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법흥왕은 527년 전통 신앙의 상징인 천경림(天鏡林) 숲을 밀어버리고 그곳에 신라 최초의 절인 흥륜사(興輪寺)를 창건했다. 흥륜사 건립 반대파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왕의 가까운 신하 이차돈의 순교라는 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신라는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불교를 국가 종교로 뒤늦게나마 공인하게 된다.진흥왕 5년(544) 완성된 흥륜사는 신라 최대 규모의 사찰로 조선 초까지도 절이 있었다는데 정확한 절의 위치가 규명되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주공고 남쪽 약 800m에 있는 사적 15호로 지정한 ‘흥륜사’가 실제 흥륜사가
1802년 4월 2일 덴마크 코펜하겐 항. 영국과 덴마크 함대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넬슨 부사령관의 영국함대가 덴마크 함대에 쫓겼다. 점점 패색이 짙어졌다. 멀리서 지켜보던 사령관 하이드 파크가 퇴각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넬슨은 거부했다. 오히려 뱃머리를 돌려 덴마크 함대를 맹렬히 공격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덴마크 함정들이 항복하기 시작했다. 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되며 넬슨은 승리를 거둔다.그러나 파크는 명령불복종죄로 넬슨을 교수형에 처하려 했다. 넬슨은 적에게 약점을 보이면 맹렬한 공격을 불러 함대가 전멸할 것이란 전술적 판
최대 명절 한가위 추석이다.풍년 농사에 대한 감사와 함께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 이날 차례(茶禮)를 지낸다. 명칭으로 봐서는 차(茶)가 명절 제례의 중심이다. 하지만 차례에 차가 없다. 일부 가정에서는 차를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송편을 중심으로 기제사 상과 비슷한 차례상을 차린다.우리 차 문화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 부처님께 차 공양을 하면서 의례로 자리 잡았다.고려시대에는 조정과 왕실에 차문화가 번성했다. 조선 초에도 관청들이 차시(茶時)를 정해 놓고 매일 차를 마셨다. 요즘의 ‘티타임’이다. 1401
“하늘엔 천당, 땅에는 소항이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남송 시대 문인 범성대의 ‘오군지’에 나오는 말이다. 자신의 고향 쑤저우와 항저우를 합쳐 ‘소항’이라며 두 도시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 것이다.항저우는 베이징까지 장장 1789km 징항(京杭) 대운하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항저우에는 5000여 년 전 신석기 시대의 량주(良渚) 고성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3곳이 있다. 중국 아시아경기조직위원회는 이 3개 유적을 형상화해서 아시아경기 마스코트 로봇 ‘충충’, ‘롄롄’, ‘천천’을 만들었다.저장성 성도인 항저우는 억만
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미국이 고민에 빠졌다. 일본이 패망하면 일본인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까.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미국은 ‘가미카제’ 기질을 이해하지 못했다. 문화인류 학자 루스 베네딕트에게 분석을 맡겼다. 그녀가 내놓은 보고서가 바로 ‘국화와 칼’이다.그녀가 추출한 가장 핵심 기질이 ‘기무’(義務)와 ‘기리’(義理). 타인에게 받은 은혜를 평생 갚는 것이 ‘기무’(義務)이고 받은 만큼 일정 기간 갚으면 끝나는 것이 ‘기리’(義理)다. 의무와 의리, 보은 행위가 수반되는 것은 같지만 부담은 다르다.이재명 민주당 대
“~바람이 분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가루 같은 물결이 바위에서 솟아난다/ 부숴라 파도여 희열하는 물로 부숴라~”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 일부분이다.유럽 문명의 중심무대 지중해를 마주한 고향 ‘세트’의 공동묘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중세 전설이 넘실대는 이 연푸른빛 바다 지중해는 발레리뿐 아니라 전 유럽인들의 정서적 고향이다.최근 이탈리아 최남단 지중해 람페두사섬에서 생후 5개월 된 난민 영아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난민들이 경비정에 서로 먼저 옮겨 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이에 힘
“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 동의안에 대해 부결) 인증에 응하는 의원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데 헌법상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국회법에도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소위 말하는 후미에 ‘나는 십자가 밟았다’ 라는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19일 라디오 방송에서 ‘개딸’로 대표되는 일부 민주당 열성 지지층이 ‘부결 인증’을 요구하는 데 대해 한 말이다. ‘십자가 밟기’는 일본 에도시대 기독교도들을 가려내기 위해 십자가를 밟도록 강제한 것으로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전략보다 사람이 먼저다.(People First, Stratege Second)”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GE의 기업 모토다. 전기조명으로 출발해 가전, 항공, 금융, 신재생에너지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논란을 빚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를 GE가 설계했다. GE의 구호에는 ‘홍보전략보다 신뢰받는 사람 중심 기능’이란 철학이 깔려 있다.문재인 정부는 이 카피를 차용한 ‘사람이 먼저다’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최저시급 인상, 소득주도 성장, 비정규직 해소 등 핵심 정책들이 탯줄처럼 여기에 연결돼 있었다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1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가야고분군은 우리나라 문화재 발굴사에 사연이 많은 유적이다. 일제시대 일본이 4~5세기에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식민지를 두고 있었다는 소위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가야 무덤을 파헤쳤다.일제는 일본인 학자들을 동원해 김해 패총을 시작으로 고령 지산동, 진주 수정봉 고분군 등을 차례로 조사했다. 대표 유적인 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은 1910년 조선총독부 고적 조사 촉탁 세끼노 사다무(關野 貞)에 의해 발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2018년 8월 27일 경제관계 장관회의. 전날 임명된 강신욱 통계청장이 결기를 보였다. 문재인 정권 최대 역점시책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무너뜨린 전임 황수경 청장을 의식했다. 황 청장은 그해 2분기 하위 가구 가계소득이 전년 대비 7.6% 준 반면 상위는 10.3% 늘었다고 발표했다. 문 정부 들어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됐다는 통계다. 역린을 건드렸다. ‘통계의 정치화’를 거부한 그는 경질됐다. 신임 강 청장은 장관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금단의 충성서약’을 한 것이
검찰이 형사사건 재판에서 뛰어넘어야 하는 가장 큰 산이 판사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다. 판사가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을 수긍하지 않고 의심하는 한 유죄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형사소송법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개념이 ‘합리적 의혹(reasonable suspicion)’이다. 경찰관의 불심검문이 해당된다. 증거나 판사 영장이 필요 없다. 증거보다 혐의가 있다는 주관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칠포’는 인류사적 역사가 깊은 곳이다. 칠포 바다의 배경이 되는 곤륜산 일대에는 한반도 고유 양식의 암각화가 분포돼 있다. 이 암각화는 청동기시대 후기 문화의 흔적들이다. 곤륜산 일대 바위에 새겨진 ‘검파형(칼손잡이 모양) 암각화’를 ‘한국식 암각화’라 부른다. ‘칠포’는 선사시대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뜻깊은 곳이다.‘칠포’라는 지명은 ‘7개의 포대가 있는 성’이라 해서 ‘칠포성(七砲城)’이라 불렸다고 한다. 또 다르게는 ‘칠포(漆浦)’라 했는데 옻나무가 많아서라는 설과 해안의 바위와 바닷물 빛이
“단식투쟁은 출구전략이 중요하다.”지난 2016년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법 개정에 반대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그의 얼굴은 초췌해졌지만 ‘지방을 살리겠다’는 구호로 지지세는 든든해졌다. 출구가 문제였다.단식 11일째.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농성장을 찾았다. “당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 주체가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소속 당 비대위 대표였다. “대표가 저를 살렸다. 대표의 말을 듣겠다.” 모양이 궁색했지만 김 대표의 해결약속을 기다렸다는 듯 덥석 받았다. 그는 ‘출구전략이 중요
인간은 생명의 유한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래서 변치 않는 것을 걸고 사랑을 맹세한다. 남녀가 생애의 반려자에게 주고받는 보석이 ‘영원한 사랑의 증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든 보석이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는 아름다워야 하고, 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흔하지 않아야 한다.양질의 다이아몬드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최고의 보석으로 여긴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아칸소주 머프리즈버러의 ‘다이아몬드 분화구 주립공원’을 찾았던 여자아이 애스펀 브라운(7)이 공원에서 2.95캐럿의 황금빛 다이아몬드를 발
“호남 유권자들이 다른 지역 유권자보다 더 민주주의적이고 더 윤리적이어야 할 의무가 없으며 ‘민주주의의 보루’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호남 출신 김욱 씨는 저서 ‘아주 낯선 상식’에서 ‘신성 광주’가 ‘세속 광주’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정당과 일정 거리를 두고 거래를 해 호남에 정당한 이익을 주겠다는 정당이라면 어느 정당이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일당 지배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 책이 나온 2015년만 해도 ‘아주 낯선 주장’이었다.‘신성 광주’가 이익 중심 ‘세속 광주’로 변모
솔로몬이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왕위에 올랐다.“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솔로몬의 꿈에 나타난 하느님이 물었다. “듣는 마음을 주시어 선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자신을 위해 장수나 부귀를 청하지 않고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했으니 네 말대로 해 주겠다.”듣는 능력을 받은 솔로몬은 ‘지혜의 대명사’로 역사에 기록됐다. 갓난아이를 두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눠 가져라”고 해 친모를 밝혀낸 명판결이 유명하다.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후계자로 전격 낙점한 이건희 부회장 첫
람사르(Ramsar)는 이란 북부 마잔다란주 해안 휴양도시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서북쪽으로 110㎞ 떨어진 카스피해 남해안에 있다. 페르시아 시절 왕족의 별장들이 지어졌을 정도로 유명한 휴양지 중 한 곳이다. 람사르는 습지가 발달 돼 있어서 세계 습지보호 협약인 ‘람사르 협약’이 여기서 1971년 처음 맺어졌다.‘람사르습지도시’는 2015년 한국과 총회 개최지인 튀니지가 공동으로 발의해 결의문 형식으로 채택됐다. 습지의 보전과 이용에 참여하는 도시 또는 마을을 3년마다 열리는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인증하는 제도다. 이후 20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퓰리처상을 여러 차례 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미국 인터넷 매체다. 각종 뉴스와 정보 등을 분석해 진실과 거짓을 분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분석했다. 약 70%가 거짓말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 재임 1000일간 발언을 분석한 결과 하루 13번 거짓말했다고 보도했었다. 오바마보다 거짓말 지수가 15배 높았다. 자신을 공격하는 뉴스는 ‘가짜’라 몰아 세웠고 지지자들은 그가 하는 말은 무조건 ‘진실’로 믿었다. 선거결과에 불복해 의사당 점거 사태까지 불렀다.지난 대선 때 일부 언
“빨갱이는 눈과 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 그냥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 예~”칠곡할매들이 이번에는 래퍼로 변신했다. 모자를 빗겨 쓰고, 엇박자의 몸짓으로 가사를 읊조린다. 칠곡할매들의 도전은 끝이 없다. 칠곡군 지천면 신4리 할머니들이 지난달 30일 마을 경로당에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 창단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수니와 칠공주는 그룹 리더 박점순(85) 할머니 이름 가운데 마지막 글자 ‘순’을 변형한 ‘수니’와 일곱 명의 멤버를 의미한다. 수니와 칠공주는 아흔이 넘은 최고령 정두이(92) 할머니부터 여든을 바라
조선시대에는 단식을 절곡(絶穀)이라 했다. 말 그대로 곡기(음식)를 끊는다는 뜻이다. 부모가 병환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면 자식이 함께 절곡했다. 선비들이 임금에게 상소할 때 절곡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다.1455년 단종이 폐위되자 동지중추원사(종2품)를 지낸 김수연(金壽延)은 절곡으로 항의했다. 여진족 정벌에 큰 공을 세웠던 그는 음식을 일체 거부했다. 결국 6일 만에 숨을 거두었고 부인도 절곡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군사독재 때는 단식이 강력한 저항수단이었다. DJ(김대중)와 YS(김영삼)의 단식은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