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가루 같은 물결이 바위에서 솟아난다/ 부숴라 파도여 희열하는 물로 부숴라~”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 일부분이다.유럽 문명의 중심무대 지중해를 마주한 고향 ‘세트’의 공동묘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중세 전설이 넘실대는 이 연푸른빛 바다 지중해는 발레리뿐 아니라 전 유럽인들의 정서적 고향이다.최근 이탈리아 최남단 지중해 람페두사섬에서 생후 5개월 된 난민 영아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난민들이 경비정에 서로 먼저 옮겨 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이에 힘
“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 동의안에 대해 부결) 인증에 응하는 의원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데 헌법상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국회법에도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소위 말하는 후미에 ‘나는 십자가 밟았다’ 라는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19일 라디오 방송에서 ‘개딸’로 대표되는 일부 민주당 열성 지지층이 ‘부결 인증’을 요구하는 데 대해 한 말이다. ‘십자가 밟기’는 일본 에도시대 기독교도들을 가려내기 위해 십자가를 밟도록 강제한 것으로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전략보다 사람이 먼저다.(People First, Stratege Second)”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GE의 기업 모토다. 전기조명으로 출발해 가전, 항공, 금융, 신재생에너지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논란을 빚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를 GE가 설계했다. GE의 구호에는 ‘홍보전략보다 신뢰받는 사람 중심 기능’이란 철학이 깔려 있다.문재인 정부는 이 카피를 차용한 ‘사람이 먼저다’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최저시급 인상, 소득주도 성장, 비정규직 해소 등 핵심 정책들이 탯줄처럼 여기에 연결돼 있었다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1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가야고분군은 우리나라 문화재 발굴사에 사연이 많은 유적이다. 일제시대 일본이 4~5세기에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식민지를 두고 있었다는 소위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가야 무덤을 파헤쳤다.일제는 일본인 학자들을 동원해 김해 패총을 시작으로 고령 지산동, 진주 수정봉 고분군 등을 차례로 조사했다. 대표 유적인 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은 1910년 조선총독부 고적 조사 촉탁 세끼노 사다무(關野 貞)에 의해 발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2018년 8월 27일 경제관계 장관회의. 전날 임명된 강신욱 통계청장이 결기를 보였다. 문재인 정권 최대 역점시책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무너뜨린 전임 황수경 청장을 의식했다. 황 청장은 그해 2분기 하위 가구 가계소득이 전년 대비 7.6% 준 반면 상위는 10.3% 늘었다고 발표했다. 문 정부 들어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됐다는 통계다. 역린을 건드렸다. ‘통계의 정치화’를 거부한 그는 경질됐다. 신임 강 청장은 장관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금단의 충성서약’을 한 것이
검찰이 형사사건 재판에서 뛰어넘어야 하는 가장 큰 산이 판사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다. 판사가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을 수긍하지 않고 의심하는 한 유죄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형사소송법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개념이 ‘합리적 의혹(reasonable suspicion)’이다. 경찰관의 불심검문이 해당된다. 증거나 판사 영장이 필요 없다. 증거보다 혐의가 있다는 주관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칠포’는 인류사적 역사가 깊은 곳이다. 칠포 바다의 배경이 되는 곤륜산 일대에는 한반도 고유 양식의 암각화가 분포돼 있다. 이 암각화는 청동기시대 후기 문화의 흔적들이다. 곤륜산 일대 바위에 새겨진 ‘검파형(칼손잡이 모양) 암각화’를 ‘한국식 암각화’라 부른다. ‘칠포’는 선사시대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뜻깊은 곳이다.‘칠포’라는 지명은 ‘7개의 포대가 있는 성’이라 해서 ‘칠포성(七砲城)’이라 불렸다고 한다. 또 다르게는 ‘칠포(漆浦)’라 했는데 옻나무가 많아서라는 설과 해안의 바위와 바닷물 빛이
“단식투쟁은 출구전략이 중요하다.”지난 2016년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법 개정에 반대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그의 얼굴은 초췌해졌지만 ‘지방을 살리겠다’는 구호로 지지세는 든든해졌다. 출구가 문제였다.단식 11일째.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농성장을 찾았다. “당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 주체가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소속 당 비대위 대표였다. “대표가 저를 살렸다. 대표의 말을 듣겠다.” 모양이 궁색했지만 김 대표의 해결약속을 기다렸다는 듯 덥석 받았다. 그는 ‘출구전략이 중요
인간은 생명의 유한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래서 변치 않는 것을 걸고 사랑을 맹세한다. 남녀가 생애의 반려자에게 주고받는 보석이 ‘영원한 사랑의 증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든 보석이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는 아름다워야 하고, 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흔하지 않아야 한다.양질의 다이아몬드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최고의 보석으로 여긴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아칸소주 머프리즈버러의 ‘다이아몬드 분화구 주립공원’을 찾았던 여자아이 애스펀 브라운(7)이 공원에서 2.95캐럿의 황금빛 다이아몬드를 발
“호남 유권자들이 다른 지역 유권자보다 더 민주주의적이고 더 윤리적이어야 할 의무가 없으며 ‘민주주의의 보루’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호남 출신 김욱 씨는 저서 ‘아주 낯선 상식’에서 ‘신성 광주’가 ‘세속 광주’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정당과 일정 거리를 두고 거래를 해 호남에 정당한 이익을 주겠다는 정당이라면 어느 정당이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일당 지배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 책이 나온 2015년만 해도 ‘아주 낯선 주장’이었다.‘신성 광주’가 이익 중심 ‘세속 광주’로 변모
솔로몬이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왕위에 올랐다.“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솔로몬의 꿈에 나타난 하느님이 물었다. “듣는 마음을 주시어 선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자신을 위해 장수나 부귀를 청하지 않고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했으니 네 말대로 해 주겠다.”듣는 능력을 받은 솔로몬은 ‘지혜의 대명사’로 역사에 기록됐다. 갓난아이를 두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눠 가져라”고 해 친모를 밝혀낸 명판결이 유명하다.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후계자로 전격 낙점한 이건희 부회장 첫
람사르(Ramsar)는 이란 북부 마잔다란주 해안 휴양도시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서북쪽으로 110㎞ 떨어진 카스피해 남해안에 있다. 페르시아 시절 왕족의 별장들이 지어졌을 정도로 유명한 휴양지 중 한 곳이다. 람사르는 습지가 발달 돼 있어서 세계 습지보호 협약인 ‘람사르 협약’이 여기서 1971년 처음 맺어졌다.‘람사르습지도시’는 2015년 한국과 총회 개최지인 튀니지가 공동으로 발의해 결의문 형식으로 채택됐다. 습지의 보전과 이용에 참여하는 도시 또는 마을을 3년마다 열리는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인증하는 제도다. 이후 20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퓰리처상을 여러 차례 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미국 인터넷 매체다. 각종 뉴스와 정보 등을 분석해 진실과 거짓을 분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분석했다. 약 70%가 거짓말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 재임 1000일간 발언을 분석한 결과 하루 13번 거짓말했다고 보도했었다. 오바마보다 거짓말 지수가 15배 높았다. 자신을 공격하는 뉴스는 ‘가짜’라 몰아 세웠고 지지자들은 그가 하는 말은 무조건 ‘진실’로 믿었다. 선거결과에 불복해 의사당 점거 사태까지 불렀다.지난 대선 때 일부 언
“빨갱이는 눈과 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 그냥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 예~”칠곡할매들이 이번에는 래퍼로 변신했다. 모자를 빗겨 쓰고, 엇박자의 몸짓으로 가사를 읊조린다. 칠곡할매들의 도전은 끝이 없다. 칠곡군 지천면 신4리 할머니들이 지난달 30일 마을 경로당에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 창단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수니와 칠공주는 그룹 리더 박점순(85) 할머니 이름 가운데 마지막 글자 ‘순’을 변형한 ‘수니’와 일곱 명의 멤버를 의미한다. 수니와 칠공주는 아흔이 넘은 최고령 정두이(92) 할머니부터 여든을 바라
조선시대에는 단식을 절곡(絶穀)이라 했다. 말 그대로 곡기(음식)를 끊는다는 뜻이다. 부모가 병환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면 자식이 함께 절곡했다. 선비들이 임금에게 상소할 때 절곡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다.1455년 단종이 폐위되자 동지중추원사(종2품)를 지낸 김수연(金壽延)은 절곡으로 항의했다. 여진족 정벌에 큰 공을 세웠던 그는 음식을 일체 거부했다. 결국 6일 만에 숨을 거두었고 부인도 절곡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군사독재 때는 단식이 강력한 저항수단이었다. DJ(김대중)와 YS(김영삼)의 단식은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
“내 아내를 찾아내라.” 2010년 5월 인천시 부평구 한 골목길. 술에 취한 남자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쐈다. 공교롭게도 그는 쓰러지면서 자신의 흉기에 찔려 숨지고 말았다. 유족이 ‘과잉진압’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테이저건은 상대방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공격도구’로 규정하고 ‘사용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과잉진압에 따른 국가 배상’ 판결을 내렸다.형법상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작이다. 1987년 발표된 이 중편소설은 그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1992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온갖 상을 휩쓸었다. 작가는 엄석대를 이승만 독재와 등치(等値) 시켜놓았다. 작품에서 “자유당 독재가 아직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던 그해”라는 표현과 “석대가 물러난 지 얼마 안 되어 4·19 혁명이 일어났다”고 쓴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 악역 엄석대를 엄청난 카리스마와 마성의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로 그려 출간 당시에는 독재자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문민정부는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2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천명하며 ‘역사바로세우기’ 신호탄을 올렸다. 보수진영이 주장해 온 1948년 건국론을 부정하고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했다. 또 군의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했으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해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 뒤 정권들도 정책과 역사관에 따라 ‘역사바로세우기’를 해 왔다.윤석열 정부판 ‘역사바로세우기’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산 전체주의 맹종 세력’ 질타 후 곳곳에서
“포스코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발자취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광양제철소 건설이다. 1990년 이후 성장은 광양제철소 투자를 기반으로 한다. 광양제철소를 통해 국내 철강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해외 확장을 통해 글로벌 철강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국투자증권 최문선 연구원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리포트의 첫 부분이다.최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의 글로벌 지위가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평행이론’이 관찰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포스코홀딩스가 광양제철소 완공 이후 POSCO로 사명을 변경한 뒤 글로벌 철강 생태계 구축으로 세계 최고 철강회사
“여야가 이 합의(대연정)를 이룬다면 우리 정치는 새로운 역사를 열게 될 것입니다. 관용과 상생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2005년 7월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정치 한가운데에 ‘대연정’이란 인화성 강한 화두를 던졌다. ‘진보와 보수를 초월한 새로운 정치를 만들자’는 의지 표명이었다. 하지만 보수보다 진보진영 파열음이 컸다. ‘어떻게 만든 정권인데 한나라당에 넘겨준단 말인가.’그의 핵심 지지층인 ‘노사모’마저 균열되면서 노무현 팬덤 붕괴가 가속화됐다. 진영을 초월하는 포용론의 태생적 한계성을 입증했다. 지지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