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10월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대구경찰청이 3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일부를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는 박인규(63) 대구은행장에 대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대구지검이 기각했다.

대구지검은 20일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기각했다”면서 “소명이 부족한 혐의에 대해 보강수사를 지휘했고, 보완수사를 통해 추후 경찰에서 영장을 재신청할 경우 구속수사가 필요한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19일 박 행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과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대구지검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호식 대구경찰청 수사과장은 “박 행장이 스마트폰을 교체하거나 관련 정보를 삭제한 사례에서 보듯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 박 행장과 진술이 상반된 은행 관계자들의 진술이 번복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한몫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4년 3월 27일 취임한 박 행장은 그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법인카드로 32억7천여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사회공헌부에서 정상적으로 구매한 2억7천여만 원을 빼면 30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만든 것이다. 상품권환전소에서 1억 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고 현금 26억 원을 손에 쥐었고, 3억 원 상당의 상품권은 그대로 사용했다.

박 행장이 비자금을 횡령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에 낸 소명서는 A4 용지 한 장뿐이었다. 비자금 29억 원을 직원 격려비나 회식비, 내외부 고객 경조사비와 격려금, 회식비 등에 썼다는 것이다. ‘월 평균 20~50만 원 상당의 경조사비를 몇 차례 지급했다’는 등 두루뭉술한 방식이다. 박 행장이 주장한 경조사비 규모는 7억 원 정도다.

강신욱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대구은행 관계자 진술과 우리가 확보한 자료에 비춰봐도 박 행장의 소명은 금액이 부풀려진 데다 신뢰할 수준이 못 됐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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