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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의 적폐는 없어야 한다
적폐 청산의 적폐는 없어야 한다
  •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 승인 2017년 11월 30일 16시 28분
  • 지면게재일 2017년 12월 01일 금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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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동지가 가까이 오면서 엄동설한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원도를 비롯한 북부지역 곳곳에는 벌써 눈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태백산, 소백산 정상에도 적설을 볼 수가 있다. 눈은 녹지 않고 쌓이면 적설이 되고 이 적설이 녹지 않고 얼음 위에 쌓이면 만년설이 된다. 이걸 녹이려면 수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니면 영원히 녹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문재인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작업의 후유증이 마치 적설과 같이 국민의 마음속에 켜켜이 쌓이는 것 같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검찰이 벌이고 있는 ‘국가정보원 적폐 청산’ 수사에 지금까지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전직 국정원장 3명을 비롯한 전·현직 간부와 직원들이 무려 1백7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국정원 전·현 직원들이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혐의는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사건’ ‘보수단체 지원 화이트리스트 사건’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 등이다. 이 기간 동안 동료 검사들로부터 수사를 받던 현직검사와 변호사가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이 밖에도 군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댓글 사건과 국정원 청와대 상납 의혹 사건, 감사원의 KBS 이사진 법인카드 감사 등 지난 9년간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한 시책들 가운데 적폐로 지목되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거나 수사가 계획된 사건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적어도 내년까지 수사가 계속될 것같이 보인다.

지난 정권에서 잘못했거나 역대 정부에서 관습적으로 이루어져 온 각종 적폐에 대한 청산 작업은 시대와 시간에 관계없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역사가 기록된 삼국시대 이후 조선시대 5백 년을 거쳐 지금까지 소위 백성들을 위한다는 국가의 위민정책들 가운데 권력자들끼리 서로 부와 권력의 자리를 나눠 가지며 호가호위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냐.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가는 아들(소현세자)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인조에게 한 노파가 원망 섞인 통곡을 하며 인조의 귀에 들리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 여러 해를 두고 강화도를 수리하여 백성들을 의지하게 했는데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더냐. 나라의 책임을 맡은 자들이 날마다 술 마시는 것을 일삼고 기생놀이에 빠져 백성들을 모두 죽게 했으니 이것이 누구의 탓인가? 자식 넷과 남편이 모두 죽고 다만 이 몸만 남았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어찌 이런 원통한 일이 있단 말인가”(한병기의 병자호란 참조)

지금도 국민을 섬긴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치를 업으로 먹고사는 위정자들이 서로 적폐라며 삿대질을 하는 행태를 보면 백성이 문맹이었던 조선시대나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벌이고 있는 구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이 전 정권과 전 전 정권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시행되는 잘못은 없어야 한다. 문화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러한 우려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부역자’를 몰아낸다고 해놓고는 스스로 ‘부역’의 길로 들어서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할 인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 폭군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반정에 성공한 정사공신들을 향한 민심의 소리를 조선왕조실록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너희 훈신들이여, 잘난척하지 마라, 칼로 뺏은 그들의 집에 살고, 그들의 땅을 차지하고, 그들의 말을 타고, 또다시 그들이 행한 일을 똑같이 하고 있으니 당신들과 그들이 무엇이 다른가?”

촛불집회 참여를 훈장 삼아 완장을 찬 이들이 혹시나 위와 같은 원성을 국민으로부터 듣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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