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저울은 무척 흥미로웠다. 양쪽에 무게를 다는 저울이었는데 한쪽에는 물건을, 반대쪽에는 물건 또는 원하는 무게의 추를 얹기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작고 앙증맞은 맞저울을 가지고 놀기 좋아했다. 아버지가 한약을 달 때 사용하던 저울이었는데 쓰시지 않을 때는 슬쩍 가져다가 문구용품이나 소지품들을 달았다. 양쪽에 무게가 같을 때 수평이 되지만 무게가 맞지 않을 때는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중심을 잡고 무게를 조절하여 같아질 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는 저울의 추처럼 무엇이든지 바른 생각으로 중심을 잡
닳은 뒷굽이 바닥을 친다. 딸그락딸그락 요란스럽다. 제때 밑창을 갈지 않아 길바닥이 구두 뒷굽을 갉아 먹는다. 닳고 닳은 신발은 고단하게 살아온 나의 분신이다.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이었다. 집안에 가난이 말똥처럼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육성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은 며칠까지 부모님을 데려오라고 하였다. 교실 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데 한 아이가 “너거 아부지 뭐 하셔?” 하고 물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얼굴만 붉혔다.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마부라고 말할 수 없었다. 고약한 말똥 냄새가 난다고 쑤군거릴 것 같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살아나던 원전 생태계를 두 번 죽이는 갑질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원전 생태계 복원 예산 1813억7300만 원 전액을 날려버렸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정한 사업 예산을 ‘삭감’이 아니라 아예 ‘0원’으로 만들어버렸다. 민주당은 미래 에너지 산업으로 선진국들이 혈안이 돼 연구개발과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R&D 예산과 원전 해외 수출지원을 위한 수출보증 예산까지 없앴다. 민주당이 원전 예산을 삭감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늘리기로 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삭발부터 하며 ‘총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수요 조사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의사단체는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통해 총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의협은 26일 용산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전 의료계가 단일대오로 적극적 행동을 시작할 때”라고 목소리를
경북지역 농촌 주민들이 경찰 치안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이 현장 치안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겠다며 농촌 지역 파출소를 통폐합하고 치안센터 폐지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잇따른 묻지 마 폭행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 조직을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가 내려진 이후 경찰청이 곧바로 조직을 재편하겠다며 치안센터 폐지안을 들고 나왔다.경찰청의 파출소 통폐합과 치안센터 대폭 축소 계획에 지역이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농어촌 파출소와 치안센터가 주민들에게 각종 범죄
형님은 나를 보고 꽃이라 했다. 찬 서리 서리한 내 모습이 어찌 꽃이 될 수 있으랴만, 꽃이라는데. 꽃같이 예쁘다는데, 황홀했다.병세가 한층 깊어 지면서부터이다. 설렁설렁 사람 다루는 일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형님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이제 와서 내가 꽃이 되었을까.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형님의 활짝 핀 꽃이 되기로 했다.육중한 대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바람이 달음질쳐 안긴다. 호들갑스럽게 반색하지도 반기는 기색 없이 수연에미가 무심히 문을 열어 주었다.“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작은어머니 제가 그 돈을 얼마나 많이 찾았는데요.”“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6년 만에 위자료 청구 소송 판결이 나왔다. 지난 16일 ‘피고 대한민국은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본 원고들에게 위자료 200만~300만 원씩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포항 지역사회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배상금을 언제 지급 받는지, 어디에 신청하는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추가 소송에는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등 시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시는 지역 법률 사무소 등과 함께 추가 소송 참여 시민들을 적절히 분산하는 등 혼란을 막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포항시
여야 의원 261명이 발의한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 서울의 유력 신문사들이 잇따라 ‘포퓰리즘 야합’이니 ‘여야 짬짜미’니 원색적 언어로 비난을 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연내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하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유력 언론은 물론 경제지와 군소 신문들까지 나서서 실익 없다며 깎아내리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중앙집권적 사고에 함몰된 서울 지역 언론의 지역주의 논조다.서울의 한 신문은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
일요일 아침, 작은 새 한 마리가 이슬을 머금은 수풀 위로 내려앉는다. 작은 새는 통통 모듬발을 뛰면서 주위를 살핀다. 콘크리트 담벼락 아래 의자에 앉은 나와 작은 새와의 거리는 5미터쯤이다. 작은 새는 나를 인지했음인지 무척 경계심을 드러내며 금방이라도 날아갈 태세다. 나는 숨을 죽이며 허수아비를 가장한다. 그러나 작은 새는 속지 않는다. 작은 새는 촉촉 새소리를 내더니 그만 포르르 날아오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금방 날아가버릴 것 같던 작은 새가 공중으로 떠올라 한 바퀴 회전을 한 후 활공을 하듯 내 쪽을 향해 날아오는 게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원전 관련 핵심 예산을 삭감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망가뜨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공들여 되살리고 있는 원전 산업을 송두리째 까뭉개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던 소형모듈원전(SMR) R&D 예산까지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보복성 예산 삭감이 아닐 수 없다.거대 야당, 민주당은 원전 가동까지 막고 선 거악으로 행세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을 미뤄 장차 가동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고개가 절로 돌려지는 집이 있었다.하늘이 그 마당으로 쏟아지고 가을날에는 단풍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다 보고 지나가게 되는 그런 집이었다. 그렇다고 오래된 그 집이 화려하거나 이쁜 건 절대 아니고. 만약 저 집을 매매하여 나의 집으로 만든다고 해도 대략 난감할 정도의 남루함과 쓰레기 더미로 공력을 치려야 될 상태.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댁으로 차 마시러 가는 길에 운전은 하고 있었지만 눈길은 그 쓰레기 더미 집으로 자연스레 고정되어 바라다보게 되었는데 뭔가가 퍼드덕 거리며
당신은 내가 읽는 책 중에 책입니다인내심을 시험받고사람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기에도아이러니와 비약이 뒤섞여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까다로운 문장반면에 평이한 문체에서 읽히는복합 장치는 의외입니다느리게 어슬렁거리지만언제라도 잘 장전된 속도로 튀어 오를 수 있는고양이의 내숭 같은 거겠죠엿기름으로 삭힌 당질의 구절에선시간만이 독해가 가능한은은한 비밀의 맛을 발견합니다사랑이 누락된 부분에선조용히 옆에 서 있어 주고서로에게 곁을 내어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공기와 바람, 햇살과 그림자 같은가벼운 사유 하나 끼워 넣고 싶었습니다밑줄 하나 긋기까지 고
월성원전과 한울원전 등 가동 원자력발전소마다 사용후 핵연료가 턱밑까지 쌓이고 있다.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이 가까워졌는데도 여야 정쟁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을 마련할 근거법이 국회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거야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3년째 표류하고 있다.민주당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수년 전부터 원전 소재 지자체들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에도 원전 소재지 자치단체장들과 전문가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대구·경북의 의료 붕괴 현실이 수치로 드러났다. 의료계에서 공중보건 수준의 지표로 삼고 있는 영아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숙 교수 연구팀의 2001~2021년 영아사망률 지역별 격차 분석 자료를 보면 대구의 영아사망률(출생아 1000명 당 사망자 수)이 5.08명, 경북이 4.44명으로 세종시를 제외한 국내 16개 시도 가운데 1, 2위다.전국 시도 가운데 영아사망률이 가장 낮은 서울 3.13명에 비하면 대구는 1.62배, 경북이 1.44배 높다. 전국 평균 영아사망률은 3.64명이다. 연구팀은
앰뷸런스는 메롱메롱 하는 소리를 요란하게 울려대며 낯익은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말희 씨의 꽃게탕 식당 간판이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앰뷸런스는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병원 도착까지 예상 시간은 20분. 나는 들것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의 곁에 말희 씨와 나란히 앉아 있다. 그를 지켜보아야 하지만, 나는 자꾸 눈길을 돌린다. 슬퍼해야 할 이 순간이 웬지 부담스러운 역할 수행 게임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 역할로부터 재빨리 벗어나고 싶다. 두 몬스터를 힐긋 쏘아보곤 겁나게 액정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내 몸이 차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지역 홀대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지만,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 국민 절반 이상이 몰려 있고, 양질의 일자리와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이 집중돼 있는데 정부가 이를 더욱 공고화하거나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시작으로 주변 도시들을 서울에 편입시키는 서울 그랜드메가시티 정책의 발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경기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에 비수도권 소재 부품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공기 중에는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핸드폰을 열었다. 10월 12일, 경북일보 운영위원장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후 2시였다. 당선 소식을 접하는 순간, 잠시 멍 해졌다. 마지막까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지난한 날들이 있었다는 것도 그때 서야 알았다.모든 게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낯선 사람, 낯선 사물, 낯선 건물들이 모두 빠르게 나를 스쳐 지나갔다. 예컨대 나를 뒤에 남겨두고 가는 듯 느꼈던 것이다.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자책하며 나는 미련 없이 문학동네를
나는 칼을 좋아한다.보육원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생존을 위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낮에 돈을 벌고 밤에 야간대학에 다녔다. 좌우를 살필 여유 따위는 아예 없었다. 생존하기 위해 쫓기듯 앞만 보고 달려야만 했다. 세상은 나를 쉴 새 없이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다그쳤다. 세상에 내 편 하나 없다는 것이 두렵고 서러웠다. 냉대와 무시가 서러움과 억울함이 되어 쌓이면서 나는 칼의 서늘한 단호함을 좋아하게 되었다.나는 칼을 하나둘 사 모으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칼이었다. 내 처지엔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 한 때 코미디 프로에서 웃음거리가 됐던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의 시작 부분이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이름이 지역의 역이름에도 붙여져 논란이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경산 하양 연장 구간에 신설되는 역이름이 너무 길어서 숨넘어갈 지경이라는 것이다.경산시가 13일 시정조정위원회에서 신설되는 2개 역사 역이름을 ‘부호경일대호산대역’,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결정했다. 이들 역 이름은 지역명과 인근 대학명을 결합한 것이다. ‘부호경일대호산대역’은 경산시 하양읍 부호리의 호산대와 경일대 가까운 곳,
바쁘게 살아왔고, 소설 쓰기를 시작하면서도 늘 쫓기듯 글을 썼다. 그러면서도 소설에 대한 갈증은 더 깊어가기만 한다. 이제부터 나의 글쓰기는 나름의 한계를 인정하고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컴퓨터 앞에 앉아 자간을 채울 때 너무나 행복하다. 앞으로 얼마를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망설이지 않고 앞만 보고 나갈 생각이다. 이 가을 나는 소설 곳간을 넉넉히 채울 생각만으로도 황홀해하고 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경북일보 그리고 청송 객주 문학관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