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태현 경주소방서장
손 부채질을 하며 에어컨 밑으로 향하던 무더운 계절이 엊그제처럼 느껴지는데 어느새 장롱에 고이 잠들어 있던 코트를 꺼내 입어야 할 때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레 바빠지는, 그리고 바빠져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방관들이다.

작년 한 해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4만3천여 건이다. 이 중 겨울에 발생한 화재는 1만2천885건으로 전체의 30%다.

또한 전체 화재 중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만1천541건으로 전체의 26.5%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화재로 인한 사망자 306명의 63%인 193명이 주거시설화재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통계가 있다.

다른 계절에 비해 특히나 겨울철은 매서운 날씨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때문에 화재예방 의식을 다잡고 있기가 어려울 수 있다.

겨울철 주택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필수적인데,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설치율은 경북 21.06%로 전국 29.53%에 비해 조금 낮은 실정이다.

우리 경주소방서에서는 매년 기초생활수급가구나 독거노인 가구 등 재난에 취약한 계층에 한해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상으로 보급·설치하고 있다.

또한 명절 전 귀성객 이동거점장소나 전통시장 등 다중밀집장소에서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 캠페인을 수시로 전개하고 있으며, 대형전광판과 버스정보시스템(BIS), 시외버스터미널 내 전광판에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영상 송출로 화재예방을 위해 모든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경주소방서는 촌각을 다투는 화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위험한 재난 현장이 소방관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길 바라는 요구조자와 신고자의 다급한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현장 골든타임 확보는 우리 소방의 노력만으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도로 위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긴급차량을 발견했을 때 안전하고 정확하게 길을 터주는 것이야말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보다 ‘나부터’ 동참하는 행동이 한 사람, 한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행동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훈 작가의 ‘바다의 기별’에 이런 내용이 있다.

‘도심을 뒤흔드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다급하고도 간절하다. 그 사이렌 소리는 정부와 국가의 기능이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소방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안전이다. 우리 소방은 이제 화재를 넘어 구조, 구급뿐 아니라 각종 생활안전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필자는 ‘재난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재난 예방’이라 생각한다.

‘재난 예방’은 소방관뿐만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 집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하기, 소방차 길 터주기 등 작은 행동부터 실천한다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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