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모금함 만들어 성금 모아 기탁

제주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이 고향인 포항의 지진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모금함을 만드는 등 지진 성금을 직접 모아 기탁해 화제다.

제주국제학교 NCLS Jeju(교장 Paul Friends) 11학년(고 1)에 재학 중인 배규리(16)양은 지난달 포항 지진 소식을 듣고 놀라움과 함께 안타까움에 빠졌다.

포항 출신으로 포항제철중학교를 다니다 올해 1월 이 학교로 진학한 배 양은 도울 방법을 찾다가 아예 직접 나서기로 했다.

외국학생 120여 명을 포함해 1천500여 명 가량인 재학생들이 포항 지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여긴 배 양은 우선 학생들에게 지진피해 상황, 복구현황, 이재민 돕기 성금 모금 방법 등 관련 사실을 담아 이메일을 보냈다.

또 지난 3일부터 같은 내용으로 A3 크기의 대자보를 만들고 복도와 기숙사 엘리베이터 등 학교 곳곳에 붙이는 한편 학교 크리스마스 바자행사 기간인 8일에는 손수 모금함을 만들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모금 활동을 벌였다.

다행히 선생님과 친구, 선후배들이 관심을 표하며 기꺼이 성금을 냈다.

방학을 맞아 포항으로 돌아오던 15일 제주공항에서도 배 양은 비행기 탑승 직전까지 모금함을 들고 서 있는 등 활동을 계속했고, 수속과 탑승을 기다리던 이들이 격려와 함께 성금을 보태기도 했다.

배 양은 이렇게 일주일 가량 모은 36만여 원을 18일 재해구호협회에 접수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장애인시설인 포항 성모자애원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배 양은 “제가 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소속감이랄까 애향심 같은 게 들었거든요. 피해가 컸으니 돕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라며 “포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혹시나 지진 피해가 있으면 서로 돕자는 뜻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배 양은 또 학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도서 제작에 나서는 한편 이달 초에는 또 다른 동아리 ‘보담’을 만들고 교내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활동가’의 면모가 다분한 배 양은 “수치스러운 역사라고 덮을 게 아니라 피해자들을 돕고 제대로 알리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라며 이 동아리에 벌써 26명이 가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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