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지방 수령 중에 과천 현감은 서울이 가깝고, 세수(稅收)가 많고, 중앙 고관을 접촉할 기회가 많아 영전하기 좋은 요직이다. 어느 과천 현감이 서울로 영전하여 떠나게 되자 아전들이 송덕비를 세웠다. 떠나는 날 아침이 송덕비 제막식이다. 비문에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 오늘 이 도둑이 떠난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현감이 껄껄 웃으며 “명일래타적(明日來他賊) 내일 다른 도적이 올 것이다”라고 한 줄 더 넣었다. 현감의 인간미가 느껴진다. 기가 막힌 아전들이 “도둑이 끝없이 오는구나(此盜來不盡).” 지나던 과객이 한 술 더 떠
아시아와 유럽은 하나의 대륙임에도 구별돼 왔다. 역사의 아버지로 일컫는 헤로도토스도 이를 의아하게 여겼다. 중앙아시아는 그 유라시아 거대 문명권 중심권에 위치한다. 우리와 같은 알타이 민족이 집단 거주하는 영역이다.고대 아무다리야강 유역엔 관개를 이용한 농경이 번창했다. 이는 하레즘 문명이라 부른다. 일부 학자는 새로운 제5대 문명 발상지로 간주한다. 유라시아 초원은 지구상 제일 넓은 들판. 몽골과 카자흐를 거쳐 헝가리 초원에 이른다.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5개 공화국이 탄생했다. 이는 중앙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국가
백범 김구 선생이 젊었을 때,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아버지가 밥벌이라도 하려면 관상이라도 배워보라고 권했다. 김구는 ‘마의상서’라는 관상 책을 구해 독학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닦아졌을 때 거울을 놓고 자신의 관상을 보았다. 가난과 살인, 풍파, 불안, 비명횡사할 관상이었다. “내 관상이 이 모양인데 누구의 관상을 본단 말인가!” 장탄식하던 김구의 눈에 ‘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라는 마지막 구절이 들어왔다. 잘생긴 얼굴보다는 건강한 몸이요, 튼튼한 몸보다 마음씨가 더 중요하
요즘 유튜브와 포털에서 핫한 뮤비는 레트로봇의 노래 ‘똥 밟았네’라고 한다. EBS 방영 애니메이션 만화인 ‘포텐독’에 나오는 곡으로 신세대 폭발적 인기다. 반복되는 후렴구 ‘똥 밟았네’가 중독성 강한 신명을 자아낸다고.곡목 자체가 다소 민망한 의미를 품었다. 중간쯤 이런 가사가 나온다. 새로 산 구두가 맘에 쏙 들어 날아갈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또각또각 걷다가 똥 밟았다고. 그 난감한 상황에 웃음을 짓다가 생뚱맞은 생각이 났다.독일 사학자 푸크스는 하이힐이 분뇨 때문에 고안됐다고 말한다. 당시 하수 시설이 열악해 용변을 거리에 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안도현은 뜨거운 여름을 매미의 울음 탓으로 돌렸다. 여름 7~9월이 되면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댄다.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대는 것은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한 수컷의 절절한 부르짖음이다. 수컷은 짝짓기를 한 후에 죽고, 암컷은 나무에 구멍을 내어 알을 낳고 죽는다. 이것이 매미의 한 생의 마감이요, 한 생의 시작이다.처서가 지나고 장마가 왔다 갔다 하더니, 매미가 울어서 뜨겁다
모든 건물은 상하수도 배관이 필수다. 물의 유입과 배출이 원활해야 유지 관리가 쉽다. 인체의 소화 기관도 매한가지. 입안에 들어간 음식은 식도·위·창자를 거쳐 항문으로 빠진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행위는 기본적 건강 수칙이기도 하다.근데 해외에 나가면 생체 리듬이 흔들린다. 그걸 가장 빨리 느끼는 현상은 배변. 하루 일과인 용변 소식이 끊기면서 불규칙한 식사로 뱃속은 더부룩하다. 우리 몸에는 생체 시계가 있다. 아침 햇빛이 일종의 기상 신호. 외국에선 현지 일출과 일몰에 맞춰 생체 리듬이 조절된다.누군가 우스개로 말했다. 해
근래에 대권 주자들이 잦은 언행의 실수로, 어렵사리 얻어놓은 여론의 지지도를 스스로 허물어 버리는 경우를 본다. 공든 탑의 모서리에 흠집이 나거나 무너지는 소리에 안타까워진다. 본인의 진의가 아니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그런 여지를 준 것은 자신들의 책임인 것이다. 왜 이런 실수들이 생겨날까? 욕심이요, 조바심 때문이다. 매사에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너무 잘 보이려고 하고, 너무 차별화하려다 보면 실수를 가져온다. 남보다 더 잘 말하고, 빨리 말하고 싶은 욕심에서 말더듬이가 된다. 욕심과 걱정과 시간 싸움으로 마음을 졸인다. 마음
시대는 영웅을 만든다. 난국을 헤치고 등장한 풍운아 덕분에 역사는 다이내믹하다. 춘추전국 혼란을 끝내고 최초 제국을 이룬 진시황, 그리고 농민 반란이 횡행하던 난세에 뛰어들어 초한쟁패 승리를 거머쥔 한고조 유방이 그러하다.중국 근현대사 최고의 인물은 마오쩌둥이 아닐까. 일본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 침략이 극심한 와중에 벌어진 국공 내전. 압도적 열세를 뒤집고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주역은 바로 마오쩌둥이다. 뛰어난 전시 역량으로 국민당 장제스를 꺾고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했다.역사상 통치자가 권력을 지키는 수단은 다양하다. 고대
윤리와 도덕은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행동의 결합체로 실제적 행위를 포함한 예의범절로 해석된다.여기서 인륜이라 할 때 륜(倫)의 글자는 인(人)과 윤(侖)의 결합체로서 사람이 있는 곳에 질서가 있다는 인간관계를 말하며 동시에 륜은 무리를 뜻하는 類, 輩, 群이 밀접한 관계 형성으로 무리가 있으면 늘 관습, 습관, 습속을 통해 자연스럽게 질서가 유지돼야 하는 이것이 윤리와 도덕의 기본개념이다.인간은 모름지기 윤리와 도덕적 행위를 행하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이 고유한 가치로 여겨지며 감정과 이성을 가진 독창적 개체의 존재로 이
연일 방송이나 신문지상에서 대선 후보들과 주변 인물들이 상대 후보를 향하여 바가지를 긁어대거나 덤터기를 씌우는 소리가 난무하고, 바가지를 긁히거나 덤터기를 쓴 후보들이 벗어나려고 진땀을 빼는 모습, 학을 떼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국민의 알 권리와 후보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무자비하게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그런 일도 있었나 하고 호기심을 갖다가 나중에는 너무 많이 들어 넌덜머리가 나기도 한다. 듣는 이도 지친다. 이것이 정치다.대선(大選)이 지나면 총선(總選)에서, 총선이 끝나면 지방선거에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진실인지 덤터
역사는 라이벌이 맞선다. 그 용호상박은 시대의 흐름을 주도한다.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그리고 로마와 카르타고가 그랬다. 이는 20세기 냉전기를 견인한 미국과 소련의 대결을 거쳐,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나타난다.짧은 건국의 젊은 나라 미합중국과 장구한 전통이 자랑인 중화인민공화국. 그들은 존재 자체로 흥미롭다. 양국 공히 광대한 영토를 소유한 공통점을 지녔다. 땅은 넓고 자원은 풍부하다는 ‘지대물박’ 표현이 걸맞은 강대국. 한데 거대한 제국을 이끌어가는 시스템은 완전히 다르다.중국의 정치체제는 독특하다. 중국적 특색을 갖춘
대충이란 말이 있다. 대충은 한자 대총(大總)에서 나온 말이다. 대총은 일의 중요한 부분만 대강 긁어모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 꼼꼼하고 완벽하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강만 추리는 정도를 일컫는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쓸 만한 정도. 어림으로 적당히 헤아려서’라고 되어 있다. 이 대충이 편할 때도 있지만 사람 잡는 수가 많다. 지난 6월 9일 오후 4시경 광주 동구 학동의 재개발 현장에서 붕괴된 5층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원
‘독서는 인류의 기적적 발명품.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미국 신경 심리학자 울프의 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책을 읽는 존재로 훈육됐다. 그 능력이 생존과 문명에 중요한 자질인 탓이다.인간은 책을 읽고 책은 인간을 바꾼다. 독서는 시대를 풍미한 선구적 위인과의 대화다. 어휘력을 늘리고 논리적 사고를 깨우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자신의 경영 통찰력이 방대한 독서량 때문이라 언급한다.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지면서 4000권 넘는 책을 섭렵한 애호가.리더의 필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는 집필 능력이
정치를 잘 모르긴 해도 요사이 ‘국민의힘’ 에서 놀라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십대 중반 나이로 당대표가 된 것도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처음이라는데 연일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당 대변인을 뽑는 방법도 ‘토론배틀’이니 ‘압박면접’이니 등을 들고나와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가 하면 정치행보도 연일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한 마디로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신선한 충격이긴 하지만 아직 덜 닦인 모습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새바람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바람이 아닐 수 있다. 햇
가정을 아름답게 살리는 역할을 하는 것 중 몇 가지 ‘씨’가 있다. 어찌 가정뿐이겠는가.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아름다운 인간관계 속에서 화목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 위하여 몇 가지 갖추어야 할 기본이 있다. 이 기본을 ‘씨’로 모아 보았다. 그것이 맵시, 솜씨, 말씨, 마음씨이다. 이 ‘씨’가 잘 이루어졌을 때 가정이나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해질 수 있다.첫째, ‘맵시’다. 유사한 말에 매무시와 매무새라는 말이 있다. 매무시는 옷을 입을 때 매고 여미는 따위의 뒷단속으로 구겨진 곳을 펴거나 단추를 잠그는 등의 행동을 말한다. 매무
숫자는 오묘한 힘을 가졌다. 통계에 의한 사실 왜곡이 단적인 사례다. 숫자는 거짓이 없다는 마력에 끌려 그냥 진실이라 믿는다. 때론 행운과 불행의 의미를 담아 일희일비하기도 한다. 단순한 숫자에 그런 초자연적인 면이 있을까.‘수비학’이란 학문이 있다. 일련의 사건과 특정 숫자 간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분야를 이른다. 언젠가 칠레 광산 붕괴 사고에도 등장했다. 매몰 광부 33명을 중심으로 숫자 ‘33’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어진다. 마치 필연적 운명처럼 보였다. 외국은 이를 사이비 과학 내지는 미신으로 여긴다.중국 사람은 숫자 ‘8’
며칠 전 낙동강 상주보와 경천섬을 다녀왔다. 코로나로 지친 심신이 많이 치유되었다. 낙동강은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 안동의 반변천, 문경의 내성천, 영강과 합류하고, 상주에서 위천과 감천을 합하여 온전히 강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다시 황강, 남강, 밀양강을 합친 뒤 부산에서 남해로 흘러들어 가는 강이다.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요, 영남의 젖줄에 해당하는 강이다. 본래 낙동(洛東)이란 가락국(駕洛)의 땅, 상주의 동쪽으로 흐르는 것에서 이름 지어졌고, 삼한시대부터 산업과 문화발달의 원동력이 된 강이다.상주는 경북 서북쪽 내륙에 위치한
핏빛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는 전쟁과 평화의 끝없는 반복이라 말한다. 한데 전쟁과 전투는 다르다. 왕왕 전투엔 이겼으나 전쟁에 패배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수많은 싸움에서 연전연승한 초패왕 항우는 기껏 해야 전투 하나로 사라졌고, 나폴레옹도 워털루 전투 실패로 몰락했다.역사상 시대 흐름을 견인한 건곤일척이 거론된다. 기원전 480년 그리스 연합군과 페르시아 간에 벌어진 ‘살라미스 해전’은 그리스 문명을 존속시킨 일전. 이는 고대 로마에 계승돼 유럽사로 이어진다.또한 기원전 333년 알렉산드로스와 페르시아가 격돌한 ‘이수스 회전’은 헬
오늘날같이 물질 만능과 소비문화가 조장되는 사회에서는 어떤 모습의 인간이냐 하는 것보다는 무슨 일을 하는 인간이냐가 더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슨 일을 하느냐, 어떤 지위에 있느냐에 따라 대접받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모름지기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는 어떤 모습의 인간이냐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 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정신적, 도덕적 가치와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일에 몰두할 때 인생의 권태와 잡념이 사라지기도 하고, 일을 마쳤을 때 성취의 기쁨을 느끼
복잡한 현대사회의 난맥상 속에서 도덕이 타락하고 인성이 파괴된 결과 사회적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부모의 자녀양육 문제나 자식의 부모 섬김의 문제까지 입에 담기 어려운 상태로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창궐도 사람들의 일상을 앗아가 버렸으며,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뉴스가 난무한다. 벼랑 끝에 선 현대인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전통윤리가 상실되었다는 각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혼란기에는 많은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새로운 길을 찾는다.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이 바로 그런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