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jpg
▲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29일로 1년을 맞는다. 그 사이 정치권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문재인 대통령을 축으로 하여 국정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 내에서 ‘친노(親盧), 친문(親文) 간의 갈등이나 계파가 어떠하다’는 류의 잡음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들은 철저하게 노무현 정부 때의 실정을 두 번 다시 되밟지 않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차기 재집권을 위해 한 발짝씩 드러나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재집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MB정권 5년, 박근혜정권 4년 등 총 9년 동안 호가호위로 집권해 온 새누리당은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사라지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라는 이름으로 분파된 두 야당이 생겼다. 그러나 국회의원 107명을 거느린 제1야당 한국당은 집권 여당을 견제하고 국민에게 새 비전을 보여 차기 집권을 도모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집안싸움이 가관이다. 홍준표 당 대표와 8선의 최고참 선수(選數)를 가진 서청원 의원 간의 말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 제1야당을 이끄는 정치 지도자인가 하는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 정도다.

서로 제 밥그릇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은 “아직도 이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하는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국민이 이런 당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일 것이다.

싸움도 격에 맞는 말로 싸워야 한다.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선배인 서 의원의 신체적 나이를 들먹이며 ‘노추’라는 막말을 내뱉는 홍 대표의 모습이나 초등학생들이나 할법한 개인 간에 오간 비밀스러운 말들을 까발리며 상대를 입막음하려는 서 의원의 태도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노욕, 노추 보이지 말고 당을 떠나라” “알량한 법 지식을 활용해 혹세무민하고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고 성완종 전 의원 검찰 수사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으면 공개하라”

촛불집회로 대통령 박근혜라는 이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옮아간 지금도 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는 친박, 비박 싸움이 그치질 않고 있다. 도대체 ‘박근혜’의 그늘이 왜 이렇게도 질기게 두당의 주변을 휩싸고 있나? 오늘날 문재인 정부가 탄생토록 하는데 일등공신인 ‘박근혜’를 이들은 왜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는가.

지난 21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나타난 정당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39.6%, 자유한국당 9%, ‘지지정당 없음’이 37.2%로 나타났다. 야권에서는 37.2%의 무당파들이 과거 새누리당 지지자들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한다. 지난날 자신들을 지지한 이들이 왜 이렇게 많이 이탈한 이유를 한국당은 잘 알 것이다.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정당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함께 대변신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집권을 위한 권토중래의 모습을 보여도 이탈한 지지자들이 되돌아올까 말까 하는 판국에 집안에서 서로 그릇을 깨트리며 삿대질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로서는 내년 지방선거도 해 볼 것 없이 필패로 보인다.

명심보감에 ‘입은 사람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혀를 자르는 칼이다’라는 경구가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한마디의 말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는 것이다. 적어도 소속 국회의원 107명을 거느린 제1야당 대표나, 국회의원 8선의 현역 최고 선수를 가진 원로정객이 최근에 상대에게 내뱉은 말들에 대한 결과가 머잖아 엄청난 ‘스나미’가 되어 한국당을 덮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로 ‘내 탓’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