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 떠도는 것만으로도한없이 서러운 존재들이 있다.이름이 없으니 불러주는 사람도눈길 한번 주는 사람도 없다.시를 쓰는 일 그건,그런 밑바닥 존재들의 외로움을 확인하는 일이었다.그러나 나와 그대라는 시,우린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하는페러렐 레일(parallel rail) 같아간극을 없애면 한 점으로 수렴하고급기야는 멈춰서 버린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그러나 눈물 한 방울 끝에 매달려 나오는아픈 언어를 쓰다듬는 일,그걸 그만둘 용기는 없다.날마다 도전하고 끊임없이 실패하지만그것이 나의 서툰 존재방식이기 때문이다.으깨진 꽃잎에 향기
사과 꽃봉오리 수줍게 올라오던 봄, 오랜만에 옛 친구들이 모였다. 모처럼 나들이라 꽃단장했지만, 어디 세월의 흔적을 얄팍한 분칠로 가릴 수 있을까. 파운데이션 위로 드러나는 주름살에서 그녀들의 지난 시간이 숨어있다. 백발이 성성하고 느슨해진 말투에서 삶의 깊은 연륜을 느낀다.늘 동생을 업고 다녔던 친구의 등을 슬쩍 만져본다. 아직도 그녀의 빈 등에서 젖내가 묻어 있는 듯하다. 세상 언저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친구들이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날이 저물도록 끝이 나지 않는다. 적과로 떨어진 과일처럼 숨을 죽이고 산 시간을 쏟아내려면
일기와 눈이 맞았다. 말하고 나면 더 가난해지고 외로워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좋은 글에 밑줄 치듯이 내 인생에 그은 밑줄을 하나씩 들추어본다. 사람의 눈에 그 사람의 심장이 들어있듯이 일기에는 그 사람의 궤적이 들어있다. 평생 써온 일기장을 꺼내 침대 위에 놓고 나란히 누웠다. 참으로 포근한 동반자다. 그 옛날 풋내나는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황혼에 들으니 감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나의 시간을 놓치고 산 지 60년이 지났다. 참으로 쓸쓸한 횡포 같은 세월이 지나고 나에 대해 말하면 안 되는 것, 어쩌면
제17회 청송사과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일부터 5일간 용전천 현비암 일원에서 개최된 이번 사과축제에는 42만 여 인파가 몰려 단풍철과 맞물려 전국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축제장으로 몰리면서 축제는 활기를 띄었다. 각종 체험 홍보 부스, 사과판매 부스, 식당 등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며 지역 소득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효과를 누렸다. ‘청송사과, 찬란한 금빛 향연’이라는 주제로 선보인 이번 청송사과축제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축제를 병행해 방문자수 39만 명, 참여자수 16만 명을 기록(11월 5일 10시 40분 기준)
수상 소식을 그랜드케년 웅장함을 마주 보며 들었습니다.숨이 멎을 것 같은 대자연 앞에 서서 나의 존재를 생각해 봅니다.형형색색을 지닌 협곡이 끝이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오랜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도 당당히 서있는 그랜드케년의 위엄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낍니다.사람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들여다보는 일을 몇 년째 하고 있습니다.이름만 보고도 나이와 살아온 이력이 대충 가늠이 됩니다.허리가 90도로 구부러진 원통 할머니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도분 할머니의 모습에서 삶의 위엄이 느껴집니다.오묘한 빛깔을 내며 끝이 없이 이어지는 협곡을 볼
황혼을 향한 나는내일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85세의 나이를 이겨내고 훌륭하신 지도 교수님의 강의에 등록하고 영남대학 문학반에 공부하게 되었습니다.흘러간 삶을 글로 담아 보는 기회를 주신 객주문학을 향해 감사드립니다.나와 같은 노령이라 하더라도 정신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공부하면서 매일이 보람되고 즐거운 삶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심사위원님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당신과 인솔자는 섬에 해 질 무렵 도착한다.흠뻑 젖은 선미 타륜은 거꾸로 회전해 물을 앞으로 밀어낸다. 증기엔진이 뱉어낸 시커먼 연기가 굵직한 굴뚝에서 무럭무럭 솟아 저 먼 어둠을 향해 흩어져간다. 파도 소리는 우렁우렁하다. 뱃고동이 울리고, 마침표처럼 거뭇해진 바닷새들이 타륜이 남긴 잿빛 거품 위를 지그재그로 오간다. 당직병들이 등을 내걸기 시작하고, 커다란 군함의 윤곽은 그제야 어슴푸레 드러난다. 타륜이 철썩이며 물을 때려대고, 배는 해변과 작별하기 시작한다.이끼가 뒤덮은 부둣가 계단은 미끈거리고, 밀물에 뒤뚱거리는 어선 옆구리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사람의 심정을, 길 밖에 있는 사람은 짐작할 수 없을 것입니다.더 나은 작품을 써오려고 걸었던 길들을 떠올리며, 수상 소감을 쓰는 중입니다.수상의 격려란 한편으로 책임의 막중함일 것입니다. 많은 수상자 속에서, 제 작품의 평범함을 느낍니다.한편으로, 낙선했던 수많은 기억 속에서 지금의 수상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썼던 동안에 느꼈던 각별함을 떠올립니다.이 양가적 감정 사이에서, 작가란 오가는 존재이겠지요.매일의 싸움을 이겨내며, 그 길을 올곧이 걸어나가겠습니다.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런 사람들과 섞여 사느니 차라리 어머니가 있는 주문진으로 돌아가 배나 탈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남의 집 가게에서 오징어 배를 가르느라 굽어버린 손가락, 그러고도 몇 푼 들어오지 않는 어머니의 얇은 주머니가 아프게 밟힌다.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가면 나는 또 어머니의 근심이자 통증이 될 것이다.짐은 풀지도 못한 채 낙원의 1층 계단에 앉아 반나절을 고민하다가 힘들면 그만두자 다짐하고 툴툴 털고 일어나 창밖을 본다. 밖은 새로운 낙원을 건설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는 장점에 역세권이라는 부록까지 더해져 높은 분양
밀린 일기가 소설이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니 국민학교 라 불러야 맞습니다. 방학이 끝나 갈 무렵, 밀린 일기는 저의 첫 창작 노트였습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를 한 권의 일기장에 매일 똑같이 써야 한다는 것은 오늘의 날씨를 쓰는 것보다 더 지루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지어 써보기로 했습니다. 진솔하게 써야 한다는 일기의 목적과 상관없이 없던 사건을 만들어 글을 썼습니다. 제 창작의 시작이었습니다. 고맙게도 선생님은 빨간 볼펜으로 일일이 답을 달아주셨습니다. ‘나는 네가 소설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먼 곳 떠돌던 찬 바람 돌아와시장에서 좌판 걷던순이 엄마 어깨뼈 속 파고들었다붉은 몸살 노을로 짙어져 맨살에 보챈다배추통 하나 더 팔기 위해‘김치 담그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고 떠든광고성 말 때문일 거라 생각하며과장 된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한뎃잠 자던 때도 있어손 모아 감사한다빛이 얇아지는 겨울태양이 잠들어도 깨어 있어야 하고땅이 젖어 슬픈 날도좌판을 깔아야 한다는 일념에 평생을 건 삶은홀로 선 골목길에 그림자만 길었던 날푸성귀에 대한 고마움으로키운 아들의 박사모붉은 노을로 퍼지는 몸살아픈 어깨도 내일이면거뜬할
당신을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우리의 관계는 적막해진다가령, 어질러진 방의 내부를 보면서당신이 먹다 남긴 음료수 캔 하나에 참을 수 없이 날뛰는 말의 통증을 느낄 때,당신은 화를 내며 반격을 시도한다문제의 단초를 둘러싸고당신의 이력을 조목조목 나열하지만그런 친절에 동의하는 당신은 거의 없다그러니까이미 일은 벌어졌고우리의 내전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이런 대대적인 공격에 무너지는 것은 사실은당신이 아니라 내가 배열한 말들의 목록,그 형식의 진부함에 더 화가 나는 것이다이럴 때 필요한 것은범인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의 노련한
깊어가는 가을 겨울에 닿고맑은 바람 부는 10월입니다. 꽃빛 보다 환한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상을 받다니 꿈만 같습니다. 시와 만남이 오래되어 더욱 기뻤습니다. 좀 더 공감받고 감동 주는 시 쓰기를 하라 시듯.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시의 세계와 만나 상상력과 오감을 접목하여 새로운 세계를 보는 건 즐거웠고. 상상으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딘 감각으로 감동을 주고 공감받을 수 있는 작품 쓰는 건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시의 세계는 무한이라
말에 대해 말하자면말에 대해 말하자면 할 말이 많아진다.현대는 말의 홍수 시대다. 말을 듣고 싶은 사람 보다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시끄러운 세상이다. 누구나 제 말을 하고 싶어 한다. 들으려고 하지 않고 속에 있는 것을 내뱉으면서 세상과 소통하려고 한다.유튜버들이 늘어나는 것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구의 간섭 없이 실컷 하면서 짭짤한 수입까지 챙기는데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이 있겠는가말은 할수록 는다.어눌하던 말솜씨가 다듬어지면
막사발이 무수한 알을 품었다. 둥글게 살아온 생도 궁핍한 뒷골목의 삶도 따스하게 껴안는다. 뜨거움을 삼켜 향기로 스미면 투명 알이 꿈틀거린다. 껍데기는 말랑해지고 복아는 부푼다. 크고 작은 알, 뭉그러지고 당실하고 길쭉한 알들이 부화해 제자리를 찾는다. 흙빛 양수 속에서 볕내가 난다.막사발 안과 밖에 실금이 가 있다. 빙렬氷裂이다. 흙이 가마 안에서 화마의 시련을 이겨내고 얻은 표식이고 유약이 화신에게 하사받은 문신이다. 모두 불이 잉태하고 낳은 생의 지도다. 사발에 작은 물고기 알 모양으로 금이 갔으니 어자문魚子紋이라 칭한다.반달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는 내년 상수원 관리지역 및 댐 주변 지역의 특별지원사업에 대구 군위, 경북 경주·청송·김천을 비롯해 경남 진주·사천·밀양·산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특별지원사업은 오염물질정화효과가 높은 친환경 사업과 지역민 소득증대사업, 지역주민 생활환경개선사업 등 대규모 우수사업을 지자체 공모를 통해 발굴·지원하는 사업이다.청송군 탄소중립을 위한 산소버스 보급사업 등 7개 사업이 신규 선정되고 계속 사업으로 경주시 낙동강환경아카데미 조성사업 등 3개 사업이 선정됐다.청송군은 ‘청송군 탄소중립을 위한 산소버스 보급 사업’으로 선정
‘청송사과축제’가 11월 1일부터 5일까지 청송읍 용전천(현비암 앞)에서 열린다. 제17회를 맞은 올해 청송사과축제는 ‘청송사과, 찬란한 금빛 향연’이란 주제로 청송사과의 계절을 맞아 풍성하게 꾸며진다. 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산소카페 청송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제슬로시티’, ‘산소카페 청송정원’ 등 최고의 청정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용전천 현비암 주변 자연경관에 빛을 수놓은 야간 경관조성사업을 축제와 연계해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축제장을 만들었음을 강조했다. 청송사과축제 대표 프로그램 중
몇 해 전 최영욱 작가의 ‘카르마’를 만났습니다. 달 항아리에 새겨진 빙렬氷裂이 신비로운 산수화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작가는 빙렬을 가리켜 ‘그것은 인생길이다. 갈라지면서 이어지듯 만났다 헤어지고, 비슷한 듯하며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진다.’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오늘도 각각 다른 유형의 어자문魚子紋으로 ‘카르마’를 짓기도 하고 갚기도 하는 삶인 것 같습니다.도자기 작업은 인생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먼저 좋은 흙을 골라야 하고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며 뜨거운 불의 시련을 견뎌내야 비로소 세상 앞
청송군의회(의장 권태준)는 지난 27일 청송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의정을 체험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해 상반기부터 운영하고 있는 청송군의회의 모의의정 체험은 학생들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도록 의회의 의사 결정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학생 참여 프로그램이다. 모의의회는 사전에 약속된 시나리오에 따라 안건에 대한 제안설명, 질의답변, 찬반토론, 표결 순으로 진행됐다. 권태준 의장은 “모의의정 체험을 통해 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배우며 의회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학
4호선 환승역에서 내린 봄이 두 눈을 번갈아 비볐다. 눈곱이나 티끌이라도 들어간 듯 눈이 따끔거렸다. 속눈썹 몇 개를 뽑아내도 이물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봄은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떴다. 울지 않았는데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봄이 다시 눈을 깜빡였다. 플랫폼 기둥을 감싼 지하철 노선도가 환해지고 글자들이 또렷이 보였다. 시력이 한결 좋아진 느낌이었다.마포역 3번 출구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봄은 뿌연 하늘에 낮달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맑은 날에도 잘 볼 수 없는 달을 미세먼지 나쁨 수준인 날에 보다니. 언젠가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