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영농기법에 열정 더하면 '부자농업인' 꿈이 현실로

주렁주렁 달려 잘 익어가는 사과를 살펴보며 흐뭇해 하는 이호준씨

지난 1970년대 산업화 정책에 힘입어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 도시로 떠났다.

이농 현상은 마치 전염병처럼 농촌마을 구석구석으로 번져 농촌인구는 급격하게 줄었고 농업인구의 고령화로 농업생산성은 곤두박질 쳤다.

설상가상으로 농업 열강들의 UR과 FTA협상요구로 이제는 제사상도 수입 농산물이 점령하여 농업인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지난 40년 동안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을 기반으로 한 중공업과 IT산업의 집중 육성으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지만 우수한 농업 인력의 유출은 농업성장의 발목은 잡아 농촌의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곧 농촌이 무너지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 경기불황과 기업의 투자 감소로 취업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청년들이 농촌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고 청년농업인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기발한 시책 추진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농촌의 인구는 자꾸 줄고 있지만 젊은 농업인의 인구는 늘고 있어 농업이 제2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문경시도 유능한 젊은 농업인력을 확보하여 미래성장 동력산업으로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지원과 현장 컨설팅을 실시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농업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내년도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이 5명일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농업은 선망의 직업이 되고 있다.

각자 영농방식과 사업규모는 다르지만 남다른 영농기법으로 부자농업인의 꿈을 꾸는 두 명의 젊은 농업인을 찾았다.
 

청결한 축사관리에 땀을 흘리고 있는 안세근 씨.

△힘들어도 규모화가 경쟁력!

문경시 문경읍 요성리에서 과수와 축산 벼농사로 부농의 꿈을 꾸는 안세근(28)씨를 그의 축사에서 만났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방역복을 입고 연신 땀을 훔치며 소에게 사료를 먹이고 축사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현재 4-H연합회 문경시회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부모님의 가업인 농업을 이어받은 승계농으로 지난 2011년 한국농수산대학 과수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되어 정식으로 농업에 입문하게 되었다.

아직 서른도 안 된 그는 100두의 비육우와 5㏊의 과수원과 20㏊의 벼를 재배하고, 사과 144t, 벼 168t을 생산하여 연간 5억 원의 소득을 올려 주변에서 농사를 지어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이 모든 농사를 위하여 600㎡의 육묘공장과 230㎡의 저온저장고, 3천600㎡의 축사는 물론 집채 만한 트렉터와 베일러 콤바인 등 농기계도 수십 대에 이르고 그 가격만 몇억은 족히 될 듯 싶다.

그의 축사는 흡사 거대한 공장 같았다.
 

축사관리 자동화시스템을 점검하는 안세근씨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소에게 먹이를 주는 사료 자동급여 시스템을 설치 무인으로 운영하여 인건비 지출을 줄이고, 축분 교반기를 설치 직접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모든 농장에 사용하여 비료사용을 줄여 땅심을 높이고, 비료구입에 따른 비용을 줄여 1석2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부모님과 같이 농사일을 하다 보니 가끔은 의견 충돌이 있기는 하지만 “부모님께 배우는 게 많다”며 대수롭지 않게 웃는다.

그런 그를 부모님도 믿음직스럽게 바라보며 웃는다.

얼마 전 2억 원을 들여 트렉터를 구입한 그는 “농기계 가격이 너무 비싸 많은 부담이 된다.” 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한우 150두, 과수원 6㏊, 벼재배 면적을 30㏊까지 늘려 고용창출은 물론 젊은 농업인에게 자신의 농장을 학습장으로 개방하여 새내기 농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규모는 작지만 남다른 판매로 수입은 두 배!

두 번째 찾은 젊은 농업인은 마성면 오천리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이호준(25) 씨다.

맛있게 익은 사과를 하나 따서 “먹어보라”며 건네는 그의 모습에서 젊음이 느껴진다.

수확기를 앞둔 홍로사과의 잎적과와 가지 유인을 하는 그의 몸은 보통의 사람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2010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여 2014년 문경시 경륜대표선수로 선발돼 지난 2015년에는 전국대회 5위를 차지하는 스포츠맨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를 ‘자전거 타는 농부’라 부른다.

어릴때부터 사과농사를 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그를 농업의 길로 인도한 사람은 바로 중학교때 담임선생님 이었다.
 

‘앞으로 농업이 전망이 밝다’는 선생님의 권유로 농업계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돼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열심히 일하는 자신을 보며 대견해 하시는 부모님들도 농업계 학교를 진학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농사가 힘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올해처럼 우박과 탄저병으로 애지중지하던 사과를 수확도 하기 전에 모두 땅에 묻어야하는 아픔을 미리 알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4년 전 부모님과 같이 조성한 5천 평의 그리 넓지 않은 과수원이지만 밀식재배를 하여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오히려 다른 과수원보다 더 많다.

그리고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판매방식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합인 ‘자연드림 아이쿱’으로 조생종 아오리사과 12t을 전량 판매하여 3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는 다른 사과재배 농가보다 20%는 더 받는 가격이다.

부사까지 판매하면 수익은 5천만 원을 넘는다.

만생종인 ‘부사’는 아직 조합으로 판매를 못하여 문경APC로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 모든 사과를 조합으로 판매하기 위하여 일본 ‘나리타’선생의 재배기술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는 확실한 판매 전략이 있어 과수원 면적을 늘릴 계획이 없다.

“밀식재배를 하니 제한된 면적에서 고품질의 사과를 많이 생산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 그였다.
 

앞으로 포부를 물어보니 “내가 가진 환경안에서 최대한 노력하여 소비자가 믿고 찾는 사과를 재배하는 게 꿈”이라며 쑥스럽게 대답한다.

혹 농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하니 “농사는 기초가 다져져야 한다.”고 간단하게 대답한다.

다시 “기초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농사도 이제는 과학화 되고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니 작물의 성장원리, 자연의 섭리 등 기초적인 것을 학습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자신감이 배어난다.

“귀농은 많은 농업지식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성공한다. 지금 농업은 분명 전망이 있는 산업이지만 그 전망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노력해야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두 젊은 농업인들은 공통적 으로 말한다.

예전에는 결혼 못한다고 농사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농업이 블루오션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청년 농업인들은 일등 신랑감으로 급 부상하여 안 씨는 벌써 일곱 살, 다섯 살의 자녀가 있고, 이 씨도 사귀는 애인이 있어 부모님께 결혼을 조르고 있다.

모든 산업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 있지만 농업은 우리 인간의 존망과 명을 같이 하는 우리 인류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생명연장 산업이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지는 식량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업강대국이 되는 길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농업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되었으며,정부도 농업에 대한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여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농촌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경지역에 터를 잡은 젊은 농업인 모두의 꿈이 현실이 되기를 기원한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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