인생 전반기를 앞만 보고 달렸으니 은퇴 후에는 여유롭고 보람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서다.인생의 적정 단계가 되면 누구나 은퇴한다. 직장인이든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다 똑같다. 새로운 각오로 인생 2막을 시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의 제1막 1장은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국가를 물려줄 결심이 선 리어왕은 자신의 딸 중 누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었고, 이에 그녀들을 불러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는다. 장녀 고네릴은 온 왕국의 영토 전부보다도, 차녀 리건은 진귀한 보석과 진주보다도 더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답했다. 이어 막내딸 코델리아는 아버지의 질문에 대해 “저는 당신을 소금과 같이 사랑합니다(I love you like salt).”라고 답한다. 흔하디흔한 소금 따위에 빗대어 자신
회고(회상) 없는 삶만큼 무미건조한 삶도 없을 겁니다. 우리 삶은 마치 후진이 불가능한 바퀴를 단 자동차 같아서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속수무책으로 내달려야 합니다. 그렇게 달리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차에서 내려야 합니다. 인생이라는 여행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아쉽지만 우리네 인생행로에는 후진도 유턴도 없습니다. 후진도 유턴도 없는 인생행로에서 회고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요즘 들어 더 실감합니다. “회고는 이제 우리 세대의 몫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소설가로 일생을 보내온
대학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2개월 이상의 긴 방학에 들어갔다. 중고등학교 역시 이번 달에는 대부분 방학을 시작할 것이다. 방학은 지난 학기의 학업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혹서(酷暑)나 혹한(酷寒)기를 피해 가지는 여가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은 이 시기를 이용하여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시간으로 쓰거나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여행이나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통해 학교가 제공하지 않는 경험을 쌓기도 한다. 또한 시대적 변화와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방학은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찾는 기회이기도 하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엔화의 약세 배경에는 일본의 상대적 국력 저하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45엔까지 추락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45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120엔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3월 중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하여 현재 143엔대를 횡보 중이다. 일본의 엔저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는 일본은행이 자국의 내수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제로금리를 고집하며 대규모 금융 완화를 이어가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기대 이하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이 최근에 잇따라 일어났다. 정치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는 G7 선진국에 버금가는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을 G8으로 받아들이자는 국제 여론이 일고 있는 점이 그 단적인 증거이다.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사건을 보면 인권감수성에 관한 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소위 ‘유령 영유아’ 사건은 경악 그 자체였다. 감사에 의하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
Now N New의 “하나 되어”라는 노래가 있다. 1999년에 발매된 이 노래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서 기획한 것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이한 우리나라의 구제 기금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당시 인기 있는 대중 가수들이 노 개런티로 다수 참여했기 때문에 한국판 “We are the World”로 일컬어지기도 했으며, “우리 모두 손을 잡고 희망의 미랠 향해”라는 노랫말처럼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집단적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하나 되어!’ 이 구호는 ‘일심동체(一心同體)’, ‘한마음 한뜻으로’ 등과
아주 오래 전, 『고양이 키우기』라는 중편소설을 지역 신문에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젊은 작가 중편 릴레이’ 중의 한 편이었습니다. 지방신문으로는 대단히 파격적인 기획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고료가 두둑해서 살림에 큰 보탬이 됐습니다. 소설 내용은 고양이 키우면서 겪는 이런저런 불편과 갈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처음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낀 여러 가지 소회들을 나열하면서 주로 제 안에 숨어 있는 가학적 충동, 열등콤플렉스, 근원결락강박, 분리공포 등에 대해서 적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빈 둥지 증후군도 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
다시, KBS 수신료 논란이 한창이다. 2007년과 2010년 그리고 2014년에 걸쳐 꾸준히 ‘인상’ 논란이 일었으나. 번번이 좌초되었다. 전체 직원 4,800명에 1인당 평균 연봉이 8,100만원에 이르고, 억대 연봉자가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상은커녕 도리어 국민적 지탄만 가해졌다. 방만한 경영에 발목 잡힌 그동안의 인상 논란이 최근에는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2022년 기준, KBS 총수입 1조5,305억 원 중 수신료 비중은 6,935억 원에 달한다. 총수입의 45%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방이 대한민국 뉴스의 중심에 서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 대구는 예외다. 홍준표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전국 뉴스로 등장한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도 전임 시장들의 재임 때는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시장 덕분에 대구가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달가운 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당장 며칠 전만 하더라도 공권력과 공권력이 부딪치고 도로법과 집시법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내용은 알려진 그대로다. 중구 동성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대해 홍준표 시장이 도로 점용허가를 받
2006년에 개봉한 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장애가 있는 박사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 미혼모와 그녀의 어린 아들이 ‘수(數)’를 매개로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사고로 인해 10년 전 과거의 시점에 멈춰 있는 노년의 박사는 고작 80분 동안만 기억이 유지되지만, 일상 속 숫자들을 소재로 문답하며 이들 모녀와 서로 소통하고 교감한다. 박사는 자신의 지붕 아래 어떤 수든 품어 보호해주는 제곱근같이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라며 가정부의 아들에게 ‘루트’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