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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설마….

요즘 우리 국민은 ‘설마…’라는 말에 큰 기대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마’ 북한에 선제 군사 옵션을 취하겠는가?” 또 “ ‘설마’ 북의 김정은이 태평양의 괌 쪽으로 미사일을 또 쏘아 올리겠느냐?” “ ‘설마’ 수소 폭탄 실험을 또 하겠느냐?”

국민 모두의 마음 한편에는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서이지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든지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등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 ‘설마-’가 차츰 현실화되어가는 불길한 조짐들이 보인다.

요즘 들어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한미공조에서 ‘코리아 패싱’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밤 미군 전략폭격기 B-1B(일명 ‘죽음의 백조’) 편대가 지금까지의 공개작전 사상 최초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의 공해 상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의 원산에서 동쪽으로 150여Km 공해까지 북상해 작전을 펼쳤다. 이곳에서 평양까지는 수십 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이 무력시위는 종래까지 한국군이 참여한 한·미공조가 아닌 미군 독자로 작전을 수행했다. 독자 작전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작전에는 조기경보기, 헬기 수송기까지 항공기 10여 대가 편대에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미군 독자 작전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진행된 것이라”고 만 설명하는 데 그쳤다. 이 작전이 있고 난 뒤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 4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바탕으로 확고한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미국이 이번 독자적 작전이 있기 전인 지난 8월 실시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는 우리 군 당국이 미군 폭격기가 휴전선 인근까지 접근하지 못하도록 요구를 한 적이 있었다. 이번의 B-1B 출격은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이 있기 1시간 반전에 이뤄졌다. 리용호가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정신 이상 노인네’ ‘악(惡)통령’ 등 온갖 악담을 쏟아냈다. 그는 한술 더 떠서 “미국과 추종세력이 우리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이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평양에서는 주민 10여만 명이 동원되어 대규모 ‘반미 대결전’ 대회를 가졌다.

이런 가운데 위험한 신호는 북·미간 거친 말 폭탄을 주고받다가 자칫하여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의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다. 긴장이 팽팽할수록 사소한 오판으로 큰 재앙이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재앙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에겐 직격탄이 될 수가 있다.

북한은 지금 세계 최강국 미국과 맞서 싸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핵미사일 발사를 몇 차례 성공시켰다는 것만으로 슈퍼 파워 미국에 맞서겠다는 것은 강아지가 호랑이에게 덤벼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북한이 트럼프에 대한 말 폭탄과 태평양을 향한 미사일 발사로 도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것처럼 “북한의 완전 파괴“는 결국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뒷받침하듯 트럼프는 지난 27일 “이제 북한에 가할 군사적 옵션은 완전히 준비됐다”고 경고했다.

이제 한반도의 문제는 당사국인 대한민국을 건너뛰어 미국과 북한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우리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한반도 상황은 ‘코리아 패싱’으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로 1천만 명 이상이 움직이는 10일간의 명절 기간만이라도 한반도가 평온하게 지나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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