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표를 얻어 당선된 조직의 장이 있는 기관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기강이 해이해지기 일쑤다.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각종 단속도 느슨해진다. 선출직 단체장의 말(言) 발도 약해진다.

대구시는 매달 1회 정기적으로 정례회의를 열고 있다. 비록 회의 참석이 강제사항은 아니더라도 시정의 방향을 잡고 어느 실·국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월 초 대구시장이 주재한 가운데 열린 정례조회에는 참석 대상 대구시청 공무원 1천500여 명 가운데 141명만 달랑 참석했다. 참석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해 충격적이었다.

실·국별로는 미래산업추진본부는 85명 중 과장 1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설교통국 146명 가운데 5명으로 1.2%, 상수도 본부는 647명 중 10명으로 1.5% 등 이었다. 의회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했다는 지적이다. 기획조정실은 직원 189명 가운데 7명이, 창조경제본부는 153명 중 7명, 도시철도건설본부는 3명이 회의에 자리를 같이했다. 더욱이 대구시청 내부 포털사이트에는 이날 정례회의 내용을 담은 영상이, 회의를 한 지 하루가 지나도 게시되지 않아 대구시 의회 사무처 직원들은 내용조차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다음 달인 11월 시청별관에서 열린 정례조회에는 강당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론 관련 부서에서 참석 독려가 있긴 했지만.

면피용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또 있다. 대구시는 사업용 화물자동차의 불법 밤샘주차 근절을 위해 지난 9월 1일부터 8개 구·군과 합동으로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일부 대형 화물자동차의 밤샘주차로 인해 교통안전이 위협받거나, 소음, 매연 등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할 계획이었다. 교통사고 취약지역 48개소 및 민원다발지역을 정해 중점단속에 들어갔다.

결과가 궁금해서 현장을 찾아봤다. 10월 22일 새벽 1시. 특별단속 기간임에도 북구 산격동 대구체육관 인근 도로는 화물차와 대형버스들로 가득했다. 약 500m의 편도 2차선 도로엔 4.5t 화물차 8대와 대형버스 2대, 일반 승용차 2대가 일렬로 주차돼 도로 1개 차선을 장악하고 있었다. 특별단속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대구시는 인력이 부족해 단속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단속을 하더라도 화물차주들의 민원이 빗발쳐 무작정 행정처분을 하기엔 불가능하다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도 시행된 지 10년을 넘기도 있으나 아직 정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거의 1천억 원씩 세금이 지원됐음에도 서비스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교통 불편신고가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대구시가 준공영제를 뜨거운 감자로 남겨둔 채 공영제와 민간운영제 등을 검토하기 위해 용역을 준 모양이다. 세금을 이중 삼중으로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공직자들이 눈치를 보며 선거 출마 예상자들을 향해 알게 모르게 줄서기 하는 곳도 있단다. 어느 구청에는 전임 부청장과 국장 출신에다 현직 구청장까지 내년 구청장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면서 공무원들도 편이 갈라져 있다. 부단체장이 공직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으나 한계는 있다. 내년 6월 선거를 앞두고 벌써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레임덕이 오고 있다.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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